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 시티(문예중앙 시선 14)
Regular price
$8.99
Sale price
Regular price
✈️
Estimated delivery date 예상 배송일
Standard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8-12 영업일
Express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6-8 영업일
쓸쓸함과 용기 모두를 끌어안은 감성의 표현들!
최승철 시인의 첫 번째 시집『갑을 시티』. 2002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저자는 이번 시집에서 오랜 시간 벼린 문장으로 다지고 쌓아올린, 자신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마음껏 펼쳐 보인다. 문장들의 흐름과 떨림이 만들어내는 성량으로 몸의 진동을 조율하는, 각기 다른 사유의 파동과 섬세하게 떨리는 감성의 진동이 우주와 소통하는 전파처럼 흘러넘치는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코끼리의 코’, ‘붓다를 만나면 붓다를 그리고 붓다’, ‘병실에서 바라본 풍경’, ‘다른 명명법으로 호명하자면’, ‘무용수는 태양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등 외롭고 뜨거운 언어들이 담긴 모두 59편의 시편이 수록되어 있다.
최승철 시인의 첫 번째 시집『갑을 시티』. 2002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저자는 이번 시집에서 오랜 시간 벼린 문장으로 다지고 쌓아올린, 자신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마음껏 펼쳐 보인다. 문장들의 흐름과 떨림이 만들어내는 성량으로 몸의 진동을 조율하는, 각기 다른 사유의 파동과 섬세하게 떨리는 감성의 진동이 우주와 소통하는 전파처럼 흘러넘치는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코끼리의 코’, ‘붓다를 만나면 붓다를 그리고 붓다’, ‘병실에서 바라본 풍경’, ‘다른 명명법으로 호명하자면’, ‘무용수는 태양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등 외롭고 뜨거운 언어들이 담긴 모두 59편의 시편이 수록되어 있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새의 발톱이 전해준 기억
최초의 생각과 느낌을 궁굴리고 가지 쳐서 마지막에 이르는 시가 종대의 시라면, 생각의 드난살이와 느낌의 신출귀몰을 일렬로 세워 파도처럼 거듭해서 밀어붙이는 시가 횡대의 시다. 최승철의 시는 후자다. _권혁웅 시인
이 시집은 외로움이라는 링 위에서 의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이는 종합격투기에 비견된다. _조강석 문학평론가
2002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최승철 시인의 첫 시집 『갑을 시티』(문예중앙시선 014)가 문예중앙에서 출간되었다. 등단 10년 만에 펴내는 그의 첫 시집에 실린 시편은 모두 59편. 시인은 오랜 시간 벼린 문장으로 다지고 쌓아올린, 사유와 감성의 용광로와 같은 그의 유니크한 시 세계를 이 시집 한 권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최승철의 시에는 각기 다른 사유의 파동과 섬세하게 떨리는 감성의 진동이 우주와 소통하는 전파처럼 흘러넘친다. 해설을 쓴 오연경 문학평론가에 따르면 그 전파는 「질주하는 마음의 의지가 접촉한 언어」이며, 「저 바깥의 비인칭적 기억으로부터 도래한 언어」이다. 그 언어의 기원에는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내부에 살고 있는 「고통의 성량(聲量)」과 「외로움」이 있다. 이 외로움을 시인은 한 시편에서 「새의 발톱이 전해준 기억」(「숲 속의 오븐」)이란 아름다운 시어로 명명한다. 각 시편마다 사유의 문장들을 걷어내면 남는 것은 빗방울처럼 쓸쓸히 흘러내리는 빗금(/)들. 「세상의 모든 빗방울을 모두 만져볼 수 없」(「보리빵을 만드는 오후」)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하나의 빗방울에서 삼천대천세계를 볼 수 있」(해설 중에서)다는 믿음을 시인은 홀로 「외롭게」 수행하고 있다. 또한 권혁웅 시인은, 이 빗금(/)을 세계를 향해 진군해가는 사유의 병사들이 치켜든 창이라고 비유한다. 시인 특유의 형식실험은 이처럼 쓸쓸함과 용기 모두를 끌어안은 감성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화택(火宅)의 안팎
