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이 빛난다(실천문학 시인선 36)
이세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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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덕적군도에서 태어나 바다를 모태 삼아 시작 활동을 해 온 이세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서쪽이 빛난다』가 출간되었다.
“서쪽이 내게 말을 한다. 안이 어두워야 밖이 잘 보인다. 그것은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땅의 가장 추운 말이었다. 서쪽이 내게 낮은 목소리로 들려준 말이다.”
시집 말미의 산문(「서쪽의 말」)에서 밝히듯 시인에게 고향섬과 바다는 곧 ‘서쪽’이며, 가장 아프고 추운 지명이다. 그 극한의 공간에서 길어올린 질박하고 웅숭깊은 언어들이 시집 전편에서 살뜰하게 빛난다.
어떤 불행과 고통 속에서도 ‘거룩한 맨손’의 삶을 자처하는 사람들. 이세기 시인은 운명인 듯 그들의 삶을 고스란히 받아 적는다. 시집을 펼치면 깅다리(싱어. 멸칫과의 바닷물고기), 갯바탕(갯벌이나 갯가), 북새(노을), 뻘뚱(보리수 열매), 노래기꽃(금잔화) 같은 토속언어들이 파닥이는 동시에 뭇 생명을 향한 경외감이 뜨거운 피처럼 솟구치며 전율을 전한다. 그리하여 시집 전편에는 생명의 감각, 상생의 감각, 우주의 감각, 윤리의 감각이 통째로 숨 쉰다.
이 시집을 넘기는 동안 독자들은 넓고 깊은 바다가 전하는 삶의 전언(傳言)들, 고달픈 섬사람들의 삶, 우리가 잃어버린 혹은 간과했던 신비로운 섬의 언어들을 발음하게 될 것이며, 그리하여 짭조롬한 바닷물이 시나브로 몸속으로 밀려드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서쪽이 내게 말을 한다. 안이 어두워야 밖이 잘 보인다. 그것은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땅의 가장 추운 말이었다. 서쪽이 내게 낮은 목소리로 들려준 말이다.”
시집 말미의 산문(「서쪽의 말」)에서 밝히듯 시인에게 고향섬과 바다는 곧 ‘서쪽’이며, 가장 아프고 추운 지명이다. 그 극한의 공간에서 길어올린 질박하고 웅숭깊은 언어들이 시집 전편에서 살뜰하게 빛난다.
어떤 불행과 고통 속에서도 ‘거룩한 맨손’의 삶을 자처하는 사람들. 이세기 시인은 운명인 듯 그들의 삶을 고스란히 받아 적는다. 시집을 펼치면 깅다리(싱어. 멸칫과의 바닷물고기), 갯바탕(갯벌이나 갯가), 북새(노을), 뻘뚱(보리수 열매), 노래기꽃(금잔화) 같은 토속언어들이 파닥이는 동시에 뭇 생명을 향한 경외감이 뜨거운 피처럼 솟구치며 전율을 전한다. 그리하여 시집 전편에는 생명의 감각, 상생의 감각, 우주의 감각, 윤리의 감각이 통째로 숨 쉰다.
이 시집을 넘기는 동안 독자들은 넓고 깊은 바다가 전하는 삶의 전언(傳言)들, 고달픈 섬사람들의 삶, 우리가 잃어버린 혹은 간과했던 신비로운 섬의 언어들을 발음하게 될 것이며, 그리하여 짭조롬한 바닷물이 시나브로 몸속으로 밀려드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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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 시집을 읽을 때는 시집 뒤쪽에 실린 시인의 산문을 두세 차례 정독해야 한다. 이 산문이야말로 이세기 시세계의 근간이요 정수(精髓)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바다가 타전하는 신비로운 삶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서해 낙도와 무인도를 서성거린다. 그러다가 문득 멈춰 서서 쓴다, "이제 나는 두렵다 내가 걸어왔던 길이"(「집에 와서」). 그러나 시인은 결국 그 두려움을 외면하기보다 마주하기를 택한다.
어쩌면 『서쪽이 빛난다』는 신비로운 밀어(密語)와 짭조롬한 모어(母語)로 짜여진 '바다책'과 같은 시집이라고 일컬어도 좋을 것이다. 그 속에는 감미로운 낭만보다는 강퍅하고 신산한 섬 생활이 놓여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피 맺힌 그리움이자 반드시 기록해야만 할 역사이다. 그리고 그것은 "평생 배를 타다 물고기 눈처럼/두 눈을 뜨고 죽은 아버지"(「새우두부젓국」)를 떠올리는 일에 다름 아니다.
