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24065495","title":"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난다시편 9)","description":"\"울지 마, 우리는 동무잖아\"\u003cbr\u003e\n이 지구에 더는 없는 목소리의 유랑인 허수경의 마지막, 유고 시집\u003cbr\u003e\n『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 출간\u003cbr\u003e\n\u003cbr\u003e\n나는 그대가 먼저 간 길을 아주 오래 보다가\u003cbr\u003e\n이렇게 쓸지도 몰라\u003cbr\u003e\n저녁은 갑자기 오더니 어둠은 천천히 오시네, 라고\u003cbr\u003e\n떠난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착각하며 하루를 보냈다, 라고\u003cbr\u003e\n오래된 시간의 영혼을 노래하는 시인이자 한국 서정시의 독보적인 존재 허수경.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하고 『혼자 가는 먼 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등을 펴내며,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한 그의 유고 시집 『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이 난다시편 9번으로 출간된다. 2018년 시인이 세상을 떠나고 8년. 6월 9일 시인의 생일에 그의 유고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을 내어본다. 그간 오롯했던 시인의 침묵 가운데 들어보게 된 42편의 반가운 시의 메아리다. 시인의 편지를 대신하여 시인의 산문 세 편을 얹었으며 표제작 「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Should You Go Before Me)」을 소제(Soje)의 번역으로 영문 수록했다. 2018년 이육사문학상 수상 당시, 김민정 시인에게 대독을 부탁한 수상 소감이자 시인이 지상에 친필로 남긴 마지막 시인의 말을 유고 시집의 머리로 삼았다.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한 장 한 장\" 들을 수 있게 된 귀하디귀한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이면서 그가 지상에 남기는 마지막 시집이다.\u003cbr\u003e\n총 3부에 나뉘어 엮인 이번 시집은 그가 번호를 매겨둔 시의 순서를 유언으로 알고 따르는 데서 편집의 기본 방향을 삼았다. 1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던 그 첫번째 시 「공항에서」의 마지막 구절이라 하면 \"나는 이 세상 속, 어떤 예쁜 사람이 되어 사라져간다\"인데 어쩔 수 없이 시인의 마음속으로 기어들어가 웅크리게 되는 우리를 맞닥뜨리게도 된다. \"당신의 얼굴은 떠오르지 않고\/목소리도 마치 전생의 무늬 같다\/취기만이 당신인 것처럼 곁에 앉았는데\/많이 잘해주지 못해서 마음은 비었고\/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손도 비었다\/꼭 내가 당신을 배반한 것 같다\"(「공항에서」) \"그녀의 시를 들으면 다시 슬퍼져 도통 바깥으로 나가지 못할 것 같아\"서. 그는 죽은 사람일까, 떠난 사람일까. 어느 하루쯤은 \"떠난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착각\"할 것이 아니라 죽은 사람을 떠난 사람으로 착각하며 하루를 보내도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시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인의 생일에 선을 보이게 된 이 유고 시집을 필두로 올 10월 3일 시인의 기일에는 그의 고향 어딘가에 허수경 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이제야말로 온전히 그를 쉬게 해줄 때가 아닌가 해서다. 평생 나무 곁에 살던 그였으니 이제 나무로 다시 태어나야 할 그가 아닌가 해서다. \"뭔가 다 나간 자리에도 남아 있는 것은 언제나 있었다\/몰랐을 뿐이었다\/\/새들은 오늘 눈으로 목을 축이다가\/아직 가지를 덮어주고 있는 푸른 나무 속으로 깃들어서는\/따뜻하고 견고한 알을 낳을 것이다\"(「종이 눈꽃」)\u003cbr\u003e\n\u003cbr\u003e\n시를 쓰는 삼엄함 속에\u003cbr\u003e\n지구 반 바퀴를 돌아 외국에서 살면서 공부하고 시를 썼습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즐거움 속에서 벗들을 만나고 시를 나누었습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다시 태어나도 시를 쓸 것인가?\"\u003cbr\u003e\n\u003cbr\u003e\n이 모든 시간을 다 합하여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u003cbr\u003e\n\u003cbr\u003e\n\"예!\"\u003cbr\u003e\n\u003cbr\u003e\n하고 저는 답할 것입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2018년 6월 28일 허수경\u003cbr\u003e\n\u003cbr\u003e\n_시인의 말 전문\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박하의 나날이었네, 그렇지 않았니?\"(「박하의 나날」) 봄 가고, 여름 오더니, \"나는 나에게 물어본다\". 진주라는 곳.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곳. 눈물 많은 시인이 있던 곳, 빛 많은 사람이 있는 곳, 그 안에 작은 서점 하나 사람을 모으는 집을 짓는 곳. 시인은 독일에서 대륙 두 개를 넘어 어스름한 빛 하나 작은 집을 내 마음에 짓는 그곳을 생각한다. \"오 진주라는 곳\"(「진주라는 곳」). \"방을 보았니?\/텅 빈 햇살 안에 열린 잠든 방을 보았니?\/그 방안에 푸른 우물이 하나 있지?\"(「푸른 계절이 왔네」) 푸른 아이들이 부르는 즐거운 노래, 푸른 아이들이 즐기는 그리운 시절, 사랑이 먼 휴식을 취할 때 고단했던 몸도 푸르러지고 만취의 햇살이 사과나무의 방을 빼곡히 채울 계절을 뒤로 하고. 아직 오지 않는 말을 향하여 이미 왔던 말들이 창밖의 바람을 흔들고 있다.