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87756149","title":"밍글맹글(파란시선 18)","description":"흔들리는 맨 끝은 모두 꽃이다, 시다!\u003cbr\u003e\n김병호 시인의 세 번째 신작 시집 ?밍글맹글?이 2018년 2월 28일,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에서 발간되었다. 김병호 시인은 1967년 서울에서 출생했으며, 1998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과속방지턱을 베고 눕다? ?포이톨로기?가 있고, 산문집으로 ?초능력 시인?이, 과학에세이집으로 ?과학인문학?이, 장편소설로 ?폴픽 Polar Fix Project?가 있다. 이 소설로 2017년 SF 어워드 우수상을 수상했다.\u003cbr\u003e\n?밍글맹글?은 독특한 시집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지면 도처에 수두룩한 물리학 용어들이다. 그런데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김병호 시인은 물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마치 경성고공 건축과를 졸업한 시인 이상이 건축학과 기하학을 시에 적극 끌어들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실증주의적 맥락이, 즉 시인이 물리학을 전공했다는 유다른 내력이 그가 쓴 시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이고 효과적인 증빙 자료가 될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우리는 왜 여전히 시를 두고 이러한 독법을 차용하는 것일까? 그 까닭은 아마도 현대시 일반을 대신하는 개념인 ‘서정시’에 대한 오해 때문은 아닐까?\u003cbr\u003e\n‘서정시’는 ‘개인’의 서정을 적은 시다. ‘개인’은 유동적인 개념이다. 그것은 비단 단독적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회적이며 역사적이기에 매번 양태를 달리한다. 따라서 ‘서정시’도 가변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서정시’는 이미 어떤 특정 유형으로 결정되어 있다고 오인한다. 그래서 시와 시 아닌 것을 두서없이 그리고 과감하게 구분하곤 한다. 실증주의는 이 틈서리에 기생하는 듯하다. 실증주의는 시 아닌 것 혹은 시 이전의 것이 ‘시’로 전환되었다는 믿음의 산물이다. 예컨대 연애의 실패가 시로 승화되었다거나 당대의 억압 구조가 시의 심층을 주조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밍글맹글?을 두고 말하자면 물리학적 개념들이 시화되었다는 식으로, 그리고 시인이 물리학 용어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던 속내는 그의 특이한 이력 곧 그가 물리학을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다시 말하는 셈이지만 실증주의적 신념은 결국 각 개인의 ‘남다름’을 자료의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방식을 통해 ‘시’라는 불투명한 어떤 표준을 공고하게 상상한다. ‘서정시’에 대한 그 이전까지의 단단한 신화들에 대해 효력 정지와 용도 폐기를 강력히 요청했던 2000년대 초반을 충분히 건너왔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곤 한다.\u003cbr\u003e\n?밍글맹글?이 한국시에 제기하는 바는 그래서 생각보다 전면적이다. 이 시집의 돌올함은 비단 ‘새로운’ 감각 혹은 정서를 개진하거나 ‘새로운’ 어법이나 입장을 선보이거나 ‘새로운’ 영역을 도입한 데 있지 않다. 새로움은 현대 예술의 불변하는 모토이며, 그런 만큼 언제 어느 곳에서나 누구에 의해서나 재생산된다. 이는 때로 세속적인 세대론의 서식처로 활용되며, 그것은 매번 처음엔 유별나 보이지만 종국에는 ‘뻔한 새로운 시’ 속으로 시인들과 그들의 시를 축소시킨다. 그리고 ‘시’는 정확히 그만큼 자신의 몸피를 부풀려 왔다.\u003cbr\u003e\n?밍글맹글?은 이를 중지시킨다. ?밍글맹글?은 요컨대 물리학 용어들을 빌려 ‘시’를 구성한 것이 아니라, 물리학적 개념 자체가 ‘시’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시집이다. 해설을 쓴 장철환 평론가는 이렇게 말한다. “필요한 것은 물리학자가 관측한 세상을 다시 시인이 관측한 세상으로 전변시키는 것이 아니라, 물리학자의 관측 자체를 시인의 그것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시인은 경계 저 너머를 보여 준다. 아니, 경계란 애초에 없었음을 알려 준다”라고 추천사의 말미를 맺는다. ‘경계’란 그 내부와 외부가 별도로 있었다는 사실을 고지하며 ‘너머’란 그 영토의 확장을 욕망하는 단어다. 말하자면 시의 안쪽과 바깥쪽이 따로 존재하며, 시인이 할 일은 ‘너머’의 황무지를 개간하는 것이다. 그러나 황무지라고 여겼던 그곳이 실은 비할 수 없이 풍요로운 낙원이었다면 어찌할 것인가. 아니 그보다 ‘경계’란 애초부터 없었다면, 아니 한낱 비유에 지나지 않는다면 대체 어쩔 셈인가. ?밍글맹글?에 실린 시편들은 이에 대한 거침없는 거부이자 입증이다. “그의 시는 하나의 물리적 현상이다.”(장철환, 해설 중에서) 그리고 그것 자체로 “다시 꽃이다”. “흔들리는 맨 끝은 모두” “꽃이다”(?끝?), 시다! 김병호의 이번 신작 시집이 한국 시사에 반드시 기입되어야 하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다.","brand":"My Store","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48991075270908,"sku":"9791187756149","price":11.24,"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87756149.jpg?v=1776403572","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87756149","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