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업무 보고서
황시운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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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속에서는 먼지마저도 제 존재를 발한다.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한번은 오지 않을까."
아무도 읽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써내려가는 삶의 보고서
2011년 첫 장편소설 『컴백홈』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한 직후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마비를 겪은 뒤, 중증장애인 당사자로서 장애와 돌봄에 천착한 작품을 꾸준히 써온 소설가 황시운이 신작 소설집 『일일업무 보고서』를 선보인다. 2026 이효석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표제작 「일일업무 보고서」를 비롯해 일곱편의 소설이 실린 이번 소설집에는 사고와 질병, 장애, 학대와 방임으로 몸과 관계가 무너진 자리에서도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소설가 이승우가 "이런 문제를 황시운만큼 사실적으로, 절박하게, 제대로 쓸 수 있는 작가는 아마 없을 것"(추천사)이라 단언했듯 황시운은 통증을 느끼는 몸과 그 몸을 돌보는 가족들과의 단순하지 않은 관계에 대해, 그리고 그것들을 견뎌야 하는 마음에 대해 고통스러울 만큼 집요하게 이야기한다. 아마도 그가 겪어냈을 시간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을 이번 소설집은 "복잡한 현실을 복잡하게, 압도적인 현실을 압도적으로"(해설, 전기화) 펼쳐 보이며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삶을 날카롭고 정밀하게 묘파해낸다.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한번은 오지 않을까."
아무도 읽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써내려가는 삶의 보고서
2011년 첫 장편소설 『컴백홈』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한 직후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마비를 겪은 뒤, 중증장애인 당사자로서 장애와 돌봄에 천착한 작품을 꾸준히 써온 소설가 황시운이 신작 소설집 『일일업무 보고서』를 선보인다. 2026 이효석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표제작 「일일업무 보고서」를 비롯해 일곱편의 소설이 실린 이번 소설집에는 사고와 질병, 장애, 학대와 방임으로 몸과 관계가 무너진 자리에서도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소설가 이승우가 "이런 문제를 황시운만큼 사실적으로, 절박하게, 제대로 쓸 수 있는 작가는 아마 없을 것"(추천사)이라 단언했듯 황시운은 통증을 느끼는 몸과 그 몸을 돌보는 가족들과의 단순하지 않은 관계에 대해, 그리고 그것들을 견뎌야 하는 마음에 대해 고통스러울 만큼 집요하게 이야기한다. 아마도 그가 겪어냈을 시간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을 이번 소설집은 "복잡한 현실을 복잡하게, 압도적인 현실을 압도적으로"(해설, 전기화) 펼쳐 보이며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삶을 날카롭고 정밀하게 묘파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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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삶의 사각지대를 응시하는
황시운의 고요하고 끈기 있는 시선
소설집의 문을 여는 표제작 「일일업무 보고서」의 화자 '세진'은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뒤 장애인 의무고용제 아래 재택근무자로 일하고 있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기사를 스크랩하고, 아무도 열어보지 않는 업무 보고서를 제출하며 "매일매일이 버려지는 것 같"(9면)은 기분으로 살아가는 세진의 곁에는 그가 받은 보상금으로 카페를 차리려는 언니와 그런 언니의 편을 드는 엄마가 있을 뿐이다. 화장실조차 혼자 갈 수 없는 몸으로 존엄의 한 조각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하루는 핍진하다 못해 처절하게 다가오지만, "그래도 먹고 나면 살 것 같아졌다"(14면) 말하며 삶을 이어가는 세진의 모습은 읽는 이에게 묘한 희망을 남긴다.
