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72071172","title":"각각의 방식(달아실시선 118)","description":"각각의 우주, 하나의 소멸\u003cbr\u003e\n- 조항록 시집 『각각의 방식』\u003cbr\u003e\n자신만의 언어 조탁에 뛰어난 조항록 시인이 일곱 번째 시집 『각각의 방식』(달아실 刊)을 펴냈다. 달아실시선 118번으로 나왔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조항록 시인은 이번 시집을 이렇게 요약 설명한다.\u003cbr\u003e\n\"이번 시집의 시들을 쓰는 동안 줄곧 두 개의 단어 '우주(cosmos)'와 '각각(each)'을 생각했다. 인간은 우주의 섭리 안에서 각각의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각각의 슬픔, 각각의 쾌락, 각각의 당신, 각각의 오늘, 각각의 반성, 각각의 미움 따위가 별처럼 반짝여 저마다의 우주를 채운다. 각각의 방식으로 퇴적하는 각각의 삶이 곧 각각의 우주라는 말이다. 그리고 어느 날 우리는 각각의 죽음을 맞아, 각각의 우주와 비교할 수 없이 광대무변한 단 하나의 우주로 흔적 없이 사라진다. 그 과정에 일으키는 먼지들을 여기에 모아놓았다.\"\u003cbr\u003e\n\u003cbr\u003e\n그러니까 『각각의 방식』은 '우주'라는 씨줄과 '각각'이라는 날줄로 짜인 시집이다. 4부에 걸친 시편들은 천체와 우주의 언어를 빌려 인간 존재의 개별성과 고독을 탐사한다. 별, 행성, 은하, 블랙홀, 궤도, 자전과 공전 같은 천문학적 어휘가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심상 체계를 이루며, 이는 단순한 소재적 차용을 넘어 시인의 존재론적 사유의 틀 자체로 작동한다.\u003cbr\u003e\n\u003cbr\u003e\n1부는 죽음과 별을 잇는 낭만적 신화를 정면으로 의심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통속적 위안을 시인은 믿지 않는다고 단언하며, 그 불신을 통해 오히려 개별 존재의 소멸이 지닌 무게를 정직하게 응시한다. 1부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각각의 방식」 연작으로, 너와 나의 관계를 지구와 달의 자전·공전에 빗대어 서로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운명으로 그려낸다. 이는 감상적 낭만이 아니라 물리 법칙만큼이나 냉정한 고독의 조건에 대한 인식이다.\u003cbr\u003e\n\u003cbr\u003e\n2부에서 시인의 시선은 인간 내부, 곧 감정과 시간의 문제로 돌린다. 슬픔을 시간을 갉아먹는 포식자로 형상화한 「시간을 집어삼키다」나, 착한 사람들의 도덕성 앞에서 오히려 자신의 결핍을 발견하는 「착한 사람들이」 같은 시들은 우주적 스케일에서 벗어나 미시적인 심리의 결을 세밀하게 짚는다.\u003cbr\u003e\n\u003cbr\u003e\n3부에 이르면 시적 화자는 삶을 견디는 태도, 곧 생활인의 자리로 내려온다. 시내버스의 반복되는 노선을 명상의 대상으로 삼거나, 도시의 비둘기와 늙은 광부 같은 존재들을 통해 생존과 생활의 차이를 성찰하는 시편들은 우주적 사유가 결국 지상의 구체적 삶으로 회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활은 힘이 세다\"는 선언은 이 시집이 형이상학적 사변에만 머물지 않고 생활의 무게를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균형 감각을 지녔음을 증언한다. 특히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소재로 한 「내일 없는 내일을 상상하며」는 죽음을 관념이 아니라 생활의 절차로 맞이하는 중년 이후 삶의 구체성을 드러내며 시집에 실감을 더한다.\u003cbr\u003e\n\u003cbr\u003e\n4부는 유년의 기억, 노년의 예감, 그리고 사랑과 경멸이 뒤섞인 자기 응시로 시집을 마무리한다. 38년 전 읽었던 책을 다시 펼치며 스무 살의 자신과 대면하는 시(「38년 만에 다시 읽은 책」)는 시간의 순환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해버린 것 사이의 긴장을 담담하게 포착한다.\u003cbr\u003e\n\u003cbr\u003e\n무엇보다 시집의 말미에 실린 시인의 산문 「단 한 번의 우주를 떠다니는 질서 없는 찬란」은 시집 전체의 사유를 정리하는 후기이자 독립적으로도 읽을 만한 에세이다. 보이저 1호, 칼 세이건,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등을 경유하며 시인은 인간이 우주와 같은 질서를 끝내 찾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각각의 존재가 각각의 방식으로 자기 중심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삶의 경이라고 말한다.\u003cbr\u003e\n\u003cbr\u003e\n『각각의 방식』의 미덕은 우주라는 거대한 은유를 개인의 고독과 소멸이라는 구체적 정서로 착실히 환원해내는 데 있다. 자칫 관념적으로 흐르기 쉬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시인은 생활의 디테일-안경 도수, 커피, 시내버스, 화초 돌보기-을 꾸준히 병치시켜 시집이 공중에 붕 뜨지 않도록 붙잡아둔다. 다만 우주적 어휘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일부 시편에서는 심상의 밀도가 다소 느슨해지는 대목도 눈에 띈다. 그럼에도 이 시집은 각각의 존재가 결국 \"모두의 우주로\" 흔적 없이 사라진다는 인식 위에서, 그 소멸을 슬퍼하기보다 각자의 궤도를 끝까지 성실히 도는 일의 존엄을 시로 증언한다는 점에서 조항록 시 세계의 성숙한 한 단계를 보여준다.\u003cbr\u003e\n\u003cbr\u003e\n흥미로운 것은 조항록의 '각각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동학의 인내천(人乃天)과 공명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동학의 명제는 신분과 위계를 넘어 모든 개인 안에 우주적 존엄이 내재한다는 선언이다. 조항록의 시 역시 \"중심이 없는 우주에서 저 별들은 제각각의 중심\"이라 말함으로써 특정한 절대 중심을 부정하고 각자를 각자의 우주로 세운다. 다만 '인내천'이 하늘을 인간 안으로 끌어들여 공동체적 연대와 실천의 근거로 삼았던 데 반해, 이 시집의 우주론은 연대보다는 서로 닿을 수 없는 개별 궤도의 고독 쪽으로 기운다는 점에서 결을 달리한다. \"너와 나는 일평생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각각의 방식 2」)는 인식은 인내천이 지향한 상생의 공동체상과는 다른, 각자의 소멸을 각자 감당해야 하는 근대 이후 개인의 실존적 조건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시집은 동학적 평등의 우주론을 빌려오되(?) 그것을 위안이 아니라 존재의 고립을 응시하는 방향으로 되돌려놓는다.","brand":"Bookstore 12","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51013522292988,"sku":"9791172071172","price":13.48,"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72071172.jpg?v=1787736587","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72071172","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