{"product_id":"book-9788954680035","title":"불란서 영화처럼(문학동네포에지 23)","description":"난 이다음에 커서 무엇이 될까\u003cbr\u003e\n눈 내리는 변방에 그림자를 구기고 앉아 \u003cbr\u003e\n내 이마를 때리는 고통의 눈발들이\u003cbr\u003e\n그대의 야윈 발등 위에 일용할 슬픔으로 쌓이기 전에 \u003cbr\u003e\n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u003cbr\u003e\n배운 것이라곤\u003cbr\u003e\n시린 처마끝에 슬픈 꼬랑지를 감고 \u003cbr\u003e\n어두운 지붕을 향해 묵묵히 그네를 타는 일뿐 _「거미」 부분\u003cbr\u003e\n\u003cbr\u003e\n누가 뭐라 해도 너의 다리는 아름다워 \u003cbr\u003e\n어두운 찬장 서랍 속에서도\u003cbr\u003e\n기교적으로 달릴 수 있고\u003cbr\u003e\n아침햇살과 만나면\u003cbr\u003e\n눈부신 사랑의 평등한 힘으로\u003cbr\u003e\n내 발등 위에 신발 자국을 낼 수도 있지만 _「바퀴벌레」 부분\u003cbr\u003e\n\u003cbr\u003e\n자정이 넘자 내 몸을 뚫고 들어오는 예리한 핀침에 의해 나는 표본되었다 숲에는 아직도 곤충들이 살고 있는지 굳어오는 손끝을 움직이며 나는 황홀하지만 풀 한 포기 없는 이곳에서 나는 무얼 먹고 사나 포충망 가득히 날아오르는 날개를 바라보며 조카는 내 몸 깊숙이 또 한 개의 핀침을 박고 한 방울의 에테르로 나를 잠들게 하지만 무엇 때문일까 자꾸만 살고 싶어지는 이 이유는 _「곤충채집」 부분\u003cbr\u003e\n\u003cbr\u003e\n198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전연옥 시인의 첫 시집 『불란서 영화처럼』을 문학동네포에지 23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90년 3월 민음사에서 첫 시집을 묶었으니 그로부터 꼬박 31년 만이다. 초판과 동일한 55편의 시를 싣고 몇 편의 순서만 조정했다. 중앙일보 신춘문예 심사평에서 박재삼, 황동규 시인은 당선작 「멸치」를 가리켜 “우리가 항용 당선작으로 만나는 시보다 스케일이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적인 단단함을 가지고 있다. 구체적인 느낌과 생각에서 오는 단단함이다. 험난한 길을 계속 걸어 ‘전연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쓴다. 초판 해설에서 이광호 평론가는 전연옥의 시에 대해 친근한 일상적 소재들을 가지고 삶과 현실의 묻혀진 부분을 드러나게 하는 명징한 비유체계를 축조하고 있다고 평한다. 그가 택한 소재와 상징들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이미지들이지만 시라는 문학적 관습의 틀 속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독특한 시적 공간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쉬인이 아닌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때”(당선 소감)로 그는 아직 걸어가는 중일까.\u003cbr\u003e\n\u003cbr\u003e\n내가 알고 있는 사랑의 방법들은 \u003cbr\u003e\n어찌하여 이 모양 이 꼴로 매양 피곤한 것뿐일까 \u003cbr\u003e\n고통의 다리를 뻗고 누워 안식의 깊은 잠을 청할 \u003cbr\u003e\n미래의 내 묫자리가 사나워서 그런 것일까 \u003cbr\u003e\n주일날 늦은 아침\u003cbr\u003e\n아득한 벌판에 홀로 서서 해바라기를 즐기고 \u003cbr\u003e\n그대로 어둑한 그림자가 되어 저물녘을 헤매일 때 \u003cbr\u003e\n내 사랑은 불란서 영화처럼 우아해질 수는 없는 것일까  \u003cbr\u003e\n\u003cbr\u003e\n때로, \u003cbr\u003e\n유치했던 기억들은 몸살 나게 아름다워 \u003cbr\u003e\n접어두었던 미래와의 약속을 새롭게 하거나 \u003cbr\u003e\n부재중인 희망도 달무리로 돌아오게 한다 \u003cbr\u003e\n그래서 침묵은 이다지도 낯선 것인가\u003cbr\u003e\n누구나 한 번쯤은 뒤틀린 손금을 보고 진저리를 치겠지만\u003cbr\u003e\n그리하여 지극히 간단한 보폭으로\u003cbr\u003e\n악몽의 길고 긴 회랑을 빠져나오겠지만\u003cbr\u003e\n\u003cbr\u003e\n나는 그때 얼마나 가득해진 모습으로 \u003cbr\u003e\n병약한 내 일생의 녹슨 고리를 벗겨낼 수 있을까 \u003cbr\u003e\n잘 영근 생각으로 선택의 생각을 공손히 다듬고 \u003cbr\u003e\n나를 가두고 있는 불치의 소문들도 떨쳐버릴 수 있다면 \u003cbr\u003e\n그때 내 사랑의 방법들은 좀더 구라파식으로 \u003cbr\u003e\n\u003cbr\u003e\n좀더 삼류적으로 비감해질 수 있을까 \u003cbr\u003e\n사나운 잠자리를 탓하지 않고 \u003cbr\u003e\n원색의 현란한 꿈의 밧줄에 \u003cbr\u003e\n내 사랑의 방법론을 매달 수는 없을까\u003cbr\u003e\n_「불란서 영화처럼」 전문","brand":"My Store","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48979548340476,"sku":"9788954680035","price":11.24,"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88954680035.jpg?v=1776335050","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88954680035","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