낚싯대를 물고 간 물고기를 곰이라고 하자
심해의 색은 짙게 검푸른 동굴,
눈동자를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겁을 먹을 테니
파도에 거친 울음을 실어 보내는 곰의 포효
-「생각하고 있는 곰」 부분
「낚싯대를 물고 간 물고기」처럼 상처를 가진 존재는 화택(火宅)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최승철 시인은 "잠원(暫原: 잠깐 동안 스쳐가는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감정의 총체)의 모든 기억"(「생각하고 있는 곰」)을 깨워 상처에 고여 있는 고통을 공명시킨다. 그래서 오연경 문학평론가는, "최승철 시의 주체는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내부에 살고 있는 곰, 바로 고통의 성량(聲量)"이라고 말한다. 그 잠원의 기억은, "고통보다 먼저 고통에 대한/기억"(「다른 명명법으로 호명하자면」), "어떤 개체가 경험한 기억이 아니라 경험 이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서의 기억"이며, "고통에 대한 비인칭적 기억"이다. 그리하여 그 기억 속에 상처의 고통을 가진 존재들과 마주칠 때 "우주와의 간절한 소통"(해설 중에서)을 시작한다.
눈 쌓인 아침 / 밖이 너무 밝으면 안을 제대로 볼 수 없다 / 돌을 두드리면 강물 소리가 들린다 / 타르르 타르르 / 공기들이 염주알로 굴러간다 / 액체는 변화시키기 힘들다 / 곡선은 푸른색이다 / 그것을 나는 뫼비우스 띠의 원리라고 부른다 / 다만, 깨어지는 순간 깨닫는다
눈 내리는 고요 / 안이 너무 밝으면 밖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다 / 형광등 불빛이 온 방을 떠돌아다니다 / 흰 빛을 품은 공기들이 서로에게 적의를 보인다 / 벌겋게 타오르는 속삭임들 / 밖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데 안에 있는 사람들만이 모른다는 화택(火宅)
-「화택(火宅)」 부분
"안이 너무 밝으면 밖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듯이 삶의 이합집산에 집착하면 이 세계가 화택(火宅)인 줄 모른다. 반면에 그런 삶에 초연하면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의 순환에 사로잡힌다.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뫼비우스 띠와 같은 순환. 오연경 문학평론가는 "뫼비우스 띠와 같은 우주의 시간 속에서 보면 모든 존재는 중첩되고 순환"하며, "우주의 모든 사물들은 안이 밖이고 밖이 안인 시간의 순환 속에서 존재의 부신(符信)을 나누어 갖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최승철의 시에서 "자신의 마음과 가장 닮은 조약돌을 죽은 자의 입에 넣어주던 풍습"(「부신(符信)」)처럼 산 자와 죽은 자가 안과 밖의 경계를 넘어 신표를 나누듯, "세상 모든 존재들이 서로의 마음을 교환하는 신표는 바로 「고통을 품고 부화」(「화택(火宅)」)하는 상처"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니 화택은 우리의 저 뜨거운 울음과 슬픔의 거주지다.
상처의 기억이 발효하는 시간, 벤치타임
그렇다면 존재의 상처는 어떻게 회복되는가? 최승철 시인은 "벤치타임"(「밀가루가 발효되는 시간」), 즉 발효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방금 전과 방금 후의 사이"이며 "텅빈 휴지(休止)"(「새를 위한 삼단 논법 1」)의 시간이다. 이 시간은 우주에 떠도는 상처의 기억들이 서로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내통하는 고요하고 텅 빈 순간이다. 그래서 시인은 "꺾꽂이한 버드나무 가지"에 새순이 돋는 것은 함께 꺾여온 "개미의 발자국"(「밀가루가 발효되는 시간」)이 버드나무 가지를 타고 오르기 때문이라고, 서로의 '꺾인' 상처가 만나 새살이 돋아남을 말하고 있다.