이어지는 작품들에도 고단한 하루를 끝끝내 버텨내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활동지원사를 제외하면 이들 곁에는 환자와 보호자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엮인 가족뿐이다. 그러나 황시운의 소설에서는 이런 관계에서 으레 짐작할 법한 "자기연민이나 헌신적 돌봄 같은 상투성"(추천사)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이」와 「경순의 잘못」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개인에게 돌봄의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구조와 제도의 허점을 날카롭게 짚어 보이는 작품이다. 조기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돌보는 딸의 이야기 「오이」에서 '나'는 지난한 현실 앞에서 매 순간 도망치고 싶어하지만, 정작 '나'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은 어머니나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삶이 아니라 "가장 저렴하지만 최소한의 인간적 품위를 가능케 하"(해설)던 오이가 "어렵게 사시는 주민분들 생활환경 개선"(59면)을 한다며 '나'의 대문에 그려지는 순간이다. 이 장면은 "부양 의무를 짊어지기에 충분한 근로 가능 인력으로 분류"(58면)되어 정부의 지원 없이 근근이 버텨내는 이에게 이와 같은 예산의 투입이 얼마나 무용하고 공허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경순의 잘못」에서 예순다섯살의 화자 '경순'은 한 시각장애인의 활동지원사로 일하는 동시에 전신마비 장애인인 아들 '주호'를 돌보며 살아간다. 두가지 돌봄을 병행하는 삶은 터무니 없이 고단하지만 '주호'를 돌봐줄 활동지원사는 일년이 넘도록 구해지지 않고, 가사 지원만 해주는 지원사를 구하려 해도 적지 않은 본인부담금이 부과되는 상황에서 생계를 위한 노동과 아들의 돌봄을 홀로 떠안지 않을 방법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활동지원사를 거짓으로 등록하면 지원급여를 나눠 받으며 돌봄에 전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순'은 부정수급의 기로에 놓인다.
한편 「곁가지」는 어린 '나'를 버리고 떠났던 어머니가 삼십여년 만에 갑작스레 돌아오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그사이 모계 가족력으로 인해 시각장애인이 된 '나'는 의문들을 애써 삼키며 그녀를 말없이 받아들이고, 심지어는 누군가 방을 헤집고 다닌 흔적을 알아차리고서도 모르는 체한다. 그 마음 깊은 곳에는 "농담 같고, 장난 같으며, 사기 같기도 한"(110면) 자신의 곁가지 인생을 이해받고 싶은 바람이 포개어져 있다. 그러나 어느 날 어머니가 왔던 것처럼 홀연히 떠나버리고, '나'는 그녀가 남기고 간 말과 흔적 들을 돌아보다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모기」의 '나'는 하반신이 마비된 '지숙'을 살뜰히 돌보는 장애인활동지원사다. 타인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가정이 무너지는 줄 몰랐던 '나'는 마치 피부를 사납게 긁고 나서야 모기에 물린 줄 아는 것처럼 아들 '보람'에게 한번도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 알아차림이 너무 늦지는 않았으리라는 작은 가능성을 남겨둔 채. 반면 「기도」는 그런 가능성의 여지마저 모두 사라진 자리에서 쓰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쌍둥이 오빠에게 오랫동안 학대를 당해온 '나'는 그로 인해 사지가 마비되기까지 하지만, 이를 외면하던 엄마는 그저 '나'를 데리고 안수로 병을 고친다는 기도원에 찾아갈 뿐이다. 가족에게조차 가닿지 못하는 '나'의 목소리는 다시 한번 '가족'이라는 허상과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사회를 꼬집어 보여주며 가장 깊은 차원의 고통을 증언한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하루를
묵묵히 살아내는 모두를 위한 헌사
소설집의 마지막에 위치한 작품 「고래의 방」에서 고독사한 아버지의 집을 찾아간 '나'는 낡고 해진 책 『모비 딕』을 발견해 읽기 시작하고, 아버지와 형과 함께 보냈던 날들을 돌이켜본다. 중증장애인이 된 '나'를 간병한다는 이유로 허송세월을 한 형과 그런 형을 한심하게 여겼던 아버지, 그 "무능하거나 무책임하기로 작정한 부양 의무자들에게 둘러싸인 사각지대에서 천천히 침몰"(235~36면)한다고 느꼈던 '나'. 그러나 '나'는 어느 밤 자신을 돌려 뉘어주는 형의 손길을 통해 "아버지는 형이 나에게 얹혀산다며 형을 나무랐지만, 사실은 내가 여전히 형에게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셈"(244면)이라는 상호의존의 진실을 묵묵히 깨닫는다. 그리고 가장 가까우면서도 한번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형의 방문을 두드린다.
