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88966552061","title":"시월(2판)(삶창시선 41)","description":"\"고봉밥 한 그릇이 간절했을 뿐\"인\u003cbr\u003e\n영천 농민들의 시월항쟁\u003cbr\u003e\n시월 영천을 여기에 되살리는 격정의 진혼가\u003cbr\u003e\n\"논과 밭을 경전으로 삼아\"(「나의 경전」) 살아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농민 시인 이중기. 그가 6년만에 시집 『시월』을 펴냈다. 질박한 사투리와 섬세한 시의 언어를 접목하는 언어의 조탁이 뛰어난 이중기 시인은 이 시집에서 그만의 시세계를 확고하게 드러낸다.\u003cbr\u003e\n이 시집은 제주4·3과 거창양민학살의 도화선이었던 1946년 대구10월항쟁의 전말을 영천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고봉밥 한 그릇이 간절했을 뿐\"인 양민들은 \"무슨 원대한 포부가 있어\/ 피를 뿌린\" 게 아니라, 역사의 한 상황에 엮여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다 죽어갔다. 이중기 시인은 그 원통함을 지극한 연민으로 붙안아 다독인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이중기 시인은 10항쟁의 주체는 농민들이었고 그 불씨는 '쌀'이었음을 강조한다. 10항쟁은 미군정과 친일 관료들의 착취에 대한 저항으로 일어났다. 그 결과 수많은 농민들이 빨치산으로 몰렸고, 국민보도연맹원이란 이름으로 국가 폭력이 자행됐다. 이중기 시인은 오랫동안 관련 자료를 모아왔다. 시집 후기에서 시인은 90년대 중반부터 글을 쓰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영천의 각 마을을 돌며 노인들을 만나 취재를 하기도 하고, 참고 자료를 뒤적이면서 이 방대한 장시를 완성했다. 끈기 있게 역사의 흔적을 뒤적이고, 아픔과 슬픔을 공감하면서 온몸으로 써 내려간 연작 장편서사시인 것이다.\u003cbr\u003e\n『시월』은 영천 시월의 비극적인 상황을 시인 특유의 단도직입적인 어투로 쏟아낸다. 도입부에 이어 시인은 영천의 식량 수탈 과정이 그려내고, 그에 대한 양민들의 저항을 두드러지게 묘사한다. 그리하여 「진혼가」라는 시에서 10월항쟁의 와중에 유명을 달리한 영혼들을 일일이 불러낸다.\u003cbr\u003e\n\u003cbr\u003e\n나락 베다 끌려간 젊은 아버지가 오신다\u003cbr\u003e\n열 남매 어미가 절룩절룩 돌아온다\u003cbr\u003e\n혼인날 아침 끌려간 더벅머리 육손이도 있다\u003cbr\u003e\n낫 갈다 말고 집 나간 막내아들이 온다\u003cbr\u003e\n칙간에 앉았다가 머리채 잡혀 나간 아낙이 보인다\u003cbr\u003e\n씹던 보리밥 뱉으며 자빠지던 아이도 있구나\u003cbr\u003e\n귀싸대기 몇 대에 반역 덮어쓴 어리보기가 온다\u003cbr\u003e\n밥 한 그릇에 환장하던 징용 노동자 봐라\u003cbr\u003e\n세상 한번 갈아엎고 싶었던 장부도 있다\u003cbr\u003e\n엿목판 목에 걸고 쓴물 삼킨 늙은이도 섞였다\u003cbr\u003e\n피 묻은 무명 저고리 벗어던지지 못한\u003cbr\u003e\n배고픈 넋들\u003cbr\u003e\n술 한잔,\u003cbr\u003e\n곡소리 한 상 받아보지 못한\u003cbr\u003e\n저 초라한 넋들\u003cbr\u003e\n\u003cbr\u003e\n이들의 원통한 죽음을 위무하면서 시인은 진혼가 한 가락을 절절히 읊조린다.\u003cbr\u003e\n\u003cbr\u003e\n보인다\u003cbr\u003e\n그들 뒷모습이 보인다\u003cbr\u003e\n백이다 오백이다 천도 넘는다\u003cbr\u003e\n얼굴 흐릿한 모습으로 쭈뼛쭈뼛 돌아와 서성대는\u003cbr\u003e\n가죽 풍구 소작인에 머슴들이 보인다\u003cbr\u003e\n기룡산 보현산 운주산 채약산 골짜기 떠돌며\u003cbr\u003e\n새 세상 꿈꾸던 젊은 농사꾼들이 돌아온다\u003cbr\u003e\n엎어지고 자빠진 채 세월의 평토장으로 묻혀 버린\u003cbr\u003e\n그이들 돌아와 인간의 마을을 내려다본다\u003cbr\u003e\n목구멍에 거미줄 안 걸린 날 며칠이었겠는가\u003cbr\u003e\n무슨 원대한 포부가 있어\u003cbr\u003e\n피 뿌려서라도 쟁취할 그 무엇 없었다\u003cbr\u003e\n다만 고봉밥 한 그릇이 간절했을 뿐이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장강처럼 굽이치는 격정의 언어들은 시월의 영천을 비탄과 울분으로 떠올리면서, 영천에서 농민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그 어쩔 수 없는 원죄 의식과 업을 되새김질하는 것이다. 꿀림 없이 당당한 어조로 우리 민족사의 한 비극적인 상황을 가열차게 드러낸 기념비적인 시집이 아닐 수 없다.\u003cbr\u003e\n이중기 시인은 최근 화재로 인해 서재가 몽땅 타버리는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10월항쟁 관련 자료들은 물론이고, 이 시집의 초고도 불에 타 재로 변했다. 그런 가운데 이 시집 『시월』을 건지게 된 것은 우리 문학사의 행운이라 할 만하다.","brand":"Bookstore 12","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67856230744316,"sku":"9788966552061","price":13.48,"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88966552061.jpg?v=1792660911","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88966552061","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