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92651385","title":"반짝이는 것들만 남은 11층(시인수첩 시인선 98)","description":"SF-시의 가능성 혹은 ‘디지털의 후예’\u003cbr\u003e\n2002년 현대시문학으로 등단한 홍숙영 시인이 마침내 언어의 본질로서 길어 올린 시집 『반짝이는 것들만 남은 11층』을 시인수첩시인선 98번으로 발간했다. \u003cbr\u003e\n시와 소설, 글쓰기 등 장르와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다방면에 걸쳐 놀라운 작법의 가능성을 보여준 홍숙영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 세계를 직관하고 성찰한 시간을 시대의 화두를 넘나들며 정교하게 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단에 충격파를 던지리라 예상된다. 특히 시집에 깃든 주제 의식은 한 편의 장엄한 유화-이미지와 같은데, ‘AI-시’의 등장으로 시의 본질적 질문이 더욱 첨예하게 부각되는 시점에서 언어와 세계, 시인과 존재에 대한 실존적 가능성까지 이 시집의 원근은 뛰어난 예지력을 발휘하고 있다. \u003cbr\u003e\n시인의 직관이 첫 번째 포문을 연 시는 「이상한 번역시와 골똘한 착상」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AI-시가 ‘엘리사 효과’ 곧 일종의 착란이라고 쓴다. “빛나는 언어가 별처럼 떠다니는 시인들의 채팅방, 한 시인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각자 AI의 도움을 받아 시 경연대회를 열자는 것이었어요 그러니까 똑똑한 프로그램을 고른다면 위대한 시인으로 인정받는 거죠 사실 AI가 똑똑한 건 아닙니다 사람들은 엘리사 효과에 속고 있어요.” 그리고 화자를 통해 AI-시를 일종의 ‘이상한 번역시’라고 호명한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다. AI는 ‘시를 쓴다’라는 자기 각성 없이 문장을 만들어 내는바, 다만 기존의 문장들을 학습해 그 배치를 바꿨을 뿐이다. 여기에는 일상이 예술로, 평범함이 숭고함으로 바뀌는 마법은 없다. \u003cbr\u003e\n그리고 이에 대한 혜안을 제시한다. 그는 영국의 포크 가수로 추앙받는 〈닉 드레이크〉를 소환해서는 예술로서의 시의 본질을 각인한다. 시인은 망설임 없이 노래한다. “조바심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성공이나 사랑, 혹은 면접을 치른 어두운 기다림 속에도 \/ 하지만 날것의 예술은 느림이 힘이죠 어떠한 모델도 필요 없어요 나는 그 자체로 특별하니까요 따라 할 이유도 없답니다 \/ 요절한 천재 닉 드레이크는 분홍 달빛에 희망을 걸었다고 합니다 아무도 그의 노래에 관심을 갖지는 않았죠”(「요절한 천재 닉 드레이크는 분홍 달빛에 희망을 걸었다고 합니다」). 닉 드레이크의 ‘분홍 달빛’이란 어쩌면 일상과 예술, 평범함과 숭고함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마법이다. \u003cbr\u003e\n아울러 홍숙영 시인의 작품이 무척 다채롭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SF-시라 명명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디지털화된 사회의 거의 모든 면모를 가늠하고 측정하며 작품에 투사한다. \u003cbr\u003e\n「기억의 숲」을 보자. 특이하게도 시인은 ‘숲’을 실체화하지 않는다. 단지 전쟁과 역병이 창궐했던 행성의 어느 한 지역이라는 것만 넌지시 암시하고 있다. 숲에서 어떠한 의식이 집행되고 또한 무슨 이유로 화살을 쏴야 하는지 밝히지도 않는다. 기존의 시들이 완벽한 자기-세계 속에서 언어를 산출하고 있었다면, 그는 확정되지 않은 세계 위에 집을 짓는다. 이미 숲은, 생성되는 회로가 아니라, 만들어-진-세계다. 다시 말하자면 디지털-화된 세계라 해도 놀랍지 않다. 그런 숲에 사람이 모여 있고 이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리멤버’라는 주문을 외우고 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숲에는 사이프러스가 고혹의 열매를 매달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바깥세상에서 살기 위해 사람들은 술잔을 높이 들고 ‘리멤버’를 외쳤다 그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은 잊혔고 웃음이 찾아왔다 말하자면 그것은 망각의 주문이었다\u003cbr\u003e\n-「기억의 숲」 부분\u003cbr\u003e\n\u003cbr\u003e\n「네고 불가」는 데카르트가 선언했던 인간의 의미-나는 생각하므로 존재한다-를 ‘소비’에 맞춰 전환한다. 말하자면 이렇다. “나는 소비하므로 존재한다.” 우선 상품이 소비되기 위해서는 이름과 가격이 부여되어야 한다. 시인은 뭔가 그럴싸하게 융통되는 언어들의, 그 어리숙하고 불편한 한계를 그대로 풀어낸다. 그리고 이름을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도록 가격을 매기고 “네고 불가”라는 독립선언서를 붙인다. 이것이 예의이며 도덕이고 정언의 명령이다. “서로의 마지막 예의는 건드리지 않기로 해요 \/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 당신의 이름을 봉인해 두는 것 \/ 마치 처음인 듯,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네고 불가」) 말이다.\u003cbr\u003e\n\u003cbr\u003e\n당신의 이름은 네고 불가\u003cbr\u003e\n39.9℃의 체온을 가졌습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화려한 여러 개의 배지를 단 우리는\u003cbr\u003e\n2020 홀리데이 미러볼 디스코 텀블러를 사이에 두고\u003cbr\u003e\n품질 좋은 과거를 거래합니다\u003cbr\u003e\n-「네고 불가」 부분","brand":"My Store","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48991486509308,"sku":"9791192651385","price":13.48,"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92651385.jpg?v=1776406509","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92651385","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