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
Regular price
$20.22
Sale price
Regular price
✈️
Estimated delivery date 예상 배송일
Standard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8-12 영업일
Express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6-8 영업일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표지 속 그림을 이어 붙이는 순간, 문학과 회화는 서로의 주석이 된다. 무심히 지나쳤던 표지의 그림이 어느새 작품의 또 다른 문장처럼 읽히기 시작한다. 이제껏 고전에 관한 책은 많았지만, 이런 책은 없었다. 아마 책을 덮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말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 꼭 시리즈로 계속 나와야 한다고." - 한민용(JTBC 앵커)
"『에디토리얼 씽킹』에 이어 이 책에서도 가장 중요한 시선은 내 삶의 편집권이 나에게 있다는 깨달음이다. 같은 텍스트 앞에서도 거기서 자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찾아내고, 그것을 삶과 연결해 나만의 언어로 엮어 내는 일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능력처럼 느껴졌다. 최혜진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그 능력이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시선의 문제임을 알게 된다. 좋은 것들로부터 고유한 시선을 길어 올려 스스로의 삶을 위로하고 구원하는 읽기, 나 또한 그런 읽기를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긴다." - 조아란(민음사 마케터)
"인생의 절반을 북 디자이너로 살며 책과 표지 그림의 만남은 늘 나의 '직관'에 의존해 왔다. 이미지를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순간들. 딱 맞아떨어진 이미지에서 오는 쾌감으로 버텨 온 나에게, 최혜진 작가의 이 책은 묘하고 이상한 전율을 주었다. 0.01밀리미터의 미세한 균형을 찾으려고 집착하고 괴로워하던 내 모습이 플로베르의 고뇌와 겹칠 때, 나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따스한 위로를 받았다." - 황일선(민음사 디자이너)
≡≡≡≡≡≡≡≡≡≡≡≡≡≡≡≡≡≡≡≡≡≡≡≡≡≡≡≡≡≡≡≡≡≡≡≡≡≡≡
『에디토리얼 씽킹』의 저자 최혜진이 전하는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힘'을 얻기 위한 고전 처방법
『에디토리얼 씽킹』,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album[s] 그림책: 글·이미지·물성으로 지은 세계』 등을 쓰고 인터뷰하고 번역한 에디토리얼 디렉터이자 작가이자 번역가 최혜진의 에세이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_고전 표지 속 미술가의 생각법』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민음사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에 출간한 이 책의 주인공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표지 그림'이다. 최혜진 작가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열두 권과 열두 점의 표지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작가만의 시선으로 연결하여 문학의 서사와 표지 그림 사이에 놓인 평행우주를 우리에게 펼쳐내 보인다. 작가는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와 앙리 마티스의 「춤」을,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에곤 실레의 「네 그루의 나무」를,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와 에드바르 뭉크의 「죽음의 침대」 등을 사유의 별자리에 올려놓고, 고전의 예술가들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들은 최혜진 작가에게 어떤 대답을 들려주었을까.
"이 책은 간절하게 고전의 지혜가 필요했던 사람이
병원에서 링거를 맞듯 응급 처방을 받은 기록이다."
중년이 된 어느 날부터,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들이 찾아왔다. 평생 호기심을 연료 삼아 달려왔는데, 보고 싶은 것도, 쓰고 싶은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 겪는 종류의 고장이었다. 제대로 된 글 한 편 써내지 못한 시간이 일 년이 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공포였다. 그 시기 최혜진 작가가 병원에서 링거를 맞는 심정으로 선택한 것은 '고전'이다. 이것저것 잴 상황이 아니었다. '시간을 이기고 살아남은 고전이라면 내 고장 난 엔진을 고쳐 주지 않을까. 금세 불타오르다가 소진되는 힘 말고,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힘이 무엇인지 알려 주지 않을까.' 작가는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수백 권의 서지 정보를 차례대로 읽는다.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을 알려 줄 것 같다는 느낌이 오는 책들을 수십 권 골라 직관의 끌림대로 읽어 내려간다. 소설이 와닿지만 표지 그림이 침묵할 때도 있었고, 그림이 먼저 말을 걸어 소설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게 남은 열두 권의 고전과 열두 점의 그림이 교차하는 자리 위에서 고해성사하듯 중얼거리며 글을 쓰다 보니 이 책이 되었다.
