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91914610","title":"닻근리 호두나무 제작소(시에시선 81)","description":"삶의 기억과 회상이 빚어내는 독창적 은유의 시편들\u003cbr\u003e\n조영행 시인의 첫 시집 『닻근리 호두나무 제작소』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자신만의 언어를 통해 감각적 선명도를 서서히 높여가고 회상을 통해 형이상학적 단계까지 이른다. 아주 생소한 말들이 궁금증과 호기심을 돋우는 시집이다.\u003cbr\u003e\n\u003cbr\u003e\n늙은 호두나무 한 그루 수액을 맞고 있다\/\/절반쯤 비어 있는 몸통\/그동안 저 몸을 누구에게 내주었으려나\/\/빈 나무에서\/한 가계의 피고 짐을 본다\/\/나의 풍요와\/우리의 계절이 드나든\/적막\/\/이제 속울음조차 내놓을 수 없는\/나의 닻근리\/\/그리움의 방식이란\/단단한 호두 껍데기를 깨는 일이어야 하는지\/\/내 아버지가 저기 있다\u003cbr\u003e\n-「닻근리에서」 전문\u003cbr\u003e\n\u003cbr\u003e\n수액으로 견디는 “늙은 호두나무”는 이제 그 몸통이 “절반쯤 비어 있”다. 시인은 그 빈 몸통을 보며 “그동안 저 몸을 누구에게 내주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계의 피고 짐을” 보게 된다. 몸속 창고에 보관되었던 ‘웃음과 눈물’, ‘즐거움과 괴로움’ 등 과거의 사연을 말한다. 그래서인가. “빈 나무에”는 화자와 가족의 “계절이 드나든\/적막”이 감돌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 속울음조차 내놓을 수 없는” ‘닻근리’의 여러 사연을 담은 적막도 함께 감돌고 있다. \u003cbr\u003e\n시인은 몸속 창고에 간직하고 있던 기억을 회상을 통해 언어로 인출하고 있다. ‘늙은 호두나무’나 “이만치 와서 돌아보면\/보일 듯 보일 듯 와서 돌아보면\/\/내 어머니 같은 황매화 한 분이\/비를 맞고 서 계셨네”(「황매화 한 분」)의 ‘황매화’라는 확보된 배경을 시작으로 하여 자신만의 언어 운용으로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u003cbr\u003e\n또한 여러 작품에서 자기가 사는 곳 주위에서 일어나는 체험적 사실들을 형상화하고 있다. 쓸쓸하게 이사 가는 동네 골목 치킨집의 사연을 그린 「비워지는 골목」도 그중 하나다. 동네 골목의 치킨집이 가게 문을 닫고 이사를 간다. ‘폐업’을 하여 덜그럭거리는 주방 집기들을 리어카에 싣고 이사를 가고 있는 것이다. 주인의 “꿈의 날개”는 “몇 번의 계절도 못 버”티고 접히고 말았다. “번듯하게 한번 일어나 보자고 모셨던 북어” 덕분이었던지 가게 앞에는 “잠깐 배달 오토바이가 줄을 서기도 했”었다. 그러나 오늘, “하필 이 눈 쏟아지는 대설에” “인생을 튀겨보겠다던” 튀김 기계는 “고물상”을 향하는 길을 가고 있다. 그 길에는 “빠진 닭털처럼 공과금 독촉장들이 날리”고 있다. 그야말로 “장지로 가는 길”에 다름 아니다. 가게 주인에게는 “대설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날이 되고 있는 것이다.\u003cbr\u003e\n문학의 특징 중의 하나는 언어를 특별한 방식으로 운용한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시인이 묘사하는 풍경은 전혀 색다른 것이 아니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들이다. 그러나 이런 풍경은 시인 언어 운용 방식, 즉 여러 문학 장치의 압력을 받아 낯설게 변형되는가 하면 오히려 그 풍경의 특징이 선명하게 부각되기도 한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검정 봉지에 생선을 포장해 주면서\/그녀의 토막 난 꿈 조각과\/고향을 떠나오던 봄날도 줘 버렸다\/동태 내장을 손질하면서 그녀의 오장육부도\/내장처럼 버려지는 날이 많아졌다\/그런 날에는 파란 쓸개에서 쓴웃음이 나기도 했다\/나는 괜찮다\/저녁마다 붉은 벽돌을 밀고 가는 저 은빛 갈치 떼\u003cbr\u003e\n-「시장 육거리 붉은 벽돌집 1」 부분\u003cbr\u003e\n\u003cbr\u003e\n시인은 왜 “생선으로 벽돌을 찍어”낸다고 하는 것일까. 도마 위에서 “손님이 주문한 고등어가 토막 날 때마다” 그 하나하나의 ‘토막’은-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인식이겠지만-벽돌로 비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녁마다 붉은 벽돌을 밀고”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붉은 벽돌이 ‘생선을 판 수익’이라는 것을 인지한다. 이는 여인의 현재 생계뿐만 아니라 미래 삶의 든든한 담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작품은 긍정적인 결론으로 마감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u003cbr\u003e\n비록 어려운 삶이지만 생선 좌판이 늘어선 시장 골목은 새벽부터 “싱싱하게 살아 숨 쉬는\/비린내”가 출렁거린다. 많은 사람들이 “은빛 고기떼로 몰려다”닌다. 생선 가게 여인도 시장 골목 귀퉁이에 좌판 한 칸 세우고 아침을 건져 올린다. 활기차고 분주한 시장의 모습이 선연하다. 우리는 몸은 약할지 몰라도 강한 정신력으로 골목 시장에서 싱싱한 존재의 가치를 보여주는 이 여인의 모습에 절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u003cbr\u003e\n시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는 산만하고 흩어진 언어가 아니라 당연히 “응축된 언어”가 쏟아지게 마련이다. 시인은 본인 스스로 말한다. 이런 상황의 세계가 “독창적 은유의 세계”라고. 조영행 시인의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의미들의 연결 고리’이고 이는 바로 심상, 비유, 상징을 포함한 “독창적 은유의 세계”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시집 『닻근리 호두나무 제작소』 에 삶의 “시편이 구워지는 냄새” 가득하다.","brand":"My Store","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48992067911932,"sku":"9791191914610","price":13.48,"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91914610.jpg?v=1776408494","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91914610","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