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맞음
변소영 장편소설
변소영의 장편소설 『거의 맞음』. 재독 한인 1, 2세대들의 삶과 갈등을 심층적이고 다면적으로 묘파하고 있다. 존재론적 성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해외 동포들의 삶과 그 애환을 드러낸다. 근대화가 강압적으로 내몬 이주민들의 양태를 ‘일인칭 디아스포라’의 내밀한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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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거의 맞게'
해준다는 건 실수의 여지를 열어두는 것이군"
유럽 디아스포라 문학의 외연을 열다
올해 파독 50주년기념의 해를 맞아 그들의 삶을 조명한 변소영의 첫 장편소설 『거의 맞음』이 실천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이순원 소설가는 그녀의 첫 소설집 『뮌헨의 가로등』을 두고 "현재 독일과 유럽에 흩어져 살고 있는 교민과 재외동포들의 삶의 근원을 탐구하고, 그것을 그들만의 별개성을 가진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안의 이야기임을 일깨워" 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처럼 작가는 독일을 거점으로 살고 있는 유럽 속 한인들의 내밀하고 진솔한 삶을 소설로 잘 형상화하였다.
변소영의 소설은 이제 한국문학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에 자리매김하였다. 그동안 우리에게 독일이라는 소설적 공간배경은 반공주의, 좌파 지식인의 망명, 분단체제, 이념적 유폐 공간으로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그녀는 이념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재독 한인의 독특한 삶을 디아스포라 문학으로 잘 빚어냈다. 다시 말해 근대화가 강압적으로 내몬 이주민들의 양태를 '일인칭 디아스포라'의 내밀한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이는 한국문학에서 찾아보기 힘든 변소영 작가만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 디아스포라 문제를 인상적으로 다루어 한국문학의 지평을 안팎으로 확장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는 이번 장편소설 『거의 맞음』은 재독 한인 1, 2세대들의 삶과 갈등을 심층적이고 다면적으로 묘파하고 있다. 존재론적 성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해외 동포들의 삶과 그 애환을 드러내고 있다.
1960년대 당시 광부와 간호사라는 이름으로 서독 땅을 밟은 20대의 청춘들은 어느새 반백이 되었다. 그들 중 일부는 한국에 돌아오고, 더러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낯선 땅에 정착을 하였다. 목숨을 걸고 지하막장에서 자신의 삶의 터전을 캐내야만 했던 그들의 삶은 차라리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 이민자는 실향의 비애, 생존을 위한 고투, 그리고 타문화와의 갈등이 야기하는 존재론적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겪어야만 했을 타국에서의 삶은 단지 외국인으로서 느끼는 차별과 애달픔만이 아니다. 한국적 정서를 가지고 살고 있는 이민 1세대와 현지의 문화에 토착화한 이민 2, 3세대와의 정서적 불협화음은 인간의 근원적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 토대를 이루고 있다. 이제 독일 내의 한인사회는 1세대가 겪은 이민자로서의 고난보다 자기 정체성에 방황하는 2, 3세대의 혼란과 세대 간의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참된 가치는 고향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울리고 있는가 하는 지점에 있다. 그런 점에서 변소영의 소설은 우리 문학계뿐만 아니라 민족의 이주사에 있어 중요한 가치를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땅을 떠난 사람들의 슬픔이 머나먼 타국에서 민들레 홀씨처럼 싹을 틔우는 과정은 현재 한국문학에서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문화적 지평 확장의 의미로서 유럽 디아스포라 문학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거의 맞음'과 '틀림' 사이
이민 1세대를 대표하는 기혼과 희돈 그리고 신심. 그들은 날줄과 같은 존재이자 이민자로서 '틀림'의 좌표에서 좌충우돌하던 세대들이다. 이들에게는 독일에서 '거의 맞음'으로 적응해나가는 씨줄과도 같은 상현, 얀, 선이, 강미가 있다. 머나먼 타국에서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며 이루어내는 직조물은 재독 한인들의 내밀한 일상의 이야기보따리를 만들었다. 이들의 삶의 방식과 갈등의 양상은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결국 칡뿌리를 캐나가면 뿌리가 하나이듯 그들의 삶의 기저에는 한국인이라는, 이방인이라는 하나의 원류가 흐르고 있다.