플로베르 선생님,
어떻게 싫은 것을 오래,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 있나요?
"무리에서 벗어나 홀로 있음에도 불안이나 조바심을 느끼지 않고,
고고하고 묵묵하게 자기 길을 가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최혜진 작가는 고전에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열두 고전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멀쩡한 구석이 없었다. 매사 금세 시들해져서 인생을 통째로 흔들어 버린 사람, 번듯한 일상에도 감사보다 증오심으로 움직이는 사람,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감금으로 여기며 탈출하려는 사람, 누군가를 사랑해서 결혼하고는 그에게 지옥을 선물하는 사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고 선언하는 사람…… 어딘가 삐걱거리고, 과잉이거나 결핍이고 괴짜 같고 심지어 자기 파괴적이기까지 한 사람들. 그런데 위안을 느꼈다. 마치 수술 때문에 가입한 환우 커뮤니티에서 느끼던 동질감처럼, 공감을 얻지 못해 외로움에 빠지지 않을 만큼의 안도감. 나만 이런 것이 아니라는 감각. 내가 유별난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이 지닌 어떤 가능성을 우리 모두 앓고 있다는 깨달음을 최혜진 작가는 얻는다.
"고전은 거대한 병실 같았다. 그 속의 인물들은 지혜를 훈수 두는 스승이 아니라 바로 옆 침상에서 끙끙대며 밤을 지새우는 환우였다. 그곳에선 억지로 기운을 내거나 멀쩡한 척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한때 견고한 성벽이라 여겼던 문장들은 이제 나를 배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아픈 자리를 가만히 받쳐 주는 낮은 베개가 되었다."
표지 그림을 그린 미술가의 삶도 다르지 않다. 자의식의 감옥에 갇히지 않고 그림 안에 리듬감과 환희의 감정을 표현한 마티스, 그림을 보는 순간 질문이 우수수 솟아나지만 오직 부드럽게 멀어지고 다가오기를 반복하는 순간을 포착한 윈즐로 호머, 평생 순례자처럼 고요히 살던 집의 내부를 그리고 또 그려 낸 빌헬름 함메르쇠이, 보이는 것 너머의 구조를 상상하며 세계의 질서와 이성을 조롱하는 프랑시스 피카비아, 사랑이라는 깃발 아래에서도 우리가 얼마나 쉽게 자아의 감옥에 갇히는지를 보여 준 에블린 윌리엄스 등 표지 그림을 그린 화가들 역시 자신을 바라보고 세계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한 온갖 기쁨과 슬픔, 환희와 절망을 그림 속에 담아냈다. 고흐가 고갱과의 격렬한 갈등 끝에 왼쪽 귀를 자른 사건(1888년 12월 23일)은 니체가 토리노 거리에서 마부에게 학대당하던 말을 껴안으며 정신적으로 완전히 붕괴된 날(1889년 1월 3일)과 불과 열흘 남짓한 간격이다. 고흐는 생레미 정신요양원 수도원에서 「별이 빛나는 밤에」를 그렸고, 고흐의 그림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표지 그림으로 지금 여기, 한국에 사는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평생 죽음의 공포와 질병에 시달리던 니체는 그럼에도 이렇게 외친다.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인간은 자신 속에 혼돈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고전에서 만난 결핍의 존재들
그림에서 만난 사랑의 흔적들
"세계는, 한 명의 인간은, 책 한 권의 생애는 나의 작은 머리로 재단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복잡하고 신비롭다. 그러니 넘겨짚지 말 것. 모름을 수집할 것. 차이를 궁금해할 것. 같은 자리에서 새롭게 살아 낼 것."
