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24065730","title":"웃는 흉터(시의적절 32)","description":"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그 여덟번째 이야기!\u003cbr\u003e\n\u003cbr\u003e\n시인 김보나가 매일매일 그러모은\u003cbr\u003e\n8월의, 8월에 의한, 8월을 위한\u003cbr\u003e\n단 한 권의 읽을거리\u003cbr\u003e\n\u003cbr\u003e\n나는 목에 남은 자국을 '웃는 흉터'라고 부른다\u003cbr\u003e\n흉터는 스스로 꿰맬 수 없었던 상처를 남이 여며준 흔적\u003cbr\u003e\n어쩌면 그래서 웃는 모양으로 남는지도 몰라\u003cbr\u003e\n삶에 대고 브이, 하라고\u003cbr\u003e\n2026년의 여덟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8월의 책은 202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김보나의 첫 산문집 『웃는 흉터』이다. \"이야기 구조를 완결되지 않게 하는 진행형의 움직임을 발명\"(홍성희)하며 시를 써온 그가 시와 산문, 편지와 짧은 소설 등으로 8월 한 달을 엮어냈다. 시인에게 8월은 떠났다가 돌아오는 시간. 8월은 다치고 짓무르기 쉬운 계절. 그는 한여름에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다. 병원으로 떠나는 것도 일종의 여행같이 느껴졌다. 짐을 싸고, 낯선 곳에서 밥을 먹고 잠들고, 모르는 사람들과 인사하는 그 모든 과정이(「수박과 소낙비와 참외, 그리고 가장 뜨거운 시절」). 여름은 또한 몸에 새겨진 흉터를 끌어안는 시간이 된다. 흉터는 늘 곡선으로 피부에 새겨진다. 흉터는 스스로 꿰맬 수 없던 상처를 남이 여며준 흔적. 거울 앞에 선다. 시선을 내리면 호를 그린 무늬가 보인다. 어느 강의 물줄기를 뚝 떼오면 꼭 그런 모습으로 흐를 것도 같다. 시인은 고개를 들고, 흘러가는, 번뜩이는 물줄기를 찾는다. 뭔가 반짝이고 있을 거야. 쏟아지는 빛이 반사되는 눈부신 표면. 흘러가는 희끄무레한 선을 찾아. 봐, 강이야. 사위가 어둑해질 무렵, 땅거미가 진 뒤를 골라 느지막이, 북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밤의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첫 시집의 원고 대다수도 그곳에서 고쳤다. 시는 강의 시원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곳에선 목소리들도 갑자기 시작되고 나타난다. 중얼거리고 사각거리다 문득 고개를 들면, 아주 많은 손님을 태운 열차가 창에 불을 켜고 지나가고 있다. 어둠 속을 흘러간다. 열차 열 량이 지나가는 시간은 십 초에서 십오 초 남짓. \"내 시집에서 여러 목소리가 들린다면 그것은 강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썼기 때문일 것이다.\"(「나의 모험 일지」)\u003cbr\u003e\n시인의 아버지가 사오는 과일은 대체로 무르고 상처 입은 것들이었다. 포도, 바나나, 자두, 아보카도, 복숭아. 하루를 견딘 것들. 시장을 지나던 온갖 사람들의 눈길과 먼지와 매연을 감당한 과일들은 까만 봉투에 담겨 털레털레 왔다. 시인은 액체에 가까워진 망고를 우물거리다가 생각했다. 세상에는 늘 상한 과일만 사는 이상한 사람이 있다고, 그게 우리 아빠라고. 제값 주고 사기엔 너무 아깝지만 그래도 빛과 향이 고와서,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서 발길을 멈추는, 봉투를 흔들며 걷느라 더 망그러지는 과일을 사오는 물컹이고 이상한 마음이 있다고(22일 산문). 그리고 내 몸에 있는 흉터는 잘 익은, 완숙한 과일처럼 자꾸 벌어지려는 상처의 자국. 옥수수와 여름 과일들이 한창 무르익는 여름, 그런 여름에 기억을 지키며 둥글게 살이 차오른 과일을 떠올린다. 발 뻗고 자는 쪽의 사람들과 나누어 먹고 싶다고 여기며. \u003cbr\u003e\n\u003cbr\u003e\n우리는 이제 록 페스티벌에 와서 방방 뛰어다닌다\u003cbr\u003e\n내가 밟은 그림자가 누구의 것인지 모르겠다\u003cbr\u003e\n기억에 남는 건 노래뿐이야\u003cbr\u003e\n너랑 노래 부르는 순간은 다 좋았어\u003cbr\u003e\n\u003cbr\u003e\n시인의 여름은, 또다른 세계를 여는 계절이다. 