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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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든 행복하든 가난하든 부유하든, 사랑에 빠지고 성인이 되는 생애 첫 경험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온다!
2018년 공크루 문학상 수상작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1990년대 록 음악의 아이콘 그룹 너바나가 기성세대에 대한 냉소와 반항을 담아 부른 《Smells like teen spirit》과 더불어 2019년 현재 사십 대가 된 프랑스인들의 청춘의 추억을 소환하는 데 크게 한몫을 한 작품이다. 탈공업화 바람으로 경제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프랑스 북부 로렌 지방의 작고 보잘것없는 가상 도시 에일랑주에서 벌어지는 네 번의 여름에 대한 이야기로, 1992년부터 육 년간 열다섯 살 청소년 앙토니가 중학교를 간신히 마치고 고등학생이 되고, 이후 군대에 자원입대했다가 의병 제대하고 나서 저소득층 사회인이 되는 과정을 네 장으로 나누어 그려냈다.
가난과 불신, 불만만이 팽배한 이곳에서도 아이들은 변함없이 자라고 청소년들은 점점 어른이 되며, 모두 이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기를 꿈꾼다. 한쪽 눈이 늘 반쯤 감겨 있으며 수줍음 많고 소심한 앙토니와 그의 사촌, 작품 초반부터 마지막 장까지 앙토니가 애절하게 사랑한 부잣집 스테파니와 그녀의 단짝 클레망스, 옆 동네 아랍 이민자 밀집 구역에 사는 하신은 성장하고, 무료해 하고, 사랑하고, 탈출을 꿈꾸었다가 번번이 되돌아오고, 절망하고, 훔치고 달아나며 각각 자신들이 태어난 배경에 따라 다른 이십 대를 맞는다.
세계화와 탈공업화 바람으로 내몰리고 황폐해지고 잊힌 프랑스 북동부의 작은 시에 사는 저소득층이 꾸역꾸역 살아 낸 시절에 대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소설로, 프랑스인과 이민자의 갈등,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갈등, 노년층과 청년층의 갈등, 회사와 노조의 갈등, 파리와 지방의 갈등, 남편과 아내의 갈등 등 프랑스 사회가 지닌 모든 종류의 갈등이 프레스코화처럼 세밀하게 그려진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앓고 있는 전 세계 곳곳 우리의 이야기로 확대하여 공감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공크루 문학상 수상작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1990년대 록 음악의 아이콘 그룹 너바나가 기성세대에 대한 냉소와 반항을 담아 부른 《Smells like teen spirit》과 더불어 2019년 현재 사십 대가 된 프랑스인들의 청춘의 추억을 소환하는 데 크게 한몫을 한 작품이다. 탈공업화 바람으로 경제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프랑스 북부 로렌 지방의 작고 보잘것없는 가상 도시 에일랑주에서 벌어지는 네 번의 여름에 대한 이야기로, 1992년부터 육 년간 열다섯 살 청소년 앙토니가 중학교를 간신히 마치고 고등학생이 되고, 이후 군대에 자원입대했다가 의병 제대하고 나서 저소득층 사회인이 되는 과정을 네 장으로 나누어 그려냈다.
가난과 불신, 불만만이 팽배한 이곳에서도 아이들은 변함없이 자라고 청소년들은 점점 어른이 되며, 모두 이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기를 꿈꾼다. 한쪽 눈이 늘 반쯤 감겨 있으며 수줍음 많고 소심한 앙토니와 그의 사촌, 작품 초반부터 마지막 장까지 앙토니가 애절하게 사랑한 부잣집 스테파니와 그녀의 단짝 클레망스, 옆 동네 아랍 이민자 밀집 구역에 사는 하신은 성장하고, 무료해 하고, 사랑하고, 탈출을 꿈꾸었다가 번번이 되돌아오고, 절망하고, 훔치고 달아나며 각각 자신들이 태어난 배경에 따라 다른 이십 대를 맞는다.
세계화와 탈공업화 바람으로 내몰리고 황폐해지고 잊힌 프랑스 북동부의 작은 시에 사는 저소득층이 꾸역꾸역 살아 낸 시절에 대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소설로, 프랑스인과 이민자의 갈등,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갈등, 노년층과 청년층의 갈등, 회사와 노조의 갈등, 파리와 지방의 갈등, 남편과 아내의 갈등 등 프랑스 사회가 지닌 모든 종류의 갈등이 프레스코화처럼 세밀하게 그려진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앓고 있는 전 세계 곳곳 우리의 이야기로 확대하여 공감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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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날개가 꺾인 젊은이들의 꿈과 잔해는 어디로 버려질까?
사회적 위계와 소외를 맛본 첫 경험의 기억, 그 생생한 증언
■ 세계 제3대 문학상, 공쿠르 상 2018년 수상작
2018년 가을과 겨울 사이에 프랑스는 세 가지 키워드로 술렁였다. 니콜라 마티외라는 작가, 공쿠르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그의 장편소설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그리고 1990년대 록 음악의 아이콘 그룹 너바나가 부른 「Smells like teen spirit」가 그것이다. TV 뉴스나 생방송 인터뷰 등에서 공쿠르 문학상 수상자 니콜라 마티외가 등장할 때면 어김없이 이 작품의 첫 장을 상징하는 노래 「Smells like teen spirit」가 배경 음악으로 울려 퍼지곤 했다.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기성세대에 대한 냉소와 반항을 담은 너바나의 노래와 더불어 2019년 현재 사십 대가 된 프랑스인들의 청춘의 추억을 소환하는 데 크게 한몫했다. 이것이 2018년 늦가을 프랑스의 출판계를 휩쓴 풍경이었다. 그리고 일 년 뒤인 2019년 10월, 이 화제작이 민음사에서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탈공업화 바람으로 경제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프랑스 북동부 작은 시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1992년부터 육 년간 열다섯 살 청소년 앙토니가 성인이 되어 가며 겪는 이야기다. 가난과 불신, 불만만이 팽배한 이곳에서도 아이들은 변함없이 자라고 청소년들은 점점 어른이 되며, 모두 이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기를 꿈꾼다. 십 대인 주인공 앙토니, 앙토니의 이종 사촌, 북아프리카 출신 하신, 그리고 앙토니를 사로잡은 첫사랑 스테파니와 그녀의 단짝 클레망스는 각각 자신들이 태어난 배경에 따라 다른 이십 대를 맞는다.