최혜진 작가가 고전을 읽으며, 표지 그림 속 미술가의 이야기를 통해 얻은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삶이 무의미하다면 그것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으니 자의식의 감옥에서 벗어나 자기 인생의 양탄자 무늬를 짜기, 또 권태가 나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권태가 머물 자리를 허락하기(『인생의 굴레에서』), 모호함과 불완전함의 영토를 보호하고 그 격정과 고요 속에서 춤을 추기(『너새니얼 호손 단편선』), '1 곱하기 365 곱하기 24 곱하기 60의 시간이 동시에 들이닥치지 않도록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며 자기만의 언어로 자신의 삶을 정의하기(『운명』), 작은 차이를 감지하려 애쓰면서 궁리하는 반복, 매일 새로 찾아온 시간을 살며 그 안의 세부 사항을 함부로 범주화하지 않기. 그리고 그 차이를 감지하며 새로움을 길어 올리기(『모래의 여자』), '한 번에 한 장면씩, 하나의 앵글로 보이는 것을 기록하는 눈'으로 싫음 속에서 새로움을 발명하기(『마담 보바리』), 가벼우면서 동시에 무거울 수 있는 세계의 깊이. 모순처럼 보이는 인간 내면의 심연. 선택 이후 펼쳐지는 상황을 자기 서사로 통합하는 권능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태도가 늙어 가지 않는 점진적 마모의 아름다움, 이글거리던 열기가 사그라든 계절에도 그에 걸맞은 낭만이 있음을 믿기(『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을 끝내 다 알 수 없는 존재로 존중하기. 고정된 자아의 그물을 찢고 나올 용기를 갖기(『그물을 헤치고』), 나의 결핍 앞에서 '내가 그렇게 되기를 원했다.'라고 선언하기(『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가 사라지는 중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기(『이반 일리치의 죽음』), 나는 세상과 연결된 공생체이니 우연이 머물 자리를 만들어 두기(『방랑자들』), 무의미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으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어루만지고 냄새 맡고 혀로 핥고 묘사하는 삶(『페스트』)!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힘겨운 날들. 그 무기력 안에 갇히지 않고 최혜진 작가는 고전 안에서 보고 사유하고 질문하며 무기력과 싸우며 자기만의 문장을 길어 올렸다. 그리고 '맹렬하게 이유를 묻고 간절하게 울어 대던 내 여름의 매미들이 사라지면서 남겨 준 마지막 쪽지를 품에 여민다. 다가올 가을이 어떤 계절인지, 어떤 사건을 겪으며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알지 못하지만 작가는 다짐한다. 그저 성실할 것이라고, 어렵더라도, 지루하더라도, 쓸모없더라도, 비통하더라도 성실히 마주할 것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최혜진 작가는 자신에게 건네던 시선을 이제 우리에게 돌리며 이렇게 말을 건넨다.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을 견디고 있는 아름다운 당신도 이 문을 펼치고 들어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여 이 책을 집어 든 당신도 예고 없이 꺼져 버린 엔진에 당혹감을 느낀다면,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무채색 날들에 두려움을 느낀다면, 잠시 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와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여기서 서로의 불완전함과 기이함을 곁 삼아 마침내 회복될 것이다."
