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93933268","title":"표준어 바깥에서","description":"누구도 쓰라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들은 썼다.\u003cbr\u003e\n이솝에서 볼드윈까지, 열일곱 명의 작가가 말한다, \"당신도 쓸 수 있다. 옳게 쓸 수 있다!\"\u003cbr\u003e\n인간의 '읽고 쓴다'는 능력, 곧 언어 장악력이 계급 이슈와 연결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서양에서는 라틴어, 동양에서는 한자가 바로 그 권력을 뒷받침해준 언어였다. 이 문자들을 익히는 데만 수년, 길게는 평생이 걸렸던 탓이다. 게다가 그 시간을 벌어줄 여유-노동에서 면제된 시간, 개인 교사, 값비싼 종이와 필기구, 책이 꽂힌 독립된 방-를 가진 사람은 소수의 지배층뿐이었다. 라틴어는 교회와 법정의 언어였고, 한자는 과거(科擧)와 관료제의 언어였다. 문자를 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신과 법과 국가에 접근할 자격을 뜻했다. 노예에게는 애초 배울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고, 여성에게는 배울 필요가 없다는 편견이 고착되었으며, 노동자와 식민지인에게는 배운다 해도 쓸 곳이 없다는 좌절감이 있었다. 읽고 쓴다는 것은 이처럼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자격의 문제로 치부되었다. 현대인이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역사에는 분명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자격 없다'고 여겨지던 그 자리에서 누군가는 썼다. 배워서 쓴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썼다. 이솝은 노예로 팔려 다니며 말을 잃은 자리에서, 사포는 여성의 욕망이 언어가 될 수 없던 시대에, 디킨스는 열두 살 구두약 공장 노동자의 자리에서 썼다. 우리는 이 이름들을 이미 안다. 『이솝 우화』를, 『돈키호테』를, 『올리버 트위스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들이 정확히 어떤 밑바닥에서, 무엇에 맞서며 글을 썼는지는 알지 못한다. 문학사는 그들의 이름은 남겼지만, 그들이 서 있던 자리는 슬그머니 지워버렸다. 『표준어 바깥에서』는 바로 그 지워진 자리를 복원하는 책이다. 저자 박홍규는 \"이 열일곱 명의 작가가 '유명해서'가 아니라 원래는 글을 쓸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은 자리에서 글을 써냈기 때문에 다시 읽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세계문학사를 빛낸 작품이 아니라 \"누가, 어떤 글을, 어디에서 썼는가\"의 관점에서 다시 배열한 열일곱 편의 작가론이다. 이 책이 제목에 '표준어'라는 단어를 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표준어는 단지 맞춤법에 맞는 말이 아니라 그 시대마다 지배계급이 정하고 관리해 온 언어를 가리킨다. 라틴어와 한자가 그러했듯, 표준어 역시 누가 말하고 쓸 자격이 있는지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동해 왔다.","brand":"Bookstore 12","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51219087884540,"sku":"9791193933268","price":21.35,"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93933268.jpg?v=1788428520","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93933268","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