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입으시겠어요?(민음의 시 278)(양장본 Hardcover)
조명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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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모든 것을 향해 넓고 깊게 열려 있는, 안음과 품음의 시
첫 시집 『여왕코끼리의 힘』으로 매혹적이고 날카로운 시 세계를 보여 준 조명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내 몸을 입으시겠어요?』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조명 시인의 이번 시집은 무려 12년 만에 신작 시집인 만큼 한층 깊어지고 단련된 세계를 선보이는 동시에 12년의 시간이 무색하도록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를 발현한다. 삶과 죽음을 넘어서고 식물과 동물을 아우르며 모든 사랑을 품에 안는, 넓고 깊은 시. 그렇게 조명은 시를 통해 모두를 안는다. 시로 인하여 전부를 품는다.
첫 시집 『여왕코끼리의 힘』으로 매혹적이고 날카로운 시 세계를 보여 준 조명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내 몸을 입으시겠어요?』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조명 시인의 이번 시집은 무려 12년 만에 신작 시집인 만큼 한층 깊어지고 단련된 세계를 선보이는 동시에 12년의 시간이 무색하도록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를 발현한다. 삶과 죽음을 넘어서고 식물과 동물을 아우르며 모든 사랑을 품에 안는, 넓고 깊은 시. 그렇게 조명은 시를 통해 모두를 안는다. 시로 인하여 전부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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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사랑이라는 말이 있기 전, 파린
사랑이라는 말이 있기 전 파린이 있었지
우리는 파린의 계절로부터 왔다네
-「파린의 계절」에서
"파린"은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말이 있기 전의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말의 쓰임이 혼용되고 번잡해질 때, 파린은 "비음성적 언어"가 되어 뒤로 물러나 있었다. 『내 몸을 입으시겠어요?』에서 조명 시인은 "한번 태어나 볼까요?"라는 부드러운 질문으로 파린을 불러온다. 그것은 섬의 몸 곳곳에 닿는 바다의 살결처럼 상세하고 거대하다. 파린은 작디작고 크나큰 사랑이며 이 사랑은 색과 빛의 씨앗이 된다. "어둠 속 반짝임"이고 "사랑의 핵"이 된다. "오래된 미래"이며 "다시, 첫날"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파린은 결국 생명과 다름 아니게 되는 것이다. 시인은 온갖 생명을 부르고 같이 호흡하며 받아 안는다. 식물의 언어로 고래의 몸짓을 포용한다. 이 모든 것은 시인이 파린의 어머니이기에 당연하고 자연스레 가능하다.
■ 삶과 죽음 이후에 본, 사슬나비
나는 사슬나비를 보았다
꽃다발과 꽃다발을 이어 주고 있었다
-「모든 꽃다발 속에는 사슬나비가 산다」에서
생명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끝과 시작, 그것은 시로 화하여 모든 것을 품은 파린에게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끝은 시신의 모습으로 불쑥 나타난다. 앞마당 같은 화장터에서도, 저 멀리 바라나시의 복판에서도 시신은 끝을 선언하듯 나타나 제 몸이 불살라지길 기다린다. 가장 가까운 이의 죽음에서부터 불면식의 타인의 그것까지 목도한 시인은 "한통속의 꿈속에 다른 꿈을 보았"다는 진실과 마주한다. 삶과 죽음 사이를 자유롭게 비행하는 사슬나비를 본 것이다. 사슬나비는 산 자의 에너지와 태어나지 못한 자의 열망과 삶을 다한 자의 시간까지 자유롭게 오간다. 조명의 시는 그 날갯짓의 반짝임이자 비통함이고 환희이자 응답이다. 이윽고 시인은 파린의 세계에서 사슬나비를 만나 신을 잉태한다. 시라는 신이 다시 파린이 되고, 나비가 되는 영겁의 순환으로 시인은 독자를 데려간다. 조용히 그리고 강인하게 내미는 그 손을 마다할 도리가 없다.