시의 주요 수입원이던 제철 공장의 용광로가 완전히 작동을 멈추고 졸지에 실업자들의 도시가 되어 버린 이곳에서 '회사에서 잘리고 집에서는 이혼당하고 한심하거나 암적인' 사람들에겐 대상 모를 분노와 원망이 꿈틀거린다. 프랑스인과 이민자의 갈등,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갈등, 노년층과 청년층의 갈등, 회사와 노조의 갈등, 파리와 지방의 갈등, 남편과 아내의 갈등 등, 이 소설 속에는 프랑스 사회가 지닌 모든 종류의 갈등이 프레스코화처럼 세밀하게 그려진다. 세계화와 탈공업화 바람으로 내몰리고 황폐해지고 잊힌 프랑스 북동부의 작은 시에 사는 저소득층이 꾸역꾸역 살아 낸 시절에 대한 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소설에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앓고 있는 전 세계 곳곳 우리의 이야기로 확대하여 공감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부진한 경기와 실업 문제, 자격증도 내로라할 스펙도 없는
가난한 부모 세대와 그들의 후손들의 이야기
이 작품은 프랑스 북부 로렌 지방의 작고 보잘것없는 가상 도시 에일랑주에서 벌어지는 네 번의 여름에 대한 이야기이다. 첫 여름인 1992년부터 이 년씩 차이를 두고 1994년, 1996년 그리고 1998년까지 작가의 시선은 첫 여름에 고작 열다섯 살이던 주인공 앙토니가 중학교를 간신히 마치고 고등학생이 되고, 이후 군대에 자원 입대했다가 의병 제대하고 나서 저소득층 사회인이 되는 과정을 네 장으로 나누어 그려낸다. 한쪽 눈이 늘 반쯤 감겨 있으며 수줍음 많고 소심한 앙토니와 그의 사촌, 작품 초반부터 마지막 장까지 앙토니가 애절하게 사랑한 부잣집 스테파니와 그녀의 단짝 클레망스, 옆 동네 아랍 이민자 밀집 구역에 사는 하신이 성장하고, 무료해 하고, 사랑하고, 탈출을 꿈꾸었다가 번번이 되돌아오고, 절망하고, 훔치고 달아나는, 그야말로 소년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발단은 아직 어리던 사춘기 소년 앙토니와 사촌이 동네 호수 저편에 '누드 비치'가 있다는 소문에 카누를 훔쳐 타고 가서부터다. 거기서 스테파니와 클레망스를 우연히 만난 앙토니는 스테파니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녀가 자기와는 다른 집안 환경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는 소녀임을 깨닫는다. 이후 앙토니와 사촌은 한밤중 아버지가 아끼는 오토바이를 훔쳐내어 파티에 참석한다. 그러나 두 소년을 기다린 것은 강 건너 부촌 아이들의 멸시와 냉대, 마리화나에 취해 어이없이 졸도한 일, 그리고 간신히 정신 차려보니 온데간데 없어진 아버지의 오토바이뿐이었다. 누가 훔쳐 갔을까. 이제부터 오토바이를 되찾기 위한 두 소년의 추적이 시작된다.
오토바이 도난 사건으로 결국 앙토니의 부모인 파트릭과 엘렌은 이혼하고, 파트릭은 몇 년 새 늙은 알코올 중독자 독거노인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에일랑주의 경제를 다시 되살리기 위한 기업인들의 떠들썩한 파티와 그 파티 서빙 알바에 지원한 앙토니를 비롯한 보잘것없는 젊은이들의 대비, 그에 반해 부모에게 끊임없이 엘리트 코스를 독촉받는 스테파니와 클레망스의 일상들, 고향 북아프리카로 돌아가 마약 거래인으로 한몫 벌었다가,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서는 예상치 못했던 중산층으로 진입하게 되는 하신까지, 바칼로레아를 마친 후 각기 다른 삶을 살아내는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는 끊임없이 독자의 마음속에 격동을 일으킨다.
■ 성장 소설은 곧 환멸의 소설이다!