최혜진 작가가 선택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열두 권, 표지 그림 열두 점
11, 12 『인간의 굴레에서』(서머싯 몸, 송무 옮김)
앙리 마티스, 「춤」(1909)
14 『너새니얼 호손 단편선』(너새니얼 호손, 천승걸 옮김)
윈즐로 호머, 「여름 밤」(1890)
36 『마담 보바리』(귀스타브 플로베르, 김화영 옮김)
조셉 데지레 쿠르, 「일에 몰두한 리골레트」(1844)
55 『모래의 여자』(아베 코보, 김난주 옮김)
니콜라 드 스탈, 「누워 있는 여자」(1954)
94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프리드리히 니체, 장희창 옮김)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1889)
178 『그물을 헤치고』(아이리스 머독, 유종호 옮김)
에블린 윌리엄스, 「나는 사랑의 정원에 갔다네」(2000)
179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프랑수아즈 사강, 김남주 옮김)
마르크 샤갈, 「생일」(1915)
234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이재룡 옮김)
프랑시스 피카비아, 「열대」(1924)
267 『페스트』(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
에드바르 뭉크, 「죽음의 침대」(1895)
340 『운명』(임레 케르테스, 유진일 옮김)
빌헬름 함메르쇠이, 「안뜰, 스트란드가 30번지」(1899년경)
399 『방랑자들』(올가 토카르추크, 최성은 옮김)
에블린 윌리엄스 「바다 위 1」(1993)
438 『이반 일리치의 죽음』(레프 톨스토이, 김연경 옮김)
에곤 실레, 「네 그루의 나무」(1917)
"『에디토리얼 씽킹』에 이어 이 책에서도 가장 중요한 시선은 내 삶의 편집권이 나에게 있다는 깨달음이다. 같은 텍스트 앞에서도 거기서 자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찾아내고, 그것을 삶과 연결해 나만의 언어로 엮어 내는 일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능력처럼 느껴졌다. 최혜진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그 능력이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시선의 문제임을 알게 된다. 좋은 것들로부터 고유한 시선을 길어 올려 스스로의 삶을 위로하고 구원하는 읽기, 나 또한 그런 읽기를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긴다." - 조아란(민음사 마케터)
"인생의 절반을 북 디자이너로 살며 책과 표지 그림의 만남은 늘 나의 '직관'에 의존해 왔다. 이미지를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순간들. 딱 맞아떨어진 이미지에서 오는 쾌감으로 버텨 온 나에게, 최혜진 작가의 이 책은 묘하고 이상한 전율을 주었다. 0.01밀리미터의 미세한 균형을 찾으려고 집착하고 괴로워하던 내 모습이 플로베르의 고뇌와 겹칠 때, 나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따스한 위로를 받았다." - 황일선(민음사 디자이너)
≡≡≡≡≡≡≡≡≡≡≡≡≡≡≡≡≡≡≡≡≡≡≡≡≡≡≡≡≡≡≡≡≡≡≡≡≡≡≡
『에디토리얼 씽킹』의 저자 최혜진이 전하는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힘'을 얻기 위한 고전 처방법
『에디토리얼 씽킹』,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album[s] 그림책: 글·이미지·물성으로 지은 세계』 등을 쓰고 인터뷰하고 번역한 에디토리얼 디렉터이자 작가이자 번역가 최혜진의 에세이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_고전 표지 속 미술가의 생각법』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민음사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에 출간한 이 책의 주인공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표지 그림'이다. 최혜진 작가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열두 권과 열두 점의 표지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작가만의 시선으로 연결하여 문학의 서사와 표지 그림 사이에 놓인 평행우주를 우리에게 펼쳐내 보인다. 작가는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와 앙리 마티스의 「춤」을,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에곤 실레의 「네 그루의 나무」를,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와 에드바르 뭉크의 「죽음의 침대」 등을 사유의 별자리에 올려놓고, 고전의 예술가들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들은 최혜진 작가에게 어떤 대답을 들려주었을까.
"이 책은 간절하게 고전의 지혜가 필요했던 사람이
병원에서 링거를 맞듯 응급 처방을 받은 기록이다."