잠을 자는 동안 꿈속에서 자꾸 걷기 운동을 해요 / 건강에 해롭겠죠? / 칸트는 빵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보리수나무 그늘 아래 부는 바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허공을 나는 새도 둥지가 필요하다 / 한국의 스파이가 리비아에서 붙잡혔다 / 고등어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 소주를 부었다
-「숲 속의 오븐」 부분
오연경 문학평론가는 위의 시에서 문장과 문장 사이에 세워져 있는 빗금(/)에 주목하며, "벤치타임이 최승철 시작법의 원리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위의 빗금과 전혀 다른 맥락의 문장의 나열은 이 시집 전체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빗금은 병렬적으로 나열된 이질적인 문장들의 의미 연관을 차단하면서 연결하는 하는 이중의 역할을 한다. 그것은 문장과 문장 사이에 「텅 빈 휴지(休止)」, 벤치타임을 제공한다. 문장들은 각자의 이질성이 상호 침투하여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발효의 시간을 갖는다. 영화의 잔상 효과가 순간적인 데 비해, 문장들의 잔상은 지속적으로 누적되면서 여러 겹으로 두터운 의미층으로 발효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러한 형식 실험과 함께 중간 중간에 삽입되는 '행갈이 형식'을 갖춘 서정적 울림의 시연들은 "문장-오브제들의 복잡계를 시적으로 비보(裨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음 심(心) 자는 말의 다리가 네 개인 것을 형상화했을 것이다
-「매미 울음의 붉어질 때까지」 부분
최승철 시인의 말(시인은 말(言)과 말(馬)이라는 동음이의어를 '言'과 '馬'라는 두 개의 기의를 지닌 다의어 '말'로 치환한다.)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타협하지 않겠다는 편향"이 만든 "정신의 길"(「매미 울음이 붉어질 때까지」)이고, 경험론의 한계를 넘어 "뜰 안"에서 "뜰 밖으로" 뿌리내리려는 "정신의 자세"(「보리빵을 만드는 오후」)이며, "세상의 모든 빗방울을 모두 만져 볼 수 없"지만 하나의 빗방울에서 삼천대천세계를 보고자 하는, 어떤 깨달음에 이르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이자 믿음이다. 시인은 외롭게 질주한다. 단 풍요로운 언어와 함께. 『갑을 시티』는 이런 언어들의 갑을병정, 이들이 태어나는 세계의 갑을병정, 이 세계에 거주하는 이들의 갑을병정……을 모두 대표하는 제목이다. 여기 한 언어로 번역된 세계와 그 세계에 포괄된 장삼이사들과 그들이 쏟아내는 외롭고 뜨거운 언어들이 있다.
■ 추천사
종대(縱隊)로 오는 시가 있고 횡대(橫隊)로 오는 시가 있다. 최초의 생각과 느낌을 궁굴리고 가지 쳐서 마지막에 이르는 시가 종대의 시라면, 생각의 드난살이와 느낌의 신출귀몰을 일렬로 세워 파도처럼 거듭해서 밀어붙이는 시가 횡대의 시다. 최승철의 시는 후자다. 첫 번째 열(列)은 고백들. 맨몸으로 세계와 부딪쳐서 깨지고 피 흘리는 보병들. 두 번째 열은 성찰들. 뒤에서 세계를 향해 촌철의 잠언을 쏘아대는 궁병들. 세 번째 열은 서사들. 빠르게 세계의 빈 곳을 향해 진입하는 기병들. 이제 끝인가 싶으면, 아예 인해전술 쓴다던 중공군처럼 막무가내로 쏟아져 나오는 시행들. 중간중간에 창들("///")을 들고. 이것이 최승철의 서법(敍法)이자 진법(陣法)이다.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게 없다.
