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88955335828","title":"감정 노동 기술(나를 지켜 내는)","description":"무릎 보호대가 없습니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오너의 딸이자 30대 항공회사 전무는 마음에 들지 않는 브리핑을 했다고 거래처 직원에게 유리컵을 던졌다. 나이 지긋한 임직원들에 게 괴성을 지르며 폭언하는 것도 그녀에게는 예사라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그 오너의 딸이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그녀가 법적 제재를 당하고 일선에서 물러나자 그 것으로 갑질 해프닝은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다. 드물게 일어나는 그 재벌가만의 특별한 경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최근 모임에서 지인 한 분이 자신이 다니는 대기업 오너 가족의 언행을 생생하게 말해 주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갑질로 얼룩진 것이 우리나라 기업 분위기의 대부분이라고 주장하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동의하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다들 굴지의 기 업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이었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우리 같은 서민들은 여전히 그런 일은 극소수의 일이라고 믿고 싶다. 이제 감정 노동자를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생겼고 SNS와 YouTube의 확산으로 갑질은 점점 발붙일 곳이 없어지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아직은 불량 고객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발히 활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재벌이나 권력자뿐일까. 상상을 초월하는 내공을 갖춘 불량 고객의 면면은 실로 다양하다. 우선 은행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기상천외한 발상의 불량 고객들의 주장을 들어 보자.\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ATM 소독 상태가 나빠 모기에 물렸으니 사은품을 보내라.”\u003cbr\u003e\n\u003cbr\u003e\n“은행 옆 맨홀 뚜껑 때문에 다쳤으니 치료비를 대라.” \u003cbr\u003e\n\u003cbr\u003e\n“은행 화분이 시들어 안 좋은 기운을 받았으니 정신적 피해 보상을 해라.” \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은행은 그나마 낫다. 백화점 쥬얼리 코너에서 반지를 사간 한 고객은 10개월 만에 부러진 반지를 들고 나타나 ‘반지가 눌렸을 때 부러질 수도 있다는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백화점 측은 업체에 환불해 주라는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진상 고객이 승리하는 쾌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확연하게 보여 주는 사건이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이런 경우 업체가 물어내기도 하지만 고객 응대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판매 직원들이 일부 부담하도록 하기도 한다. 참 억울한 일이다. 이미지가 생명인 백화점은 불량 고객에게 가장 만만하고 승률 높은 활동 무대다. 감정 노동자가 잘못한 것도 없이 이렇게 억울하게 당하지 않으려면 법적인 보호를 넘어서 업체 측의 인권 지향적인 보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몇몇 백화점의 VIP들은 수틀린다고 판매원이나 주차 요원들에게 툭하면 무릎을 꿇으라고 한다. 일부 정치인과 교수, 극단 대표, 힘센 예술계 인사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권력을 이용해 성폭행 갑질까지 저질러 왔다니 무슨 말을 더할까. \u003cbr\u003e\n\u003cbr\u003e\n갑질은 압축 성장과 개발 독재 시대에 ‘까라면 까는’ 세대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민주화의 세례를 받은 젊은 세대도, 사회 개혁에 앞장섰던 운동권 출신도, 자유와 낭만을 추구하는 예술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갑질 공화국이고 우리 대부분은 아직도 감정 노동에서 살아남으려 분투 중이다.\u003cbr\u003e\n\u003cbr\u003e\n거친 뉴스가 난무하는 지금, 여전히 희망은 없는 걸까? 갑질 뉴스는 여전하지만 세상은 조금 달라 보인다. 절대적 복종이 지배하는 군대에서조차 사령관 부부의 갑질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공관 병사들의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약자들의 고발이 더는 상관을 배신하는 의리 없는 소행이 아니라 용기로 받아들여졌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산업안전보건법 감정 노동자 보호 조항이 도입되어 감정 노동자의 권리 보호가 법적 근거를 얻게 되었다. 세상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는 둔감한 사람들이 여전히 제멋대로 칼을 휘둘러도 ‘저건 미친 짓’이라는 사회의 합의가 있다면 세상은 달라진다. 그러나 우리의 진상 고객님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욕을 하고 억지를 부리고 심지어 무릎을 꿇으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까짓것 한번 꿇어 주지 뭐. 똥이 더러우니 내가 피해야지. 나 하나 눈 질끈 감지 않으면 모두가 힘들어지니까. 뭐 어쩌겠어?’ 이렇게 당신은 무릎을 꿇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해한다.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요구해서는 안 되는 것을 요구하는 그들이 부끄러운 인간이지, 우리는 삶의 무게를 힘겹게 견디는 것뿐이다. 그렇더라도 이제 무릎은 꿇지 말자. 평생 써야 할 소중한 무릎이다. 감정 노동이란 무릎을 꿇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내 무릎을, 내 자존감을 소중히 간직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야 인간으로서도 노동자로서도 오래 살아남는다. 무릎을 꿇지 않고도, 나 자신을 손상시키지 않고도 감정 노동자로 잘 살아갈 수 있다.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brand":"My Store","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48995167142140,"sku":"9788955335828","price":14.61,"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88955335828.jpg?v=1776437687","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88955335828","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