강화도 읍내 밥집 아리랑집엔
특별한 차림표가 있다
새우두부젓국
염하에서 잡아온 새우에 두부와 무를 설컹설컹 썰어
젓으로 간을 하여 탕으로 끓여 내온 국엔
내 아버지의 입 냄새가 난다
갯물을 닮은 짐짐한 맛에는
섬그늘이 바다에 그리매가 되어 어리는 날도 있어
그런 날과 겹치는 어느 해거름 저녁
숟가락으로 새우두부젓국을 떠먹을 때면
섬으로 들어와 살았다는
가계가 왜 이렇게 생각나는지
아버지의 입 냄새가 왜 그렇게 생각나는지
새우두부젓국을 먹을 때면
보름사리 보고 동지나해에서 들어온
산돼지 털을 닮은 턱수염과
장딴지만 한 두툼한 그물코를 꿰던 손이 생각나고
평생 배를 타다 물고기 눈처럼
두 눈을 뜨고 죽은 아버지가 생각날 때가 있다
- 「새우두부젓국」 전문
"나중에 아버지는 내게 아버지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고 했다. 아버지는 울었다. 아주 작고 작은 목소리로 새나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배를 타지 말아라. 그것은 아버지와의 결별을 의미했다. 그것은 내 관심의 낯선 영토가 아니었다. 그때 나는 바닷가에서 벌거벗은 한 알의 모래알과 마주했다. 누구도 하나의 모래알을 위로하지 않았다. 어디에서 왔든 어디로 가든 모래알은 그저 한 알의 모래알일 뿐. 내가 좋아했던 것은 모두 서쪽에 있고, 그중 내 손에 쥐어진 단단하고 부드러운 한 알의 모래알을 기억한다."(산문 「서쪽의 말」)
그리하여 시인은 한 알의 모래알 같은 사람들의 삶을 쓴다. 바다가 몸이고 바다가 정신인 사람들. 생굴회와 아랫목과 복쟁이탕과 군불과 생솔가지, 팥알 고르는 손 같은 풍경들이 마치 눈앞에 살아 펼쳐지는 듯하다. 시인이 건네는 서쪽 바다의 맛, 서쪽 바닷내의 향연을 어찌 거절할 수 있을까.
생굴회를 먹고 뜨끈한 아랫목에서
등을 지지고 있으면
방금 끓여 내온 뜨뜻한 맑은 복쟁이탕이 생각났다
군불을 지피는지
생솔가지 태우는 냄새가 났다
밤늦도록 팥알 고르는 소리에
쓸쓸하게 입동 저녁이 지나갔다
- 「입동 저녁」 부분
흔히 집집마다 물메기 물가자미가 걸려 있다
항구로 들어오는
채낚기 배는
왕새우 발짓을 한다
갓 잡아 온 갓조개와 돌미역줄기는 푸르뎅뎅하고
날치회를 먹는 사람들은
모두 그 지방 짐승의 눈을 닮았다
- 「염포」 전문
'시인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 "시는 자신이 발 딛고 선 땅에서 언어를 기른다. 그렇게 시는 자신의 육체를 갖는다."
시집 ?서쪽이 빛난다?는 거룩한 맨손의 힘을, 모두가 맨손이기 때문에 공평하게 가난하고 공평하게 따뜻했던 사람들의 삶을 이토록 캄캄하고도 환한 언어로 부려놓았다.
어쩌면 『서쪽이 빛난다』는 신비로운 밀어(密語)와 짭조롬한 모어(母語)로 짜여진 '바다책'과 같은 시집이라고 일컬어도 좋을 것이다. 그 속에는 감미로운 낭만보다는 강퍅하고 신산한 섬 생활이 놓여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피 맺힌 그리움이자 반드시 기록해야만 할 역사이다. 그리고 그것은 "평생 배를 타다 물고기 눈처럼/두 눈을 뜨고 죽은 아버지"(「새우두부젓국」)를 떠올리는 일에 다름 아니다.
