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여신
타고 남은 운명의 불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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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 이회영의 아들 이규창의 회고록 《운명의 여신》, 마침내 출간!
《운명의 여신-타고 남은 운명의 불기운》(이하 《운명의 여신》)은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인 이회영의 아들이며, 그 자신도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인 소산 이규창이 직접 쓴 수기이다.
저자는 독립운동가 아버지를 둔 덕분에 ‘어쩌다 보니’ 독립운동을 하게 되었고 이 기록은 흘러간 세월을 기록하는 ‘운명의 찌꺼기’일 뿐이라고 하지만, 이는 겸양 섞인 자기소개일 따름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분투하는 부친과 함께하며 어린 시절과 젊은 날을 바친 이규창의 솔직담백한 기록인 《운명의 여신》은 이제까지 비매품의 형식으로 두 차례(1992년, 2004년) 출간되었으며, 이 책은 첫 번째 판본을 저본으로 하여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주석을 달고 한글화 작업과 편집을 새로이 했다. 원문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맥락상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과 기억의 오류로 일어난 착오 및 오탈자 등은 수정했고 본문의 흐름을 파악하기 쉽도록 서적과 지도, 녹취 인터뷰 등을 포함한 다양한 자료를 통해 교차검증을 해서 얻은 내용을 주석으로 붙였다.
《운명의 여신-타고 남은 운명의 불기운》(이하 《운명의 여신》)은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인 이회영의 아들이며, 그 자신도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인 소산 이규창이 직접 쓴 수기이다.
저자는 독립운동가 아버지를 둔 덕분에 ‘어쩌다 보니’ 독립운동을 하게 되었고 이 기록은 흘러간 세월을 기록하는 ‘운명의 찌꺼기’일 뿐이라고 하지만, 이는 겸양 섞인 자기소개일 따름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분투하는 부친과 함께하며 어린 시절과 젊은 날을 바친 이규창의 솔직담백한 기록인 《운명의 여신》은 이제까지 비매품의 형식으로 두 차례(1992년, 2004년) 출간되었으며, 이 책은 첫 번째 판본을 저본으로 하여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주석을 달고 한글화 작업과 편집을 새로이 했다. 원문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맥락상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과 기억의 오류로 일어난 착오 및 오탈자 등은 수정했고 본문의 흐름을 파악하기 쉽도록 서적과 지도, 녹취 인터뷰 등을 포함한 다양한 자료를 통해 교차검증을 해서 얻은 내용을 주석으로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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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독립운동가로서의 삶, 당신의 선택은?
20세기 초 한반도를 식민지화하는 데 성공한 일제에 대한 항일 운동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1919년 3.1운동을 전후한 시기에는 많은 사람의 참여와 열망이 뜨거웠다면, 193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젠 완전히 일본의 속국이 되었다며 절망한 나머지 변절하거나 행적을 감춘 자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의지가 약한 것이라고도 할 수도 있지만, 바꿔 생각하면 우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은 가운데 숨통을 조여오는 일제의 강압 통치에 의연하게 버티기가 녹록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난 가득한 일제강점기를 끝까지 버텨내고 맞선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 주변인들의 일화를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만약 독립운동가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부모의 의지를 이어받아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 내 운명이라고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무리 독립운동이 옳은 일이라고 하여도 시시각각 마주치는 험난한 상황과 곳곳에 도사린 함정 앞에서 의연할 수 있을까? 반복되는 고문과 회유에 굴복하지 않고 끝내 내 가족과 동료들을 배신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만주벌판에서 태어난 명문가 출신의 소년
1913년 영하 30도의 추위가 겨우 풀린 어느 이른 봄날, 황량하고 드넓은 만주 벌판에서 한 소년이 태어났다. 원래 조선 사람인 소년은 고국에서 태어났더라면 명문대가에, 명동 일대에 큰 집이 있었던, 그야말로 남 부러울 것 없는 유복한 양반가의 도령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초반, 흉흉하게 들이닥치는 외세와 심상치 않은 세태를 읽었던 소년의 아버지는 집 재산을 처분하여 해외에 나가 조국의 독립운동을 할 기반을 만들자며 형제들을 설득한다. 그리하여 1910년, 소년의 아버지는 아내와 형제들을 포함한 식솔들을 이끌고 만주로 향한다. 만주로 이주한 지 3년 후 태어난 그의 셋째 아들이 바로 이규호, 훗날의 이규창이다.
