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승 김종영 각백
그를 그리는 서른세 편의 회상록
『큰스승 김종영 각백』은 한국 근대 추상조각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우성 김종영(1915-1982)을 그린 회상록이다. 1954년부터 1976년 사이에 서울미대를 졸업 또는 수료한 서른세 명의 제자들의 기록이다. 사적인 기록이지만 예술가 김종영을 가까운 곳에서 바라본 특별한 기록으로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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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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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 추상조각의 선구자 우성又誠 김종영金鍾瑛(1915-1982)은 끊임없이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미美라는 명제와 싸워 온 흔치 않은 예술가였다. 그는 1953년, 영국 런던의 테이트 갤러리에서 주최한 '무명정치수를 위한 기념비' 국제조각대회에 출품하여 입상하면서 비로소 조각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작품을 제작했지만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절제하여, 단 두 차례의 개인전과 선별된 그룹전을 통해서만 작품을 발표했다. 경북 포항에 세운 〈전몰학생기념탑〉(1957), 서울 탑골공원에 세워진 〈삼일독립선언기념탑〉(1963) 등 기념비적인 조형물들도 많이 남겼으며, 서울대 미술대학장, 「국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을 역임하면서 한국 조각계 발전에 헌신했다. 또한 이백여 점의 조각작품뿐 아니라 삼천여 점의 소묘작품, 팔백여 점의 서화작품 등 여러 가지 표현방식을 통해 절대미를 추구했다.
우리나라에 추상조각의 터를 닦은 김종영은 뛰어난 조각가였을 뿐만 아니라 존경받는 교육자이기도 했다. 국립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이 설립된 직후인 1948년부터 1980년까지 교수가 되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대학에서 조각을 가르치며 강태성, 최의순, 최종태, 최병상, 엄태정, 심정수 등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험난한 시대에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삶을 살며 만인의 모범이 되었던 그는 자신에게는 가혹했지만 제자들에게는 사랑으로, 그러면서 보이지 않는 진리를 향해 일생 동안 매진했다. 김종영 선생 탄생 백 주년을 맞이하여 제자 서른세 명의 회고담을 모은 이 책은 스승 김종영과 나누었던 대화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통해 예술가이자 교육자로서의 그의 삶의 단면을 밀도있게 재현해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스승 김종영을 그리는 회상록일 뿐만 아니라, 1946년 8월 22일 서울미대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국립서울대학교 예술대학(미술부, 음악부)이 설립되던 무렵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사료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다. 또한 뒷부분에 수록된 사진들 중 서울대 조소과 실기실의 모습이나 육이오 전쟁의 발발로 인해 부산 송도松島의 가교사假校舍에서 수업을 하던 모습들은 1950년대 전후 우리 미술교육의 현장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 할 수 있겠다.
무심한듯 던져진 말씀, 그 하나하나에 담긴 깊은 뜻
"예술가는 누구나 관중을 염두에 두게 되며, 예술가가 생각하는 관중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서 많고 넓을수록 좋다. 그러나 진정한 관중은 자기 자신이다. 왜냐하면 자신을 기만하면 관중을 속이는 셈이 될 것이고, 자신에게 정성을 다하면 그만큼 관중에게 성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작품은 자신을 위해서 제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김종영
김종영의 미술해부학 강의나 실기수업은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훤칠한 키, 넓은 이마와 미소, 눈이 움푹 들어간 서구적인 이미지를 풍겼던 그는 다소 무뚝뚝하면서도 과묵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선생님의 칭찬이나 조언을 듣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초연한 표정으로 "계속해 봐!"라고 한마디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경외와 존경의 대상으로 그를 바라보았는데, 복도 끝 김종영의 연구실에서 거의 매일 들려오는 망치 소리를 통해 학생들은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작가정신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밑그림으로 감동을 그려라. 밑그림은 작업의 기초."
"둥근 모양만 생각하고 씨앗은 보지 말라."
"작품은 오랫동안 만진다고 걸작이 되는 것이 아니고, 언제 작품에서 손을 떼느냐가 중요하다."
"이젠 장갑도 좀 벗기지. 양말도 벗기고."
"손이 어째 말단 비대증 걸린 것 같군."
김종영의 수업은 다른 교수들의 수업과는 남다른 데가 있었다. 교수들이 흔히 할 법한 어려운 전문용어나 현학적인 표현들만 늘어놓기보다는 그만의 화법話法을 구사했다. 그는 제자들에게 직언을 하는 대신, 조용하게 농담처럼 에둘러 말하면서 제자들이 스스로 깨우치도록 했다. 김종영이 구사한 해학적인 표현들은 수업시간마다 기분 좋은 웃음을 유발했으며, 다양한 비유법을 사용하여 알아듣기 쉽도록 하면서도 핵심만은 정확하게 전달했다.