사랑이라는 말이 있기 전 파린이 있었지
우리는 파린의 계절로부터 왔다네
-「파린의 계절」에서
"파린"은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말이 있기 전의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말의 쓰임이 혼용되고 번잡해질 때, 파린은 "비음성적 언어"가 되어 뒤로 물러나 있었다. 『내 몸을 입으시겠어요?』에서 조명 시인은 "한번 태어나 볼까요?"라는 부드러운 질문으로 파린을 불러온다. 그것은 섬의 몸 곳곳에 닿는 바다의 살결처럼 상세하고 거대하다. 파린은 작디작고 크나큰 사랑이며 이 사랑은 색과 빛의 씨앗이 된다. "어둠 속 반짝임"이고 "사랑의 핵"이 된다. "오래된 미래"이며 "다시, 첫날"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파린은 결국 생명과 다름 아니게 되는 것이다. 시인은 온갖 생명을 부르고 같이 호흡하며 받아 안는다. 식물의 언어로 고래의 몸짓을 포용한다. 이 모든 것은 시인이 파린의 어머니이기에 당연하고 자연스레 가능하다.
■ 삶과 죽음 이후에 본, 사슬나비
나는 사슬나비를 보았다
꽃다발과 꽃다발을 이어 주고 있었다
-「모든 꽃다발 속에는 사슬나비가 산다」에서
생명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끝과 시작, 그것은 시로 화하여 모든 것을 품은 파린에게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끝은 시신의 모습으로 불쑥 나타난다. 앞마당 같은 화장터에서도, 저 멀리 바라나시의 복판에서도 시신은 끝을 선언하듯 나타나 제 몸이 불살라지길 기다린다. 가장 가까운 이의 죽음에서부터 불면식의 타인의 그것까지 목도한 시인은 "한통속의 꿈속에 다른 꿈을 보았"다는 진실과 마주한다. 삶과 죽음 사이를 자유롭게 비행하는 사슬나비를 본 것이다. 사슬나비는 산 자의 에너지와 태어나지 못한 자의 열망과 삶을 다한 자의 시간까지 자유롭게 오간다. 조명의 시는 그 날갯짓의 반짝임이자 비통함이고 환희이자 응답이다. 이윽고 시인은 파린의 세계에서 사슬나비를 만나 신을 잉태한다. 시라는 신이 다시 파린이 되고, 나비가 되는 영겁의 순환으로 시인은 독자를 데려간다. 조용히 그리고 강인하게 내미는 그 손을 마다할 도리가 없다.
목차
목차
머리가 꽃이다
고요를 사르는 불볕 속
한 떨기 꽃이 머리다
꽃얼굴 빨갛다
아무래도 나에게 다 말해 주지 않은 것이다
정오의 태양 아래
풀치마 안으로 몸 오그려 숨어드는 이
태양이 기울어 멀어질 때
뉘엿뉘엿 기어 나와 당신 뒤편으로 길게 드러눕는
꽃동물 같았다
꽃귀신들린 꽃은 꽃그림자도 꽃이라서
나도 다 말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몸소 타올라 전할 뿐
태양이 저녁을 내려놓고 새벽을 찾아가고 있다
저마다의 알뿌리 속으로 기어든다
오늘 밤
한 알의 꿈은
별 하나의 토양을 바꿀 수 있을까
빨간 달밤이 오고 있다
-「칸나」 전문
막 할례를 마치고 솟구친 붉은머리꽃이여
돌창을 들어 맹수를 쫓던 여인들의 후예여
그대는 뿌리 속 어머니들이 수백 밤 벼린
첫 암술을 밀어 올려 꽃피었네
뿌리골무여인이 피워 올린 꽃목단이여
별나비와 태양나비를 동무 삼던 붉디붉은 꽃이여
흰머리독수리 황금갈기사자 블랙재규어와도 겨룰 줄 아는
그대는 꽃 중의 꽃 전사 중의 전사였구려
절연의 유월은 와서
낙화의 초여름은 오고야 말아서
붉은머리전사와 뿌리골무여인이 작별을 고하는 날
나도 반흑반백의 모발 귓바퀴 뒤편으로 쓸어넘기며
목단만 두고 꽃씨도 없이 영영 떠나가려오
-「목단꽃 전사」 전문
한 여인이 신을 낳았다
요정이 아니라 여신이 아니라 여인이
신을 낳았다
번개와 독수리의 하늘을 불러들여
굉음과 섬광의 궁륭에서
사랑과 질투의 도회지에서
비커와 샬레의 실험실에서
바람과 햇살의 하모니를 밟고 넘어가는 열애의 밤
횃불을 치켜들고 깃털펜을 흔들며
인식의 북을 치는 엑스터시의 밤
은산철벽을 허물어
살갗 뚫고 갑옷 찢으며 뿜어내는 애신의 광휘에
혼신으로 재가 된 사랑의 끝
한 여인이 잿무덤 속에 신을 낳았다
비련의 세멜러 애련의 세멜레 시인의 어머니 세멜레
당신은 신을 창작했다 그리고
신이 되었다
올여름 내내 하늘에서 불볕 바람 불어온다
몸속 진액을 말리며 온다
오라!