《운명의 여신-타고 남은 운명의 불기운》(일조각, 2025)(이하 《운명의 여신》)은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인 우당 이회영의 아들이며 그 자신도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인 소산 이규창이 일제강점기 동안 겪은 일들을 떠올리며 직접 쓴 수기이다. 만주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 시절에 약 2년 정도만 한국에서 살았을 뿐, 그 외에는 중국 북경과 천진, 상해 등에서 아버지 이회영이 순국할 때까지 살뜰히 모셨고, 독립운동을 비밀리에 전개하던 중 상해에서 체포되어 1935년 조선으로 건너오기 전까지 중국에서 꾸준히 활동하였다.
독립운동가의 아들, 그리고 독립운동가로서의 '나'
가족, 그중에서도 부모는 본인이 택할 수 없다. 그러나 태어난 이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결국 본인의 선택이 좌우한다. 독립운동가의 아들로 태어난 이규창의 삶 역시 그러했다. 《운명의 여신》에서 이규창은 자신이 위대하고 거룩하여 국가나 민족을 위하여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은 그저 운명의 장난으로 그 흐름에 몸을 맡겼을 뿐이라며 회고록 내내 본인의 인생을 담담히 술회한다.
그러나 단순한 '운명의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엔 이규창의 삶의 행적은 놀랍기 그지없다. 열한 살 무렵부터 아버지와 그 동지들의 밀서 전달 등의 심부름을 하고, 북경에서 천진으로 옮겨 살 때부터는 아버지와 동지들의 식생활까지 책임진다. 그야말로 부친을 정성껏 시봉侍奉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이런 일을 하는 아들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어머니 이은숙에게 아버지 이회영은 오히려 '혁명가 자식은 어려서부터 모험 행동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고, 나중에 자금 마련을 위해 귀국한 부인 앞으로 보내는 편지에 '우리 규호가 동지요, 효자'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규창은 독립운동가의 자식은 정말 다 이래야 하는지 착각할 만큼 누구보다도 단단하고 충직하게 행동한다. 심지어 힘겨운 옥살이를 한 것에 대해서도 '감옥에 들어가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면서 아나키스트로서의 정체성과 조국을 향한 독립 의지를 잃지 않았다. 아무리 수기에서 '인간은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전생의 운명을 등에 업고 태어난다고 생각한다'며 자조하듯이 얘기하여도 이규창은 그저 독립운동가의 후예가 아니라 그 자신도 어엿한 독립운동가였다.
평범하지 않았던 가족, 돈독했던 동지들과의 기억과 삶을 기록하다
《운명의 여신》에는 이규창의 가족뿐 아니라 같이 독립운동을 했던 수많은 동지들이 등장한다. 특히 이규창의 시선으로 보는 아버지 이회영은 다른 기록에서보다도 훨씬 상세하고 다채롭다. 독립운동가로서의 인내와 진중함, 아나키스트 사상가로서의 진보적인 면 말고도 한번 진노하면 쉬이 꺼지지 않는 불같은 성미, 또 한편으로 자식들을 다정하게 챙기고 걱정하던 아버지로서의 모습은 독자들한테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또한 이 책에는 다양한 장소가 무대로 등장한다. 이규창은 어린 시절부터 광복 직후까지의 삶을 찬찬히 반추하며 잠깐이라도 머물렀던 곳들을 자세히 묘사한다. 글만 읽어도 척박한 모래바람이 불어올 것 같은 만주를 시작으로 소학교를 다니며 아버지 이회영의 심부름을 시작했던 북경, 정신적·물질적으로 가장 비참하고 힘들었던 삶을 이어갔던 천진,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로서 서서히 거듭나게 된 상해에서의 삶은 물론이요, 고난의 연속이었던 옥살이 10여 년의 기록 또한 촘촘히 기록하였다. 일제강점기에 투옥된 사람은 많았지만 서대문형무소, 경성형무소, 광주형무소까지 본인이 수감되었던 감옥에서의 생활을 이만큼 상세하게 기록으로 남긴 경우는 드물 것이다. 《운명의 여신》을 두고 단순한 독립운동가의 수기라고만 하기에 아까운 이유이다.