-권혁웅 · 시인
외롭다는 말을 달변으로 전하는 이의 심중에 무엇이 있을까? 비애를 이항대립의 연속체로 구성하는 이의 계획은 무엇일까? 허무를 강력한 에너지로 전파하는 이의 의지는 무엇을 열망하는가? 최승철은 모순놀이를 서정으로 벼리는 기막힌 재주를 지녔다. 그는 논리적 모순을 의미의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고향으로 만드는 숙련된 사유를 전개한다. 그의 시는 표면적으로 의미의 접촉사고를 보여주지만 숙고하는 정신에게는 다면체로서의 의미물질이 시라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꿈틀대는 의미들을 각기 제 방에 능숙하게 격리시켰다 일거에 풀어놓는 기량으로 최승철은 자신의 흉중을 세계의 모순들과 교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이 시집은 외로움이라는 링 위에서 의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이는 종합격투기에 비견된다.
-조강석 · 문학평론가
최초의 생각과 느낌을 궁굴리고 가지 쳐서 마지막에 이르는 시가 종대의 시라면, 생각의 드난살이와 느낌의 신출귀몰을 일렬로 세워 파도처럼 거듭해서 밀어붙이는 시가 횡대의 시다. 최승철의 시는 후자다. _권혁웅 시인
이 시집은 외로움이라는 링 위에서 의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이는 종합격투기에 비견된다. _조강석 문학평론가
2002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최승철 시인의 첫 시집 『갑을 시티』(문예중앙시선 014)가 문예중앙에서 출간되었다. 등단 10년 만에 펴내는 그의 첫 시집에 실린 시편은 모두 59편. 시인은 오랜 시간 벼린 문장으로 다지고 쌓아올린, 사유와 감성의 용광로와 같은 그의 유니크한 시 세계를 이 시집 한 권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최승철의 시에는 각기 다른 사유의 파동과 섬세하게 떨리는 감성의 진동이 우주와 소통하는 전파처럼 흘러넘친다. 해설을 쓴 오연경 문학평론가에 따르면 그 전파는 「질주하는 마음의 의지가 접촉한 언어」이며, 「저 바깥의 비인칭적 기억으로부터 도래한 언어」이다. 그 언어의 기원에는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내부에 살고 있는 「고통의 성량(聲量)」과 「외로움」이 있다. 이 외로움을 시인은 한 시편에서 「새의 발톱이 전해준 기억」(「숲 속의 오븐」)이란 아름다운 시어로 명명한다. 각 시편마다 사유의 문장들을 걷어내면 남는 것은 빗방울처럼 쓸쓸히 흘러내리는 빗금(/)들. 「세상의 모든 빗방울을 모두 만져볼 수 없」(「보리빵을 만드는 오후」)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하나의 빗방울에서 삼천대천세계를 볼 수 있」(해설 중에서)다는 믿음을 시인은 홀로 「외롭게」 수행하고 있다. 또한 권혁웅 시인은, 이 빗금(/)을 세계를 향해 진군해가는 사유의 병사들이 치켜든 창이라고 비유한다. 시인 특유의 형식실험은 이처럼 쓸쓸함과 용기 모두를 끌어안은 감성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화택(火宅)의 안팎
낚싯대를 물고 간 물고기를 곰이라고 하자
심해의 색은 짙게 검푸른 동굴,
눈동자를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겁을 먹을 테니
파도에 거친 울음을 실어 보내는 곰의 포효
-「생각하고 있는 곰」 부분
「낚싯대를 물고 간 물고기」처럼 상처를 가진 존재는 화택(火宅)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최승철 시인은 "잠원(暫原: 잠깐 동안 스쳐가는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감정의 총체)의 모든 기억"(「생각하고 있는 곰」)을 깨워 상처에 고여 있는 고통을 공명시킨다. 그래서 오연경 문학평론가는, "최승철 시의 주체는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내부에 살고 있는 곰, 바로 고통의 성량(聲量)"이라고 말한다. 그 잠원의 기억은, "고통보다 먼저 고통에 대한/기억"(「다른 명명법으로 호명하자면」), "어떤 개체가 경험한 기억이 아니라 경험 이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서의 기억"이며, "고통에 대한 비인칭적 기억"이다. 그리하여 그 기억 속에 상처의 고통을 가진 존재들과 마주칠 때 "우주와의 간절한 소통"(해설 중에서)을 시작한다.