(「시 번역」) 그 바람 속에는 무엇이 있었나 화자는 묻는다. \u003cbr\u003e\n\"저렇게 푸르고 붉은 채소와 과일 사이에서\/고등어만 바라보고 있는 쓴 나날 같아요\/질긴 소금의 살 속에 들어가 울고 있는 햇살 같아요\"(「간 고등어」)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새가 있다면, 아주 조금 먹고 길게 우는 새일 테고.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바람이 있다면, 그 바람 속에서 날려가는 우산은 가벼운 우산일 테지. 잠드는 해도 잎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면,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당신이 있다면.(「잎새라는 이름」). \"그대\"를 먼저 보낸 \"나\"는 이야기한다. 그대가 내 옆에 있을 때 우리가 했던 모든 착각 그리고 착란만은 우리의 것이었다고.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힌 과일가게 앞에서 백 년 전에 사랑에 빠졌던 어느 시인의 시를 생각하며 우리는 장님이 되었노라고. 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 나는 그대의 무엇을 가장 마지막까지 쓸까. 우리는 우리의 심장을 보낸 적도 있었다고, 그림들 속에 숨겨진 웃음과 울음은 서로 안아주었다고. 우리는 사람, 이라는 단수가 되고 싶었으나, 우리는 사람들, 이라는 복수였다고. 오늘 적었던 연가를 내일 읽으면 얼굴을 붉어지겠지. 그러니 \"나\"는 아주 마지막 날에 이 연가를 써야겠다고 나지막이 말한다. \"쉿, 아직 봄이 오지 않았어요 깨어나지 마세요 이 세기에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할 때 사랑을 지켜주던 신은 도둑을 지켜주던 신이라는 거, 잊지 마세요\"(「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u003cbr\u003e\n\u003cbr\u003e\n상냥한 벗인 취기에게 말한다\u003cbr\u003e\n사랑하는 사람아, 당신을 기다리면서 물들면서\u003cbr\u003e\n나는 이 세상 속, 어떤 예쁜 사람이 되어\u003cbr\u003e\n사라져간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시인 허수경은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간절한 한 사람의 시간을 붙들고 있는 것, 그 시간을 공감하는 것, 그것이 시를 쓰는 마음이라 여겼다. 시를 쓰는 순간 그 자체가 가진 힘으로 살아가던 그에게는 \"젊은 시인들과 젊은 노점상들과 젊은 노동자들에게 아부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소망이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u003cbr\u003e\n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그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얻어놓고 유랑을 하는 것처럼 독일에서 살면서 공부했고, 여름방학이면 그 방마저 독일에 두고 오리엔트로 발굴을 하러 가기도 했다. 발굴장의 숙소는 텐트이거나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임시로 지어진 방이었다. 발굴을 하면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u003cbr\u003e\n서울에서 살 때 두 권의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을 발표했다. 두번째 시집인 『혼자 가는 먼 집』의 제목을 정할 때 그것이 시인에게는 어쩌면 '나'라는 자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독일에서 살면서 세번째 시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내었을 때 이미 허수경은 참 많은 폐허 도시를 보고 난 뒤였다. 그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했다. 물질이든 생명이든 유한한 주기를 살다가 사라져갈 때 그들의 영혼은 어디인가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u003cbr\u003e\n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공부하기를 멈추고 글쓰기로 돌아왔다. 그뒤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길모퉁이의 중국식당』 『모래도시를 찾아서』, 장편소설 『모래도시』 『아틀란티스야, 잘 가』 『박하』, 동화책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10월 3일 뮌스터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후 출판사 난다에서 산문집 개정판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원제 『길모퉁이의 중국식당』)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원제 『모래도시를 찾아서』)와 유고 산문집 『가기 전에 쓰는 글들』 『오늘의 착각』 『나는 사랑을 너에게서 배웠는데』가 출간됐다.\u003cbr\u003e\n\u003cbr\u003e\n한때 나는 당신의 시가 아니라 당신을 잘 전달하고 싶었다\u003cbr\u003e\n쉼표를 찍을 때마다 칼처럼 돋아드는 숨표를\u003cbr\u003e\n숨표 밑을 지나간 빛이 갈고 있는 모서리를\u003cbr\u003e\n정갈한 우물에 내리던 꽃잎들과 고사리밭에서 푸르러지던 별들을\u003cbr\u003e\n전쟁을 죽음을 당신이 시도했던 살인을\u003cbr\u003e\n그 밤들을 정신병원의 오후 창밖의 햇빛들을\u003cbr\u003e\n\u003cbr\u003e\n한때 이국의 시어들은 겉돌았고\u003cbr\u003e\n아직 오지 않는 말을 향하여\u003cbr\u003e\n이미 왔던 말들이 창밖의 바람을 흔들었다\u003cbr\u003e\n그 바람 속에는 무엇이 있었나\u003cbr\u003e\n_「시 번역」 부분","brand":"Bookstore 12","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49170932171004,"sku":"9791124065495","price":14.61,"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24065495.jpg?v=1780857219","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24065495","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