중년이 된 어느 날부터,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들이 찾아왔다. 평생 호기심을 연료 삼아 달려왔는데, 보고 싶은 것도, 쓰고 싶은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 겪는 종류의 고장이었다. 제대로 된 글 한 편 써내지 못한 시간이 일 년이 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공포였다. 그 시기 최혜진 작가가 병원에서 링거를 맞는 심정으로 선택한 것은 '고전'이다. 이것저것 잴 상황이 아니었다. '시간을 이기고 살아남은 고전이라면 내 고장 난 엔진을 고쳐 주지 않을까. 금세 불타오르다가 소진되는 힘 말고,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힘이 무엇인지 알려 주지 않을까.' 작가는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수백 권의 서지 정보를 차례대로 읽는다.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을 알려 줄 것 같다는 느낌이 오는 책들을 수십 권 골라 직관의 끌림대로 읽어 내려간다. 소설이 와닿지만 표지 그림이 침묵할 때도 있었고, 그림이 먼저 말을 걸어 소설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게 남은 열두 권의 고전과 열두 점의 그림이 교차하는 자리 위에서 고해성사하듯 중얼거리며 글을 쓰다 보니 이 책이 되었다.
플로베르 선생님,
어떻게 싫은 것을 오래,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 있나요?
"무리에서 벗어나 홀로 있음에도 불안이나 조바심을 느끼지 않고,
고고하고 묵묵하게 자기 길을 가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최혜진 작가는 고전에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열두 고전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멀쩡한 구석이 없었다. 매사 금세 시들해져서 인생을 통째로 흔들어 버린 사람, 번듯한 일상에도 감사보다 증오심으로 움직이는 사람,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감금으로 여기며 탈출하려는 사람, 누군가를 사랑해서 결혼하고는 그에게 지옥을 선물하는 사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고 선언하는 사람…… 어딘가 삐걱거리고, 과잉이거나 결핍이고 괴짜 같고 심지어 자기 파괴적이기까지 한 사람들. 그런데 위안을 느꼈다. 마치 수술 때문에 가입한 환우 커뮤니티에서 느끼던 동질감처럼, 공감을 얻지 못해 외로움에 빠지지 않을 만큼의 안도감. 나만 이런 것이 아니라는 감각. 내가 유별난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이 지닌 어떤 가능성을 우리 모두 앓고 있다는 깨달음을 최혜진 작가는 얻는다.
"고전은 거대한 병실 같았다. 그 속의 인물들은 지혜를 훈수 두는 스승이 아니라 바로 옆 침상에서 끙끙대며 밤을 지새우는 환우였다. 그곳에선 억지로 기운을 내거나 멀쩡한 척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한때 견고한 성벽이라 여겼던 문장들은 이제 나를 배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아픈 자리를 가만히 받쳐 주는 낮은 베개가 되었다."
표지 그림을 그린 미술가의 삶도 다르지 않다. 자의식의 감옥에 갇히지 않고 그림 안에 리듬감과 환희의 감정을 표현한 마티스, 그림을 보는 순간 질문이 우수수 솟아나지만 오직 부드럽게 멀어지고 다가오기를 반복하는 순간을 포착한 윈즐로 호머, 평생 순례자처럼 고요히 살던 집의 내부를 그리고 또 그려 낸 빌헬름 함메르쇠이, 보이는 것 너머의 구조를 상상하며 세계의 질서와 이성을 조롱하는 프랑시스 피카비아, 사랑이라는 깃발 아래에서도 우리가 얼마나 쉽게 자아의 감옥에 갇히는지를 보여 준 에블린 윌리엄스 등 표지 그림을 그린 화가들 역시 자신을 바라보고 세계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한 온갖 기쁨과 슬픔, 환희와 절망을 그림 속에 담아냈다. 고흐가 고갱과의 격렬한 갈등 끝에 왼쪽 귀를 자른 사건(1888년 12월 23일)은 니체가 토리노 거리에서 마부에게 학대당하던 말을 껴안으며 정신적으로 완전히 붕괴된 날(1889년 1월 3일)과 불과 열흘 남짓한 간격이다. 고흐는 생레미 정신요양원 수도원에서 「별이 빛나는 밤에」를 그렸고, 고흐의 그림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표지 그림으로 지금 여기, 한국에 사는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평생 죽음의 공포와 질병에 시달리던 니체는 그럼에도 이렇게 외친다.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인간은 자신 속에 혼돈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고전에서 만난 결핍의 존재들
그림에서 만난 사랑의 흔적들
"세계는, 한 명의 인간은, 책 한 권의 생애는 나의 작은 머리로 재단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복잡하고 신비롭다. 그러니 넘겨짚지 말 것. 모름을 수집할 것. 차이를 궁금해할 것. 같은 자리에서 새롭게 살아 낼 것."
