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최민(양장본 Hardcover)
미술평론가, 학자, 번역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영상원장이자 교육자,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등 최민(崔旻, 1944-2018)이라는 인물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아주 많지만, 최민을 ‘시인’으로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1969년 『창작과 비평』에 시를 발표해 등단한 뒤 몇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었다. 또한 여러 직책을 맡던 와중에도 틈틈이 시를 읽고 그에 대해 평을 썼으며 무엇보다도 계속해서 시를 썼다. 이 책은 앞서 출간된 시집 『상실(喪失)』(1975), 『어느날 꿈에』(2005)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써 내려간 미발표 시(2012-2015)를 모은 최민의 시 전집으로, 한 해 전 출간된 『글, 최민』(2021)과 더불어 그가 남긴 모든 텍스트를 망라하는 아카이브 작업의 일환이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미술평론가, 학자, 번역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영상원장이자 교육자,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등 최민(崔旻, 1944-2018)이라는 인물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아주 많지만, 그를 '시인'으로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십대이던 1969년 『창작과 비평』에 「나는 모른다」 외 다섯 편의 시를 발표해 등단한 뒤, 시집 『부랑(浮浪)』(1972)과 이를 개정증보한 『상실(喪失)』(1975)을 비롯해 『어느날 꿈에』(2005) 등의 시집을 낸 시인이었다. 또한 여러 직책을 맡던 와중에도 틈틈이 시를 읽고 그에 대해 평을 썼으며 무엇보다도 시를 썼다. 이 책 『시, 최민』은 앞서 출간된 두 권의 시집과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써 내려간 미발표 원고를 모은 최민의 시 전집이다.
공교롭게 최민이 발표한 마지막 글이 김원호의 시선집 『비밀의 집』에 부치는 발문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2018)이었다. 이 글에서 그는 보들레르의 말에 기대어, 시집에서 시 한 편 한 편이 지닌 특수한 개성과 매력도 있지만, 개별 시가 모인 시집 전체가 형성하는 분위기와 정신을 비중있게 언급한다. 즉 시인들이란 시집을 출판할 때 시를 선정하고 그것들의 순서와 배열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말인데, 최민 역시 생전 미발표 원고에서 직접 작품을 골라내고 순서를 수립해 놓았다. 『시, 최민』도 이 기준에 따라 구성했고, 오류로 보이는 내용은 최소한으로 수정하면서 초고를 가급적 존중했다. 이로써 그가 품었던 시인이라는 자의식과 더불어 40여 년 동안 변화하는 '시인 최민'을 한 자리에서 재조명할 수 있게 됐다.
이 책에는 기존의 두 시집과 미발표 원고, 이렇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된 총 150편의 시가 실려 있다. 1972년 월간문학사에서 시집 『부랑』이 처음 출간됐고, 이후 여기에 15편을 추가하고 제목을 『상실』로 바꾸어 1975년 개정증보판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그러나 이내 '불온서적'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한동안 역사에서 잊혔다가 2006년 문학동네에서 복간하며 현대문학사의 빈 서가를 채우게 됐다. 그리고 2005년, 약 30년의 침묵을 깨고 창비에서 『어느날 꿈에』를 출간했다. 2012년에서 2015년 사이에 씌어진 미발표 시는, 휴대용 기기에 빠르게 써 내려간 흔적이나, 작가 노트 혹은 일기와 같이 정제되지 못한 부분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평생 학자로서 배우고 터득한 깨달음, 혹은 한 개인이 소소하게 세상을 관찰한 기록, 시라는 장르에 관한 고민, 병마(病魔)와 씨름하는 인간으로서의 모습 등 다양한 글이 담겨 있어 최민의 내밀한 모습을 엿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인간 최민과 그의 시대를 만나다
『상실』에서 시적 화자는 역사의 흐름과 불화하며 자신의 정처를 어디에 둘지 모르고 방황하는 그 시대 청년의 자화상의 일면을 그려낸다. 시적 화자의 목소리는 시대가 저지른 과오를 묵과하지 않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 공화국의 두터운 두터운 벽 눈먼 담벼락에 / 기대어 통곡하고 있는 그림자들이여 / 두드려라 열릴지도 모르니 저주받은 / 벽 메아리 없는 기나긴 신음 소리 신음 소리의 벽", 「벽」)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 자신을 향한 알 수 없는 불안이나 부끄러움〔"해 질 녘 초라한 부끄러움 따위를 / 감추고 돌아가는 나를 갑자기 / 낯선 바람들이 에워싸고 말을 건넨다 / 이름 없는 아우성들 나지막하게 다그친다", 「역전(驛前)」〕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편 화자는 시대와 등지고 자기 자신과도 거리를 두었지만, 그 상태에 정주하지 않고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알고, 그 여정에 독자를 초대하는 듯하다("맹세한다 낮은 바람 소리에까지 맹세한다 / 우리 헐벗은 두 발 옮겨 디딜 곳조차 없지만 / 일어서자 쓰러지면 또 일어서자 내가 선 / 자리에마다 성난 불꽃이 되어 일어서자", 「친구에게」).