눈 쌓인 아침 / 밖이 너무 밝으면 안을 제대로 볼 수 없다 / 돌을 두드리면 강물 소리가 들린다 / 타르르 타르르 / 공기들이 염주알로 굴러간다 / 액체는 변화시키기 힘들다 / 곡선은 푸른색이다 / 그것을 나는 뫼비우스 띠의 원리라고 부른다 / 다만, 깨어지는 순간 깨닫는다
눈 내리는 고요 / 안이 너무 밝으면 밖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다 / 형광등 불빛이 온 방을 떠돌아다니다 / 흰 빛을 품은 공기들이 서로에게 적의를 보인다 / 벌겋게 타오르는 속삭임들 / 밖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데 안에 있는 사람들만이 모른다는 화택(火宅)
-「화택(火宅)」 부분
"안이 너무 밝으면 밖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듯이 삶의 이합집산에 집착하면 이 세계가 화택(火宅)인 줄 모른다. 반면에 그런 삶에 초연하면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의 순환에 사로잡힌다.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뫼비우스 띠와 같은 순환. 오연경 문학평론가는 "뫼비우스 띠와 같은 우주의 시간 속에서 보면 모든 존재는 중첩되고 순환"하며, "우주의 모든 사물들은 안이 밖이고 밖이 안인 시간의 순환 속에서 존재의 부신(符信)을 나누어 갖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최승철의 시에서 "자신의 마음과 가장 닮은 조약돌을 죽은 자의 입에 넣어주던 풍습"(「부신(符信)」)처럼 산 자와 죽은 자가 안과 밖의 경계를 넘어 신표를 나누듯, "세상 모든 존재들이 서로의 마음을 교환하는 신표는 바로 「고통을 품고 부화」(「화택(火宅)」)하는 상처"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니 화택은 우리의 저 뜨거운 울음과 슬픔의 거주지다.
상처의 기억이 발효하는 시간, 벤치타임
그렇다면 존재의 상처는 어떻게 회복되는가? 최승철 시인은 "벤치타임"(「밀가루가 발효되는 시간」), 즉 발효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방금 전과 방금 후의 사이"이며 "텅빈 휴지(休止)"(「새를 위한 삼단 논법 1」)의 시간이다. 이 시간은 우주에 떠도는 상처의 기억들이 서로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내통하는 고요하고 텅 빈 순간이다. 그래서 시인은 "꺾꽂이한 버드나무 가지"에 새순이 돋는 것은 함께 꺾여온 "개미의 발자국"(「밀가루가 발효되는 시간」)이 버드나무 가지를 타고 오르기 때문이라고, 서로의 '꺾인' 상처가 만나 새살이 돋아남을 말하고 있다.
