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94366881","title":"핑계에도 거리가 있다(작가기획시선 43)","description":"이제는 고향 기계 쪽으로 돌아누우리라\u003cbr\u003e\n- 박홍재 시조집 『핑계에도 거리가 있다』\u003cbr\u003e\n부산시조작품상을 수상한 박홍재 시인이 세 번째 시조집 『핑계에도 거리가 있다』를 작가 기획시선 43번으로 출간하였다. 5부로 나뉘어져 총 75편의 가편을 수록하였다. \u003cbr\u003e\n저자 박홍재 시인은 경북 영일군 기계면에서 태어난 촌놈이다. 영일군이 1995년 1월 1일부로 포항시에 포함되면서 고향의 지명이 포항시 북부 기계면이 되었지만 촌놈이라는 딱지는 떨어지지 않았다. 신경림 시인이 일찍이 「파장」이란 시에서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의 시는 신경림 시인의 「파장」처럼 친근하고 정겨운 고향의 향기,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가난한 날의 따스했던 서정이 물씬 풍긴다.\u003cbr\u003e\n\u003cbr\u003e\n고향이 기계(杞溪)라면 놀라며 다시 묻고\u003cbr\u003e\n기계(杞溪) 중학 나왔다면 또다시 갸우뚱해\u003cbr\u003e\n선입견 무서운 짐작 고정관념 틀을 깬다\u003cbr\u003e\n\u003cbr\u003e\n기계과(機械科) 진학해서 기계(機械)를 다루었다\u003cbr\u003e\n똑같은 발음 땜에 친해지고 깊이 알려\u003cbr\u003e\n기계(杞溪)와 기계(機械) 사이에 버팀목은 기계다\u003cbr\u003e\n- 「기계(杞溪)와 기계(機械)」 전문\u003cbr\u003e\n\u003cbr\u003e\n이력서인 듯도 하고 자기소개서인 듯도 한 이 작품은 당신 고향이 어디냐고 질문을 받았을 때 ‘포항 기계’라고 말하면 열에 아홉은 깜짝 놀라는 사례부터 얘기한다. 포항 ‘기계(杞溪)’라고 하면 포항종합제철을 떠올리면서 사람들은 곧바로 ‘기계’가 새로 생긴 지명인 줄 안다. 기계가 고향이라고 하며 곧이어 중학교를 어디 나왔냐는 질문을 받게 되는데 이번에도 기계중학교라고 하면 한 번 더 놀란다. 포항제철에서 세운 중학교라고 오해하기 쉬운 교명이기에 그런 것이다. 그런데 그는 공교롭게도 대구기계공고에 진학해서 하필이면 기계과에 들어가 기계를 만지면서 고교 시절을 보낸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u003cbr\u003e\n기계면에서 태어난 시인은 그곳에서 죽 성장하였고 중학교까지 마치게 된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고등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집안이 몹시 가난했던 그는 경북도청 앞에 있는, 의자와 소화기(消火器)를 만드는 공장에 취직하게 된다. 이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향학열을 불태우자 공장 사람들은 그의 고교 진학을 응원해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등학생이 되는 행운을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갖게 되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매사에 성실하게 한 덕분이니 스스로 얻은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u003cbr\u003e\n중학교 졸업 이후 대도시 대구에서 살게 되었지만, 시의 공간적 배경은 고향 기계면인 경우가 많았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더 고향 생각이 짙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시간과 공간이 바로 고향 기계였기 때문이다. \u003cbr\u003e\n오랜만에 고향에 가보니 이제는 동네 집들도 낯선 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있고 어쩌다 한두 집만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친구들과 뛰놀던 어린 날의 풍경은 남아 있는 것이 없고 스무 명 아이들이 늘 놀고 있어서 반들거리던 골목에 가보니 잡초만 무성하다. 그 골목은 엄마가 날 부르며 찾던 곳이다. “담 너머 엄마 목소리 들릴 것만 같은데” (「그립다」) 들을 수 없어서 참으로 그립다. 엄마, 어머니가 등장하는 시는 「그믐달」 「꼬리연」 「개밥바라기」 「홍시」 「옹벽」 「첫 물 뜨다」 「별이 되다」 등 여러 편이다. 그중에서도 가슴 아픈 사연이 담겨 있는 시조를 한 편 보자.