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88966552054","title":"귀가 된 그릇","description":"살아 있는 사물\u003cbr\u003e\n김환중 시인의 『귀가 된 그릇』은 우리 주위에 아무렇지 않게 존재하는 사물들에 대한 묘사로 가득 차 있다. 문학평론가 장은영은 시집의 해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김환중은 사물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경이로움에 주목하면서 자신의 시가 그것을 표현하는 말임을 선언한 시인이다.\" 좀 더 나아가 \"자신의 주인이자 세계의 주인이었던 인간을 벗어나기 위해 자연의 리듬과 문법을 상상하고 사물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사물의 편에서 시를\" 쓴다고 했는데, 확실히 김환중 시인의 사물을 느끼는 감각은 독특한 점이 있다. 김환중 시인에게 사물과 사물, 사물과 자연은 직접 교유한다. 일단 표제작인 「귀가 된 그릇」이 그렇다. 비록 \"냄비며 양푼\/ 굴러다니던 빈 깡통\"을 내놓은 것은 인간이지만 그 그릇들과 쏟아지는 비는 인간과는 다른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우리가 내뱉지 못한 것들이\u003cbr\u003e\n비로 쏟아질 때\u003cbr\u003e\n심술부리던 바람이\u003cbr\u003e\n양철 지붕과 합주를 합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비가 그치고\u003cbr\u003e\n그릇 속에는 소리의 뼈만 남았습니다 \u003cbr\u003e\n작은 파문 하나가 당신 이름처럼 맴돌고\u003cbr\u003e\n_「귀가 된 그릇」 부분\u003cbr\u003e\n\u003cbr\u003e\n쏟아지는 비는 \"우리가 내뱉지 못하는 것들\"이며, 내뱉을 수도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비는 \"양철 지붕과 합주\"를 한다. 그 합주 소리는 비의 흐름을 타고 와 \"그릇 속에는 소리의 뼈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는 '쏟아지는 비'와 \"양철 지붕\"이 만나 생성된 소리지만 최종적으로는 그릇이 귀가 되어 그것을 다 담음으로써 지금껏 없던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심지어 인간의 언어조차도 사물에 의탁한다고 말하고 있다. 말과 사물의 관계는 오랜 철학의 주제이지만 김환중 시인은 인간의 말이 점점 사라져 가는(\"자꾸 말을 잃어간다\") 현실에서 말들이 \"피난처 같은 항아리에\" \"숨는다\"고 말한다. 숨은 말들은 그러나 \"울음 같은 진동\"으로 퍼질 뿐 새로운 말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형국이다. 다만 '잃어버린 말'들의 \"그림자는 살아 있다\".(이상, 「잃어버린 말의 몸매와 닮아 있어서」) 지금 김환중 시인에게는 '잃어버린 말'을 잠시 숨겨둘 수 있는 사물, \"항아리\"에 자신의 존재를 의탁하고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김환중 시인에 사물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다음 시를 보자.\u003cbr\u003e\n\u003cbr\u003e\n마당 귀퉁이에 기대 선 빗자루는\u003cbr\u003e\n관념의 잡초를 쓸어내듯\u003cbr\u003e\n바닥의 얼룩을 밀어내고\u003cbr\u003e\n흔들리는 솔잎들이\u003cbr\u003e\n생각을 흩뿌려\u003cbr\u003e\n다시 길을 만들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어두운 방 안 스탠드 램프는\u003cbr\u003e\n자신의 그림자를 먼저 밖으로 보내며\u003cbr\u003e\n어둠의 모서리를 더듬었다\u003cbr\u003e\n_「동사로 살아가는」 부분\u003cbr\u003e\n  \u003cbr\u003e\n여기서 \"빗자루\"나 \"스탠드 램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인용되지 않은 1연과 2연에서는 \"낡은 우산 한 자루\"와 \"먼지 쌓인 바퀴 하나\"가 등장한다. 이 사물들은 스스로 운동을 한다. 그 운동이 인용된 3연과 4연에 와서는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한다. \"다시 길을\" 만들고, \"어둠의 모서리를 더듬\"는다. 4연 마지막 행에 가서는 급기야 \"나에게 빛을 뿌리고\" 있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렇게 김환중 시인이 사물들에게 자신의 언어를 의탁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존재(sein)를 느끼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brand":"Bookstore 12","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67716139090172,"sku":"9788966552054","price":13.48,"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88966552054.jpg?v=1792056547","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88966552054","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