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압축 알고리즘(민음의 시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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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유실되고 손상될지라도
기억 관찰을 포기하지 말 것,
불안한 사랑의 조각들을 잇기 위한
단 하나의 법칙
제4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인 김석영의 신작 시집 『손실 압축 알고리즘』이 민음의 시 342번으로 출간되었다. 매력적인 구성력과 뛰어난 완결성으로 2022년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시집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 이후 4년 만의 신작이다. 이번 시집에서 김석영 시인은 '손실 압축'이라는 데이터 압축 방식을 형식 삼아 기억과 사랑에 대해 말한다. '손실 압축'은 저장 공간을 확보하여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기 위한 압축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원본은 불가피하게 손상을 입게 된다. 그러나 "무손실 기억이라는 것이 있다면 삶은 이토록 흥미진진하지 않을 것"이며 "손실이 있는 곳에서 시간이 흐르고 삶이 계속된다"는 문보영 시인의 추천의 글처럼, 김석영은 손실이라는 위태로움을 감수하며 원본을 재구성하기를 반복한다. 이는 불완전한 사랑과 백지와 같은 미래에 다가서기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인바, 『손실 압축 알고리즘』은 저마다의 미지를 밝히는 하나의 든든한 불빛이 되어 줄 것이다.
기억 관찰을 포기하지 말 것,
불안한 사랑의 조각들을 잇기 위한
단 하나의 법칙
제4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인 김석영의 신작 시집 『손실 압축 알고리즘』이 민음의 시 342번으로 출간되었다. 매력적인 구성력과 뛰어난 완결성으로 2022년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시집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 이후 4년 만의 신작이다. 이번 시집에서 김석영 시인은 '손실 압축'이라는 데이터 압축 방식을 형식 삼아 기억과 사랑에 대해 말한다. '손실 압축'은 저장 공간을 확보하여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기 위한 압축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원본은 불가피하게 손상을 입게 된다. 그러나 "무손실 기억이라는 것이 있다면 삶은 이토록 흥미진진하지 않을 것"이며 "손실이 있는 곳에서 시간이 흐르고 삶이 계속된다"는 문보영 시인의 추천의 글처럼, 김석영은 손실이라는 위태로움을 감수하며 원본을 재구성하기를 반복한다. 이는 불완전한 사랑과 백지와 같은 미래에 다가서기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인바, 『손실 압축 알고리즘』은 저마다의 미지를 밝히는 하나의 든든한 불빛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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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같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 그게 나의 사랑
영호의 영혼을 훼손하는 게 아니라
관통하고 싶은 게 아니라
영호의 영혼이 거미줄처럼 듬성듬성하고 연약한 선(線)이라는 걸 그래서
같이 매달리고 싶을 뿐
위태롭게 흔들리고 싶을 뿐
-「영혼의 메타포」에서
너와 내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말은 곧, 너와 내가 기억을 나누는 사이라는 말과 같다. 상대의 옆에 선 채, 상대와 같은 장면을 바라보며 함께 기억을 쌓아 가는 것이 사랑이라면, 이때 그들 사이에 축적되는 기억은 과연 서로 꼭 같은 모양을 하고 있을까? 김석영은 기억에는 끊임없는 손실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에 각자 지닌 기억의 모양이 다르리라고 확신한다. 그럼에도 김석영 시의 화자는 서로 다른 기억의 조각들을 들여다보고 맞춰 보기를 멈추지 않는다. 화자는 완벽히 똑같은 기억을 나누어 가지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같이 매달리고 싶"고 "위태롭게 흔들리고 싶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억이 그렇게 소실되고 깎여 나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마주하는 것, "그게 나의 사랑이었다"(「영호와 영호의 영혼」)고 선언한다. 서로를 소유하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는 쪽을 향할 때, 서로 완벽히 같아지려는 욕망보다는 다름을 인정하고 그것을 들여다보기를 포기하지 않고자 할 때, 우리의 사랑은 현재에 갇히는 대신 과거와 미래를 향해 고개를 든다.
