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창비세계문학 47)
후안 마르세의 작품 중 가장 문학적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떼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은 당대 지식인들의 사회참여 열기에 휩쓸린 상류계급 출신 여대생 떼레사와 빈민가 출신 오토바이 도둑 마놀로의 위태로운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은 이야기의 재미와 사회적 화두, 문학적 시도 등을 두루 담아내어 에스빠냐 문학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1966년 비블리오떼까 브레베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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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현대 에스빠냐 소설의 흐름을 바꾼 문제작
'에스빠냐어권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르반떼스 문학상 수상 작가인 후안 마르세의 대표작 『떼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이 창비세계문학 47번으로 발간되었다. 후안 마르세는 1960년대 프랑꼬 독재정권하 문단의 기계적인 객관주의와 사회고발 문학에 새 물꼬를 트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세르반떼스 상을 비롯해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지목되어온 작가이다. 그의 작품 중 가장 문학적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떼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은 당대 지식인들의 사회참여 열기에 휩쓸린 상류계급 출신 여대생 떼레사와 빈민가 출신 오토바이 도둑 마놀로의 위태로운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은 이야기의 재미와 사회적 화두, 문학적 시도 등을 두루 담아내어 에스빠냐 문학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1966년 비블리오떼까 브레베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신분 상승과 낭만에 미혹된 빈민가 청년 마놀로
욕망과 소유의 눈부신 태양이 빚어내는 사랑의 환영
"순결한 그녀의 머리 위 저 멀리 있는 높은 하늘에서는 욕망과 소유(삐호아빠르떼의 세계를 움직이는 두 형제)의 눈부신 태양이 격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321면)
"몇년 후에 그 열정적인 여름을 떠올려본다면, 황금빛의 수많은 그림자와 거짓 약속, 억압된 미래에 대한 숱한 신기루들로 가득했던 모든 사건들에서 전체적인 암시가 드러나긴 했지만, 정작 두사람이 서로에게 끌렸을 때 태양 아래서 나눈 뜨거운 키스에도 이미 혹한이 둥지를 틀었고, 연무가 신기루를 지워버렸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397면)
1950년대 중반의 바르셀로나를 무대로 이 작품은 신분 상승을 갈망하는 절도범 마놀로와 학생운동에 빠져든 부잣집 여대생 떼레사 사이의 착각과 속임수에서 시작되는 사랑을 그린다. 수려한 용모를 지닌 빈민가 청년 마놀로는 잘사는 여자애를 유혹할 작정으로 초대받지 않은 댄스파티에 잠입한다. 그는 그곳에서 떼레사네 집의 하녀 마루하를 부잣집 딸로 잘못 알고 접근해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데, 이후 한동안 둘은 가난하고 절망한 자들끼리의 연민과 연대감, 육체적 갈망이 뒤섞인 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얼마 후 마루하가 넘어지며 바위에 부딪친 후유증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마놀로는 오후마다 병문안을 가게 되고 마침내 "세련되고 부유하고 새로운 생각을 가진 여자애" 떼레사와 자주 만나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그리고 자신의 속임수를 차츰 알아채면서도 여전히 사랑해주는 떼레사를 보고 마놀로는 그녀와 맺어지게 되리라는 백일몽에 빠진다.
한편 흰색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떼레사가 마놀로에게 빠지게 된 계기는 그를 혁명적 이상에 헌신하는 노동운동 투사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불만으로 가득한 부르주아 여자애"라고 자조하는 떼레사는 성적 욕망을 진보적 열정과 혼동하고 노동자의 삶을 이상화하면서 마놀로에게 애정을 느낀다. 그녀는 마놀로에게 이상적인 노동자의 모습을 투영하며 사랑에 빠지지만 이내 "부랑자에다 뻔뻔하고, 어쩌면 순간순간 되는대로 자신을 방어하는 사기꾼", 즉 "보통 사람"인 마놀로의 본모습을 깨닫고 결국 자신이 "혁명적 환상"이 아닌 한 남자로서의 그에게 끌렸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이처럼 1957년의 여름날 마루하가 누워 있는 병상을 사이에 두고 싹튼 두 남녀의 불안한 사랑은 "황금빛의 수많은 그림자와 거짓 약속, 억압된 미래에 대한 숱한 신기루들로 가득했던" 여름의 끝자락에서 예정된 결말을 향해 "아주 잔인하고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다다른다.
뜨거운 한낮의 신기루로 그려낸
1950년대 바르셀로나의 현실과 환상
"어쨌든 행동을 낳은 그 고귀한 충동을 인정하더라도 그들의 겉모습과 실체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나라의 진정한 문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조차 마흔이 될 때까지 자신들의 청년기 신화를 질질 끌고 갔을진대, 당시의 젊은 대학생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368면)
작가는 반독재 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프랑꼬 집권기의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진보적이라 믿었던 부르주아 대학생들의 위선을 비판하고 그들에게 덧씌워진 신화를 제거한다. 1950년대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동시에 '영웅적 세대'라 불린 학생운동 세대를 비판과 풍자를 담아 묘사함으로써, 계급문제와 진보주의라는 사회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내전 이후 문단의 주류가 되어버린 사회주의 미학과 단호하게 단절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기법 면에서도 마르세는 객관주의를 표방하던 당시 소설들과 달리 전지적 화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또 '내포작가'가 끊임없이 개입해서 사건을 예견하고 비평하고 판단하게 하거나, 서사의 진행에서도 플래시백, 내적 독백 등을 군데군데 활용하여 직선적인 시간 흐름에서 벗어나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당시의 소설들과 뚜렷이 배치되는 문학적 시도들을 선보임으로써 이 작품은 사회적 리얼리즘 미학의 한계를 내용과 형식의 양면에서 극복하고 에스빠냐 소설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전환점을 이룬다.
『적과 흑』의 쥘리앵 쏘렐과 『고리오 영감』의 라스띠냐끄 같은 19세기 사실주의 소설의 유산을 이어받은 인물인 마놀로는 20세기 후반 에스빠냐 문학이 낳은 가장 인상적인 작중인물 중 한명으로 꼽힌다. 잘생긴 외모와 타고난 카멜레온 같은 기질, 그리고 강한 신분 상승 욕구를 가진 그는 떼레사가 속한 세계로 날아오르기를 열망하지만 끝내 혹독한 현실 앞에 좌절하고 만다. 작품은 비단 마놀로뿐 아니라 떼레사를 포함한 많은 인물들이 각기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과 실체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혼란과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현실을 묘사한다. 이처럼 이 작품은 문학 본연의 미덕을 고심하는 자세로 다시 새롭게 돌아와, 불가능한 꿈에서 비롯하는 낭만적이고 서글픈 이야기를 선사하며 1950년대 바르셀로나에 대한 애틋한 회고이자 인간의 열망과 좌절에 대한 보편적 서사로서 여전한 공감과 주목을 끌어내고 있다.
목차
목차
1부
2부
3부
작품해설 / 기억과 상상력으로 복원한 1950년대 바르셀로나
작가연보
발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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