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91897029","title":"우리는 우리가 필요해(파란시선 85)","description":"“빛은 끔찍하다 비타민 냄새처럼”\u003cbr\u003e\n서춘희 시인은 불가능성의 방식으로 시를 쓰는 일을 ‘싸움’이라고 명명한다. 그것은 “나는 나의 파를 위해 싸운다”에서의 ‘싸움’이고(「파의 수척」), “가능한 모든 얼굴을 하고\/가능한 모든 싸움을 했다”에서의 ‘싸움’이며(「호박죽」), “매일 너무 밝은 장면과 싸웠고”에서의 ‘싸움’이다(「튤립」). 그런데 이 싸움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으며, 희망적인 미래가 약속된 싸움도 아니다. 아니, 출생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1부에 수록된 장막극을 인용하자면 2060년에도 여전히 진행형일 싸움이다. 하지만 언제나 싸움이 시인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서춘희의 시에는 자신이 특정한 질서에 의해 길들여지고 있다는 자각과 그에 대한 심리적 반응을 암시하는 시어와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파종」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여기에서 “가지런히 눕는 법을 익혔습니다” “끝없는 비닐에 갇혀 웃었습니다” “무릎을 꿇었습니다” 같은 진술들은 화자의 의지\/욕망이 일시적으로 제압되었음을 드러낸다. 화자에게 ‘파종’이란 “알지 못하는 땅속에” 이식되어 “점령당하는” 경험의 일종이다. 이러한 리비도(Libido)의 좌절은 심리적인 반응을 불러온다. 시집 〈우리는 우리가 필요해〉 전체에 걸쳐 반복적으로 환기되는 우울, 불안, 공포 등의 정서가 바로 그것이다. 그 정서는 “불을 켜면 춥고 눈을 뜨면 한없이 추락한다”처럼 ‘추락’의 이미지로(「덤불」), “밤은 축축한 양말 속 같지 않니”처럼 ‘음습함’으로(「생각할 수 없는 일」), “만지면 불안한 것들\/귀퉁이가 닳은 비누를 문지르면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기도 했다”처럼 ‘불안’의 감각으로(「칠월 목록」) 다양하게 변주되어 나타난다. 그런데 이러한 정서\/느낌은 “말해질 수 없다\/어떤 영역은”이라는 말처럼 말해질 수 없는 것에 속한다(「밤의 흰 사과」). “밤의 흰 사과”라는 제목도 그렇지만, “밤이 되면 낮의 질서를 떠올리지 않았다”라는 진술에서 암시되듯이(「가정과 병원」) ‘낮’과 ‘밤’은 전혀 다른 질서에 속한다. 이 번역의 불가능성에서 서춘희의 시가 시작되는데, 타자의 목소리로 말해진 그것은 우리의 가청권을 벗어나는 것이어서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밤’의 언어가 그렇다. (이상 고봉준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brand":"My Store","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48992124371196,"sku":"9791191897029","price":11.24,"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91897029.jpg?v=1776408646","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91897029","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