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88461035","title":"외길인생(양장본 HardCover)","description":"한 땀, 한 땀, 실선이 옷감을 뚫고 길을 이어간다. 손끝이 휘저을 때마다 깜깜한 여백 위로 몸의 곡선이 훤히 드러나면 그제야 허리를 펴고 잠시 숨을 돌린다. 마냥 늘어져있던 원단이 빳빳하게 깃을 세워 제법 그럴듯한 옷의 형태를 갖추게 되자 이번에는 내가 긴장을 풀고 늘어져버렸다. 한 번의 작업마다 반복되는 탈진이 익숙해진 건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나는 ‘테일러’이다. 누군가의 옷을 만들어 입히는 일은 지금껏 수도 없이 해온 작업이지만 여전히 한 땀의 바느질에 늘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옷의 미세한 주름 하나도 몇 십번은 고쳐 세우는 바람에 얼굴에는 옷보다 많은 주름이 남겨져버렸다. 덕분에 나는 매번 새로운 패턴의 얼굴을 입고 살아간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주름 하나 얹어질 때마다 그것 또한 열심히 산 지난날의 훈장이지 싶어, 옷섶을 기울일 때에도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자신을 괴롭히는 일을 스스럼없이 하는 폭군일 때도 많다. 원단을 재 고 자르고 꿰매고 뜯고를 반복하며 손가락이 얼얼하게 시린 밤에야 작업을 멈추는 날들의 연속이다. 그런 나를 볼 때마다 몇몇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기도 했다. 신입도 아닌 50년 이상 옷 깃을 만지던 베테랑의 작업치고는 과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이다. 물론 기술적으로 옷을 만드는 것은 내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옷에 대한 나의 철학은 그 일을 세상에서 제일 어렵게 만들어 준다. 가끔 나는 내 자신에게 ‘옷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되묻곤 하는 데 그때마다 나의 답은 확실하고 명료했다. 옷은 단순한 패션이 아닌 ‘한 사람의 역사’라는 사실이다.","brand":"My Store","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48990259478780,"sku":"9791188461035","price":16.85,"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88461035.jpg?v=1776398940","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88461035","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