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92651132","title":"오늘의 판타지(시인수첩 시인선 74)","description":"풍경 더미를 누비는 슬픔의 행렬\u003cbr\u003e\n김루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오늘의 판타지』가 출간되었다.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2010년 《현대시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김루 시인은 제2회 〈구지가 문학상〉을 수상하며, 그간 시업의 성과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번 시집에 대한 그의 시론 에세이 (「찰나의 음악, 시적 발아」,《시인수첩》2023년, 여름호)에서 김루 시인은 이렇게 언급한다. “보이지 않던 비언어(신체, 사물, 물질, 이미지, 힘)들이 바깥에서 감정과 욕망, 무의식 같은 움직임에 직면해 사유하는 깊이를 가질 때 詩는 비로소 잠재적 힘을 가진 무엇”이라고. 그는 또 “황사로 앞”이 안 보일 때 “익숙했던 길들이 처음인 듯 낯설어 뒤돌아보며 놓친 창의 언어들이 날카롭게 말을 걸어”온다고 발화한다. 시집 해설에서 서윤후 시인은 그의 시에 대하여 “겹겹이 쌓아놓은 풍경은 일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들”이며 “멀지 않다는 거리감에서 그것을 새롭고 낯설게 재편하는 데에는 시인에게 맺혀 있던 빗방울이 재료로 필요”한데, 그 “빗방울은 해석을 요구하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로, 온전히 내렸다는 증거”이며, “있는 그대로의 물기로 등장해 생활감을 지닌 풍경의 맑은 얼굴을 다시 새롭게 선보인”다고 평한다. 2010년 등단 이후, 김루 시인의 시집을 학수고대하던 독자들은 이번 시집을 통해, 그간의 갈증을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김루 시인의 미니 인터뷰 글이다.\u003cbr\u003e\n   \u003cbr\u003e\n* 그럼에도 판타지\u003cbr\u003e\n 어쩌다 가장 아닌 가장이 되었다. 모든 게 서툴러 두어 번 도마 위에서 칼날을 부러트렸다. 발등에 칼이 내리꽂히기 전 떼어놓을 수 없는 비명은 손에 슬픔을 꽉 쥐게 했었다. 단단해져야지. 우는 아이와 눈치 보는 아이를 끌어안고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여기 있잖아. 그리고 웃었다. 환하게 웃었다. 웃어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 아이들에게 판타지 동화를 자주 읽어 주었다. 환타를 나눠 마시며 순간이지만 속이 뻥 뚫리는 것만 같은 오렌지 세상을 꿈꾸며 비에 젖어가는 날이 많았다. 비에 젖다 구름이 되기도 했지만 나는 웃었다. 비를 오래 바라본 사람만이 태양을 알아볼 수 있다는 듯이. (「오늘의 판타지」 부분)\u003cbr\u003e\n\u003cbr\u003e\n* 비가 고이면 상처도 곪는다\u003cbr\u003e\n 폭우에 몸이 젖는 날이 많아졌다. 강을 지나 다리를 지나 안개에 갇혀있는 날엔 없는 사람처럼 없는 새처럼, 비를 안아 잉태한 몸이 (「탐구생활」 부분) 무거웠다. 몸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음악. 울음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자궁을 떠난 아이 울음은 누구도 들어본 적 없는데 귓속은 뜨거워진다. (「다섯 돌멩이」 부분) 유산이다. 내가 살기 위해 나를 세우기 위해 몸은 스스로 세 명의 아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봄여름 가을 봄여름 가을. 겨울 없는 세상을 위해 기계를 돌리면 지하의 공장은 물에 잠기고 발자국은 집에서 멀어질수록 리듬을 갖는다. (「밤의 킬힐」 부분)\u003cbr\u003e\n\u003cbr\u003e\n* 일방통행\u003cbr\u003e\n 뛰면 뛸수록 운동화는 검어진다. 지나가세요. 이빨이 자라나는 밤입니다. 괜찮아 괜찮아 토닥이는 밤이 지겨워(「몽타주」 부분) 두 사람이 세 사람으로 과일처럼 짓물러지면 장마는 시작이다. 어디까지 잠겨야 집이 온전해질까. 숨이 쉬어지지 않을 때 환타를 마신다. 오렌지 같은 판타지 세상이 열릴지도 모르지. 달콤한 세상을 위해 밤도 없이 낮도 없이 거래처를 뛰어다녔다. 뒤도 옆도 보지 않고 뛰었다. 선인장 가시가 몸에 자라는 줄도 모르고 옷장 속에 블라우스가 사라진 줄도 모르고. 지하에서 사무실에서 미래를 디자인하고 있으면 태양이 바다 문을 연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방황하는 시간이 詩를 부른다\u003cbr\u003e\n 혼자 잠적하는 시간이 잦아졌다. 휴일이 오면 위태로웠던 한 주의 마음에 휴식을 내어줘야지. 