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책(민음의 시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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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문학사상> 신인발굴에 시가 당선된 여류 시인의 시집.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 로 시작하는 <밀물>을 비롯해 <만두속 달팽이>,<기타를 부수다> 등을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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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 제목은 그 동안 내가 붙들고 있었던 기존의 언어 혹은 기존의 시에 대한 도전이랄까 부정이랄까하는 의미도 담고 있을 겁니다. 동시에 소멸, 부정, 거부, 도전의 맥락과 생성, 순수, 출발의 맥락을 함께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한마디로 제가 가까스로 매달려 있던 기존의 언어 혹은 기존의 시에 대한 거부이자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라고 시인 스스로 밝히고 있듯, 이번 시집은 미망처럼 사로잡혔던 기성의 언어들, 그 집착과 관성의 의미 더께를 걷어내고 언어 그 자체로 환원된 새로운 시어들을 찾아 도약하려는 시인의 바람을 담고 있다.
흰 자모음을 두서없이 휘갈겨대는군요. 바람이 가끔 문법을 일러주기도 합니다. 아하 千軍萬馬라 써있군요. 누군가 백말떼 갈기를 마구 흔들어대는군요. 희디흰 말털들이 부지런히 글자를 지우네요. 아이구야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떼떼로 몰려오는군요. 흰 몸이 흰 몸을 붙들고 자면 사랑을 낳듯 흰 자음 옆에 흰 모음이 가만히 눕기만 해도 때때로 時가 됩니다 (....) 가갸거겨 강을 라랴러려 집을 하햐허혀 나무를 들었다 놓았다 한밤내 석봉이도 저렇게 글줄깨나 읽었을 겝니다. 그밤내 불무 불무 불무야 (....) 호호백발 두 母子가 꿈꾸었을 해피엔딩을 훔쳐 읽다 문득 자고 있는 아이놈 고추를 만져보는 기가 막힌 밤인 겝니다.([흰 책]에서)
'흰 자음 옆에 흰 모음이 가만히 눕기만 해도 때때로 시가 됩니다'라는 구절은, 시를 이루는 것이 낱말의 의미가 아니라 언어의 자유로운 '만남'에서 비롯된다는 시인의 변화된 인식을 드러낸다. 이 낱말들의 무정형의 만남은 때로는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와 같은 동요를, 때로는 '가갸거겨 라랴러려...'처럼 무의미한 자모의 나열을 낳기도 한다.
이렇듯 순수하게 환원된 언어들은, 시로부터 시인을 해방하고, 마침내는 '호호백발 두 母子가 꿈꾸었을 해피엔딩을 훔쳐 읽다 문득 자고 있는 아이놈 고추를 만져보는 기가 막힌 밤인 겝니다.'의 구절이 보여주듯 소박하나마 행복한 시를 꿈꿀 수 있게 해준다.
라고 시인 스스로 밝히고 있듯, 이번 시집은 미망처럼 사로잡혔던 기성의 언어들, 그 집착과 관성의 의미 더께를 걷어내고 언어 그 자체로 환원된 새로운 시어들을 찾아 도약하려는 시인의 바람을 담고 있다.
흰 자모음을 두서없이 휘갈겨대는군요. 바람이 가끔 문법을 일러주기도 합니다. 아하 千軍萬馬라 써있군요. 누군가 백말떼 갈기를 마구 흔들어대는군요. 희디흰 말털들이 부지런히 글자를 지우네요. 아이구야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떼떼로 몰려오는군요. 흰 몸이 흰 몸을 붙들고 자면 사랑을 낳듯 흰 자음 옆에 흰 모음이 가만히 눕기만 해도 때때로 時가 됩니다 (....) 가갸거겨 강을 라랴러려 집을 하햐허혀 나무를 들었다 놓았다 한밤내 석봉이도 저렇게 글줄깨나 읽었을 겝니다. 그밤내 불무 불무 불무야 (....) 호호백발 두 母子가 꿈꾸었을 해피엔딩을 훔쳐 읽다 문득 자고 있는 아이놈 고추를 만져보는 기가 막힌 밤인 겝니다.([흰 책]에서)
'흰 자음 옆에 흰 모음이 가만히 눕기만 해도 때때로 시가 됩니다'라는 구절은, 시를 이루는 것이 낱말의 의미가 아니라 언어의 자유로운 '만남'에서 비롯된다는 시인의 변화된 인식을 드러낸다. 이 낱말들의 무정형의 만남은 때로는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와 같은 동요를, 때로는 '가갸거겨 라랴러려...'처럼 무의미한 자모의 나열을 낳기도 한다.
이렇듯 순수하게 환원된 언어들은, 시로부터 시인을 해방하고, 마침내는 '호호백발 두 母子가 꿈꾸었을 해피엔딩을 훔쳐 읽다 문득 자고 있는 아이놈 고추를 만져보는 기가 막힌 밤인 겝니다.'의 구절이 보여주듯 소박하나마 행복한 시를 꿈꿀 수 있게 해준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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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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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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