존재한 적 없었던 듯 사라진 이들과 그들이 남긴 자녀들에 대한 연대기
이 외진 도시에 사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성장기가 특별하게 읽히는 이유는 이야기의 중심 공간과 인물들이 가지는 문학적 보편성 때문일 것이다. 작가 스스로도 작품 서두에 적고 있듯 이 작품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곳에서 마치 '존재한 적이 없었던 듯 사라져 버린' 이들과 '그들이 남기고 간 자녀들',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1990년대의 사회상을 추억하는 연대기이지만, 1990년대에 인생의 어떤 시기를 살았던 독자라면 누구든 작가가 말하고자 한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이 작품을 두고 19세기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 에밀 졸라의 그것을 닮은 사회·정치·경제 고발 소설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청소년 성장소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무엇이기 이전에 작가가 한 조각 한 조각 작가가 세공하듯 빚어낸 인물들로 이루어진 이 작품에 우리는 말할 수 없이 빨려든다. 그 인물들의 사회적 입장에서 각자가 가질 수밖에 없는 삶의 태도에 대해 우리는 뭐라 정의할 수 없는 인생의 슬픔과 처절함을 공유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1990년대 프랑스를 읽고, 거기에 공감하며, 같이 분노하고 쓸쓸해 하다가 주인공 앙토니와 함께 성장한다. 가난과 무료함에 하루 종일 천장만 바라보는 청춘, 그리고 이루어질 듯 말 듯하다가도 결국 어그러지고 마는 사랑 탓에 좌절하는 청춘, 올라갈 수 없는 높은 사다리 앞에서 좌절하는 '흙수저 소년' 앙토니가 우리가 보낸 청춘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이 책을 향한 찬사
공쿠르 문학상의 탁월한 선택!?《프랑스 앵테르》
1990년대를 살아가는 사춘기 청소년들은 저마다의 욕망을 불태워 나간다. 이들 모두가 원하는 것은 강렬한 삶,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 능력 있는 삶. 살기. 사랑하기. 떠나기. 다른 곳에서 살기. 네 명의 등장인물이 부르는 네 가지 노래로 니콜라 마티외는 1990년대 청소년들의 희망을 불타오르게 했다가 또 산산조각 내버리기를 반복한다.
-《르 탕》
모두가 떠나고 싶어 하지만 막상 떠나는 이는 거의 없는 곳, 사회적 위계질서와 상하 관계가 건재하고, 아이들은 자라서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살아가도록 일찌감치 저주받은 곳. 그러나 이 소설은 그게 다가 아니다. 이 작품은 사춘기 소년들의 에너지와 여름 햇살, 생에 대한 열정으로 번뜩인다. 불끈거리는 맥박, 세밀하면서 힘찬 문체가 독자들을 예리한 시선, 끝없는 감각으로 데리고 간다. 속도를 늦출 줄 모르는 세계화의 이윤 추구 원리에 의해 소외된 프랑스 변두리 도시를 그린 리얼리즘적 초상.
-《텔레라마》
니콜라 마티외는 사춘기를 지나는 청소년들과 그들 마음에 일렁이는 변화무쌍한 파문에 대해, 날 선 감정, 심장의 움직임, 분노와 유약함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현할 줄 아는 작가다.
-《르 몽드》
내가 들려주고 싶었던 건 바로 내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이다. 이것은 문학적이며 정치적인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 대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자체가 곧 정치적 행동이다. 이 작품 속엔 물론 내 모습이 약간 들어 있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시대를 복구하고 우리네 삶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나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생생하고 상세한 묘사, 그리고 리얼리티에 최대한 가깝게 정박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나의 문제는 리얼리티다.
-《L'OBS》 작가 인터뷰
[책속으로 이어서]
저 아래 나라에서 태어나 순수한 생각들을 마음 가득 품고 프랑스까지 와서 짐승처럼 일하다가 구석에 처박힌 남자들 틈에 있는 것이 무척 불편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절대 입에 올리는 법이 없었지만 그건 꽤나 날카로운 가시였다. 그들은 모두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속에 성장했다. 아버지들은 농담을 몰랐고, 아이들은 아버지 말을 안 들었다. 프랑스어를 잘 못해서 프랑스의 현실적인 규칙들을 대부분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그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계율들을 읊으며 살아갔고, 그 아들들은 의무적으로 주어진 존중과 자기도 모르게 자라난 멸시 사이에서 성장했다.
가난에서 벗어나길 원했던 아버지들은 과연 꿈을 이루었을까? 집에 컬러 TV를 들여놓았고 자동차를 샀으며 살 집을 찾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그런 물질적인 것, 만족감, 지금까지 이룬 것들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자신이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생활이 아무리 안락해도 처음에 온몸으로 겪은 가난의 흔적을 지우기엔 역부족인 듯했다. 그것은 어디서 올까? 직장에서 경험한 분노, 사회적으로 미천하게 간주되는 일들, 소외, '이민자'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이 정리되지 않을까? 아니면 아무도 자발적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 무국적자 신세? 왜냐하면 이 아버지들은 두 개의 언어, 두 개의 강, 박봉, 존중받지 못하는 처지, 자녀들에게 물려줄 변변한 유산 하나 없는 뿌리 뽑힌 사람들이라는 균열 사이에 간신히 그리고 여전히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운명은 자녀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원통함과 경멸을 물려주었다. 그리하여 자녀들은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성공하고, 커리어를 쌓고,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을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들 가족을 사회 현상 중 하나로 여기는 이 나라에서는 선의로 하는 최소한의 동작마저 일종의 협잡으로 보였다.(428~429쪽)
클렘은 아버지의 병원 사무실과 거기 드나드는 어딘가 한 군데씩은 이상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믿거나 말거나 대기실은 완전히 거지 소굴이라고 했다.
