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의 사랑(문예중앙시선 36)
박장호 시집
2013년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한 박장호 시인이 두 번째 시집 [포유류의 사랑]. 박장호의 시에서 어느 것보다 강조되는 건 끊임없이 진술하는 ‘나’라는 주체이다. 그 ‘나’들은 시의 공간에 마련된 숱한 나의 분신들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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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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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한 박장호 시인이 두 번째 시집 『포유류의 사랑』(문예중앙시선36)을 펴냈다. "남성적이고 직설적인 강 스파이크의 세계"(박상수 시인)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은 첫 시집 『나는 맛있다』 이후 6년 만의 신작이다. 시인은 두 번째 시집을 통해 남성적 '나'에 대한 사유를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그것은 "피크를 쥐고 반짝이는 소리를 떠"(「허공의 개미집」)내는 일이기도 하고, "내 시 속엔 시인이 없지만/자살한 시인이 행간을 걷는다고 나는 써보는 것"(「아궁이 속으로 들어간 개」)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잡상인이/사전 속의 낱말을 파느라 분주"한 "문자가 가벼운 시대"(「공룡 사골 전문점」)에 침묵의 언어를 전하는 일이다. 이를 두고 해설을 쓴 신동옥 시인은 "언어를 수단으로 하는 모든 대화가 '진리 함수와 자기 증명'으로 전락하고 만 이 놀이와 놀음"의 시대에 박장호 시인이 택한 전략은 "신체의 자기 증명이 될 것"이라고 천명한다.
'순수악의 순수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의 난장
나는 빨간 꽃을 사는 내 모습에 빠져 나를 꼬였다. 나는 나에게 말했다. 꽃처럼 빨개지고 싶어. 꼬이는 사람의 태도로선 다소 엉뚱한 구석이 있었다. 나는 나의 말을 듣지 못한다.
― 「꽃을 든 남자」 부분
박장호의 시에서 어느 것보다 강조되는 건 끊임없이 진술하는 '나'라는 주체이다. 그 '나'들은 시의 공간에 마련된 숱한 나의 분신들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유리여,/너의 눈 속에 나를 가두는 얼음이 언다./만지려 하면 깨져버리는 나의 표면이여"(뒤표지 글)라고 쓴다. 유리는 '나'를 비추는 물질이다. 그것을 두고 박장호 시인은 "나의 표면"이라고 하였으며, "만지려 하면 깨져버리는"이라고 단서를 달아두었다. 즉 유리는 자신을 비추는 자신의 살갗인 셈이다. 그렇다면 박장호의 시를 유리 안에 비친 자신의 눈 속에 갇히는 나의 독백이며, 만지면 깨져버리는 불안한 자아들의 진술을 유리 밖에서, 또한 모니터 밖에서 관조하는 나의 시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살갗의 문제는 곧 몸의 문제이다. 박장호의 시는 이러한 의미에서 "신체의 자기 증명"이 된다. 해설을 쓴 신동옥 시인에 따르면 이 증명은 "기호를 언어의 목적으로 삼지도 않았고, 부정과 상상력을 극한으로 삼지도 않았고, 물질 상태에서 심적 상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지도 않는" 한 시인이 택한 전략이다.
내 몸속에 아름다운 자연이 깃들어요
새들은 나의 직립이 얼마나 조용한 비명인지
알고 있어요, 오직 고통의 새들뿐이에요
새들이 내 입속에 둥지를 틀어요
― 「태양은 뜨자마자 물든 노을이었다」 부분
박장호 시인의 어법 속에 자주 등장하는 건 그의 몸이다. 시인은 자신의 몸을 빈 터로 삼고 입을 입구로 삼아 정교한 아이러니의 이미지를 자신의 몸 안에 담아낸다. 그러한 몸의 왜곡을 통해 시인은 비틀린 사랑의 이미지들을 획득한다. 사랑은 나와 타자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일이기에, 곧 사랑은 자기 부정의 감각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사랑이 나를 사라지게 한다. 이 말의 의미를 알고 싶다."(「고슴도치의 사랑」)는 말이 가능해진다. 나와 타자 사이의 의미와 기호의 불일치는 소통 불가능을 낳으며, 언어적 소통 불가능은 환상을 낳는다. 그러나 이 환상은 시인이 앓는 환상은 아니다. 그보다는 시 속의 '나', 그 자아인 타자가 시인의 정신이며 육체인 곳에서 앓는 환상에 가깝다. 그래서 시인은 '나'의 환상을 관조하듯이 바라보며, 다만 '나'를 진술의 세계로 데려가는 것이다. 그 세계는 "묘사와 행위의 우선순위를 따지는/부질없는 생각에 아랑곳없이 돌아가는"(「검은 원판 위의 포클레인」) 레코드판의 세계, 소리와 침묵에 친연성을 가지는 이들이 연대하는 세계이다. 해설을 쓴 신동옥 시인은 박장호 시인이 꿈꾸는 그 세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떠한 가치 판단도 아직 모르는 '순수악의 순수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의 난장". 그 난장의 세계는 굳건히 닫힌 입속에 있다.
목차
목차
금속성
문장은 독한 담배처럼 타들어가고
태양은 뜨자마자 물든 노을이었다
새벽을 보낸 우린
허무를 향한 도약
허공의 개미집
아궁이 속으로 들어간 개
천막이 있는 벽화
입체적인 백야
포유류의 사랑
전망 좋은 창가의 식사
구름의 문중
공룡 사골 전문점
꽃을 든 남자
그리면서 지운 얼굴
2부
이미지
스위치백
검은 엑스의 키스
미세 먼지들의 조우
내 얼굴은 환승역
뫼비우스의 라이터
달팽이는 머리 위의 거미를 보지 못한다
실점하는 추격조
悲, 테트라포드
양과 쥐가 만나는 시간
구멍 속으로
슬픈 사람의 강이 인내의 댐을 넘듯
해금강 버스
은밀한 젯밥
도착하지 않는 사람
우기의 사랑
심해의 조셉
따뜻한 경제
선명한 가족
불투명한 상자
3부
유리 위에 그은 선분
노을, 스타킹 속으로 사라진
래비타이거
사랑의 집
마녀는 매일 밤 고양이를 보낸다
감기
초야
고슴도치의 사랑
환각의 튜브
새벽 네시의 나프탈렌
재떨이가 있는 금연 구역
검은 원판 위의 포클레인
허공의 무희
새의 수화
아침의 보행
마우스 투 마우스
소문의 힘
나의 종말
해설· 사랑이여, 이 죄 없는 포유류 악당들을 보살피소서_신동옥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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