암묵적으로 투쟁해 얻은 자유일지 모른다. 발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걷다 쉬고, 쉬다 달린다. 습지에 발목이 잠겨도 비바람에 혀가 늙어도 혼자를 깊이 묻어야 하는 바다는 바쁘다. (「모티브」 부분) 휴일의 의자는 노랗고 휴일의 파라솔은 파란 이 행성은 멀미가 나. 눈을 뜨면 검은 옷을 입은 그림자가 엄마 곁에 앉는다. 새파랗게 질린 (「엄마의 바다」 부분) 죽음 앞에서 비옷도 없이 우산도 없이 받아 적은 문장으로 한 권의 시집을 엮는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 「저자와의 인터뷰」 중에서\u003cbr\u003e\n\u003cbr\u003e\n시인의 첫 시집을 보면 모네를 사로잡았던 건초 더미를 보듯이, 거대한 풍경 더미를 만나는 일이 될 것이다. 이것은 한 개인의 역사이면서도, 읽는 이로 하여금 수없이 엇갈리게 될 상상력의 매립지다.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회전문처럼 돌아 나올 수 있게 되는지, 또 어떤 문턱에서 걸려 넘어질 수 있는지, 아니면 벽에 걸린 오랜 액자처럼 하염없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지는 시인이 첫 시집에 두고 간 풍경 더미의 입체를 누비면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슬픔은 빗방울처럼 내리며 한 인간의 상상력을 어떻게 품고 길러냈는지도 눈여겨볼 수 있다. 우리는 이 풍경 더미를 누비며 “검은 옷을 입고 저마다의 숲으로 우리는 흩어”(「공원의 표정」 부분)질 순서가 된다. 김루 시인의 첫 시집에 놓인 이 풍경 더미는, 시인이 온전히 점유하고 있던 시간에 입체감을 새로이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세상의 사각지대와 손잡으며 더 넓어지는 방식으로 견고하게 건설된다. 물의 현장을 세우고, 그것을 기꺼이 온몸으로 가로지르며 삶의 순탄함 속에 가려져 있던 울음소리를 꺼낸다. 도처에서 들리는 울음소리를 기꺼이 환청처럼 듣고 껴안으며 마침내 시인 안에서 계속해서 이어져 오던 슬픔의 행렬은, 새로운 길에 들어서게 된다. 시인의 언어가 슬픔에 잠식되지 않고 일상에 상상력을 물수제비뜨며, 계속해도 도착할 수 없는 길을 열어놓는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착 없이 이 슬픔의 행렬을 따라서 처음 내리는 여름, 처음 흐르는 울음소리, 처음 발음해보는 모국어, 처음 발이 빠지게 되는 웅덩이……. 그 모든 풍경이 하나같이 자신이 바라보던 풍경 더미를 재구성하는 시선으로 펼쳐져 우리에게로 번져간다. \u003cbr\u003e\n                                                  - 「시집 해설」 중에서\u003cbr\u003e\n\u003cbr\u003e\n 김루 시인의 첫 시집은 해설에서 언급된 것처럼 “지나온 시간”을 “슬픔의 행렬에 발현하는 환상성”으로 재구성해 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가 잃어버리거나 놓치고 있던 많은 시간”을 김 시인은 “우리가 마주할 시간의 근미래로 되돌려 놓”는다. 그는 “여행자의 보폭으로 세상에 남겨져 있는 슬픔과 세상의 젖은 손을 새롭게 잡”으려는 집요함으로 그 환상성에 가 닿으려 한다. 그는 시론 에세이(「찰나의 음악, 시적 발아」,《시인수첩》2023년, 여름호)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물은 언어이자 이미지이며 우주”이며, “관념화된 이미지가 어떻게 변주되어 시적 공간을 장악할지 매우 흥미롭”다고. 김 시인은 “꿈과 현실의 언어가 품은 포용력으로 갈등한 현실, 너머 어디쯤의 몰락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환상성의 지점”을 꿈꾸고 있다. 시인의 시적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적 현상 앞에선 “사물과 이미지를 배반하고 만나게 되는 들뢰즈의 감각”을 지향하는 시인의 세계와 직면하게 된다. 그것이 비록 슬픔을 쌓아놓은 풍경 더미라고 하더라도 시집을 접하고 나면 그의 시에 눈과 마음이 매혹된 독자로서의 심경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brand":"My Store","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48991433425148,"sku":"9791192651132","price":13.48,"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92651132.jpg?v=1776406306","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92651132","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