■ 반복과 기도를 나침반 삼아
우리가 가는 곳은 지도에 없었다. 도착해야만 미래가 되는 곳. 산꼭대기에 쌓인 눈처럼 쌓일 눈처럼 자꾸만 흘러내릴 미래. 발자국이 우리를 기차처럼 이어 주었다. 설산이 행간처럼 서 있다. (……) 납작하게 눌린 발자국을 보면서 발자국은 여러 번 겹치면서 깊어지지. 평평하고 단단하게 우리가 밟은 구멍들이 있다. 투명한 탑이 쌓인다. 잘리지 않은 것처럼 잘리지 않을 것처럼 발자국이 풍경을 이어 붙인다.
-「눈과 사람」에서
김석영은 반복과 기도를 나침반 삼아 불확실성을 가르고 자신만의 길을 낸다. 그의 시는 섣불리 영원을 말하지 않는다. 영원성의 환상을 거부하고 불확실함과 불완전함의 진실로 나아가려는 선택은 지도에 없는 곳을 향해 걷는 일과 같다. 이때 백지 같던 눈밭은 "수백 번의 묘사"와 "수없는 복제"(「폐허는 집을 짓기 전에 일어나고」) 끝에 길이 된다. 이 길은 설사 투명하여 보이지 않을지라도, 단단함으로 자신이 더 이상 미지의 영토가 아니라 길임을 알린다. 이렇듯 김석영 시의 화자는 한쪽 손에 반복이라는 무기를 들고 이를 나침반 삼는다. 이때 그의 다른 쪽 손에는 기도가 들려 있다. 기도는 "두 손을 포개어지"(「질문의 크기」)도록 하는 힘, 즉 길을 내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열망이다. 기도로 연료를 불어넣고 반복으로 길을 내는 김석영의 시는 마침내 하나의 지도로 완성된다. 『손실 압축 알고리즘』이라는 한 권의 지도책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불안한 기억과 위태로운 사랑을 오래도록 돌보고 보듬으며 기꺼이 또 하루를 살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영호의 영혼을 훼손하는 게 아니라
관통하고 싶은 게 아니라
영호의 영혼이 거미줄처럼 듬성듬성하고 연약한 선(線)이라는 걸 그래서
같이 매달리고 싶을 뿐
위태롭게 흔들리고 싶을 뿐
-「영혼의 메타포」에서
너와 내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말은 곧, 너와 내가 기억을 나누는 사이라는 말과 같다. 상대의 옆에 선 채, 상대와 같은 장면을 바라보며 함께 기억을 쌓아 가는 것이 사랑이라면, 이때 그들 사이에 축적되는 기억은 과연 서로 꼭 같은 모양을 하고 있을까? 김석영은 기억에는 끊임없는 손실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에 각자 지닌 기억의 모양이 다르리라고 확신한다. 그럼에도 김석영 시의 화자는 서로 다른 기억의 조각들을 들여다보고 맞춰 보기를 멈추지 않는다. 화자는 완벽히 똑같은 기억을 나누어 가지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같이 매달리고 싶"고 "위태롭게 흔들리고 싶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억이 그렇게 소실되고 깎여 나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마주하는 것, "그게 나의 사랑이었다"(「영호와 영호의 영혼」)고 선언한다. 서로를 소유하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는 쪽을 향할 때, 서로 완벽히 같아지려는 욕망보다는 다름을 인정하고 그것을 들여다보기를 포기하지 않고자 할 때, 우리의 사랑은 현재에 갇히는 대신 과거와 미래를 향해 고개를 든다.
■ 반복과 기도를 나침반 삼아
우리가 가는 곳은 지도에 없었다. 도착해야만 미래가 되는 곳. 산꼭대기에 쌓인 눈처럼 쌓일 눈처럼 자꾸만 흘러내릴 미래. 발자국이 우리를 기차처럼 이어 주었다. 설산이 행간처럼 서 있다. (……) 납작하게 눌린 발자국을 보면서 발자국은 여러 번 겹치면서 깊어지지. 평평하고 단단하게 우리가 밟은 구멍들이 있다. 투명한 탑이 쌓인다. 잘리지 않은 것처럼 잘리지 않을 것처럼 발자국이 풍경을 이어 붙인다.
