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62445389","title":"보이지 않는 마음의 순례(양장본 Hardcover)","description":"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꽃을 볼 때가 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꽃이 지닌 예쁜 모습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살아오는 동안 겪은 일들이 마치 개울물이 흘러가며 돌이나 나뭇가지에 부딪히면서 생겨난 물방울처럼 금새 생겨났다 사라져버리곤 한다. 나는 그런 기억들을 적어보고자 했다. 왜 아무것도 아닌 자질구레한 일에 매달려 사연을 찾아보려 하느냐고 묻는 이도 있다. 그러나 사는 것은 일들과의 교접을 통해서 얻는 체험의 기억에서 그 의미를 건져내는 것이 진실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길에서 만난 친구의 말 한마디로 용기를 얻고, 처음 본 여인의 눈빛 하나에 밤잠을 설치는 그런 것들이 나를 만들어온 과정이 되고 있다. 그 체험의 기억은, 무어라고 꼭 제목을 붙이진 못해도 나에게는 소중하고 진실한 삶의 이야기이자, 나의 보이지 않는 마음이기도 하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원효로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50년 넘게 살았다. 결혼해서 부모님의 슬하를 떠나서도 원효로 집은 내 생명의 탯줄이었다. 초등학생 때 원효로행 버스를 타고 남영동 굴다리를 지나자마자 구부러진 길을 돌아가면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얼굴을 막아섰다. 대학교수가 되어서도 집으로 가는 길에 내 얼굴을 막던 플라타너스 잎들은 그대로였다. 그렇지만 대학교에 붙여놓은 합격자 명단을 보고 가던 길에는 잎들은 손을 들어 축하해 주었고, 하루 힘든 일을 끝내고 힘없이 창밖을 볼 때면 마치 그들도 시달려 겨우 매달려 있는 듯이 흐늘거렸다. 어려운 시련을 안고 집으로 갈 때는 잎들은 나에게 무서움을 주었다. 남영동 굽이길에 서 있는 플라타너스 잎사귀는 나와 함께 살면서 서로 묵언의 이야기를 나누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이번에 실린 글들에서는 내 의식의 바닥에 내려앉아 있는 분별되지 않는 기억들 중에서 밤하늘에 떠다니는 반딧불이를 닮은 사연을 찾아내려고 하였다. 비록 조금은 지나간 세월의 먼지에 덮여 낡은 문화의 흔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월 따라 변해버린 삶의 행태가 아름다운 생명의 본질을 털어낼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한다.\u003cbr\u003e\n\u003cbr\u003e\n미국에 살고 있는 손녀가 대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화를 했다. 나는 손녀가 최상위권에 랭크되는 대학에 가기를 바랐다. 그래서 나는 ‘최고의 대학에 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손녀는 ‘할아버지 고마워요. 그런데 할아버지, 훌륭한 대학 말고요, 좋은 길로 가는 대학에 가도록 기도해 주세요’ 하고 대답을 했다. 이 전화를 끊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나는 최고의 대학을 원했지, 좋은 길로 가기 위한 대학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손녀의 말에서 나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반딧불이를 보았다.\u003cbr\u003e\n\u003cbr\u003e\n나는 이 책에 실린 글들이 하나의 생명 안에 존재해 있는 반짝거리는 잔잔한 조약돌이 되기를 바란다. 깨끗한 물에 깎여 동그랗게 다듬어져 물속에서 빛나는, 그런 ‘좋은’ 돌이 되기를 바란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 서문 ‘잔잔한 개울물에 떠오른 물방울처럼’","brand":"My Store","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48987881341180,"sku":"9791162445389","price":17.98,"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62445389.jpg?v=1776386123","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62445389","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