최혜진 작가가 고전을 읽으며, 표지 그림 속 미술가의 이야기를 통해 얻은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삶이 무의미하다면 그것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으니 자의식의 감옥에서 벗어나 자기 인생의 양탄자 무늬를 짜기, 또 권태가 나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권태가 머물 자리를 허락하기(『인생의 굴레에서』), 모호함과 불완전함의 영토를 보호하고 그 격정과 고요 속에서 춤을 추기(『너새니얼 호손 단편선』), '1 곱하기 365 곱하기 24 곱하기 60의 시간이 동시에 들이닥치지 않도록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며 자기만의 언어로 자신의 삶을 정의하기(『운명』), 작은 차이를 감지하려 애쓰면서 궁리하는 반복, 매일 새로 찾아온 시간을 살며 그 안의 세부 사항을 함부로 범주화하지 않기. 그리고 그 차이를 감지하며 새로움을 길어 올리기(『모래의 여자』), '한 번에 한 장면씩, 하나의 앵글로 보이는 것을 기록하는 눈'으로 싫음 속에서 새로움을 발명하기(『마담 보바리』), 가벼우면서 동시에 무거울 수 있는 세계의 깊이. 모순처럼 보이는 인간 내면의 심연. 선택 이후 펼쳐지는 상황을 자기 서사로 통합하는 권능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태도가 늙어 가지 않는 점진적 마모의 아름다움, 이글거리던 열기가 사그라든 계절에도 그에 걸맞은 낭만이 있음을 믿기(『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을 끝내 다 알 수 없는 존재로 존중하기. 고정된 자아의 그물을 찢고 나올 용기를 갖기(『그물을 헤치고』), 나의 결핍 앞에서 '내가 그렇게 되기를 원했다.'라고 선언하기(『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가 사라지는 중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기(『이반 일리치의 죽음』), 나는 세상과 연결된 공생체이니 우연이 머물 자리를 만들어 두기(『방랑자들』), 무의미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으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어루만지고 냄새 맡고 혀로 핥고 묘사하는 삶(『페스트』)!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힘겨운 날들. 그 무기력 안에 갇히지 않고 최혜진 작가는 고전 안에서 보고 사유하고 질문하며 무기력과 싸우며 자기만의 문장을 길어 올렸다. 그리고 '맹렬하게 이유를 묻고 간절하게 울어 대던 내 여름의 매미들이 사라지면서 남겨 준 마지막 쪽지를 품에 여민다. 다가올 가을이 어떤 계절인지, 어떤 사건을 겪으며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알지 못하지만 작가는 다짐한다. 그저 성실할 것이라고, 어렵더라도, 지루하더라도, 쓸모없더라도, 비통하더라도 성실히 마주할 것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최혜진 작가는 자신에게 건네던 시선을 이제 우리에게 돌리며 이렇게 말을 건넨다.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을 견디고 있는 아름다운 당신도 이 문을 펼치고 들어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여 이 책을 집어 든 당신도 예고 없이 꺼져 버린 엔진에 당혹감을 느낀다면,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무채색 날들에 두려움을 느낀다면, 잠시 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와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여기서 서로의 불완전함과 기이함을 곁 삼아 마침내 회복될 것이다."