어찌 이다지도 고통스러운 운명이 있을까
으레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들의 삶은 고되다고 하지만 특히 이규창의 삶의 전반부 역시 그러했다. 집세가 없어서 야반도주를 한 건 부지기수이고 독립운동가들을 먹이느라 쌓인 빚 때문에 상점 사람들에게 매를 맞기도 하고, 나라를 잃었다는 이유로 같은 학교 학생들한테 '망국노亡國奴'라고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끝내 아버지 이회영이 순국하는 고통을 겪고, 옥살이를 하면서 몇백 명의 죄수들 시체를 처리하는 등,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일을 겪는다. 게다가 해방 후 바깥세상으로 나오니 독립운동 당시 제대로 참여하지도 않았던 이들이 앞다투어 자신이 진정한 독립운동 열사라고 떠드는 광경을 목도해야만 했다. 정작 이규창 곁에서 같이 독립을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 동지들은 이미 세상을 떠나버렸는데 말이다.
그 무엇보다도 뜨겁고 진한 불기운이 남기는 깊은 여운
그렇기에 이규창은 이 기록을 남겼다. 역사학자나 작가한테 부탁해서 글을 남기지 않고 오롯이 당신 혼자의 힘으로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당신 삶의 전반부를 기록으로 남겼다. 비록 전문적인 글쟁이가 아니라 문장이 거칠고, 남겨놓은 기록이 없이 기억에만 의존해 쓴 글이라 사실관계에서 착오가 있더라도 자신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부분들을 어떻게 해서든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나도 간절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자신이 아니면 더는 기억해 주지 않을 사람들-어려운 살림에 독립운동가들의 식생활을 도맡아주었던 아주머니(형수), 후손 한 명 남기지 못하고 순국한 독립운동가,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지만 도움을 줬던 은인 등-을 누군가에게라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이규창은 이런 회한 많은 자신의 삶을 회고록 내내 시종일관 담백하고 담담하게 털어놓다가도, 갑자기 떠오르는 지난날의 사무치는 기억과 서럽고 분한 마음을 적을 땐 열화와 같은 감정을 터뜨리다가 애써 갈무리한다. 인간 이규창으로서의 매력이 물씬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런 삶의 기억을 끌어안고 살았기에 이규창은 책 제목에 '여신餘燼', 즉 '타고 남은 불기운'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붙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흘러간 운명에 당신의 청춘을 불살랐고, 그 덕분에 이제 본인한테 남은 건 타버린 세월의 잿더미일 뿐이라고.
글 말미에 이규창은 자신의 타고 남은 운명의 찌꺼기를 읽어 준 독자들을 향한 감사의 말을 남긴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겸손이다. 읽는 내내 이토록 험준하고도 경이로운 삶의 궤적을 담아낸 독립운동 일지가 있을 수 있는지, 나아가 한 인간으로서 이토록 솔직담백한 자전적 회고록이 또 있을지 감탄하며, 흡사 상처처럼 마음 한 켠에 선명한 자국을 남기는 회고는 끝내 독자들에게 진한 감동으로 남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세기 초 한반도를 식민지화하는 데 성공한 일제에 대한 항일 운동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1919년 3.1운동을 전후한 시기에는 많은 사람의 참여와 열망이 뜨거웠다면, 193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젠 완전히 일본의 속국이 되었다며 절망한 나머지 변절하거나 행적을 감춘 자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의지가 약한 것이라고도 할 수도 있지만, 바꿔 생각하면 우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은 가운데 숨통을 조여오는 일제의 강압 통치에 의연하게 버티기가 녹록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난 가득한 일제강점기를 끝까지 버텨내고 맞선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 주변인들의 일화를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만약 독립운동가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부모의 의지를 이어받아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 내 운명이라고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무리 독립운동이 옳은 일이라고 하여도 시시각각 마주치는 험난한 상황과 곳곳에 도사린 함정 앞에서 의연할 수 있을까? 반복되는 고문과 회유에 굴복하지 않고 끝내 내 가족과 동료들을 배신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만주벌판에서 태어난 명문가 출신의 소년
1913년 영하 30도의 추위가 겨우 풀린 어느 이른 봄날, 황량하고 드넓은 만주 벌판에서 한 소년이 태어났다. 원래 조선 사람인 소년은 고국에서 태어났더라면 명문대가에, 명동 일대에 큰 집이 있었던, 그야말로 남 부러울 것 없는 유복한 양반가의 도령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초반, 흉흉하게 들이닥치는 외세와 심상치 않은 세태를 읽었던 소년의 아버지는 집 재산을 처분하여 해외에 나가 조국의 독립운동을 할 기반을 만들자며 형제들을 설득한다. 그리하여 1910년, 소년의 아버지는 아내와 형제들을 포함한 식솔들을 이끌고 만주로 향한다. 만주로 이주한 지 3년 후 태어난 그의 셋째 아들이 바로 이규호, 훗날의 이규창이다.