그의 8월은 무엇보다도, 록 페스티벌의 시간. 땡볕을 견디며, 잠시 부는 바람에 의지해 무대를 기다리다가 쿵! 하는 드럼 소리에 벌떡 일어나는 시간. 누군가 불어 보낸 반짝이는 비눗방울에 홀려, 쿵쿵대는 음악에 자기 자신을 내던지는 기분(작가의 말). 돗자리와 의자가 있어도 우린 아마 쭉 서 있을 거야. 무대의 시작부터, 무대가 끝날 때까지. 내가 사랑하는 밴드가 펜타포트 헤드라이너로 선다는 소문이 있다. 엄청 일찍 가야 무대 앞을 차지할 수 있다. 가장 가까이에서 당신들을 보고 듣기 위하여. 한 모금 혀에 닿기만 해도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얼음물 여러 병, 넥 쿨러…… 뭔가 사고, 넣고, 빼는 사이 록 페스티벌이 다가온다(1일 산문). 가슴을 뛰게 하는 사람들. 심장이 빠르게 뛰면 좋은가? 달릴 때도 그렇지 않나? 그럼 록은 건강에 좋은 것. 기타와 드럼이 심장을 주물렀다. 하루종일 서 있던 사람들이랑 같이 뛰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는 쏟아지는 빛과 음악을 받으며 생각했다. 한 밴드를 오래 좋아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어떤 노래는 십대에 들었고 어떤 노래는 이십대에 들었다. 한 곡 한 곡 들을 때마다 머릿속에 장면들이 스쳐지났다. 시인은 땀범벅이 된 채 생각했다. 이 밴드가 너무 좋다고, 앞으로도 평생을 맡기고 싶다고(「나의 영원한 헤드라이너」).\u003cbr\u003e\n이상했다. 더운 여름, 오래된 선풍기 하나뿐인 방에서 기타를 연주하면서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다섯 번 중에 한 번쯤, 어려운 F 코드를 정확하게 칠 때나 \"너 열심히 하더라\" 같은 말을 들을 때면 가슴이 부풀었다. 아린 손목을 주무르며 생각했다. '이 여름이 지나면 나는 조금 달라져 있을 것 같아. 잘은 모르지만 아마 근사한 쪽일 것 같아.' 시인은 때로 권태롭고 일에 대충 임하고 싶어지면, 기타를 연주하는 척 자세를 잡는다. 그렇게 상상 속에서 연주할 때면, 맹렬하게 우는 매미 소리에 섞인 기타 선율이, 뒤뜰의 녹음 아래 모인 학생과 선생님이 따라 부르던 노래가 한줄기 바람에 실려 들려오는 것 같다. 그해 여름이 지나고서 알았다. 힘써 노력하는 아픔과 기쁨은 내 삶의 음표가 되어, 어른이 되어도 흔들리는 나를 지탱해준다는 걸(「삶의 음표」). \"심장에선 '파' 음이 난다. 누군가 당신 심장을 두드리면 심장이 파파파 운다. 누군가 당신 심장에 들어오면 심장이 파파파 노래한다.\"(17일 산문)\u003cbr\u003e\n\u003cbr\u003e\n엄마가 찍어준 사진 속에 나는 있다\u003cbr\u003e\n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볼 때 \u003cbr\u003e\n나는 다시 몸에 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그때의 내 눈은 무딘 거울이 되어 주변을 무감하게 비추고 있다. 멍하게 있다가 간호사와 보호자에게 아픔을 설명할 때만 나는 잠시 있다. 마약성 진통제에 거부 반응을 일으켜 오한과 구토감이 솟구칠 때 나는 몸에 있다. 진통제가 캐시미어처럼 부드럽게 찾아들 때 나는 없다. 메시지에 답하려 어렵게 문장을 쓸 때, 염려하는 사람의 마음에 응하려 할 때 나는 있다. 삶이 내게서 자꾸 무엇인가를 앗아간다. 장장 다섯 시간의 수술과 마취로부터의 깨어남 속에 나는 있다. 기억은 없다. 그럼 나는 정말 있던 걸까? ……삶을 포기해선 안 돼. 시를 포기하면 안 돼.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볼 때 나는 다시 몸에 있다.\"(28일 산문) 모르는 새 몸에 세든 것들을 견디며 '있다'는 감각을 통과한 시인은 제 몸이 공간이라면, 상상한다. 내 몸이 신전이라면 사람들이 바친 기도와 주문과 눈물이 매일 조용히 쌓이는 곳. 어머니는 초를 밝히고 혹은 출퇴근을 하면서 시인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기도가 필요한 사람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무릎이 꺾이는 순간이면 그 말이 떠올랐다. 