"한번은 어떤 여자가 애들 셋을 데리고 왔는데, 셋 다 장애가 있는 거야. 한 명은 그럴 수 있다고 쳐. 그런데 어떻게 셋 다 장애인이냐고 내 말은."(508~509쪽)
어른이 된다는 것은 위대한 사랑 외에 다른 힘이 있다는 것을, 주간지의 페이지를 채우는 하찮은 가십, 무사안일, 열정적으로 살기, 정신 나간 듯이 성공하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시간, 죽음, 끝없는 전쟁도 있었다. 부부란 심연의 가장자리에 놓인 구명정이다.(517쪽)
파리와 자신의 관계는 환상에 머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대가를 톡톡히 치르며 이 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물론 파리는 초콜릿을 종교처럼 사랑하고 한눈에도 지나치게 부유해 보이는 원형 건물들이 즐비한 도시였다. 도심은 더욱 그랬다. 파리야말로 이 나라의 심장부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도시가 틀림없다. 그러나 사람들의 물결, 외벽, 쇼윈도, 조명, 자동차 헤드라이트, 문화 유적지가 선사하는 아름다움과 더러운 뒷골목 풍경에 사로잡혀 사람들이 끝없이 타고 내리는 지하철 플랫폼에서 스테프가 거듭 확인하는 것은 이 도시를 가질 수 없다는 무력함뿐이었다. 파리와 그녀 사이에는 어찌할 수 없는 웅덩이가 놓여 있었다. 여기서 태어났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기필코 성공해야만 했다. 이것은 스테파니의 다짐이기도 했다.(518쪽)
스테프는 지금껏 자신이 얼마나 많은 행운을 누리며 살아왔는지 깨달았다. 세계사의 비교적 평화로운 시기에, 좋은 가정에서 태어났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배고픔이나 추위, 폭력으로 고통받은 적이 없다. 이상적인 집단(유복한 가정, 요령 좋은 친구, 큰 어려움 없는 학생, 꽤 괜찮은 여자)에 속했으며, 자잘한 보살핌과 늘 찾아오는 쾌락과 함께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다. 미래란 스테파니에게 일종의 무관심한 남자 같은 것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에일랑주에서 멀리 떠나온 스테파니는 버릇없이 자라 갑옷마저 너무나 얇은 초등학생 수준의 순진한 생각만 트렁크에 담아 왔을 뿐, 기본적인 준비가 안 된 사회 부적응자였다.(519쪽)
그는 유년의 여름들을 기억했다. 개학하기 전 형제들, 친구들과 만들고 놀던 그들만의 세상을. 아르바이트, 여자애들, 오토바이의 흔적을 굵직굵직하게 남기며 여름들은 해마다 이어졌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맞은 여름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삼 주간의 유급 휴가로 축소되었다. 그 휴가들은 거의 언제나 엉망으로 끝났으며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실업과 더불어 파트릭은 이제 다른 여름을 알게 되었다. 죄책감으로 가득한 느린 여름, 애태우는 여름. 그리고 지금. 파트릭은 더 이상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건 안심이자 분노였다.(535쪽)
정직하게 돈을 벌기로 결심하면 모든 것이 비싸진다. 처음에 월급쟁이가 되는 건 사업가의 흥망성쇠에 비해 마음 놓이는 면이 있었다. 그러다 내가 받는 몇 푼이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의 보통 수입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시장을 볼 때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주택 보험료와 발레아레스 제도 여행 경비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삶은 예측과 미세한 삭감, 늘 어딘가 부족하다 싶은 유희로 보상받는 고통 없는 박탈의 연속이 되었다.(548쪽)
카린을 보는 것만으로도 앙토니는 불편해졌다. 이 여자들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똑같은 기쁨, 똑같은 고통을 선사하는 자녀의 존속만을 위해 스스로 무너지며 하녀나 다름없는 신세를 자처한다. 모든 것이 앙토니에게는 심각할 정도로 우울했다. 그 소리 없는 집요함 속에서 앙토니는 자신이 속한 계급의 운명을 그려 보았다. 최악은 가스레인지 앞에서 세월을 보내는 여자들의 자각 없는 몸, 넙데데한 엉덩이, 불룩한 뱃살을 통해 영원히 지속되는 종족의 법칙이었다. 앙토니는 가족을 증오했다. 가족은 목적도 끝도 없이 연장되는 지옥이었다. 그는 길을 떠나고 기적을 만들 것이다. 다른 것을 이룰 것이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552~553쪽)
이탈리아 가수가 부르는 구슬픈 노래가 그들의 귀에 대고 이혼과 죽음, 일에 좀먹히며 이리 채고 저리 채는 신세, 불면과 외로움으로 얼룩져 엉망이 된 존재들의 비밀을 속삭였다. 사람들은 모두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사랑하고 죽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것도 지배하지 못한다. 도약도 끝도 우리의 힘 밖에 있다.(576쪽)
직장 생활의 법칙은 과장하지 않고 리듬을 유지하는 데 있으니까. 그러지 않으면 다음 달에 목표가 상향 조정되고, 생산성을 높이라는 경영진의 압력이 따르게 마련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기계에 덜미가 잡혀 먹히고 털린다. 작업반장들이 표정을 감추고 아무 일 아닌 듯 시간이나 죽이며 계속 돌아다녔다. 노동자들의 얕은 속임수 정도야 쉽게 알아챘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노동자들의 속임수란 줄곧 일하지만 신중을 기한 지체, 경제적인 노동, 중간중간 끼워 넣는 자잘한 휴식, 동작 두 번에 숨고르기 한 번, 공식적인 휴식 시간을 원만하게 누리도록 늘 그렇듯 은밀하게 진행되는 유예에 있었다. 작업장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속임수와 감독관의 감시 아래 부단한 불신과 물샐틈없는 연대의식이 재생산되었다. 그러니 열심히 일하는 머저리들은 얼마나 불행한가.(657쪽)