『어느날 꿈에』에서 화자는 『상실』에 비해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지만, 그것은 최민이 꾸준히 축적해 온 지식과 깊어진 고뇌에서 비롯된 시선일지도 모른다. 즉 세상만사 어떤 것이라도 '나'로서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기에 판단을 유예하고 '모른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화자의 회의감 또는 세상을 향한 불가지가 시집 전반에 깔려 있다. 가령 "그렇다 진실은 모두 싸구려 / 외설에다 야비하고 통속적이니 / 눈물 없이 못 봐준다 / (…) / 인생은 껍데기일 뿐 / 아무 깊이가 없으니까"〔「천형(天刑)」〕라든지 또는 "방에 갇히는 것이 다시 두렵다 / 드러누워 / 방 밖에서 이른바 / 역사가 소리치고 지나가는 걸 듣기도 / 민망하다"고 말하면서도 "죽고 사는 게 뭔지 모르니까 / 믿고 자시고 없다"(「방에 들어서면 두렵다」)고 고백하는 것에서 이를 살펴볼 수 있다.
미발표 시는 인간으로서의 최민을 있는 그대로 더 가까이 대면하게 해 준다. 퇴임 후 씌어진 이 시들은 그가 젊은 시절, 왕성하게 활동하던 때 쓴 작품에 비해 소탈하고 뭉툭하다. 이 시기의 시 쓰기는, 그동안 학자로서 날카롭고 명민하게 글을 쓰며 알게 모르게 겪은 긴장감을 완화하는 수단이자("뭣하러 시간 들여 / 시를 만들려고 하지? / 나도 잘 모르겠어 / 그냥 심심해서 그냥 심심할 때 언어 갖고 놀 수 있는 방법이니까", 「시는 아니야」), 세상을 향한 답답함을 토로하고("바깥에서는 혐오스러운 / 군중의 정치가 / 여전히 우리 삶의 / 윤리학이라고 / 일러 주느라 / 변덕스럽게 바람 부는 / 2014년 초 겨울", 「마지막 긍지일는지」) 노병(老病)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으려고("아팠다는 기억은 있고 / 잘 모르겠어 / 몸이 아픈지 / 마음이 그런 건지", 「잘 몰라」)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민 글쓰기의 모든 것
이 책은 『글, 최민』(2021)과 더불어 그가 남긴 모든 텍스트를 망라하는 아카이브 작업의 일환으로, 열화당 초창기부터 이어져 온 최민과의 특별한 인연이 이를 완수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단순히 시집을 넘어서 한 인물의 역사, 한 개인의 내밀한 고백을 정갈하게 담아낸 기록물인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 최민』은 『글, 최민』과 '따로 또 같이' 존재하도록 디자인의 방향 역시 잡아 나갔다. 책 제목 자체가 서로의 연결고리를 충분히 드러내 주고 있기 때문에, 판형과 본문 레이아웃은 시 작품에 가장 적합하게 설정했다. 대신 표지를 활자로만 단정하게 디자인하고 회색 톤의 용지를 사용함으로써 두 책의 분위기가 이어지도록 했다. 또한 1970년대 활판인쇄의 느낌을 살린 서체를 적용해, 옛 작업을 복간하는 의미를 부여하고,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또한 여기에는 우리나라 시집에 대부분 들어가는 발문이나 해설이 전혀 없다. 시인이 언어의 몸을 빌려 잠시 머물렀다 갔던 흔적을 독자들이 가감 없이 느꼈으면 하는 뜻에서 모두 제외했다.