강화도 읍내 밥집 아리랑집엔
특별한 차림표가 있다
새우두부젓국
염하에서 잡아온 새우에 두부와 무를 설컹설컹 썰어
젓으로 간을 하여 탕으로 끓여 내온 국엔
내 아버지의 입 냄새가 난다
갯물을 닮은 짐짐한 맛에는
섬그늘이 바다에 그리매가 되어 어리는 날도 있어
그런 날과 겹치는 어느 해거름 저녁
숟가락으로 새우두부젓국을 떠먹을 때면
섬으로 들어와 살았다는
가계가 왜 이렇게 생각나는지
아버지의 입 냄새가 왜 그렇게 생각나는지
새우두부젓국을 먹을 때면
보름사리 보고 동지나해에서 들어온
산돼지 털을 닮은 턱수염과
장딴지만 한 두툼한 그물코를 꿰던 손이 생각나고
평생 배를 타다 물고기 눈처럼
두 눈을 뜨고 죽은 아버지가 생각날 때가 있다
- 「새우두부젓국」 전문
"나중에 아버지는 내게 아버지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고 했다. 아버지는 울었다. 아주 작고 작은 목소리로 새나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배를 타지 말아라. 그것은 아버지와의 결별을 의미했다. 그것은 내 관심의 낯선 영토가 아니었다. 그때 나는 바닷가에서 벌거벗은 한 알의 모래알과 마주했다. 누구도 하나의 모래알을 위로하지 않았다. 어디에서 왔든 어디로 가든 모래알은 그저 한 알의 모래알일 뿐. 내가 좋아했던 것은 모두 서쪽에 있고, 그중 내 손에 쥐어진 단단하고 부드러운 한 알의 모래알을 기억한다."(산문 「서쪽의 말」)
그리하여 시인은 한 알의 모래알 같은 사람들의 삶을 쓴다. 바다가 몸이고 바다가 정신인 사람들. 생굴회와 아랫목과 복쟁이탕과 군불과 생솔가지, 팥알 고르는 손 같은 풍경들이 마치 눈앞에 살아 펼쳐지는 듯하다. 시인이 건네는 서쪽 바다의 맛, 서쪽 바닷내의 향연을 어찌 거절할 수 있을까.
생굴회를 먹고 뜨끈한 아랫목에서
등을 지지고 있으면
방금 끓여 내온 뜨뜻한 맑은 복쟁이탕이 생각났다
군불을 지피는지
생솔가지 태우는 냄새가 났다
밤늦도록 팥알 고르는 소리에
쓸쓸하게 입동 저녁이 지나갔다
- 「입동 저녁」 부분
흔히 집집마다 물메기 물가자미가 걸려 있다
항구로 들어오는
채낚기 배는
왕새우 발짓을 한다
갓 잡아 온 갓조개와 돌미역줄기는 푸르뎅뎅하고
날치회를 먹는 사람들은
모두 그 지방 짐승의 눈을 닮았다
- 「염포」 전문
'시인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 "시는 자신이 발 딛고 선 땅에서 언어를 기른다. 그렇게 시는 자신의 육체를 갖는다."
시집 ?서쪽이 빛난다?는 거룩한 맨손의 힘을, 모두가 맨손이기 때문에 공평하게 가난하고 공평하게 따뜻했던 사람들의 삶을 이토록 캄캄하고도 환한 언어로 부려놓았다.
목차
목차
제1부
언리 해변
뒤란께
뱃사람 장례
피항
저녁 새
갱국
선단여
여름을 지내며
초복 소식
장봉 1
장봉 2
민통선
객선에서
제2부
부두에서
어머니, 저는 바다에서 태어났어요
맹골수로
새우두부젓국
방언
섬제비꽃
심청
바닷가 장례식
진촌에서
부두
아무도 울어 주지 않았지
그 여름
내가 아니다
제3부
진두 부둣가
서포리 1
서포리 2
산집
산제비
입동 저녁
자구리회를 먹는 저녁
첫가을
북리항
빼아리라는 곳
여름산
서포리에서
저녁물
제4부
시암리
일월
봄풀
흰 너울 1
흰 너울 2
집에 와서
팔베개를 베고
철원
홍예문
하짓날
염포
텃밭
꽃을 줍다
이곳
서쪽이 빛난다
산문
시인의 말
시어 풀이
언리 해변
뒤란께
뱃사람 장례
피항
저녁 새
갱국
선단여
여름을 지내며
초복 소식
장봉 1
장봉 2
민통선
객선에서
제2부
부두에서
어머니, 저는 바다에서 태어났어요
맹골수로
새우두부젓국
방언
섬제비꽃
심청
바닷가 장례식
진촌에서
부두
아무도 울어 주지 않았지
그 여름
내가 아니다
제3부
진두 부둣가
서포리 1
서포리 2
산집
산제비
입동 저녁
자구리회를 먹는 저녁
첫가을
북리항
빼아리라는 곳
여름산
서포리에서
저녁물
제4부
시암리
일월
봄풀
흰 너울 1
흰 너울 2
집에 와서
팔베개를 베고
철원
홍예문
하짓날
염포
텃밭
꽃을 줍다
이곳
서쪽이 빛난다
산문
시인의 말
시어 풀이
저자
저자
이세기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나 1998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먹염바다』 『언 손』, 시론집 『백석, 자기 구원의 시혼』, 산문집 『이주, 그 먼 길』 『흔들리는 생명의 땅, 섬』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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