잠을 자는 동안 꿈속에서 자꾸 걷기 운동을 해요 / 건강에 해롭겠죠? / 칸트는 빵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보리수나무 그늘 아래 부는 바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허공을 나는 새도 둥지가 필요하다 / 한국의 스파이가 리비아에서 붙잡혔다 / 고등어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 소주를 부었다
-「숲 속의 오븐」 부분
오연경 문학평론가는 위의 시에서 문장과 문장 사이에 세워져 있는 빗금(/)에 주목하며, "벤치타임이 최승철 시작법의 원리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위의 빗금과 전혀 다른 맥락의 문장의 나열은 이 시집 전체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빗금은 병렬적으로 나열된 이질적인 문장들의 의미 연관을 차단하면서 연결하는 하는 이중의 역할을 한다. 그것은 문장과 문장 사이에 「텅 빈 휴지(休止)」, 벤치타임을 제공한다. 문장들은 각자의 이질성이 상호 침투하여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발효의 시간을 갖는다. 영화의 잔상 효과가 순간적인 데 비해, 문장들의 잔상은 지속적으로 누적되면서 여러 겹으로 두터운 의미층으로 발효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러한 형식 실험과 함께 중간 중간에 삽입되는 '행갈이 형식'을 갖춘 서정적 울림의 시연들은 "문장-오브제들의 복잡계를 시적으로 비보(裨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음 심(心) 자는 말의 다리가 네 개인 것을 형상화했을 것이다
-「매미 울음의 붉어질 때까지」 부분
최승철 시인의 말(시인은 말(言)과 말(馬)이라는 동음이의어를 '言'과 '馬'라는 두 개의 기의를 지닌 다의어 '말'로 치환한다.)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타협하지 않겠다는 편향"이 만든 "정신의 길"(「매미 울음이 붉어질 때까지」)이고, 경험론의 한계를 넘어 "뜰 안"에서 "뜰 밖으로" 뿌리내리려는 "정신의 자세"(「보리빵을 만드는 오후」)이며, "세상의 모든 빗방울을 모두 만져 볼 수 없"지만 하나의 빗방울에서 삼천대천세계를 보고자 하는, 어떤 깨달음에 이르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이자 믿음이다. 시인은 외롭게 질주한다. 단 풍요로운 언어와 함께. 『갑을 시티』는 이런 언어들의 갑을병정, 이들이 태어나는 세계의 갑을병정, 이 세계에 거주하는 이들의 갑을병정……을 모두 대표하는 제목이다. 여기 한 언어로 번역된 세계와 그 세계에 포괄된 장삼이사들과 그들이 쏟아내는 외롭고 뜨거운 언어들이 있다.
■ 추천사
종대(縱隊)로 오는 시가 있고 횡대(橫隊)로 오는 시가 있다. 최초의 생각과 느낌을 궁굴리고 가지 쳐서 마지막에 이르는 시가 종대의 시라면, 생각의 드난살이와 느낌의 신출귀몰을 일렬로 세워 파도처럼 거듭해서 밀어붙이는 시가 횡대의 시다. 최승철의 시는 후자다. 첫 번째 열(列)은 고백들. 맨몸으로 세계와 부딪쳐서 깨지고 피 흘리는 보병들. 두 번째 열은 성찰들. 뒤에서 세계를 향해 촌철의 잠언을 쏘아대는 궁병들. 세 번째 열은 서사들. 빠르게 세계의 빈 곳을 향해 진입하는 기병들. 이제 끝인가 싶으면, 아예 인해전술 쓴다던 중공군처럼 막무가내로 쏟아져 나오는 시행들. 중간중간에 창들("///")을 들고. 이것이 최승철의 서법(敍法)이자 진법(陣法)이다.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게 없다.
-권혁웅 · 시인
외롭다는 말을 달변으로 전하는 이의 심중에 무엇이 있을까? 비애를 이항대립의 연속체로 구성하는 이의 계획은 무엇일까? 허무를 강력한 에너지로 전파하는 이의 의지는 무엇을 열망하는가? 최승철은 모순놀이를 서정으로 벼리는 기막힌 재주를 지녔다. 그는 논리적 모순을 의미의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고향으로 만드는 숙련된 사유를 전개한다. 그의 시는 표면적으로 의미의 접촉사고를 보여주지만 숙고하는 정신에게는 다면체로서의 의미물질이 시라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꿈틀대는 의미들을 각기 제 방에 능숙하게 격리시켰다 일거에 풀어놓는 기량으로 최승철은 자신의 흉중을 세계의 모순들과 교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이 시집은 외로움이라는 링 위에서 의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이는 종합격투기에 비견된다.
