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88958244073","title":"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력","description":"〈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력〉, 제목이 길고 낯설지 모른다. 수필을 몇 년 쓰다 보니 무의식중 매너리즘에 빠져들 위기에서 버둥대는 자신을 발견해 놀랐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거나 ‘라면 먹고 이 쑤시기’란 말은 그 속에 시퍼런 칼날을 품고 있다. 늘 그 자리, 그 범주, 그 수준에서 맴돌려는 타성과 나태가 작동한 결과다. 내게 선언했다.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글은 쓰지 말자. 답보 이전에 무위無爲요, 무효요, 무의미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작은 각성이 왔다. 30년 써 온 수필이 아직도 허물 한 번 벗지 못한다면 안되는 일이다. 고민을 시작하면서 제목을 내놓은 뒤, 구성에 이르러 오래 뒤척이며 옥상에 올라 산을 등지고 바다만 바라보았다. 그래서 풀어놓은 게, 의당 ‘달력’이라 열두 달 배열 방식이 돼야 한다고 했다. 월별로 내 삶을 토대로 그 속의 사고와 대상을 응시하는 관법과 그에 결부해 시간으로 흐르는 운율에 의탁해 수사학적 쾌감을 빚고자 한 것이다. 실험성이 있었던지 힘들었다. 이 두 작품에서 내가 만난 언어는 고통이고 일탈이고 반란이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4월_반나절은 마당을 거닐며 시간을 버리고, 하오엔 하늘을 우러러 한 조각 꿈을 줍는다. 땅을 보던 눈이 하늘에 가면 수평 수직이 교차하며 만나는 지점으로 사색의 실마리 하나 파닥인다. 세상 이곳저곳 훑던 눈에 날개를 달아 심신이 날것으로 물을 튕긴다. 땀땀이 자수로 삶을 뜨다 보면 문양이 다채로워 대상으로 스미는 시선이 깊다. 가뭄에 심층으로 뿌리 내리는 나무같이 사랑에 목마를 때, 철학은 심오해야지. 책을 편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력1〉 중에서\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한 해의 가뭇없는 소실에 마음 스산하다. 가 버린 해는 돌려놓지 못한다. 일 년이란  날들을 달력에 걸어 놓고 곶감 빼먹듯 또 외상없이 써 버렸다. 마른 잎은 바람에 사각이기도 하는데 시간은 소리 없이 스러질 뿐이다. 시간이 지난 뒤엔 잔상도 잔해도 없다. 정 떼려 작정하고 떠나면서 무슨 말을 할까. 다시 새해가 눈앞이다. 부질없더라도 동산 집에 새 달력을 걸자. 삶이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력2〉 중에서\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글의 첫 낱말은 신의 선물이라 했다. 수필을 쓰면서 그 첫 낱말에 환호해 무릎을 쳐 본 작가라면 공감하리라 믿는다. 한 단락씩만 인용한다. 당장 내 수필에 차원변이 같은 어떤 큰 변화가 온 것은 아니다. 힘들어도 내게 뿌리칠 수 없는 따뜻한 손길이 와 닿고 있음을 느낀다. 언젠가 썩 달라진 내 수필과 마주할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눈앞으로 정인처럼 당도하기를 기다리고 싶다. 나는 아직 좋은 수필에 목마르다.","brand":"My Store","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48979088015612,"sku":"9788958244073","price":14.61,"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88958244073.jpg?v=1776333179","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88958244073","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