-「눈과 사람」에서
김석영은 반복과 기도를 나침반 삼아 불확실성을 가르고 자신만의 길을 낸다. 그의 시는 섣불리 영원을 말하지 않는다. 영원성의 환상을 거부하고 불확실함과 불완전함의 진실로 나아가려는 선택은 지도에 없는 곳을 향해 걷는 일과 같다. 이때 백지 같던 눈밭은 "수백 번의 묘사"와 "수없는 복제"(「폐허는 집을 짓기 전에 일어나고」) 끝에 길이 된다. 이 길은 설사 투명하여 보이지 않을지라도, 단단함으로 자신이 더 이상 미지의 영토가 아니라 길임을 알린다. 이렇듯 김석영 시의 화자는 한쪽 손에 반복이라는 무기를 들고 이를 나침반 삼는다. 이때 그의 다른 쪽 손에는 기도가 들려 있다. 기도는 "두 손을 포개어지"(「질문의 크기」)도록 하는 힘, 즉 길을 내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열망이다. 기도로 연료를 불어넣고 반복으로 길을 내는 김석영의 시는 마침내 하나의 지도로 완성된다. 『손실 압축 알고리즘』이라는 한 권의 지도책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불안한 기억과 위태로운 사랑을 오래도록 돌보고 보듬으며 기꺼이 또 하루를 살아 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목차
1부
영혼의 메타포 13
과학적 관심 14
바캉스 16
영호와 영호의 영혼 18
석탄기 20
세계 끝의 영혼 22
왜 자석은 서로 밀어내는가? 24
정물화(Still Life) 26
내가 모르는 장면 28
정물: 두상, 컵, 팔레트 30
2부
Animated Drawings 33
종교 36
이미지를 건네줄 수 있다면 37
수성 40
레가토 44
투명한 것들로부터 컵을 보호할 것 46
투명한 것 48
반향어 50
Protect me 52
장미가 먹는 것 53
움직이는 정물 56
3부
폐허는 집을 짓기 전에 일어나고 61
십자화과 64
질문의 크기 66
비커 68
눈과 사람 70
우리 사이에 붉은 담요가 끼어 있다 71
장미 해부 72
낙서를 하다가 74
우리가 바다에 없어서, 바다에 있으려고 76
영호의 친구들 83
삽화 86
개미를 잃다 88
침묵에도 비가 내린다 90
그것과 다른 가방 92
바나나의 시간은 빨리 흐른다 94
촉각 낭독회 97
4부
정어리 103
Palindrome 104
산 책 106
바다에서 나가면 108
송곳 109
어부가 말한다 112
구원 114
드러난 뿌리 116
앞으로 조용히 나아갈 때 118
들키는 사람 120
내가 죽은 뒤에 불태울 것 122
우리가 나무라면 124
새의 요약 126
형식주의자 128
추천의 글-문보영(시인) 129
영혼의 메타포 13
과학적 관심 14
바캉스 16
영호와 영호의 영혼 18
석탄기 20
세계 끝의 영혼 22
왜 자석은 서로 밀어내는가? 24
정물화(Still Life) 26
내가 모르는 장면 28
정물: 두상, 컵, 팔레트 30
2부
Animated Drawings 33
종교 36
이미지를 건네줄 수 있다면 37
수성 40
레가토 44
투명한 것들로부터 컵을 보호할 것 46
투명한 것 48
반향어 50
Protect me 52
장미가 먹는 것 53
움직이는 정물 56
3부
폐허는 집을 짓기 전에 일어나고 61
십자화과 64
질문의 크기 66
비커 68
눈과 사람 70
우리 사이에 붉은 담요가 끼어 있다 71
장미 해부 72
낙서를 하다가 74
우리가 바다에 없어서, 바다에 있으려고 76
영호의 친구들 83
삽화 86
개미를 잃다 88
침묵에도 비가 내린다 90
그것과 다른 가방 92
바나나의 시간은 빨리 흐른다 94
촉각 낭독회 97
4부
정어리 103
Palindrome 104
산 책 106
바다에서 나가면 108
송곳 109
어부가 말한다 112
구원 114
드러난 뿌리 116
앞으로 조용히 나아갈 때 118
들키는 사람 120
내가 죽은 뒤에 불태울 것 122
우리가 나무라면 124
새의 요약 126
형식주의자 128
추천의 글-문보영(시인) 129
저자
저자
김석영 2015년 《시와 반시》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 『밤의 영향권』 이 있다. 제41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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