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88959594801","title":"아담의 눈물","description":"이동환 장편소설 『아담의 눈물』. 아내가 떠났다. 텅 빈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음습한 공기가 잔인하리만치 울대뼈를 짓눌렀다. 온기야 기대하지 않았지만 정떨어질 만큼 뚝뚝하고 구리터분한 냄새가 사정없이 코끝을 강타했다. 현관 등을 켜면 보를 씌운 에어컨이 거실 끝에 길장승인 양 떡 하니, 선뜩한 낯빛으로 위세를 드러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u003cbr\u003e\n\u003cbr\u003e\n아내가 있을 때는 상상도 못 할 꼴이었다. 냄새에 민감한 아내는 조리할 때마다 한겨울이라도 사방팔방 문 열어놓고 환기를 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거실은 물론 방마다 편백 기름으로 직접 만든 향초를 켜놓았다. 평상시에도, 말려서 가루로 낸 편백 열매와 이파리를 망사 주머니에 넣어 여기저기 보물찾기처럼 박아두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u003cbr\u003e\n\u003cbr\u003e\n집안에 들어서면 으늑한 냄새가 코끝으로 늘 감돌았다. 온 집안에 일상처럼 부드럽게 번지던 기분 좋은 향내는 아내가 떠난 뒤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내 집이 아니었다. 내 명의지만 이 집 주인은 아내였다. 아내 숨소리와 손길에만 익숙한 집. 제 주인 앞에서만 꼬리 치며 애교 떠는 애완동물도 이 정도는 아닐 터. 그렇지 않고서야 나 또한 이 집 식구가 분명한데 이렇게까지 매몰차게 내몰 리 없다. 아내가 사라지자 내 존재가치도 사라져버렸다. 이 집은 주인 잃고 넋 놓은 충견이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u003cbr\u003e\n\u003cbr\u003e\n식음을 전폐하는 개도 있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한사코 내 출입을 불편해했고 눈 마주치기를 거부했다. 이제 집안 어디에도 아내 웃음소리는커녕 그림자조차 남지 않았다. 첫눈에 홀려 가슴놀이가 두방망이질 치던 순간부터 함께한 삼십 년 세월 또한 고스러졌다. 명치끝을 훔파며 아무리 도리질 쳐봤댔자 아내 떠난 집구석은 얼음장일 뿐이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u003cbr\u003e\n\u003cbr\u003e\n뭐가 그리 급했는지, 무에 그리 서운했는지, 아내는 살내마저 남기지 않았다. 술에 취해 아무 데나 고꾸라지면 악몽이 숨통을 조였다. 잠자리에 드는 일이 두려워졌다. 술기운을 빌리지 못한 날은 거의 뜬눈으로 뒤척이다 해를 맞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뼈마디마다 고삭을 판이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u003cbr\u003e\n\u003cbr\u003e\n희붐한 어둑새벽이 창가를 기웃거릴 때면 무섬증 같은 적막감이 엄습했다. 눈뜰 때마다 이젠 받아들여야지 하면서도 날이 갈수록 믿어지지 않는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오늘이 12월 1일. 벌써 사십구 일째다(본문 [프롤로그] 중에서).","brand":"My Store","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48963949428988,"sku":"9788959594801","price":13.48,"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88959594801.jpg?v=1776045529","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88959594801","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