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24702093","title":"하늘로 걸어가는 물","description":"오이와 시를 함께 재배하는 농부 시인 차창호 - 배추·고구마·꽃다지·물에서 길어 올린 생과 죽음, 사랑과 순환의 시 55편\u003cbr\u003e\n차창호 시인의 신작 시집 『하늘로 걸어가는 물』이 출간되었다. 춘천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써 온 차창호는 2002년 동시 「된장이야기」로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2005년 시 「언 땅이 풀릴 때」로 유심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등단 직후 아버지의 투병을 계기로 전업 농부의 길에 들어선 그는 지금도 춘천에서 오이와 시를 함께 재배하며 살아가고 있다.\u003cbr\u003e\n이번 시집에는 「꽃다지 전보」, 「서리태 출사표」, 「늙은 농부의 노래」, 「솜이불」, 「하늘에게 말을 걸다」, 표제작 「하늘로 걸어가는 물」 등 55편이 4부에 나뉘어 실렸다. 밭과 농작물, 물과 나무, 새와 구름, 먼저 떠난 가족의 기억이 한 권 안에서 서로 이어지며, 생과 죽음을 갈라놓기보다 하나의 순환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세계를 보여 준다.\u003cbr\u003e\n밭에서 시작되는 시학 - 농사는 삶의 방식이자 세계를 읽는 방법\u003cbr\u003e\n차창호의 시가 오래 서 있는 곳은 밭이다. 배추와 꽃다지, 서리태, 고구마, 호박, 무, 구절초가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그것들은 농촌의 정취를 꾸미는 장식이 아니다. 시집 해설을 쓴 전윤호 시인의 표현처럼 이 사물들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인식기관'에 가깝다. 농부가 흙의 상태를 손으로 짚고 계절을 몸으로 알아차리듯, 시인은 사물을 통해 삶의 속살을 읽는다.\u003cbr\u003e\n「배추 2」에서 밭의 무와 배추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이 되고, 「서리태 출사표」에서 된서리를 맞고 맷돌에 갈리며 뜨거운 가마에 들어가는 콩은 다른 생명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존재가 된다. 「뒷밭」의 배추밭에서는 한 포기 생명이 소금에 절여지고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통해 삶과 죽음이 한 몸처럼 겹쳐진다. 농사는 차창호에게 소재이기 전에 존재의 이치를 몸으로 배우는 일이다.\u003cbr\u003e\n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른 생명으로 옮겨 가는 과정\u003cbr\u003e\n『하늘로 걸어가는 물』의 또 하나의 중심에는 죽음이 있다. 아버지와 누이, 먼저 떠난 이웃과 동물, 식물의 죽음이 시집 곳곳에 등장한다. 그러나 이 시집에서 죽음은 사라짐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죽음에 관한 한 생각 1」과 「죽음에 관한 한 생각 2」에서 죽음은 누이와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을 얻고, 다시 그 얼굴들은 죽음 속에서 되돌아온다. 부재와 현존이 한 문장 안에서 서로 자리를 바꾼다.\u003cbr\u003e\n「구절초」에서는 말린 꽃에 뜨거운 물을 붓자 죽었던 빛깔과 향기가 다시 살아나고, 「솜이불」에서는 누이의 죽음 뒤 어머니가 뜯고 말리고 다시 꿰맨 이불이 겨울을 따뜻하게 덮는 존재가 된다. 죽음은 검은 장막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는 사건이다. 해마다 씨앗을 묻고 작물을 거두며 겨울과 봄을 반복해서 경험해 온 농부의 감각이 이 시집의 독특한 죽음관을 만든다.\u003cbr\u003e\n말하지 않는 것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u003cbr\u003e\n시집의 첫 작품 「꽃다지 전보」에서 눈 녹는 밭의 꽃다지는 '불립문자 전보'를 펼친다. 문자는 없지만 꽃이 피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하늘에게 말을 걸다」에서도 하늘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시인은 마침내 햇빛이 수없이 반짝거리는 음성으로 내려오고 있었음을 알아차린다. 꽃은 빛깔과 향기로, 하늘은 햇빛으로 말을 건넨다.