"조각은 힘으로 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일을 하는 이가 중요한 사람이다!"
"글씨는 그림같이, 그림은 글씨같이."
그는 일상생활에서도 부연 설명 없이 동문서답東問西答 같기도 하고 선문답禪問答 같기도 한 말을 자주 던졌다. 그의 말은 이해하기보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나쳐 버리기 일쑤였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생각이 나고 곱씹어 볼 만한 교훈을 담고 있었다고 제자들은 회상했다.
"청안淸眼, 혈안血眼 등등이 있다. 작가는 청안이어야 한다. 혈안은 무엇에 대한 욕구로 충혈이 되어 무엇을 성취하려 한다. 이권이나 탐욕을 의미하고…. 작품을 혈안으로 제작한다? 아니다. 청안, 어린이처럼 해맑은 눈으로 제작에 임하라." ? 최의순이 회고한 김종영의 말. 「예술이라는 길은 혼자 걸어가는 것이다」 중에서
이 책은 일찍 세상을 떠난 스승을 진솔하게 그려낸 회상록으로, 1954년부터 1976년 사이에 서울미대를 졸업 또는 수료한 서른세 명의 제자들의 기록이다. 사적인 기록이지만, 예술가 김종영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배운 제자들의 기록이다. 또한 책 끝에는, 김종영의 사진을 가능한 한 빠짐없이 모아, 그가 살았던 시대와 소중한 인연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일생 동안 속된 것들과 타협하지 않고, 이 시대의 고결한 동양적 선비 정신과 서양적 인본주의 정신(예술 정신)이 합해진 높은 경지에 도달한 스승 김종영은 무엇보다 강직한 주관과 열정을 가지고 작품에 몰두하는 예술가상藝術家像을 몸소 보여 주며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준다.
이 책은 우성 김종영 탄생 백 주년을 맞아 "불각의 아름다움, 조각가 김종영과 그 시대"라는 주제 아래 김종영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에서 개최되는 특별전에 맞춰 발행되었다. 김종영미술관에서는 1부 「김종영의 삶과 예술」(2015. 5. 7-7. 26)과 2부 「김종영과 그의 빛」(2015. 8. 6-8. 28)이,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는 「김종영의 조각, 무한의 가능성」(2015. 5. 7?7. 26)이 열리며, 경남도립미술관에서는 이 두 곳의 전시를 통합 재구성하여 개최될 예정이다.
목차
목차
스승을 그리는 서른세 편의 회상록
무언의 독려로 심어 주신 긍지 / 강태성
"전 군의 소묘에는 철학이 있는 것 같구먼" / 전뢰진
"예술이라는 길은 혼자 걸어가는 것이다" ㅍ최의순
"신과의 대화가 아닌가" / 최종태
예술마저도 초월한 선생의 만년 / 윤명로
잘 만든 '수제비' / 최일단
한 점 흐트러짐 없는 학자의 표상 / 심차순
〈삼일독립선언기념탑〉, 그 일을 생각하면 / 최병상
선비 냄새 가득한 예술가 / 유영준
자연으로의 회귀 / 이춘만
"앞만 보고도 옆과 뒤를 알아야" / 강은엽
단호함 속의 부드러움 / 원묘희
"예술의 목표는 통찰이다" / 류종민
자연과 존재 / 엄태정
세월 따라 각인되는 말씀들 / 조재구
"조각은 힘으로 하지 않는다" / 백현옥
세속에 물들지 않은 맑은 자리 / 심문섭
만 년 동안 향기로울 선생님 / 안성복
"작품을 함부로 내보이지 마라" / 권달술
파베르와 사피엔스, 용과 뱀의 동시적 상생 / 김해성
두 개의 자장면 그릇 / 김효숙
나는 아직도 선생님의 수업 중입니다 / 심정수
표현은 단순하게, 내용은 풍부하게 / 박충흠
헤아릴 수 없는 '불각不刻의 경지' / 윤석원
자퇴서를 강요하시던 선생님의 속마음 / 최명룡
언교言敎보다 신교身敎 / 최인수
선생님의 존재감은 드높기만 합니다 / 강희덕
소박하고 진솔한 아버지의 모습 / 김영대
삼 년 만의 칭찬 / 원승덕
선생님과의 네 차례 만남 / 유형택
체로금풍體露金風 / 김병화
불각不刻의 미, 그리고 통찰 / 김주호
"작가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가 되어야 하네" / 홍순모
사진으로 보는 김종영과 그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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