엘렌은 전남편을 떠올릴 때면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말하지 않았다. 추억은 동전처럼 무너져 내렸다. 엘렌은 추억들의 순서를 맞추었고, 자기 편의에 맞게 이야기들을 재구성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두 사람에게는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 그녀가 후회하지 않는 그녀 삶의 일부였다. 누구의 책임도 아니었다. 경제 위기 탓은 더더욱 아니었다. 어쩌면 술이 문제였을까. 그것이 운명이고 그들의 삶이었으니 창피하지 않았다. 그래도 가끔 앙토니가 고집을 부리거나 꽉 막힌 사람처럼 보일 때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넌 어쩜 그렇게 네 아빠랑 똑같니.(669쪽)
사회적 위계와 소외를 맛본 첫 경험의 기억, 그 생생한 증언
■ 세계 제3대 문학상, 공쿠르 상 2018년 수상작
2018년 가을과 겨울 사이에 프랑스는 세 가지 키워드로 술렁였다. 니콜라 마티외라는 작가, 공쿠르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그의 장편소설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그리고 1990년대 록 음악의 아이콘 그룹 너바나가 부른 「Smells like teen spirit」가 그것이다. TV 뉴스나 생방송 인터뷰 등에서 공쿠르 문학상 수상자 니콜라 마티외가 등장할 때면 어김없이 이 작품의 첫 장을 상징하는 노래 「Smells like teen spirit」가 배경 음악으로 울려 퍼지곤 했다.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기성세대에 대한 냉소와 반항을 담은 너바나의 노래와 더불어 2019년 현재 사십 대가 된 프랑스인들의 청춘의 추억을 소환하는 데 크게 한몫했다. 이것이 2018년 늦가을 프랑스의 출판계를 휩쓴 풍경이었다. 그리고 일 년 뒤인 2019년 10월, 이 화제작이 민음사에서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탈공업화 바람으로 경제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프랑스 북동부 작은 시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1992년부터 육 년간 열다섯 살 청소년 앙토니가 성인이 되어 가며 겪는 이야기다. 가난과 불신, 불만만이 팽배한 이곳에서도 아이들은 변함없이 자라고 청소년들은 점점 어른이 되며, 모두 이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기를 꿈꾼다. 십 대인 주인공 앙토니, 앙토니의 이종 사촌, 북아프리카 출신 하신, 그리고 앙토니를 사로잡은 첫사랑 스테파니와 그녀의 단짝 클레망스는 각각 자신들이 태어난 배경에 따라 다른 이십 대를 맞는다.
시의 주요 수입원이던 제철 공장의 용광로가 완전히 작동을 멈추고 졸지에 실업자들의 도시가 되어 버린 이곳에서 '회사에서 잘리고 집에서는 이혼당하고 한심하거나 암적인' 사람들에겐 대상 모를 분노와 원망이 꿈틀거린다. 프랑스인과 이민자의 갈등,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갈등, 노년층과 청년층의 갈등, 회사와 노조의 갈등, 파리와 지방의 갈등, 남편과 아내의 갈등 등, 이 소설 속에는 프랑스 사회가 지닌 모든 종류의 갈등이 프레스코화처럼 세밀하게 그려진다. 세계화와 탈공업화 바람으로 내몰리고 황폐해지고 잊힌 프랑스 북동부의 작은 시에 사는 저소득층이 꾸역꾸역 살아 낸 시절에 대한 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소설에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앓고 있는 전 세계 곳곳 우리의 이야기로 확대하여 공감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부진한 경기와 실업 문제, 자격증도 내로라할 스펙도 없는
가난한 부모 세대와 그들의 후손들의 이야기
이 작품은 프랑스 북부 로렌 지방의 작고 보잘것없는 가상 도시 에일랑주에서 벌어지는 네 번의 여름에 대한 이야기이다. 첫 여름인 1992년부터 이 년씩 차이를 두고 1994년, 1996년 그리고 1998년까지 작가의 시선은 첫 여름에 고작 열다섯 살이던 주인공 앙토니가 중학교를 간신히 마치고 고등학생이 되고, 이후 군대에 자원 입대했다가 의병 제대하고 나서 저소득층 사회인이 되는 과정을 네 장으로 나누어 그려낸다. 한쪽 눈이 늘 반쯤 감겨 있으며 수줍음 많고 소심한 앙토니와 그의 사촌, 작품 초반부터 마지막 장까지 앙토니가 애절하게 사랑한 부잣집 스테파니와 그녀의 단짝 클레망스, 옆 동네 아랍 이민자 밀집 구역에 사는 하신이 성장하고, 무료해 하고, 사랑하고, 탈출을 꿈꾸었다가 번번이 되돌아오고, 절망하고, 훔치고 달아나는, 그야말로 소년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발단은 아직 어리던 사춘기 소년 앙토니와 사촌이 동네 호수 저편에 '누드 비치'가 있다는 소문에 카누를 훔쳐 타고 가서부터다. 거기서 스테파니와 클레망스를 우연히 만난 앙토니는 스테파니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녀가 자기와는 다른 집안 환경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는 소녀임을 깨닫는다. 이후 앙토니와 사촌은 한밤중 아버지가 아끼는 오토바이를 훔쳐내어 파티에 참석한다. 그러나 두 소년을 기다린 것은 강 건너 부촌 아이들의 멸시와 냉대, 마리화나에 취해 어이없이 졸도한 일, 그리고 간신히 정신 차려보니 온데간데 없어진 아버지의 오토바이뿐이었다. 누가 훔쳐 갔을까. 이제부터 오토바이를 되찾기 위한 두 소년의 추적이 시작된다.
