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96819323","title":"세상에서 가장 긴 시(CD1장포함)(샘터문학 시선 1001)","description":"글감의 깊이와 생각의 새로움\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        이 근 배 (시인 - 대한민국예술원 회장)\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얼마나 큰 축복인가. \u003cbr\u003e\n\u003cbr\u003e\n우주를 경영하기에 너무도 넉넉한 모국어와 내 겨레의 글자를 이고 태어난 이 땅의 시인들은, 그리하여 시로 해가 뜨고 시로 달이 지는 노래의 씨앗을 부리고 꽃과 열매를 거두고 있지 않는가.\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 오늘의 시는 지난 한 세기 참으로 숨 가쁜 시간과 공간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아침을 맞고 있다. 이때를 맞춰 오연복 시인이 사화집 「세상에서 가장 긴 시」를 상재하여 오래 천착穿鑿해 온 언어의 공법과 사물들의 재구성, 그리고 노랫말의 창작 등, 특유의 감성과 입담으로 이 땅의 시의 정글에 첫발을 내딛고 있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 먼저 글감 찾기에서부터 사냥방법이 이채롭다. 하늘에 높이 떠서 먹잇감을 낚아채는 독수리였다가 꽃들 속에 꿀을 따는 벌이었다가 깊은 산속을 헤매는 심마니였다가 종횡무진으로 들고나고 한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 다음으로 목청 또한 능소능대하다. 천둥치는듯하다가 봄눈처럼 가볍기도 하고 산짐승 울부짖다가도 두견처럼 서럽기도 하다 종다리처럼 지저귀기도 한다. 눈매도 손짓도 그렇다. 세상을 흘겨보다가도 웃음을 짓고 할퀴고 꼬집다가도 어깨를 토닥거리기도 한다. 오연복 시인의 시 쓰기는 그래서 한 편 한 편이 또 다른 우주를 만든다.\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  공항 카트 밀다가 코 파기는 왜 했어 \u003cbr\u003e\n\u003cbr\u003e\n  곰 개구리도 잠자는데 새벽길에 왜 비틀거렸어 \u003cbr\u003e\n\u003cbr\u003e\n  누가 배 내놓고 이불 걷어차랬니 \u003cbr\u003e\n\u003cbr\u003e\n  목도리는 왜 안 했어 \u003cbr\u003e\n\u003cbr\u003e\n  운동은 겨우 숨쉬기만 하고 \u003cbr\u003e\n\u003cbr\u003e\n  쥐뿔 난 성질머리 때문에 스트레스만 팍팍 받지\u003cbr\u003e\n\u003cbr\u003e\n  집안이 왜 이리 퀴퀴하고 눅눅하니 \u003cbr\u003e\n\u003cbr\u003e\n  제발 환기 좀 해\u003cbr\u003e\n\u003cbr\u003e\n                ㅡ〈고뿔〉 첫 연\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 “감기”는 한자어인 데다 소쉬르가 말한 랑그(angue)이고 “고뿔”은 순수 우리말인 데다 파롤(parole)에 해당된다. 오연복 시인이 “감기”가 아닌 “고뿔”로 잡은 것부터가 시적 언어를 구사하는 힘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 〈고뿔〉은 우리가 일상으로 만나는 시적 발상과는 매우 다르다. “공항 카트 밀다가 코 파기를 왜 했어”로 말문을 여는 것에서 누구나 한 번쯤 시의 글감으로 잡을법한 그런 품새가 아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  무인도를 품고 있는 섬이라면\u003cbr\u003e\n\u003cbr\u003e\n  바다 갈림의 환상쯤은 있어야 한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할아버지의 바다는 달빛이 드나들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나문재는 매향리 둔덕에 수줍은 연지를 찍고\u003cbr\u003e\n\u003cbr\u003e\n  고온리 산자락에는 곤지보다 해맑은 노을이 드러누웠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일장기는 썰물의 바다에 떠밀려갔는데\u003cbr\u003e\n\u003cbr\u003e\n  한국전쟁을 빌미로 1951년 어느 날\u003cbr\u003e\n\u003cbr\u003e\n  매향리에는 미합중국의 깃발이 슬그머니 들어섰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여울 건너 농섬 등성이에 \u003cbr\u003e\n\u003cbr\u003e\n  날 샐 때마다 그려지는 느닷없는 동그라미가\u003cbr\u003e\n\u003cbr\u003e\n  해방의 상징인 듯 하여 \u003cbr\u003e\n\u003cbr\u003e\n  넉넉한 호기심으로 바라보았던 매향리,\u003cbr\u003e\n\u003cbr\u003e\n  쿵쾅거리는 포탄 과녁일 것이라고 차마 꿈에선들 알았을까\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             ㅡ〈매향리 애가〉에서\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梅香里는 그 이름처럼 매화 향기가 아니라 포탄의 연기가 나는 마을이다. “매향리 평화역사관”의 포탄전시가 말해주듯 한국전쟁 때 미군에 의해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된 아픈 이야기를 안고 있다. 바다와 맞닿아있는 어쩌면 산과 바다의 아름다움을 그려져야 할 시골인데 오연복 시인은 목청을 높이거나 발톱을 드러내거나 하지 않고 슬픔을 가라앉히는 말을 골라 쓴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 “무인도를 품고 있는 섬이라면\/ 바다 갈림의 환상쯤은 있어야 한다”고 시인이 역사의 현장에 뛰어들 때 자신도 모르게 말의 칼끝을 내밀게 된다. 그러나 오연복 시인은 아주 곱고 부드러운 비단으로 상처를 보듬는다. \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u003cbr\u003e\n 시의 깊이는 글자의 숫자로 특정되지 않는다. 지은이가 “세상에서 가장 긴 시”로 이름한 것은 이 사화집에 다 담아내지 못한 많은 글감들, 혹은 이 사화집 속에 내포된 긴 생각들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오연복 시인의 시가 표제처럼 널리, 그리고 오래 읽히기를 빈다.","brand":"My Store","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48992970309884,"sku":"9791196819323","price":16.85,"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96819323.jpg?v=1776412371","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96819323","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