\u003cbr\u003e\n\u003cbr\u003e\n내 누이 짧은 생은 별똥별로 스쳐 갔다\u003cbr\u003e\n엄마의 한숨 속에 별이 되어 떴을 거야\u003cbr\u003e\n아버지 깊은 마음속엔 바윗덩이 박혔지\u003cbr\u003e\n\u003cbr\u003e\n누이와 종종걸음 까꿍 하며 숨바꼭질\u003cbr\u003e\n횟대 보 뒤에 숨어 까르르 웃던 모습\u003cbr\u003e\n한 번씩 쳐다본 별빛 그 눈망울 떠오른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엄마가 보고 싶어 밤하늘 올려보니\u003cbr\u003e\n큰 별과 작은 별이 사이좋게 얘기하네\u003cbr\u003e\n혹시나 소리 들릴까, 귀 세워보는 오늘 밤\u003cbr\u003e\n- 「별이 되다」 전문\u003cbr\u003e\n\u003cbr\u003e\n이 작품 속의 사연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보지 않았지만, 사연인즉 누이동생이 일찍 세상을 떴다는 것이다. 아버지, 엄마의 가슴에 큰 못을 박아놓고 동생은 떠나고 말았다. 시인은 두 번째 수에서 누이와 숨바꼭질하고 놀았던 그 날의 추억을 더듬고 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어머니도 돌아가셨다. 그래서 “엄마가 보고 싶어 밤하늘 올려보니” 큰 별(엄마 별)과 작은 별(누이 별)이 사이좋게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혹시나 소리 들릴까, 귀 세워보는 오늘 밤”이니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시인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고향 생각이 나는 것인가. 제목 자체가 「내 고향」인 작품이 있다. 귀거래사(歸去來辭)라기보다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심정으로 쓴 것이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소금기\u003cbr\u003e\n물씬 배어 동산 넘는 아침노을\u003cbr\u003e\n\u003cbr\u003e\n벌판을 \u003cbr\u003e\n건너와서 문설주를 잡아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영일만\u003cbr\u003e\n뱃고동 소리 묻어오던 고향집 \u003cbr\u003e\n- 「내 고향」 전문\u003cbr\u003e\n\u003cbr\u003e\n기계면은 바닷가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영일만이 멀지 않아서 뱃고동 소리가 들리곤 했었나 보다. 아침노을이 문설주를 잡아챈다는 문장으로 되어 있는 초장과 중장의 감각은 지극히 현대적인데 이 시조의 그림이 뇌리에 선명하게 떠오르게 하면서 더욱더 멋지게 마무리 짓는다. \u003cbr\u003e\n“밤하늘 별빛 달빛 이슬방울 품어 안은\/ 동네 우물”의 첫 손님은 “흰 수건 엄마”(「첫 물 뜨다」)였다. 그 엄마가 이고 온 우물물의 물맛을 보러 고향에 간다고 했는데 과연 그 우물이 여전히 그곳에 있을까? “황토색 흙더미가 맴을 도는 신목”도 없을 테고 “귀 닳아 오래된 주걱”도 없을 것이다. 아버지가 처음에는 아들이 농사짓기를 바랐지만 학교 선생님도 아내도 농투성이로 만들려는 아버지의 의견에 반대하여 기술을 배우라고 하자 아버지도 그들의 의견에 따라 자식의 어깨를 떠민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견습공 작업복은 옷소매 보면 안다\u003cbr\u003e\n틈도 없이 불러대는\u003cbr\u003e\n선임자 호출 따라\u003cbr\u003e\n쇠 깎는 선반 곁에서 기름때가 절었지\u003cbr\u003e\n?\u003cbr\u003e\n기술을 배워야만 배곯지 않는다는\u003cbr\u003e\n아버지 당부 말씀 \u003cbr\u003e\n가슴 깊이 새겨 담아\u003cbr\u003e\n궂은일 뒤치다꺼리 재빠르게 배웠다 \u003cbr\u003e\n- 「굽었던 골목」 부분\u003cbr\u003e\n\u003cbr\u003e\n소년공 시절의 애환을 담고 있는 가편이다. 기름때가 절어 있는 견습공 작업복을 입고 살아갔던 10대 후반. 기술을 배워야 배곯지 않는다는 아버지 말씀을 새겨들은 소년 박홍재 군은 불철주야 일을 하면서 기술을 배웠으리라. 요즈음에는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입력하면 선반이 자동으로 움직여 제품을 생산한다니 세상이 참 상전벽해로 변했다. 지금 세상의 인부들은 나의 “손톱에 때 끼던 시절”을 모른다. 불과 몇 십년 만에 천지가 개벽했다. 각 공장에도 AI가 많이 도입되었을 것이다. 