오토바이 도난 사건으로 결국 앙토니의 부모인 파트릭과 엘렌은 이혼하고, 파트릭은 몇 년 새 늙은 알코올 중독자 독거노인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에일랑주의 경제를 다시 되살리기 위한 기업인들의 떠들썩한 파티와 그 파티 서빙 알바에 지원한 앙토니를 비롯한 보잘것없는 젊은이들의 대비, 그에 반해 부모에게 끊임없이 엘리트 코스를 독촉받는 스테파니와 클레망스의 일상들, 고향 북아프리카로 돌아가 마약 거래인으로 한몫 벌었다가,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서는 예상치 못했던 중산층으로 진입하게 되는 하신까지, 바칼로레아를 마친 후 각기 다른 삶을 살아내는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는 끊임없이 독자의 마음속에 격동을 일으킨다.
■ 성장 소설은 곧 환멸의 소설이다!
존재한 적 없었던 듯 사라진 이들과 그들이 남긴 자녀들에 대한 연대기
이 외진 도시에 사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성장기가 특별하게 읽히는 이유는 이야기의 중심 공간과 인물들이 가지는 문학적 보편성 때문일 것이다. 작가 스스로도 작품 서두에 적고 있듯 이 작품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곳에서 마치 '존재한 적이 없었던 듯 사라져 버린' 이들과 '그들이 남기고 간 자녀들',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1990년대의 사회상을 추억하는 연대기이지만, 1990년대에 인생의 어떤 시기를 살았던 독자라면 누구든 작가가 말하고자 한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이 작품을 두고 19세기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 에밀 졸라의 그것을 닮은 사회·정치·경제 고발 소설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청소년 성장소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무엇이기 이전에 작가가 한 조각 한 조각 작가가 세공하듯 빚어낸 인물들로 이루어진 이 작품에 우리는 말할 수 없이 빨려든다. 그 인물들의 사회적 입장에서 각자가 가질 수밖에 없는 삶의 태도에 대해 우리는 뭐라 정의할 수 없는 인생의 슬픔과 처절함을 공유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1990년대 프랑스를 읽고, 거기에 공감하며, 같이 분노하고 쓸쓸해 하다가 주인공 앙토니와 함께 성장한다. 가난과 무료함에 하루 종일 천장만 바라보는 청춘, 그리고 이루어질 듯 말 듯하다가도 결국 어그러지고 마는 사랑 탓에 좌절하는 청춘, 올라갈 수 없는 높은 사다리 앞에서 좌절하는 '흙수저 소년' 앙토니가 우리가 보낸 청춘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이 책을 향한 찬사
공쿠르 문학상의 탁월한 선택!?《프랑스 앵테르》
1990년대를 살아가는 사춘기 청소년들은 저마다의 욕망을 불태워 나간다. 이들 모두가 원하는 것은 강렬한 삶,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 능력 있는 삶. 살기. 사랑하기. 떠나기. 다른 곳에서 살기. 네 명의 등장인물이 부르는 네 가지 노래로 니콜라 마티외는 1990년대 청소년들의 희망을 불타오르게 했다가 또 산산조각 내버리기를 반복한다.
-《르 탕》
모두가 떠나고 싶어 하지만 막상 떠나는 이는 거의 없는 곳, 사회적 위계질서와 상하 관계가 건재하고, 아이들은 자라서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살아가도록 일찌감치 저주받은 곳. 그러나 이 소설은 그게 다가 아니다. 이 작품은 사춘기 소년들의 에너지와 여름 햇살, 생에 대한 열정으로 번뜩인다. 불끈거리는 맥박, 세밀하면서 힘찬 문체가 독자들을 예리한 시선, 끝없는 감각으로 데리고 간다. 속도를 늦출 줄 모르는 세계화의 이윤 추구 원리에 의해 소외된 프랑스 변두리 도시를 그린 리얼리즘적 초상.
-《텔레라마》
니콜라 마티외는 사춘기를 지나는 청소년들과 그들 마음에 일렁이는 변화무쌍한 파문에 대해, 날 선 감정, 심장의 움직임, 분노와 유약함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현할 줄 아는 작가다.
-《르 몽드》
내가 들려주고 싶었던 건 바로 내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이다. 이것은 문학적이며 정치적인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 대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자체가 곧 정치적 행동이다. 이 작품 속엔 물론 내 모습이 약간 들어 있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시대를 복구하고 우리네 삶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나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생생하고 상세한 묘사, 그리고 리얼리티에 최대한 가깝게 정박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나의 문제는 리얼리티다.
-《L'OBS》 작가 인터뷰
[책속으로 이어서]
저 아래 나라에서 태어나 순수한 생각들을 마음 가득 품고 프랑스까지 와서 짐승처럼 일하다가 구석에 처박힌 남자들 틈에 있는 것이 무척 불편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절대 입에 올리는 법이 없었지만 그건 꽤나 날카로운 가시였다. 그들은 모두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속에 성장했다. 아버지들은 농담을 몰랐고, 아이들은 아버지 말을 안 들었다. 프랑스어를 잘 못해서 프랑스의 현실적인 규칙들을 대부분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그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계율들을 읊으며 살아갔고, 그 아들들은 의무적으로 주어진 존중과 자기도 모르게 자라난 멸시 사이에서 성장했다.