-조강석 · 문학평론가
목차
목차
코끼리의 코
코끼리의 무덤으로 가는 길
붓다를 만나면 붓다를 그리고 붓다
강물을 발음하다
사내들은 검은 가방을 건낸다
나와 나 사이의 적도
보리빵을 만드는 오후
밀가루가 발효되는 시간
숲 속의 오븐
빙점을 나는 잠자리
오래된 관념어
중심을 향한 길을 지운다
한 박자 늦게 듣는 죽비 소리
매미 울음이 붉어질 때까지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발생한 사건
내 사랑, 아??, 킹콩 1
내 사랑, 아??, 킹콩 2
내 사랑, 아??, 킹콩 3
환과 소멸 사이를 만지다
신호등의 깜빡임으로 바라본 밤 풍경
수박이 있는 길목
비 갠 오후의 풍경
병실에서 바라본 풍경
병실 속의 다알리아
수화를 나누는 시간
능소화가 붉은 담을 닮는 까닭
목련이 핀다
다른 명명법으로 호명하자면
갑을 시티 1
갑을 시티 2
두 개의 강을 위한 안내서 1
두 개의 강을 위한 안내서 2
부신(符信)
화택(火宅)
오늘의 기상도(氣象圖)
봄밤을 발음하는 느낌
바다를 생각하는 밤
서로에게 물을 끓여주던 방
눈 내리는 밤의 도시
퇴고하고 싶은 도시
새를 위한 삼단 논법 1
새를 위한 삼단 논법 2
펭귄의 전통 요리법 1
펭귄의 전통 요리법 2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1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2
혹은 문의 경계
목이 없는 석불
무용수는 태양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붉은 폐가 혹은 풍문
들판에 놓인 변기
골목의 이야기
성량(聲量)
훈습을 부검하는 방식
악!
월인천강지곡 식으로 말하기
꼬리 잘린 꼬리
<그랬습니까?>, <고슴도치입니다>
생각하고 있는 곰
해설
갑을 시티를 달리는 말(言)과 말(馬), · 오연경
코끼리의 무덤으로 가는 길
붓다를 만나면 붓다를 그리고 붓다
강물을 발음하다
사내들은 검은 가방을 건낸다
나와 나 사이의 적도
보리빵을 만드는 오후
밀가루가 발효되는 시간
숲 속의 오븐
빙점을 나는 잠자리
오래된 관념어
중심을 향한 길을 지운다
한 박자 늦게 듣는 죽비 소리
매미 울음이 붉어질 때까지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발생한 사건
내 사랑, 아??, 킹콩 1
내 사랑, 아??, 킹콩 2
내 사랑, 아??, 킹콩 3
환과 소멸 사이를 만지다
신호등의 깜빡임으로 바라본 밤 풍경
수박이 있는 길목
비 갠 오후의 풍경
병실에서 바라본 풍경
병실 속의 다알리아
수화를 나누는 시간
능소화가 붉은 담을 닮는 까닭
목련이 핀다
다른 명명법으로 호명하자면
갑을 시티 1
갑을 시티 2
두 개의 강을 위한 안내서 1
두 개의 강을 위한 안내서 2
부신(符信)
화택(火宅)
오늘의 기상도(氣象圖)
봄밤을 발음하는 느낌
바다를 생각하는 밤
서로에게 물을 끓여주던 방
눈 내리는 밤의 도시
퇴고하고 싶은 도시
새를 위한 삼단 논법 1
새를 위한 삼단 논법 2
펭귄의 전통 요리법 1
펭귄의 전통 요리법 2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1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2
혹은 문의 경계
목이 없는 석불
무용수는 태양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붉은 폐가 혹은 풍문
들판에 놓인 변기
골목의 이야기
성량(聲量)
훈습을 부검하는 방식
악!
월인천강지곡 식으로 말하기
꼬리 잘린 꼬리
<그랬습니까?>, <고슴도치입니다>
생각하고 있는 곰
해설
갑을 시티를 달리는 말(言)과 말(馬), · 오연경
저자
저자
최승철
저자 최승철은 2002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006년 문예진흥기금 신진작가 창작 지원금을 받았다.
Payment & Security
Payment methods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99 이상 무료 배송
3% 리워드 크레딧 적립
Secure Pay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