길고 지루한 『모비 딕』을 읽으며 아버지의 죽음을 들여다보던 눈으로, 아직 살아 있는 형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다.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우선은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될 일이었다.(250면)
돌봄과 생존을 위해 매일 반복하는 노동과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에도 포기하지 않고 또 하루를 살아내는 인물들에 대한 기록은 그 자체로 '일일업무 보고서'와 다름없다. 그러므로 황시운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기꺼이 그 보고서를 읽어내려갈 한명의 독자가 되어주는 일이며, 그렇게 비로소 펼쳐진 보고서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고단한 하루하루를 쉼 없이 이어나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헌사가 될 것이다.
황시운의 고요하고 끈기 있는 시선
소설집의 문을 여는 표제작 「일일업무 보고서」의 화자 '세진'은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뒤 장애인 의무고용제 아래 재택근무자로 일하고 있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기사를 스크랩하고, 아무도 열어보지 않는 업무 보고서를 제출하며 "매일매일이 버려지는 것 같"(9면)은 기분으로 살아가는 세진의 곁에는 그가 받은 보상금으로 카페를 차리려는 언니와 그런 언니의 편을 드는 엄마가 있을 뿐이다. 화장실조차 혼자 갈 수 없는 몸으로 존엄의 한 조각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하루는 핍진하다 못해 처절하게 다가오지만, "그래도 먹고 나면 살 것 같아졌다"(14면) 말하며 삶을 이어가는 세진의 모습은 읽는 이에게 묘한 희망을 남긴다.
이어지는 작품들에도 고단한 하루를 끝끝내 버텨내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활동지원사를 제외하면 이들 곁에는 환자와 보호자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엮인 가족뿐이다. 그러나 황시운의 소설에서는 이런 관계에서 으레 짐작할 법한 "자기연민이나 헌신적 돌봄 같은 상투성"(추천사)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이」와 「경순의 잘못」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개인에게 돌봄의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구조와 제도의 허점을 날카롭게 짚어 보이는 작품이다. 조기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돌보는 딸의 이야기 「오이」에서 '나'는 지난한 현실 앞에서 매 순간 도망치고 싶어하지만, 정작 '나'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은 어머니나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삶이 아니라 "가장 저렴하지만 최소한의 인간적 품위를 가능케 하"(해설)던 오이가 "어렵게 사시는 주민분들 생활환경 개선"(59면)을 한다며 '나'의 대문에 그려지는 순간이다. 이 장면은 "부양 의무를 짊어지기에 충분한 근로 가능 인력으로 분류"(58면)되어 정부의 지원 없이 근근이 버텨내는 이에게 이와 같은 예산의 투입이 얼마나 무용하고 공허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경순의 잘못」에서 예순다섯살의 화자 '경순'은 한 시각장애인의 활동지원사로 일하는 동시에 전신마비 장애인인 아들 '주호'를 돌보며 살아간다. 두가지 돌봄을 병행하는 삶은 터무니 없이 고단하지만 '주호'를 돌봐줄 활동지원사는 일년이 넘도록 구해지지 않고, 가사 지원만 해주는 지원사를 구하려 해도 적지 않은 본인부담금이 부과되는 상황에서 생계를 위한 노동과 아들의 돌봄을 홀로 떠안지 않을 방법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활동지원사를 거짓으로 등록하면 지원급여를 나눠 받으며 돌봄에 전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순'은 부정수급의 기로에 놓인다.
