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93509333","title":"새가 되어 날아가다(우리 시대의 시선 4)(양장본 Hardcover)","description":"고통의 서사와 노래의 탄생\u003cbr\u003e\n박종덕 시인의 시집 『새가 되어 날아가다』가 청색종이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은 첫 시집 『양털 깎는 남자가 우주를 사라지게 한 이유는 없다』를 통해 존재와 언어의 불안한 경계를 탐문해 왔다. 화학산업계에서 엔지니어 경영자로 살아온 이력 또한 그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현대 과학과 오래된 인문학의 접점을 오래 사유해 온 그는 이번 시집에서 전통 서사의 원형과 현대적 내면의 고통을 한데 포개며 독특한 풍경을 펼쳐 보인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새가 되어 날아가다』는 최근 시단에서 보기 드물게 강한 서사적 흐름을 가진 시집이다. 제1부에서 제4부로 이어지는 동안 시적 화자는 어둠과 방황 속을 지나며 어떤 세계의 문턱을 향해 나아간다. 개별 시편들은 각각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하나의 긴 수행 서사처럼 읽힌다. 그 중심에는 오래된 이야기 하나가 놓여 있다. 바로 판소리 〈심청가〉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이재훈 시인이 해설에서 짚어내고 있듯 박종덕 시인의 시는 인유의 방법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해석의 담론을 제시한다. 특히 심청의 서사를 현대적 고통의 언어로 다시 변주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심청은 더 이상 효의 상징으로 머물지 않는다. 인당수의 어둠 속으로 스스로 몸을 던지는 존재이자, 상실과 불안을 견디며 세계의 의미를 끝내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형상으로 다시 태어난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이 시집에는 보지 못하는 자들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안개와 밤길, 검게 패인 눈, 흔들리는 그림자와 같은 이미지들. 그 가운데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존재가 안맹자(眼盲者)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 시집의 화자가 보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깊이 세계를 감각한다는 데 있다. 그는 눈 대신 소리를 따라간다. 새의 울음과 물결의 흔들림, 개가 짖는 소리 같은 것들이 길을 인도한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연파만리(煙波萬里)」에서 화자는 \"개의 울음을 쫓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 장면은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은유처럼 읽힌다. 확신 속에서 걷는 존재가 아니라 불안 속에서 더듬거리며 움직이는 존재. 세계는 \"미망(迷妄)의 뿌연 장막들\"로 가득 차 있고 인간은 그 안에서 끊임없이 길을 잃는다. 그렇기에 이 시집의 여정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이야기라기보다 길을 잃은 채 계속 움직이는 존재의 기록에 가깝다.\u003cbr\u003e\n\u003cbr\u003e\n박종덕 시인의 시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은 '몸'이다. 이 시집의 화자는 정신의 세계를 갈망하면서도 끝내 육체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몸을 가져 짐승처럼 울고 있네\"라는 구절은 이 시집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문장이다. 인간은 욕망과 허기와 두려움을 가진 존재이며, 그 조건에서 벗어난 채 세계를 사유할 수 없다. 시인은 경서와 불서를 뒤적이며 진리를 찾으려 하지만, 결국 언어와 개념만으로는 세계의 실체에 도달할 수 없음을 반복해서 체험한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이 지점에서 박종덕 시인의 시는 현대시 특유의 차가운 아이러니와는 다른 결을 드러낸다. 그의 시는 오래된 구도의 언어를 다시 불러오면서도 그것을 교리의 차원으로 밀어 올리지 않는다. 오히려 끝내 설명되지 않는 무엇 앞에서 머뭇거린다. \"나는 나인 채로 있습니다만\/ 새벽녘 정수리에 찬물을 부어도\/ 그 내가 나인지를 알지 못합니다\"라는 고백은 자기 존재의 중심을 끝내 붙들지 못하는 인간의 흔들림을 보여 준다. 이 흔들림은 철학적 사유 이전의 실존적 떨림에 가깝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시집 후반부에 이르면 어둠과 불안의 정조는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새와 꽃과 빛의 이미지들이 나타나고, 노래는 슬픔을 견디는 방식으로 변해 간다. 특히 「슬픈 노래의 힘」은 이 시집의 정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서 슬픔은 제거해야 할 감정이 아니다. 슬픔은 오히려 노래의 근원이 된다. 절망 끝에서 사라지는 대신 \"아주 가냘픈 노래로 되살아나\"는 것. 이 시집이 끝내 붙들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연약한 지속의 가능성이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이재훈 시인이 해설에서 언급한 \"고통의 서사와 화해의 득음\"이라는 표현은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의 흐름을 잘 설명해 준다. 다만 여기서의 화해는 모든 갈등이 사라진 평온의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결핍을 안은 채 세계와 다시 마주하려는 태도에 가깝다. 박종덕 시인의 시는 끝내 세계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선언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서로의 슬픔을 더듬으며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친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새가 되어 날아가다』는 오래된 서사의 원형과 현대적 불안을 함께 끌어안은 시집이다. 고전의 그림자를 품고 있으면서도 현재의 고독과 불안을 외면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시집에는 오래도록 귀에 남는 목소리가 있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으면서도 끝내 노래를 멈추지 않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에도 한동안 독자의 내면을 떠나지 않는다.","brand":"My Store","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49118789271804,"sku":"9791193509333","price":17.98,"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93509333.jpg?v=1779214777","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93509333","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