《운명의 여신-타고 남은 운명의 불기운》(일조각, 2025)(이하 《운명의 여신》)은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인 우당 이회영의 아들이며 그 자신도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인 소산 이규창이 일제강점기 동안 겪은 일들을 떠올리며 직접 쓴 수기이다. 만주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 시절에 약 2년 정도만 한국에서 살았을 뿐, 그 외에는 중국 북경과 천진, 상해 등에서 아버지 이회영이 순국할 때까지 살뜰히 모셨고, 독립운동을 비밀리에 전개하던 중 상해에서 체포되어 1935년 조선으로 건너오기 전까지 중국에서 꾸준히 활동하였다.
독립운동가의 아들, 그리고 독립운동가로서의 '나'
가족, 그중에서도 부모는 본인이 택할 수 없다. 그러나 태어난 이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결국 본인의 선택이 좌우한다. 독립운동가의 아들로 태어난 이규창의 삶 역시 그러했다. 《운명의 여신》에서 이규창은 자신이 위대하고 거룩하여 국가나 민족을 위하여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은 그저 운명의 장난으로 그 흐름에 몸을 맡겼을 뿐이라며 회고록 내내 본인의 인생을 담담히 술회한다.
그러나 단순한 '운명의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엔 이규창의 삶의 행적은 놀랍기 그지없다. 열한 살 무렵부터 아버지와 그 동지들의 밀서 전달 등의 심부름을 하고, 북경에서 천진으로 옮겨 살 때부터는 아버지와 동지들의 식생활까지 책임진다. 그야말로 부친을 정성껏 시봉侍奉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이런 일을 하는 아들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어머니 이은숙에게 아버지 이회영은 오히려 '혁명가 자식은 어려서부터 모험 행동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고, 나중에 자금 마련을 위해 귀국한 부인 앞으로 보내는 편지에 '우리 규호가 동지요, 효자'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규창은 독립운동가의 자식은 정말 다 이래야 하는지 착각할 만큼 누구보다도 단단하고 충직하게 행동한다. 심지어 힘겨운 옥살이를 한 것에 대해서도 '감옥에 들어가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면서 아나키스트로서의 정체성과 조국을 향한 독립 의지를 잃지 않았다. 아무리 수기에서 '인간은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전생의 운명을 등에 업고 태어난다고 생각한다'며 자조하듯이 얘기하여도 이규창은 그저 독립운동가의 후예가 아니라 그 자신도 어엿한 독립운동가였다.
평범하지 않았던 가족, 돈독했던 동지들과의 기억과 삶을 기록하다
《운명의 여신》에는 이규창의 가족뿐 아니라 같이 독립운동을 했던 수많은 동지들이 등장한다. 특히 이규창의 시선으로 보는 아버지 이회영은 다른 기록에서보다도 훨씬 상세하고 다채롭다. 독립운동가로서의 인내와 진중함, 아나키스트 사상가로서의 진보적인 면 말고도 한번 진노하면 쉬이 꺼지지 않는 불같은 성미, 또 한편으로 자식들을 다정하게 챙기고 걱정하던 아버지로서의 모습은 독자들한테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또한 이 책에는 다양한 장소가 무대로 등장한다. 이규창은 어린 시절부터 광복 직후까지의 삶을 찬찬히 반추하며 잠깐이라도 머물렀던 곳들을 자세히 묘사한다. 글만 읽어도 척박한 모래바람이 불어올 것 같은 만주를 시작으로 소학교를 다니며 아버지 이회영의 심부름을 시작했던 북경, 정신적·물질적으로 가장 비참하고 힘들었던 삶을 이어갔던 천진,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로서 서서히 거듭나게 된 상해에서의 삶은 물론이요, 고난의 연속이었던 옥살이 10여 년의 기록 또한 촘촘히 기록하였다. 일제강점기에 투옥된 사람은 많았지만 서대문형무소, 경성형무소, 광주형무소까지 본인이 수감되었던 감옥에서의 생활을 이만큼 상세하게 기록으로 남긴 경우는 드물 것이다. 《운명의 여신》을 두고 단순한 독립운동가의 수기라고만 하기에 아까운 이유이다.