\u003cbr\u003e\n전윤호 시인은 차창호의 시를 두고 시인이란 특별한 언어를 많이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말을 듣는 사람에 가깝다고 해설한다. 전작 『아버지의 꽃말』에서 말을 잃은 아버지의 침묵을 자연의 언어로 번역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청취의 대상이 꽃과 나무, 물과 구름, 죽음에까지 넓어진다. 한 사람의 침묵을 듣던 귀가 세계 전체의 침묵을 향해 열린 셈이다.\u003cbr\u003e\n가난과 가족의 기억을 사물에 맡기는 시\u003cbr\u003e\n차창호의 시에서 그리움은 추상적인 감정보다 생활의 사물 속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11월, 가을을 밀다」에서 길을 떠났다가 돌아온 화자 앞에는 어머니가 끓여 놓은 배춧국과 열무김치, 식어 버린 밤고구마가 놓여 있다. 어머니는 보이지 않지만 흐리게 풀어진 된장과 배추, 신 김치에는 기다린 사람의 시간이 배어 있다. 시인은 '모성'이나 '그리움'을 설명하기보다 한 그릇의 밥상으로 마음을 보여 준다.\u003cbr\u003e\n「내 눈물 속에서 걸어 나오는 아버지」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먼저 떠난 가족들, 강아지와 병아리, 숲과 나무, 하늘과 별까지 한꺼번에 눈물 속에서 걸어 나온다. 「누이의 그늘」에서는 먼저 간 누이가 봄날 밭에서 땀을 식혀 주는 나무 그늘처럼 돌아온다. 개인의 상실은 자연의 이미지와 만나며 넓어지고, 가족의 기억은 흙과 바람과 그늘 속에 오래 머문다.\u003cbr\u003e\n흙과 하늘 사이, 순환하는 생명의 세계\u003cbr\u003e\n표제작 「하늘로 걸어가는 물」에서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대신 산을 향하고, 마침내 하늘로 돌아간다. 오래전에 죽어 흙에 묻힌 '물의 영혼들'은 꽃의 손을 잡고 다시 올라온다. 죽은 것이 흙이 되고, 흙에서 꽃이 피며, 꽃과 나무가 물을 품고, 물이 다시 하늘로 돌아가는 순환이 짧은 한 편의 시에 응축된다. 이때 하늘은 흙의 반대편에 있는 초월의 장소가 아니라 순환의 한 지점이다.\u003cbr\u003e\n「늙은 농부의 노래」의 화자는 자신의 몸과 정신이 흙이 되어 자식들이 밟고 뛰고, 그 자리에서 풀꽃이 피기를 바란다. 「나의 종교」에서는 씨를 뿌리고 채소와 곡식을 돌보는 농부, 역전 벤치의 노숙인, 시장 좌판의 할머니가 '종교'가 된다. 차창호에게 신성한 것은 높은 곳에 있지 않다. 굽은 손가락과 흙 묻은 손,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이어지는 삶이 곧 하나의 말씀이다.\u003cbr\u003e\n왜 지금 『하늘로 걸어가는 물』인가\u003cbr\u003e\n이 시집은 거대한 관념보다 오래 바라보는 일의 힘을 보여 준다. 배추 한 포기, 식은 고구마 한 알, 작은 꽃 한 송이, 빈집과 들국화 같은 낮고 평범한 것들 앞에서 시인은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 그 사물에 깃든 시간과 노동, 상실과 사랑을 오래 듣는다. 빠르게 소비되는 말들 속에서 『하늘로 걸어가는 물』은 말하지 않는 것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한 생명이 다른 생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천천히 묻는다.\u003cbr\u003e\n시인 최돈선은 차창호를 \"선하고 아름답고 의연한 농부시인\"으로 기억하며 그의 언어가 현실의 노동이자 꿈의 실내악이라고 평한다. 시인 이호준은 배추와 무와 고구마가 시 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며 이 시집을 \"부박한 오늘에게 전하는 온기이며 위로\"라고 말한다. 가장 낮은 흙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이 발견한 하늘, 그리고 죽음마저 다른 생의 이름으로 품는 시가 『하늘로 걸어가는 물』에 담겼다.","brand":"Bookstore 12","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67674012287228,"sku":"9791124702093","price":13.48,"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24702093.jpg?v=1791538754","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24702093","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