목차
목차
서시(序詩) / 나의 조각(彫刻) / 나는 모른다 / 비의 방(房) / 광대 / 저녁 식사 중의 확인 / 입신(立身) / 배화(拜火) / 구애(求愛) / 환멸 / 성년(成年)의 봄 / 매립(埋立) / 출발 / 바람 / 첫 수업 / 불꽃 / 부랑(浮浪) / 포옹 / 서명(署名) / 연옥(煉獄) 1970 / 빛의 해안(海岸) / 물방울 / 상실(喪失) / 밤의 서울 / 초조 / 여행 / 아우슈비츠 / 추수 / 회복 / 잔인한 꿈 / 벽 / 깊은 꿈 / 끝장 / 노예 / 벽 / 녹슨 문 / 소생(蘇生) / 별부(別賦) / 새벽 / 역전(驛前) / 친구에게 / 떠나는 이에게 / 예감 / 영등포 길 / 다리 / 소문 / 사월 십구일 / 노래 / 여름 / 외침 / 마을
어느 날 꿈에
푸념 / 방에 들어서면 두렵다 / 현기증 / 별안간 / 신원미상 / 어느 날 꿈에 / 이민 / 우울 / 도망자 / 어떤 날 / 변용(變容) / 점괘(占卦) / 간판 / 지복천국(至福天國) / 무지개 / 대화 / 붉은 약속 / 빤한 법칙 / 천형(天刑) / 시인 / 이 아침 / 넋 / 그리고 꿈에 / 폭포 / 사건 / 이런 생각 / 수다 / 유행가 / 그런 날 / 그대만 허락한다면 / 쪽지 / 훈수 안 받고 / 이야기처럼 / 희망 / 낭패 / 웃는 구름 / 결론 / 역설 / 약속 / 플랫폼 / 역광(逆光) / 미친 동화(童話) / 교훈 / 테러 / 신비 / 아픔 / 큰 별자리 / 먼지처럼 / 미련 / 그냥 간다 / 반쪽 세상 / 망연(茫然) / 언어 연습
미발표 시
"어제 그 많던" / "헤어지자고" / 오늘 / 불가능하다면 / 사막의 그늘을 보며 / 불가능 철학 / 쓸데없는 시들 / 마지막 긍지일는지 / 표지 없는 책 / 표지 없는 앨범 / 평등사회 / 무심하게 / 마음이라는 것이 / 죽은 친구에게 / 불가능은 없는 것 같아도 / 계급 투쟁의 사본 / 시는 아니야 / 다시 확인 / "꿈은 사막이에요" / 굳이 헤어지자고 / 거짓말을 안 해요 /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 잠깐 나가 줄래 / 사람은 제각기 / 우주설계 / 쪽지 / 보이지 않는 것은 / 이 세상엔 / 정기 운행 / 68을 거꾸로 보니 / 꿈을 꾸다가 / 추상개념 / 내가 다니는 절 / 그림자들은 / 잠은 큰 강물같이 / 몰라 / 메트로놈 / 하늘도 거울이 될 수 있어 / 잘 몰라 / 거울을 보지 않아요 / 나 또 이사할거야 / 우울증 / 까만 표지의 책 / 뭔지 알아? / 깨진 거울 / 유령
저자
저자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