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72671396","title":"제주 해민의 베트남 표류기(제주학연구센터 제주학총서 88)","description":"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제주 해민 스물네 명 모두의 이야기\u003cbr\u003e\n340여 년 전 왕에게 말을 바치러 떠난 제주 사람들의 베트남 표류 이야기는 흔히 '김대황 표류기'로 알려져 있다. 진상선의 총책임자가 김대황이었기 때문이다. 『지영록』에는 「김대황표해일록」으로 기록되어 있다. 『탐라문견록』과 『주영편』에는 「고상영표류기」라는 제목으로 전한다. 하지만 이 책 『제주 해민의 베트남 표류기』가 기억하려는 사람은 김대황, 고상영 어느 한 사람이 아니다. 거센 바다를 함께 견딘 제주 해민 스물네 명 모두이다. 이 책은 그들의 표류와 귀환의 여정을 따라간다. \u003cbr\u003e\n 여기서 말하는 해민(海民)은 단지 고기를 잡는 어부나 물질하는 해녀만을 뜻하지 않는다. 배를 소유하거나 운항한 선주와 선원, 바닷길을 따라 물건을 거래한 상인, 포구에서 배와 사람을 도운 이들도 해민이다. 더 넓게 보면 농사를 짓고 소와 말을 기르던 사람들의 삶도 바다와 떨어져 있지 않았다. 농축산물과 해산물이 서로 오갔고, 곡식과 생활필수품도 바닷길을 통해 들어왔다. 무엇보다 섬 밖으로 나가려면 누구나 바다를 건너야 했다. 제주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바다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온 섬사람들이었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한국 해양 사상 최장의 표류\u003cbr\u003e\n\u003cbr\u003e\n1687년 가을, 제주 해민 스물네 명은 나라의 명으로 진상마를 싣고 육지로 향했다. 그러나 추자도 해역에서 광풍을 만나 돛과 노를 파도에 뺏기고 키마저 손상되면서 배는 방향을 잃었다. 그들은 31일 동안 망망대해를 떠돌았다. 식량은 물론이고, 마실 물도 없이 극한의 상황을 견딘 끝에 베트남 호이안 앞바다의 참섬에 닿았다. 참섬 주민들에게 극적으로 구조된 뒤 호이안으로 옮겨졌고, 하이반고개를 넘어 후에에서 베트남 국왕을 만났다. 이후 다시 호이안으로 돌아와 귀향에 이르기까지 열 달 가까이 더 머물렀다. 이들의 열여섯 달은 현재까지 기록으로 확인되는 우리나라 해양 표류사 가운데 시간과 거리 양면에서 가장 길고 먼 표류이다. \u003cbr\u003e\n 이 여정에서 제주 해민들은 특별한 힘을 보여 준다. 거센 풍랑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굳센 의지와 함께 살아남으려는 마음이다. 스물네 명은 서로 의지하며 죽음의 바다를 건넜다. 서로를 격려하고 붙들며 끝까지 함께 버틴 모두의 의지와 헌신이 있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후손을 자처하는 저자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아, 마침내 기록 속의 장소를 직접 찾아다니게 했다. 저자는 제주 화북포와 추자도 해역을 찾고, 베트남의 참섬과 호이안, 다낭과 후에, 미선을 답사했다. 귀향길을 따라 중국 절강성의 온주와 영파, 주산군도와 보타산까지 발걸음을 이어 갔다.\u003cbr\u003e\n 글로는 한 줄에 지나지 않는 사건도 그 땅에 직접 서면 전혀 다른 울림이 된다. 문헌은 사건을 전하고, 현장은 그 사건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제주를 떠나 표류하고, 베트남에 이르러 호이안에 머문 뒤 다시 중국 연안을 따라 북상하여 제주로 돌아오기까지. 약 460일에 걸친 긴 여정이었다. 그 길은 제주 해민의 표류길인 동시에 동아시아를 잇는 거대한 바닷길이었다. \u003cbr\u003e\n 제주는 동아시아 여러 해역으로 뻗어 나가기에 유리한 위치에 자리 잡은 섬이었다. 계절풍과 해류를 타고 한반도와 중국, 일본과 유구 등 여러 지역으로 바닷길이 이어졌다. 제주 사람들은 전복과 미역을 거두고, 말과 귤을 실어 나르며 바깥세상과 이어졌다. 탐라 바다는 섬을 가두는 경계가 아니라 세상으로 향하는 길이었다.\u003cbr\u003e\n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주 해민 스물네 명의 표류 이야기만을 복원한 기록이 아니다. 바다를 통해 이어졌던 동아시아 해양 세계의 기억을 다시 불러내고, 340여 년 전 이름 없는 제주 사람들이 남긴 삶의 흔적을 오늘로 이어 보려는 작은 항해이다. 『지영록』, 『해외문견록』, 『주영편』, 『탐라문견록』,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은 김대황 일행의 표류 여정을 오늘까지 전하고 있다. 이 기록들은 그들이 어디를 지나갔는지는 알려 주지만, 바람의 냄새와 파도 소리, 낯선 곳이지만 처음 섬을 발견했을 때의 안도감과 고향을 다시 바라보았을 때의 마음까지 전해 주지는 못한다.\u003cbr\u003e\n 1687년의 바람과 오늘의 바람은 다르다. 그러나 바람 앞에 선 사람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도, 희망도,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제주의 바람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을 먼바다로 내몰았고, 어떤 사람들은 끝내 그 바람을 이겨 내고 고향으로 돌아왔다.\u003cbr\u003e\n 그들이 남긴 항로를 따라 바다 깊숙이 잠들어 있던 표류의 기억 속으로 함께 걸어가 보자.","brand":"Bookstore 12","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67717868388604,"sku":"9791172671396","price":24.72,"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72671396.jpg?v=1792058690","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72671396","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