가난에서 벗어나길 원했던 아버지들은 과연 꿈을 이루었을까? 집에 컬러 TV를 들여놓았고 자동차를 샀으며 살 집을 찾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그런 물질적인 것, 만족감, 지금까지 이룬 것들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자신이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생활이 아무리 안락해도 처음에 온몸으로 겪은 가난의 흔적을 지우기엔 역부족인 듯했다. 그것은 어디서 올까? 직장에서 경험한 분노, 사회적으로 미천하게 간주되는 일들, 소외, '이민자'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이 정리되지 않을까? 아니면 아무도 자발적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 무국적자 신세? 왜냐하면 이 아버지들은 두 개의 언어, 두 개의 강, 박봉, 존중받지 못하는 처지, 자녀들에게 물려줄 변변한 유산 하나 없는 뿌리 뽑힌 사람들이라는 균열 사이에 간신히 그리고 여전히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운명은 자녀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원통함과 경멸을 물려주었다. 그리하여 자녀들은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성공하고, 커리어를 쌓고,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을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들 가족을 사회 현상 중 하나로 여기는 이 나라에서는 선의로 하는 최소한의 동작마저 일종의 협잡으로 보였다.(428~429쪽)
클렘은 아버지의 병원 사무실과 거기 드나드는 어딘가 한 군데씩은 이상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믿거나 말거나 대기실은 완전히 거지 소굴이라고 했다.
"한번은 어떤 여자가 애들 셋을 데리고 왔는데, 셋 다 장애가 있는 거야. 한 명은 그럴 수 있다고 쳐. 그런데 어떻게 셋 다 장애인이냐고 내 말은."(508~509쪽)
어른이 된다는 것은 위대한 사랑 외에 다른 힘이 있다는 것을, 주간지의 페이지를 채우는 하찮은 가십, 무사안일, 열정적으로 살기, 정신 나간 듯이 성공하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시간, 죽음, 끝없는 전쟁도 있었다. 부부란 심연의 가장자리에 놓인 구명정이다.(517쪽)
파리와 자신의 관계는 환상에 머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대가를 톡톡히 치르며 이 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물론 파리는 초콜릿을 종교처럼 사랑하고 한눈에도 지나치게 부유해 보이는 원형 건물들이 즐비한 도시였다. 도심은 더욱 그랬다. 파리야말로 이 나라의 심장부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도시가 틀림없다. 그러나 사람들의 물결, 외벽, 쇼윈도, 조명, 자동차 헤드라이트, 문화 유적지가 선사하는 아름다움과 더러운 뒷골목 풍경에 사로잡혀 사람들이 끝없이 타고 내리는 지하철 플랫폼에서 스테프가 거듭 확인하는 것은 이 도시를 가질 수 없다는 무력함뿐이었다. 파리와 그녀 사이에는 어찌할 수 없는 웅덩이가 놓여 있었다. 여기서 태어났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기필코 성공해야만 했다. 이것은 스테파니의 다짐이기도 했다.(518쪽)
스테프는 지금껏 자신이 얼마나 많은 행운을 누리며 살아왔는지 깨달았다. 세계사의 비교적 평화로운 시기에, 좋은 가정에서 태어났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배고픔이나 추위, 폭력으로 고통받은 적이 없다. 이상적인 집단(유복한 가정, 요령 좋은 친구, 큰 어려움 없는 학생, 꽤 괜찮은 여자)에 속했으며, 자잘한 보살핌과 늘 찾아오는 쾌락과 함께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다. 미래란 스테파니에게 일종의 무관심한 남자 같은 것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에일랑주에서 멀리 떠나온 스테파니는 버릇없이 자라 갑옷마저 너무나 얇은 초등학생 수준의 순진한 생각만 트렁크에 담아 왔을 뿐, 기본적인 준비가 안 된 사회 부적응자였다.(519쪽)
그는 유년의 여름들을 기억했다. 개학하기 전 형제들, 친구들과 만들고 놀던 그들만의 세상을. 아르바이트, 여자애들, 오토바이의 흔적을 굵직굵직하게 남기며 여름들은 해마다 이어졌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맞은 여름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삼 주간의 유급 휴가로 축소되었다. 그 휴가들은 거의 언제나 엉망으로 끝났으며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실업과 더불어 파트릭은 이제 다른 여름을 알게 되었다. 죄책감으로 가득한 느린 여름, 애태우는 여름. 그리고 지금. 파트릭은 더 이상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건 안심이자 분노였다.(535쪽)
정직하게 돈을 벌기로 결심하면 모든 것이 비싸진다. 처음에 월급쟁이가 되는 건 사업가의 흥망성쇠에 비해 마음 놓이는 면이 있었다. 그러다 내가 받는 몇 푼이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의 보통 수입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시장을 볼 때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주택 보험료와 발레아레스 제도 여행 경비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삶은 예측과 미세한 삭감, 늘 어딘가 부족하다 싶은 유희로 보상받는 고통 없는 박탈의 연속이 되었다.(548쪽)
카린을 보는 것만으로도 앙토니는 불편해졌다. 이 여자들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똑같은 기쁨, 똑같은 고통을 선사하는 자녀의 존속만을 위해 스스로 무너지며 하녀나 다름없는 신세를 자처한다. 모든 것이 앙토니에게는 심각할 정도로 우울했다. 그 소리 없는 집요함 속에서 앙토니는 자신이 속한 계급의 운명을 그려 보았다. 최악은 가스레인지 앞에서 세월을 보내는 여자들의 자각 없는 몸, 넙데데한 엉덩이, 불룩한 뱃살을 통해 영원히 지속되는 종족의 법칙이었다. 앙토니는 가족을 증오했다. 가족은 목적도 끝도 없이 연장되는 지옥이었다. 그는 길을 떠나고 기적을 만들 것이다. 다른 것을 이룰 것이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552~553쪽)
