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98876003","title":"이상희 사진집","description":"prologue\u003cbr\u003e\n이상희 사진집에 부쳐\u003cbr\u003e\n이형권 시인, 무심재 투어 대표\u003cbr\u003e\n여행은 움직이는 독서와 같다. 문장과 문장 사이 행간의 의미를 헤아리듯이 여행은 세상과 사람, 풍경에 대해서 끊임없이 독해하며 그 속에 담긴 의미들을 생각하게 된다.\u003cbr\u003e\n여행자에게 예정된 시간은 없다. 모두가 바람처럼 스쳐 간다. 때로는 운명 같기도 하고 때로는 우연처럼 흘러간다. 그 속에서 여행자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사색하는 존재이다.\u003cbr\u003e\n햇살이 나뭇잎 사이에서 반짝일 때, 사막에서 떠돌이 낙타를 마주했을 때, 초원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았을 때… 한 알의 불씨가 들판을 태우듯이 한 장면의 풍경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u003cbr\u003e\n여행자의 시선에 들어온 풍경은 마음속에 파문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질적인 변화를 일으킨다.\u003cbr\u003e\n눈물이 되기도 하고 사랑이 되기도 하고 사유가 되기도 한다. 또 한 편의 시가 되기도 하고 그림이 되기도 하고 노래가 되기도 하고 사진이 되기도 한다.\u003cbr\u003e\n그래서 여행은 늘 삶을 총제적으로 흔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그와 나는 오랫동안 길 위를 떠도는 여행자였다. 서른 살 무렵 내가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 출강하며 여행 선생이 되었을 때 만난 인연이다. 우리 땅의 역사와 문화,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선 인문학 기행의 시작이었다. 당시 나는 강의 자료와 여행기 원고에 들어갈 자료사진을 모으기 위해 습관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회원들 사이에 카메라를 든 여행자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사진과 여행이 만나면서 여행클럽은 한층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u003cbr\u003e\n단순했던 문화기행이 계절, 시간, 빛의 변화 속에서 숨어 있던 풍경의 면목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u003cbr\u003e\n우리가 찾아다니던 문화유산과 역사의 현장들이 사진과 만나면서 다양하고 풍요로워지기 시작했다.\u003cbr\u003e\n그런 시간이 30년이 넘게 흘렀다. 그 속에서 전문가들이 애장하는 라이카 카메라를 들고 풍경에 집중하는 이상희 씨와는 금방 동질감 같은 것이 생겨 가까워졌다.\u003cbr\u003e\n학창 시절 그는 ‘숙미회’ 사진 동아리의 멤버로 오지의 풍경을 누빈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가족들과도 친분이 쌓이게 되고 살아온 내력이며 사진의 취향도 알게 되었다. ‘공주’라 불리는 닉네임과는 안 어울리게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특파원 기자를 꿈꾸기도 했다고 한다. 70년대 학번의 여성들의 삶이 그렇듯이 졸업 후 대기업 회사원의 부인이 된 그의 삶은 ‘현모양처’의 시간이었다.\u003cbr\u003e\n남편은 자기 분야에서 성취를 이루었고 자녀들도 번듯하게 성장하여 제 자리를 잡았다. 그때 젊은 날의 꿈이 다시 살아나 카메라를 든 여행자가 된 것이다.\u003cbr\u003e\n사진은 피사체를 담아내는 마음과 눈의 이야기이다. 사람은 눈에 비쳐지는 모든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의도적이고 주관적 시선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사진이 갖는 예술적 함의는 이 작가의 주관성과 사물이 만나서 스파크를 일으키며 벌어지는 사건이다. 내재된 미의식이 존재의 실체에 이르려는 창조적인 행위에서 묘한 희열이 발생하고 파인더 속 풍경에 집중하게 된다.\u003cbr\u003e\n때로는 과잉된 의식으로 파격적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무심한 일상의 풍경에서 발견되는 영상미는 깊은 울림을 일으킨다. 전광석화처럼 스쳐 가는 한 컷의 장면 속에 어떤 존재의 진실을 드러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u003cbr\u003e\n영리하게 진화해버린 카메라의 테크닉에 힘입어 흥미로웠던 사진놀이는 금방 매너리즘에 빠져들게 된다. 잘 찍은 사진이란 빛과 구도와 색채의 미학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u003cbr\u003e\n궁극적으로는 대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심상을 기르는 데 있다. 대상을 깊이 들여다보고 다가갈 때 사진은 의도된 논리가 아니라 정서적 깊이를 드러낸다. 그런 사랑의 감정이 묻어나는 사진은 드라마틱하고 무궁무진한 생각의 여백을 갖게 된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이상희의 사진은 작가주의적 태도로 무장된 사진은 아니다. 자기 인생의 2막을 위로하는 동반자 같은 존재이다. 봄날 낡은 고택 선비의 창가에 피어나는 매화이거나, 청보리밭 고랑에서 홀로 요염한 개양귀비꽃이거나, 마음이 쓸쓸해 가던 가을날 갯벌에서 무성해지는 붉은 칠면초이거나, 함께 걸었던 사막의 신기루 같았던 빛깔들, 그리고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했던 붉은 노을 아래 폭우가 쏟아지던 초원의 밤… 모두 추억이 생각나는 풍경이다. 그러나 풍경 속에서 마주했던 순간들은 소리치거나 과장되지 않고 정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바람결에 스카프를 날리며 지구별을 떠도는 어린 왕자처럼 자신의 삶과 여행을 스케치하고 있다. 아직은 그가 부르고 싶은 노래의 전모가 드러나 있지 않지만 한 생애를 무던하게 살아낸 사람의 연륜과 순정이 느껴진다. 한 가정의 중심이 되어 살아온 존재가 자기 인생의 후반부를 장식할 어떤 작품을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때로는 지치고 힘겨웠지만 기꺼이 감내하고 살아낸 사람의 중후한 맛이 느껴진다.\u003cbr\u003e\n\u003cbr\u003e\n 사진을 무의식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설명할 때 그의 작품 중 ‘무성한 수풀을 헤치고 걸어오는 코끼리’는 이상희가 발견한 특별한 아름다움이다. 마치 김민기가 노래한 ‘늙은 군인의 노래’처럼 비장미가 느껴진다. “나 태어나 이 강산에 어언 삼십년” 그가 헤쳐온 야생의 삶이란 얼마나 신산고초가 많았을까. 윤기 나는 깃털과 용맹한 눈빛은 잃었지만 그는 여전히 당당하고 초연하다.\u003cbr\u003e\n우리는 지금 어떤 시간 앞에 서 있다. 젊은 날에는 영문도 모르고 그 시간을 헤매고 다녔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는 그 시간 앞에서 경건해진다. 그 경건한 시간 속으로 코끼리가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brand":"My Store","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48997032788220,"sku":"9791198876003","price":39.33,"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98876003.jpg?v=1776450205","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98876003","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