절망과 분노와 슬픔을 느낄 때 그의 몸은 얼음 호수가 된다. 이따금 흐르는 강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가끔 울고 간다. 떨구어진 눈물은 안개가 되어 시야가 뿌예진다(「식은 몸들이 환하게 불 피울 때」). 그럴 때 내가 한 것은 고작 마루에서 몇 발자국 떼어 싱크대 앞에 선 엄마에게 다가간 것. 시인은 양손을 뻗었다. 울음으로 흔들리는 몸을 안았다. 어쩌면 우리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는 때는 꼭 두 번일지도 모르겠다. 다툴 때 그리고 사랑할 때(26일 산문).\u003cbr\u003e\n시인의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은 오토바이 사고로 생긴 흉터를 '하느님의 입맞춤'이라고 말해주었다. 선생님의 말대로, '흉터'라는 이름을 다르게 부르기 시작하자 많은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상처 입은 사람에서 사랑받는 사람, 불행을 겪은 사람에서 선택받은 사람이 되는 것. 단어를 바꾸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기적이 찾아들었다. \"보나군. 글쓰기를 좋아하니? 저번에 쓴 독후감이 재밌어서, 선생님도 그 책을 찾아 읽었단다.\" 시인은 그렇게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 할 이유를 찾게 되었다. 그의 글을 인상 깊게 읽은 독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백일장에서 입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기를 위로하기 위해서만도 아니다. 자신과 비슷한 글을 기다리고 있는 어떤 사람을 만나기 위해 어떤 글은 쓰여진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하느님의 입맞춤」). 그간 심해에 가라앉게 둔 기억들이 숨을 쉬려고 자꾸 수면 밖으로 나와 뻐끔댔다. 시인은 그 이야기들이 깊은 바다에서 고래처럼 솟구치길 바랐다. 번뜩이는 어두운 생물들을 보며 '아팠겠구나' 대신 '이 사람도 그랬구나'라고 생각할 사람들을 상상했다. 어떤 노래가 들리든 낯선 사람들과 함께 뛰고 싶었다. 록 페스티벌에서만 가능한 마법처럼. 왜 시작했는지도 어떻게 끝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는 여전히 글을 쓴다. 삶이 그렇듯 글쓰기 역시 그 주인이 예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끝날 때가 많다는 것을 믿으면서(「보나에게」). \u003cbr\u003e\n\u003cbr\u003e\n그때 너한테 인사하길 잘했어\u003cbr\u003e\n나는 너를 만나서 나의 손이 \u003cbr\u003e\n사람을 만나면 인사하는 손이란 걸 알았어\u003cbr\u003e\n어린 고양이의 털을 어루만지는 손이고\u003cbr\u003e\n뜨거운 눈물을 훔치는 손이야\u003cbr\u003e\n차가워진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 손이야\u003cbr\u003e\n나는 알아\u003cbr\u003e\n내게서 여름을 지우면 \u003cbr\u003e\n발 뻗고 잠들 해변조차 사라진다는 거\u003cbr\u003e\n\u003cbr\u003e\n이제 그때 조금 남았던 부서진 영혼을 놓아줄래\u003cbr\u003e\n꼭 쥐었던 주먹을 펴면\u003cbr\u003e\n복숭아 한 알\u003cbr\u003e\n살갗이 다 익을 만큼 달콤한 여름\u003cbr\u003e\n_8월 10일 「준June」 부분","brand":"Bookstore 12","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50734601470204,"sku":"9791124065730","price":20.22,"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24065730.jpg?v=1785318035","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24065730","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