세 사람은 모두 파독 광부로 독일에 건너왔다. 기혼은 독일 여자와 결혼하여 정착하였고, 게이 아들(얀)이 있다. 성 정체성에서 보수적인 기혼과 자유로운 풍토에서 자란 아들 얀은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지낸다. 희돈은 한국에서 파독한 간호사와 결혼하였다. 그의 딸 진이가 17살에 미혼모가 되었다가 사고로 죽으면서 손녀 선이를 키운다. 선이 또한 17살에 미이를 낳으며 미혼모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신심은 광부로 일하다가 공부하여 한국으로 돌아간다. 귀국길에 오르다가 낯선 이의 부탁을 받고 어느 파독 광부의 유골을 전해주다 그 미망인과 결혼한다. 그녀의 딸 강미는 결국 엄마와 불화를 견디지 못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고 독일 남자와 결혼해 정착한다.
표면적으로는 이 작품에서 나타난 인물들은 저마다 갈등의 양태가 다르고, 그 상처의 치유 가능성을 모색하는 방식이 다르게 작동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방인에게 태생적으로 야기된 고통의 근원은 뿌리를 두지 못하는 존재론적 상실감에 있다.
낯선 타국에서 산다는 것은 화장실에 붙은 <변기솔 사용법> 그림처럼 도식화하여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거의 맞게' 해준다는 건 실수의 여지를 열어두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이방인의 삶은 오해와 다툼과 갈등의 소지를 안고 시작하는 것이며, 수정과 화해를 통해 이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기혼은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게이를 알아가기 시작하고, 얀은 부인에게 고백함으로써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또한 희돈은 일찍 미혼모가 된 손녀들 돌보며 기혼과의 화해를 시도하며, 신심은 아내의 죽음이라는 상실감을 강미가 독일에 잘 정착해 살고 있는 모습을 통해 위로 받는다.
결국 이들의 낯선 타국에서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존재론적 상실감은 '거의 맞음'과 '틀림' 사이에 부유하며, 그 상처를 보듬기 위해서 작지만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자신의 한쪽 곁을 내어주는 일일 것이다. 그 곁에는 항상 그들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변소영 작가의 묵묵히 고통을 정면 돌파하는 뚝심이 있다.
표4글
어느 해 겨울 저녁에 베를린 외곽의 한 길가 술집에서 변소영을 만났다. 그녀는 독일로 유학을 와서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 뒤로 쭉 독일에서 살아왔다. 자연히 그녀의 글에서는 제가 나고 자란 곳을 떠나온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본, 떠나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아니, 내가 읽어본 그녀의 대부분 글들에는 어김없이 떠나갔거나 떠나왔거나 잠시 돌아왔다가 다시 떠날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만나러 가는 동안에, 그녀에게서 '떠나온' 사람들에게서 어쩔 수 없이 풍길 수밖에 없는 어떤 냄새, 바람 냄새라거나 저녁의 쓸쓸한 냄새 따위가 묻어있지 않을까, 상상하며 갔다. 그런데 막상 만나본 그녀에게서는 내가 상상한 그런 냄새보다, 나와 오래 이웃해 사는 내 또래의 생활인 특유의 안정감조차 느껴졌다.
변소영은 작가다. 작가 변소영은 떠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녀 또한 떠나와서 쓴다. 그러나 두 다리 굳게 버티고 서서 쓴다. 치밀하고 안정된 문체로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들을, 한순간 한순간의 흔들림들을 돋을새김하듯이 써내고 있다. 흔들리고 흔들려서 그 흔들림의 상태로 안정을 이룬 변소영의 글쓰기가 경이롭다. 그녀의 글 속 사람들과 베를린 외곽의 멸치튀김 안주가 맛있던 그 터키식당에 둘러앉아 왁자하게 맥주 한 조끼씩 들이켜고 싶다. 어느 흔들리는 저녁에.
_공선옥(소설가)
목차
목차
나는 괜찮아
거의 맞음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항상 위로!
선물
작품
공항에서
작가의 말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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