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문학과지성 시인선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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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의식>>을 통해 등단한 교사시인의 시집. 이 시집에서 시인은 의고적인 리듬과 문체를 통해 우리의 옛 정서들을 되살려낸다. 주로 그림이나 음악을 통해 정형화된 형태로 자리잡은 것들을 현재의 풍경이나 삶속에서 다시 형상화하고 있는 시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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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시집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에서 시인은 의고적인 리듬과 문체를 통해 우리의 옛 정서들을 되살려낸다. 그 정서들은 주로 그림이나 음악을 통해 정형화된 형태로 시인의 감성 속에 자리 잡았던 것인데, 그것을 시인은 현재의 풍경이나 삶 속에서 다시 형상화시킨다. 이는 시인의 독특한 미학으로 퇴락한 것들 속에 남아 있는, 어쩌면 우리의 현재적인 아름다움의 과거로 연결하는 징검다리 같은 고답적인 감각들을 일깨운다.
[시인의 말]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으면서 神話를 짓는 정주영 회장을 보면서 나는 또 한 권의 시집을 묶고 싶었다. 언어를 나누는 일이야말로 남북이 하나됨 그 자체가 아니겠나 싶어서였다.
내 이웃들의 이야기랑 또 우리 동네 풍광들, 그리고 들길에서 만났던 들꽃 하나까지 꼼꼼히 챙기고 싶었었다. 그래서 이 한 권의 시집을 들고 판문점을 넘고 싶었다. 그것이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인 성싶었다.
언젠가 다가공원의 긴 나무 의자에 버려진 신문 속에서 비에 젖고 있는 소녀를 만난 일이 있었다. 평양의 거리, 수신호를 보내고 있는 교통 안전원의 모습이었다. 감히 나는 그 소녀의 검은 머리 위에 꽂아줄 한 송이의 꽃을 생각하며 가슴이 설렌다. - 1999년 10월, 진동규
[시인의 산문]
"덜하 노피곰 도도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정읍사의 첫 구절이다. 내장산 골짜기에 들어가보면 별별 희한한 짐승들이 다 모여산다. 틀어박혀서 산문 바깥 세상쯤 몰라도 좋은 놈들도 있고, 철 따라 한 철씩만 살다 가는 놈도 있다.
갈 때마다 들리는 새소리가 다르다 뻐꾹새·동박새·밀하부리·하얀눈이 오목눈이 소리도 다르지만 그 하는 지서리도 다르다. 거기 사는 짐승들이 만일 우리들의 행동거지며 소리를 지켜보고 듣는다면 어떻게 흉내낼까를 생각해본다. 저 생겨먹은 대로, 제 아구지 생겨먹은대로 논다고 할터이다. 지서리가 나면 양성모음, 음성모음, 중성모음, 이런 것들을 제 홍만큼씩 시늉하며 소리지르고 그런다고 할 것이 아닌가.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제 흥을 탄 감정이 그대로 실린 가락이 아닌가. 시를 쓴다고 몇 번이나 기를 세우고 또 꺽어지고 그러면서 여기까지 왔지만 나는 감히 저 가락을 따르지 못한다. 천년도 훨씬 더 먼 옛날, 우리 동네에 살았던 평범한 아낙네의 저 가락을 따르지 못한다. 내 시가 저만큼 제 감홍을 참되게 담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시인의 말]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으면서 神話를 짓는 정주영 회장을 보면서 나는 또 한 권의 시집을 묶고 싶었다. 언어를 나누는 일이야말로 남북이 하나됨 그 자체가 아니겠나 싶어서였다.
내 이웃들의 이야기랑 또 우리 동네 풍광들, 그리고 들길에서 만났던 들꽃 하나까지 꼼꼼히 챙기고 싶었었다. 그래서 이 한 권의 시집을 들고 판문점을 넘고 싶었다. 그것이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인 성싶었다.
언젠가 다가공원의 긴 나무 의자에 버려진 신문 속에서 비에 젖고 있는 소녀를 만난 일이 있었다. 평양의 거리, 수신호를 보내고 있는 교통 안전원의 모습이었다. 감히 나는 그 소녀의 검은 머리 위에 꽂아줄 한 송이의 꽃을 생각하며 가슴이 설렌다. - 1999년 10월, 진동규
[시인의 산문]
"덜하 노피곰 도도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정읍사의 첫 구절이다. 내장산 골짜기에 들어가보면 별별 희한한 짐승들이 다 모여산다. 틀어박혀서 산문 바깥 세상쯤 몰라도 좋은 놈들도 있고, 철 따라 한 철씩만 살다 가는 놈도 있다.
갈 때마다 들리는 새소리가 다르다 뻐꾹새·동박새·밀하부리·하얀눈이 오목눈이 소리도 다르지만 그 하는 지서리도 다르다. 거기 사는 짐승들이 만일 우리들의 행동거지며 소리를 지켜보고 듣는다면 어떻게 흉내낼까를 생각해본다. 저 생겨먹은 대로, 제 아구지 생겨먹은대로 논다고 할터이다. 지서리가 나면 양성모음, 음성모음, 중성모음, 이런 것들을 제 홍만큼씩 시늉하며 소리지르고 그런다고 할 것이 아닌가.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제 흥을 탄 감정이 그대로 실린 가락이 아닌가. 시를 쓴다고 몇 번이나 기를 세우고 또 꺽어지고 그러면서 여기까지 왔지만 나는 감히 저 가락을 따르지 못한다. 천년도 훨씬 더 먼 옛날, 우리 동네에 살았던 평범한 아낙네의 저 가락을 따르지 못한다. 내 시가 저만큼 제 감홍을 참되게 담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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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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