최혜진 작가가 선택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열두 권, 표지 그림 열두 점
11, 12 『인간의 굴레에서』(서머싯 몸, 송무 옮김)
앙리 마티스, 「춤」(1909)
14 『너새니얼 호손 단편선』(너새니얼 호손, 천승걸 옮김)
윈즐로 호머, 「여름 밤」(1890)
36 『마담 보바리』(귀스타브 플로베르, 김화영 옮김)
조셉 데지레 쿠르, 「일에 몰두한 리골레트」(1844)
55 『모래의 여자』(아베 코보, 김난주 옮김)
니콜라 드 스탈, 「누워 있는 여자」(1954)
94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프리드리히 니체, 장희창 옮김)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1889)
178 『그물을 헤치고』(아이리스 머독, 유종호 옮김)
에블린 윌리엄스, 「나는 사랑의 정원에 갔다네」(2000)
179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프랑수아즈 사강, 김남주 옮김)
마르크 샤갈, 「생일」(1915)
234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이재룡 옮김)
프랑시스 피카비아, 「열대」(1924)
267 『페스트』(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
에드바르 뭉크, 「죽음의 침대」(1895)
340 『운명』(임레 케르테스, 유진일 옮김)
빌헬름 함메르쇠이, 「안뜰, 스트란드가 30번지」(1899년경)
399 『방랑자들』(올가 토카르추크, 최성은 옮김)
에블린 윌리엄스 「바다 위 1」(1993)
438 『이반 일리치의 죽음』(레프 톨스토이, 김연경 옮김)
에곤 실레, 「네 그루의 나무」(1917)
목차
목차
프롤로그 7
1 권태를 둥글게 안을 때: 『인간의 굴레에서』_서머싯 몸 17
2 분명하지 않은 것들의 자리: 『너새니얼 호손 단편선』_너새니얼 호손 43
3 요약당하지 않는 힘: 『운명』_임레 케르테스 65
4 반복의 지겨움과 창조성: 『모래의 여자』_아베 코보 87
5 싫음에서 새로움 발명하기: 『마담 보바리』_귀스타브 플로베르 113
6 모순을 삼키는 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_밀란 쿤데라 141
7 나이 듦의 두 가지 방식: 『브람스를 좋아하세요...』_프랑수아즈 사강 167
8 자아를 무너뜨릴 용기: 『그물을 헤치고』_아이리스 머독 191
9 덜지도 더하지도 않겠다는 결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_프리드리히 니체 217
10 부재를 상상하는 눈: 『이반 일리치의 죽음』_레프 톨스토이 257
11 이해의 바깥에 머물기: 『방랑자들』_올가 토카르추크 282
12 의미 없는 성실함: 『페스트』_알베르 카뮈 309
1 권태를 둥글게 안을 때: 『인간의 굴레에서』_서머싯 몸 17
2 분명하지 않은 것들의 자리: 『너새니얼 호손 단편선』_너새니얼 호손 43
3 요약당하지 않는 힘: 『운명』_임레 케르테스 65
4 반복의 지겨움과 창조성: 『모래의 여자』_아베 코보 87
5 싫음에서 새로움 발명하기: 『마담 보바리』_귀스타브 플로베르 113
6 모순을 삼키는 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_밀란 쿤데라 141
7 나이 듦의 두 가지 방식: 『브람스를 좋아하세요...』_프랑수아즈 사강 167
8 자아를 무너뜨릴 용기: 『그물을 헤치고』_아이리스 머독 191
9 덜지도 더하지도 않겠다는 결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_프리드리히 니체 217
10 부재를 상상하는 눈: 『이반 일리치의 죽음』_레프 톨스토이 257
11 이해의 바깥에 머물기: 『방랑자들』_올가 토카르추크 282
12 의미 없는 성실함: 『페스트』_알베르 카뮈 309
저자
저자
최혜진 작가, 에디토리얼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에디토리얼 씽킹』,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 『우리 각자의 미술관』등이, 옮긴 책으로 『album[s] 그림책: 글·이미지·물성으로 지은 세계』 등이 있다.
Payment & Security
Payment methods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