나를 살라 재가 될 사랑아
불멸의 몇 줄 잉태해야겠다.
-「세멜레의 창작」 전문
고요를 사르는 불볕 속
한 떨기 꽃이 머리다
꽃얼굴 빨갛다
아무래도 나에게 다 말해 주지 않은 것이다
정오의 태양 아래
풀치마 안으로 몸 오그려 숨어드는 이
태양이 기울어 멀어질 때
뉘엿뉘엿 기어 나와 당신 뒤편으로 길게 드러눕는
꽃동물 같았다
꽃귀신들린 꽃은 꽃그림자도 꽃이라서
나도 다 말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몸소 타올라 전할 뿐
태양이 저녁을 내려놓고 새벽을 찾아가고 있다
저마다의 알뿌리 속으로 기어든다
오늘 밤
한 알의 꿈은
별 하나의 토양을 바꿀 수 있을까
빨간 달밤이 오고 있다
-「칸나」 전문
막 할례를 마치고 솟구친 붉은머리꽃이여
돌창을 들어 맹수를 쫓던 여인들의 후예여
그대는 뿌리 속 어머니들이 수백 밤 벼린
첫 암술을 밀어 올려 꽃피었네
뿌리골무여인이 피워 올린 꽃목단이여
별나비와 태양나비를 동무 삼던 붉디붉은 꽃이여
흰머리독수리 황금갈기사자 블랙재규어와도 겨룰 줄 아는
그대는 꽃 중의 꽃 전사 중의 전사였구려
절연의 유월은 와서
낙화의 초여름은 오고야 말아서
붉은머리전사와 뿌리골무여인이 작별을 고하는 날
나도 반흑반백의 모발 귓바퀴 뒤편으로 쓸어넘기며
목단만 두고 꽃씨도 없이 영영 떠나가려오
-「목단꽃 전사」 전문
한 여인이 신을 낳았다
요정이 아니라 여신이 아니라 여인이
신을 낳았다
번개와 독수리의 하늘을 불러들여
굉음과 섬광의 궁륭에서
사랑과 질투의 도회지에서
비커와 샬레의 실험실에서
바람과 햇살의 하모니를 밟고 넘어가는 열애의 밤
횃불을 치켜들고 깃털펜을 흔들며
인식의 북을 치는 엑스터시의 밤
은산철벽을 허물어
살갗 뚫고 갑옷 찢으며 뿜어내는 애신의 광휘에
혼신으로 재가 된 사랑의 끝
한 여인이 잿무덤 속에 신을 낳았다
비련의 세멜러 애련의 세멜레 시인의 어머니 세멜레
당신은 신을 창작했다 그리고
신이 되었다
올여름 내내 하늘에서 불볕 바람 불어온다
몸속 진액을 말리며 온다
오라!
나를 살라 재가 될 사랑아
불멸의 몇 줄 잉태해야겠다.
-「세멜레의 창작」 전문
저자
저자
조명
대전에서 태어났다. 2003년 계간 《시평》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여왕코끼리의 힘』이 있다. 〈예버덩문학의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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