한편 「곁가지」는 어린 '나'를 버리고 떠났던 어머니가 삼십여년 만에 갑작스레 돌아오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그사이 모계 가족력으로 인해 시각장애인이 된 '나'는 의문들을 애써 삼키며 그녀를 말없이 받아들이고, 심지어는 누군가 방을 헤집고 다닌 흔적을 알아차리고서도 모르는 체한다. 그 마음 깊은 곳에는 "농담 같고, 장난 같으며, 사기 같기도 한"(110면) 자신의 곁가지 인생을 이해받고 싶은 바람이 포개어져 있다. 그러나 어느 날 어머니가 왔던 것처럼 홀연히 떠나버리고, '나'는 그녀가 남기고 간 말과 흔적 들을 돌아보다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모기」의 '나'는 하반신이 마비된 '지숙'을 살뜰히 돌보는 장애인활동지원사다. 타인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가정이 무너지는 줄 몰랐던 '나'는 마치 피부를 사납게 긁고 나서야 모기에 물린 줄 아는 것처럼 아들 '보람'에게 한번도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 알아차림이 너무 늦지는 않았으리라는 작은 가능성을 남겨둔 채. 반면 「기도」는 그런 가능성의 여지마저 모두 사라진 자리에서 쓰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쌍둥이 오빠에게 오랫동안 학대를 당해온 '나'는 그로 인해 사지가 마비되기까지 하지만, 이를 외면하던 엄마는 그저 '나'를 데리고 안수로 병을 고친다는 기도원에 찾아갈 뿐이다. 가족에게조차 가닿지 못하는 '나'의 목소리는 다시 한번 '가족'이라는 허상과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사회를 꼬집어 보여주며 가장 깊은 차원의 고통을 증언한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하루를
묵묵히 살아내는 모두를 위한 헌사
소설집의 마지막에 위치한 작품 「고래의 방」에서 고독사한 아버지의 집을 찾아간 '나'는 낡고 해진 책 『모비 딕』을 발견해 읽기 시작하고, 아버지와 형과 함께 보냈던 날들을 돌이켜본다. 중증장애인이 된 '나'를 간병한다는 이유로 허송세월을 한 형과 그런 형을 한심하게 여겼던 아버지, 그 "무능하거나 무책임하기로 작정한 부양 의무자들에게 둘러싸인 사각지대에서 천천히 침몰"(235~36면)한다고 느꼈던 '나'. 그러나 '나'는 어느 밤 자신을 돌려 뉘어주는 형의 손길을 통해 "아버지는 형이 나에게 얹혀산다며 형을 나무랐지만, 사실은 내가 여전히 형에게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셈"(244면)이라는 상호의존의 진실을 묵묵히 깨닫는다. 그리고 가장 가까우면서도 한번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형의 방문을 두드린다.
길고 지루한 『모비 딕』을 읽으며 아버지의 죽음을 들여다보던 눈으로, 아직 살아 있는 형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다.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우선은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될 일이었다.(250면)
돌봄과 생존을 위해 매일 반복하는 노동과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에도 포기하지 않고 또 하루를 살아내는 인물들에 대한 기록은 그 자체로 '일일업무 보고서'와 다름없다. 그러므로 황시운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기꺼이 그 보고서를 읽어내려갈 한명의 독자가 되어주는 일이며, 그렇게 비로소 펼쳐진 보고서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고단한 하루하루를 쉼 없이 이어나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헌사가 될 것이다.
목차
목차
일일업무 보고서
오이
곁가지
경순의 잘못
기도
모기
고래의 방
해설 | 전기화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오이
곁가지
경순의 잘못
기도
모기
고래의 방
해설 | 전기화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저자
저자
황시운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홈(HOME)』 『그래도, 아직은 봄밤』, 장편소설 『컴백홈』 『환한 어둠』, 산문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등이 있다. 창비장편소설상,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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