어찌 이다지도 고통스러운 운명이 있을까
으레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들의 삶은 고되다고 하지만 특히 이규창의 삶의 전반부 역시 그러했다. 집세가 없어서 야반도주를 한 건 부지기수이고 독립운동가들을 먹이느라 쌓인 빚 때문에 상점 사람들에게 매를 맞기도 하고, 나라를 잃었다는 이유로 같은 학교 학생들한테 '망국노亡國奴'라고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끝내 아버지 이회영이 순국하는 고통을 겪고, 옥살이를 하면서 몇백 명의 죄수들 시체를 처리하는 등,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일을 겪는다. 게다가 해방 후 바깥세상으로 나오니 독립운동 당시 제대로 참여하지도 않았던 이들이 앞다투어 자신이 진정한 독립운동 열사라고 떠드는 광경을 목도해야만 했다. 정작 이규창 곁에서 같이 독립을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 동지들은 이미 세상을 떠나버렸는데 말이다.
그 무엇보다도 뜨겁고 진한 불기운이 남기는 깊은 여운
그렇기에 이규창은 이 기록을 남겼다. 역사학자나 작가한테 부탁해서 글을 남기지 않고 오롯이 당신 혼자의 힘으로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당신 삶의 전반부를 기록으로 남겼다. 비록 전문적인 글쟁이가 아니라 문장이 거칠고, 남겨놓은 기록이 없이 기억에만 의존해 쓴 글이라 사실관계에서 착오가 있더라도 자신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부분들을 어떻게 해서든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나도 간절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자신이 아니면 더는 기억해 주지 않을 사람들-어려운 살림에 독립운동가들의 식생활을 도맡아주었던 아주머니(형수), 후손 한 명 남기지 못하고 순국한 독립운동가,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지만 도움을 줬던 은인 등-을 누군가에게라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이규창은 이런 회한 많은 자신의 삶을 회고록 내내 시종일관 담백하고 담담하게 털어놓다가도, 갑자기 떠오르는 지난날의 사무치는 기억과 서럽고 분한 마음을 적을 땐 열화와 같은 감정을 터뜨리다가 애써 갈무리한다. 인간 이규창으로서의 매력이 물씬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런 삶의 기억을 끌어안고 살았기에 이규창은 책 제목에 '여신餘燼', 즉 '타고 남은 불기운'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붙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흘러간 운명에 당신의 청춘을 불살랐고, 그 덕분에 이제 본인한테 남은 건 타버린 세월의 잿더미일 뿐이라고.
글 말미에 이규창은 자신의 타고 남은 운명의 찌꺼기를 읽어 준 독자들을 향한 감사의 말을 남긴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겸손이다. 읽는 내내 이토록 험준하고도 경이로운 삶의 궤적을 담아낸 독립운동 일지가 있을 수 있는지, 나아가 한 인간으로서 이토록 솔직담백한 자전적 회고록이 또 있을지 감탄하며, 흡사 상처처럼 마음 한 켠에 선명한 자국을 남기는 회고는 끝내 독자들에게 진한 감동으로 남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목차
목차
서문 《운명의 여신》을 다시 펴내며
해제 타고 남은 운명의 불기운, 더 진한 흔적으로 남다-소산 이규창의 삶
제1장 유년기
제2장 소년기
제3장 청년기
제4장 옥중기
《운명의 여신》 인명록
도움받은 자료
이규창 연표
해제 타고 남은 운명의 불기운, 더 진한 흔적으로 남다-소산 이규창의 삶
제1장 유년기
제2장 소년기
제3장 청년기
제4장 옥중기
《운명의 여신》 인명록
도움받은 자료
이규창 연표
저자
저자
이규창
1913년 3월 28일 중국 만주 통화현 합니하에서 이회영·이은숙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독립운동가인 아버지 이회영을 따라 서울, 북경, 천진, 상해로 옮겨 다니며 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독립운동에 적극 가담하게 되었다. 어려운 생활 환경 속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고, 아버지가 순국한 후에 그 밀고자를 검거하는 일에 나섰다가 체포되어 해방될 때까지 10여 년 옥고를 치른다.
해방 후에는 감찰위원회, 체신부 등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고, 1968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2005년 8월 2일 별세.
독립운동가인 아버지 이회영을 따라 서울, 북경, 천진, 상해로 옮겨 다니며 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독립운동에 적극 가담하게 되었다. 어려운 생활 환경 속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고, 아버지가 순국한 후에 그 밀고자를 검거하는 일에 나섰다가 체포되어 해방될 때까지 10여 년 옥고를 치른다.
해방 후에는 감찰위원회, 체신부 등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고, 1968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2005년 8월 2일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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