시인은 기름밥을 먹던 그 시절을 다시 회상한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트위스트 소용돌이 날카로운 날 끝으로\u003cbr\u003e\n네 속을 속 시원히 꿰뚫어야 하는 거다\u003cbr\u003e\n옆구리 이곳저곳에 굵고 작은 구멍 내며\u003cbr\u003e\n\u003cbr\u003e\n내 뜻을 거부하며 버티는 네 몸짓에 \u003cbr\u003e\n화약 성분 뒤범벅된 절삭유를 뿌려댄다 \u003cbr\u003e\n스펀지 물이 스미듯 한 눈금씩 점령된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서서히 가슴 한쪽 무너지기 시작하면\u003cbr\u003e\n기회를 잡은 만큼 네 모습 형성되어\u003cbr\u003e\n단단히 암수 나사를 조여가며 옭아맨다\u003cbr\u003e\n- 「드릴 작업」 전문\u003cbr\u003e\n\u003cbr\u003e\n드릴로 강판이든 뭐든 꿰뚫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자면 “화학 성분 뒤범벅된 절삭유”를 뿌려야 한다. 그럼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이 한 눈금씩 점령되는 것이다. 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는 “세상사의 법칙도 드릴 작업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힘으로만 하면 안 된다. 드릴 작업을 하면서 배운 인생 철학이 세 번째 수에 나온다.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인다고 해결되지 않고 기회를 잘 포착해야 하고, 나중에는 “단단히 암수 나사를 조여가며 옭아매야” 드릴 작업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평한다. \u003cbr\u003e\n시인은 자신의 신문 배달 시절을 회상하기도 한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던 일이라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시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시인은 경치에도 정을 붙이고 산다. 낯익은 나무와 바위, 법당과 마당, 탑과 길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고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번잡한 대처에서의 생활에 지치면 언젠가는 찾고 싶은 고향이어서 “용수철 귀소본능 그대로 닮은 채로”(「가계부 주차장」) 같은 표현을 강구해 썼을 것이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꽃처럼 살아가기 \u003cbr\u003e\n어렵고 어렵지만\u003cbr\u003e\n끝내는 가야 할 길 \u003cbr\u003e\n헤매는 길이란다\u003cbr\u003e\n지금은 불두화처럼 꽃 피우고 계실까\u003cbr\u003e\n- 「불두화」 부분\u003cbr\u003e\n\u003cbr\u003e\n불두화는 한자로 ‘佛頭花’라고 쓴다. 해인사 난간 아래서 객승이 알려준 꽃 이름을 그 절의 스님은 잊지 않고 계실 것이다. 길(道), 즉 길이란 道다. 길을 간다는 것은 도를 닦는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꽃처럼 살아가기\/ 어렵고 어렵지만\/ 끝내는 가야 할 길”이 있다. 길을 나서면 헤매겠지만 어쩌겠는가.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고 그것이 인생행로인 것을. 사람 사이의 정을 강조한 시조로는 「쌈 한 입 건네다」 「노랑 버스」 「귀 닳은 주걱」 「볼트와 너트」 「노부부 시골 장날」 등 10편이 넘는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고향이 그리운 날, 박홍재 시인의 파노라마 같은 삶이 메타포로 드리워진 서정 시조집 『핑계에도 거리가 있다』의 행간 속을 거닐어보자. 어느새 시인이 걸어간 은유의 길을 함께 따라 걷는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흰 수건 엄마”(「첫 물 뜨다」)가 이고 온 우물물의 물맛이 문득 그리워질 것이다.","brand":"My Store","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48992309313788,"sku":"9791194366881","price":13.48,"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94366881.jpg?v=1776409428","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94366881","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