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book-9791199846883","title":"촘촘하게 혹은 느슨하게(이um시선 8)","description":"촘촘하게 혹은 느슨하게\u003cbr\u003e\n혜나의 시집 「촘촘하게 혹은 느슨하게」는 이러한 삶의 이치를 바느질과 수선의 언어로 풀어낸다. 시인의 눈길은 버려진 자투리 천과 고장 난 지퍼, 도마 위의 채소와 신문지, 이름을 고친 도라지와 일상의 도형들에 머문다. 평범한 사물들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의 노동과 관계, 사회적 역할과 존재의 가치에 관한 질문이 숨어 있다. 시인은 해지고 어긋난 것에서 삶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에게 수선은 낡은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일이 아니라, 달라진 조건 속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일이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중략\u003cbr\u003e\n\u003cbr\u003e\n옷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자투리가 생긴다. 몸에 맞게 천을 자르고 낡은 부분을 도려내다 보면 처음의 온전한 형태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이 남는다. 「자투리와 노루발」은 그 잘려 나간 천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못에 걸려 찢어지고, 넘어져 구멍이 나고, 살이 쪄서 해진 옷감은 날 선 가위와 바늘, 재봉틀의 노루발을 거치며 다시 잘려 나간다. \"서걱서걱\"이라는 소리는 수선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면서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잘려 나가는 존재의 아픔을 환기한다. 특히 \"무쇠노루발로 밟혀도\"라는 표현에서는 옷감을 고정하고 밀어주는 재봉틀의 기능이 누군가를 짓누르는 힘으로 바뀐다. 생활의 도구를 통해 사회에서 경험하는 압박과 배제의 감각을 드러내는 것이다.\u003cbr\u003e\n  그러나 시인의 관심은 잘려 나가는 고통에만 머물지 않는다. \"어느새 자투리 마을이 생겨나요\"라는 구절에서 버려진 천 조각들은 다시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다. 온전한 옷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해 밀려났지만, 자투리는 다른 옷의 해진 부분을 메우며 새로운 쓰임을 얻는다. 여기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변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의 모습도 겹친다. 그렇다고 자투리의 가치를 새로운 쓰임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그것 역시 한때 옷의 일부였고, 누군가의 삶과 시간을 함께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른 옷에 덧대어지는 순간에도 자투리는 부수적인 재료가 아니라 그 옷을 이루는 소중한 일부가 된다.\u003cbr\u003e\n\u003cbr\u003e\n-이송희(시인, 문학평론가)해설 중에서","brand":"Bookstore 12","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68065849704700,"sku":"9791199846883","price":13.48,"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30\/4681\/9068\/files\/9791199846883.jpg?v=1793701892","url":"https:\/\/bookstore12.com\/products\/book-9791199846883","provider":"Bookstore 12","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