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61293196","title":"바울과 로마 황제 가문의 신격화 현상","description":"\"제국 차원의 획일적인 황제 숭배인가, 아니면 도시별 황족 신격화인가\"\u003cbr\u003e\n클린트 버네트의 『바울과 로마 황제 가문의 신격화 현상』은 최근 학계에서 당연하게 여겨온 전제 하나를 겨냥한다. 곧 1세기 로마 제국 전역에 걸쳐 획일적인 \"황제 숭배\"가 행해졌다는 통념과 최초기 그리스도인들이 황제 숭배를 결사적으로 반대했기 때문에 무자비한 박해를 받았다는 이해 말이다. 이미 메리 비어드, 존 노스, 사이먼 프라이스 같은 고전학자들이 이미 \"'바로 그 황제 숭배' 같은 것은 없었다\"라고 지적해 온 것처럼, 버네트 역시 이 통념을 깨고 바울과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실제로 마주했던, 훨씬 복잡하고 생생한 역사적 풍경을 고고학으로 되살려낸다. 그가 밝혀내는 건 단일한 황제 숭배가 아니라, 황제가 베푼 은혜에 대한 감사로 도시마다 사제직과 신전, 제사, 신적 호칭 등을 통해 각기 다르게 실천된 \"황족의 신적 영예\"(Imperial Divine Honors)였다. 그래서 바울의 신학을 제대로 읽으려면 그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거쳐 갔던 각 도시의 구체적 맥락부터 살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u003cbr\u003e\n버네트는 비문, 주화, 조각상, 신전 유적, 제전 달력 같은 일차 사료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고고학적 현미경\"으로 이 작업을 수행한다. 특히 마케도니아의 빌립보와 데살로니가, 아카이아의 고린도, 이 세 도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보수적인 로마 식민지였던 빌립보는 로마의 관습을 충실히 따라 주로 이미 신격화된 죽은 황제들을 기렸고, 자유 도시 데살로니가는 살아 있는 로마의 황족에게도 신적 영예를 돌리며 그들을 그리스 전통 신들과 함께 숭배했다. 국제 항구도시 고린도는 이 둘과도 또 달라서, 로마와 그리스의 관습이 뒤섞인 독자적이고 개방적인 영예 체계를 갖고 있었다. 이 세밀한 대조를 통해 저자는 \"주\"(kyrios)나 \"구원자\"(soter) 같은 신적 칭호가 당시 이 도시들에서 반드시 로마 황제만을 가리키는 전문 용어는 아니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며, 학계의 오랜 통설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u003cbr\u003e\n이 모든 논증의 밑바탕에는 \"그리스도 대 가이사\"라는 현대 바울 신학자들이 즐겨 쓰는 도식에 대한 회의가 깔려 있다. 바울에 대한 새 관점 학파를 대표하는 신약학자인 N. T. 라이트는 카이사르 숭배가 제국 대부분에서 다른 모든 신앙을 압도하는 \"우세한 숭배\"였고, 그래서 바울의 복음 선포가 카이사르의 복음을 공개적으로 뒤엎으려 하는 정치적 정면 대결로 받아들여졌다고 본다. 보수적인 복음주의 신약학자 브루스 윈터 역시 이와 비슷하게, 제국 전역에 단일한 황제 숭배가 있었다고 전제하며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겪은 박해를 단순히 황제 숭배 거부라는 정치적 이유 하나로 환원한다. 하지만 버네트는 이런 경쟁 구도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가 고고학 자료로 보여주는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다. 사람들은 전통적인 신들이 로마 황족을 선택해 평화와 번영을 내린다고 믿었고, 그래서 황족의 신적 영예는 경쟁자가 아니라 전통 종교 체계 안으로 통합된 협력자였다는 것이다. 존 M. G. 바클레이 역시 비슷한 지점을 짚는다. 전통적인 신들이 로마 황족의 지배를 뒷받침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둘 사이에 애초 경쟁 관계가 없었으며, 바울은 이교의 다양한 숭배 활동을 세밀히 구분하지 않고 \"우상숭배\"로 일괄처리 했다는 것이다. 버네트가 보기에 박해의 더 근본적인 원인은 다신교적 관습이 촘촘히 짜여 있던 고대 사회의 공적 구조와 복음의 절대적 일신교 신앙이 정면으로 충돌한 데 있었다. 즉 박해는 정치적 사건이기 이전에, 문화 전체와 맞선 \"대항 문화적\" 충돌이었다는 것이다.\u003cbr\u003e\n이 책이 현재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에 건네는 유익은 여러 갈래다. 목회자와 설교자에게는 성경 텍스트를 역사의 현장 속에서 더 정확하게 읽어낼 정밀한 해석학적 토대를 제공한다. 빌립보서 2장, 데살로니가전서 4-5장, 고린도전서 8-10장의 배경이 입체적으로 살아나면서, 다원화된 오늘의 사회에서 복음을 어떻게 선포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마리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신학생과 신학자에게는 고고학, 금석학, 화폐학이 신학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방법론적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u003cbr\u003e\n결국 이 책은 고고학이 되살려낸 바울의 세계를 통해, 신앙과 문화가 충돌할 때 우리가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바울과 로마 황제 가문의 신격화 현상』은 기독교 신앙과 정치권력, 나아가 기독교 신앙과 문화 지형도 간의 복잡한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든 이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brand":"Bookstore 12","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50979213541628,"sku":"9791161293196","price":42.7,"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61293196.jpg?v=1786699104","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61293196","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