이탈리아 가수가 부르는 구슬픈 노래가 그들의 귀에 대고 이혼과 죽음, 일에 좀먹히며 이리 채고 저리 채는 신세, 불면과 외로움으로 얼룩져 엉망이 된 존재들의 비밀을 속삭였다. 사람들은 모두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사랑하고 죽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것도 지배하지 못한다. 도약도 끝도 우리의 힘 밖에 있다.(576쪽)
직장 생활의 법칙은 과장하지 않고 리듬을 유지하는 데 있으니까. 그러지 않으면 다음 달에 목표가 상향 조정되고, 생산성을 높이라는 경영진의 압력이 따르게 마련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기계에 덜미가 잡혀 먹히고 털린다. 작업반장들이 표정을 감추고 아무 일 아닌 듯 시간이나 죽이며 계속 돌아다녔다. 노동자들의 얕은 속임수 정도야 쉽게 알아챘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노동자들의 속임수란 줄곧 일하지만 신중을 기한 지체, 경제적인 노동, 중간중간 끼워 넣는 자잘한 휴식, 동작 두 번에 숨고르기 한 번, 공식적인 휴식 시간을 원만하게 누리도록 늘 그렇듯 은밀하게 진행되는 유예에 있었다. 작업장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속임수와 감독관의 감시 아래 부단한 불신과 물샐틈없는 연대의식이 재생산되었다. 그러니 열심히 일하는 머저리들은 얼마나 불행한가.(657쪽)
엘렌은 전남편을 떠올릴 때면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말하지 않았다. 추억은 동전처럼 무너져 내렸다. 엘렌은 추억들의 순서를 맞추었고, 자기 편의에 맞게 이야기들을 재구성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두 사람에게는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 그녀가 후회하지 않는 그녀 삶의 일부였다. 누구의 책임도 아니었다. 경제 위기 탓은 더더욱 아니었다. 어쩌면 술이 문제였을까. 그것이 운명이고 그들의 삶이었으니 창피하지 않았다. 그래도 가끔 앙토니가 고집을 부리거나 꽉 막힌 사람처럼 보일 때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넌 어쩜 그렇게 네 아빠랑 똑같니.(669쪽)
목차
목차
1
1992 Smells Like Teen Spirit - 11
2
1994
You Could Be Mine - 255
3
1996.07.14.
La Fievre - 459
4
1998
I Will Survive - 599
감사의 말 - 673
옮긴이의 말- 675
1992 Smells Like Teen Spirit - 11
2
1994
You Could Be Mine - 255
3
1996.07.14.
La Fievre - 459
4
1998
I Will Survive - 599
감사의 말 - 673
옮긴이의 말- 675
저자
저자
니콜라 마티외
Nicolas Mathieu
1978년 프랑스 북부 보주 주 에피날에서 태어났다. 인접한 소도시 골베의 서민 동네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전기 기사, 어머니는 경리로 일했는데, 마티외는 가톨릭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형편이 좋은' 계층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글쓰기로 교사들의 칭찬을 받기 시작한 것 또한 바로 이 시절이었다.
메츠 대학교에서 공연 예술을 전공한 후 졸업 후 웹진 《웹 에어 로렌》의 기자가 되었다. 22세인 2000년 첫 소설 『그러나 그것은 나르시스적 배출이었다(Mais c'?tait une purge narcissique)』를 썼으나 출간되지 않았고 32세인 2014년 소설 『짐승에겐 전쟁뿐(Aux animaux la guerre)』을 출간했다. 대규모 실업과 잔혹한 현실에 맞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같은 해 에르크만-샤트리앙 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트랑스퓌주 추리소설 문학상, 미스터리 비평가상 등을 받았으며, 이후 6부작 TV 드라마 시리즈로 각색되어 '프랑스 3' 채널에서 방영되었다.
사 년 뒤인 2018년 11월, 프랑스의 탈공업화 현상과 프랑스 노동자 계급의 문제를 다룬 두 번째 소설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Leurs enfants apr?s eux)』로 2018년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현재까지 미국과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1978년 프랑스 북부 보주 주 에피날에서 태어났다. 인접한 소도시 골베의 서민 동네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전기 기사, 어머니는 경리로 일했는데, 마티외는 가톨릭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형편이 좋은' 계층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글쓰기로 교사들의 칭찬을 받기 시작한 것 또한 바로 이 시절이었다.
메츠 대학교에서 공연 예술을 전공한 후 졸업 후 웹진 《웹 에어 로렌》의 기자가 되었다. 22세인 2000년 첫 소설 『그러나 그것은 나르시스적 배출이었다(Mais c'?tait une purge narcissique)』를 썼으나 출간되지 않았고 32세인 2014년 소설 『짐승에겐 전쟁뿐(Aux animaux la guerre)』을 출간했다. 대규모 실업과 잔혹한 현실에 맞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같은 해 에르크만-샤트리앙 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트랑스퓌주 추리소설 문학상, 미스터리 비평가상 등을 받았으며, 이후 6부작 TV 드라마 시리즈로 각색되어 '프랑스 3' 채널에서 방영되었다.
사 년 뒤인 2018년 11월, 프랑스의 탈공업화 현상과 프랑스 노동자 계급의 문제를 다룬 두 번째 소설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Leurs enfants apr?s eux)』로 2018년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현재까지 미국과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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