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경전(실천시선 240)
1995년『시와시학』신인상으로 등단한 김수우 시인의 신작 시집 『몰락경전』. 시집은 ‘익숙한 주문(呪文)처럼 내리는 비’ 에 젖는 줄도 모르는 존재들의 몰락에 대해 나지막이 이야기한다. 이 시집을 통해 모순된 문명 속에서 모든 몰락의 ‘이상’과 ‘심연’의 모습을 탐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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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1995년『시와시학』신인상으로 등단한 김수우 시인의 신작 시집 『몰락경전』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은 '잊혀진 우물에 두레박을 내리는 숭고한 영혼들의 용감한 몰락'을 넌지시 고하는 것으로 시문을 연다. 죽어서 빛나는, 죽어서 살아 있는 세계가 바로 시(詩)임을 깨달았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시인은 고백한다. 시집은 '익숙한 주문(呪文)처럼 내리는 비' 에 젖는 줄도 모르는 존재들의 몰락에 대해 나지막이 이야기한다. 이 시집을 통해 모순된 문명 속에서 모든 몰락의 '이상'과 '심연'의 모습을 탐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슬픔이 부족하다"
-몰락하고 있는 존재의 뒷모습을 위하여-
김수우. 시인이자 사진작가이다. 그러나 이것도 그동안 쓴 책이나 사진집을 통해서나 알 수 있다. 나머지는 잘 모른다. 그녀는 베일에 쌓여있다. 베일에 쌓여있다는 표현은 존재에 대한 비유이면서 외형 묘사이기도 하다. 볼 때마다 기다란 천 같은 것으로 몸을 칭칭 감고 있으니까. 어떤 때는 이불을 제외한 모든 것을 둘둘 감고 나온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쓰고 남은 커튼 같은 거 말이다. 그래서 이국적으로 보인다.
그녀는 이제 북카페 《백년어서원》에서 물고기를 키우고 있다. 부산 원도심 골목 동광동에 있다. 그곳에 가보면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어딘가로 가고 있는 벽이 있다. 알만 한 사람들 이름을 하나씩 달고 있는 나무 물고기들이다. 어차피 우리 인생은, 사흘 동안 방구석에서 맹하게 처박혀 있다하더라도,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가야 그 다음 것들이 온다. 행어(行魚)들이다. 행어는 멸치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혼자서는 겁나고 쓸쓸해서 멸치는 떼를 지어 이동한다. 우리가 그러하듯이.
나무 물고기들은 각각의 주인(이라기보다는 이름 붙인 이들의 상징이자 상관물인데)에 의해 그녀가 위탁 관리를 맡고 있다. 관리를 맡긴이들은 한 번씩 찾아가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만난다. 그동안 어디로, 어느 정도 흘러갔는지 확인한다.
내 것은 없다. 나야 날마다 살아 있는 물고기를 잡아 죽이고 먹어 치우는 팔자라 그런 거 갖고 있기가 어색하고 부끄럽다. 대신 그물에 걸려 올라온 철갑둥어 한 마리를 맡겼다. 황금색에 마름모꼴 까만 줄무늬가 있는 물고기이다. 물론 김수우 시인은 자신이 선물 받은 거라고 여긴다. 그리고 이렇게 썼다.
철갑둥어 등신불이 도착했다 세월호에서 보낸 우편처럼
(중략)
비늘 칸칸에서 노란 국화 냄새가 난다
(중략)
무심, 깊은, 단단한, 노련한, 가시지느러미가 있는 등신불의 전언
이제 걸어갈 거예요
사라진 발원지를 향하여, 향하여
_「철갑둥어」 부분
그녀는 숱한 이동으로 인해 물고기의 잠영이야 말로 가장 온순하며 비밀스럽고 제의적이며 존재론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안 보이게 움직이는 순한 족속들이니까. 그것은 이번 시집 첫머리에 써놓은 '잊혀진 우물에 두레박을 내리는 숭고한 영혼들의 용감한 몰락' 과 같다. 이런 말해도 된다면, 하겠다. 그녀의 이번 시집 참 좋다. 숭고하고 용감한 몰락, 그 과정과 내려앉아 닿는 지점이 그대로 보이니까. 그리고
앞서간 사람이 떨구고 간 담뱃불빛
그는 모를 것이다 담뱃불이 자신을 오래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그 최후가 아름답고 아프다는 사실을
진실은 앞이 아니라 뒤에 있다
_「뒤」 부분
이 시를 읽으며 그녀가 그토록 길고 긴 행보를 해온 이유가 자신의 뒷모습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자야말로 진정한 사람이라는 것도.
-한창훈(소설가)
목차
목차
최선(最善) | 굴절의 전통 | 빗방울경전 | 몰락을 읽다 | 다시, 訥 | 슬쩍슬쩍 | 1원의 무위
| 화엄맨발 | 봄의 저울 | 철갑둥어 | 나팔꽃, 떠내려가다 | 파도의 방 | 슬픔이 부족하다 | 바탕
제2부
물속 사원 | 뒤 | 미끄럼틀 앞에서 | 화장(化粧) | 발원지 | 푸른 꼭지점 | 본적(本籍)
| 반달의 탈각 | 손님 | 첫길 | 타조 눈에 갇히다 | 하늘씨앗 | 단풍든다는 것은 | 선물 | 천수천안
제3부
아직 | 사라진 詩 | 부러진 날개 | 서랍의 진화(進化) | 물갈퀴 | 빨래 | 수족관에 들다
| 열쇠의 기원 | 노란 배 | 단단한 구름 | 소리 비늘 | 옥상의 스핑크스 | 루트 | 天命
제4부
주인 | 환한 遺産 | 바닷달팽이 | 점,점,점,점 | 고목 | 겨울안개 | 휘파람 | 왼손잡이의 낫
| 중고의자 | 꽃잎 감염 | 극락전 | 흰여울길 | 입춘 바깥 | 노자 | 햇빛받이 | 민들레 씨앗
발문 한창훈
시인의 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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