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발해로 간다(실천문학시집선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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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문학, 잃어버린 북방의 기억을 복원한 이동순 시집 『나는 발해로 간다』 출간
지워진 왕국을 향한 오랜 손 뻗음, 호명(呼名)의 노래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반세기 넘게 백석, 홍범도 등 역사 속에 지워진 존재들을 복원해 온 이동순 시인이 신작 시집 『나는 발해로 간다』를 《실천문학》에서 출간했다. 이 시집은 수백 년을 존속했으나 스스로 남긴 기록이 거의 없어 지금껏 침묵 속에 묻혀 있던 발해 왕조를 시인의 오랜 발품과 상상력으로 다시 불러낸 66편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 동모산과 천문령, 상경성에서부터 정효공주와 이름 없는 유민들에 이르기까지, 시집은 1부 「빛의 개국」에서 5부 「다시 빛나는 별들」까지 발해의 건국과 흥성, 삶과 풍속, 멸망과 유민의 행로, 그리고 그 이름을 오늘까지 붙들어 온 이들의 자취를 두루 담았다.
이동순 시인은 발해를 단순한 과거의 왕조가 아닌, 고구려 유민과 말갈이 어우러져 공존과 연대를 이뤘던 정신적 지평이자 상징으로 호출한다. 부서진 기왓장과 성곽 주춧돌 앞에 오래 귀를 기울이며, 설명하는 시가 아니라 들려주는 시, 완전한 복원이 아니라 끝내 복원될 수 없는 것들을 향해 오래 손을 뻗는 몸짓으로 시를 써 내려간다. 백석 시전집 발간, 홍범도 서사시 집필, 고려인 강제이주의 시적 증언 등 잊힌 존재를 복원해 온 시인의 오랜 작업의 연장선에서, 이번 시집 『나는 발해로 간다』는 지워진 나라 발해의 이름을 다시 부르며 오늘 우리가 회복해야 할 공동체의 감각을 일깨우는 간절한 호명呼名의 노래이다.
지워진 왕국을 향한 오랜 손 뻗음, 호명(呼名)의 노래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반세기 넘게 백석, 홍범도 등 역사 속에 지워진 존재들을 복원해 온 이동순 시인이 신작 시집 『나는 발해로 간다』를 《실천문학》에서 출간했다. 이 시집은 수백 년을 존속했으나 스스로 남긴 기록이 거의 없어 지금껏 침묵 속에 묻혀 있던 발해 왕조를 시인의 오랜 발품과 상상력으로 다시 불러낸 66편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 동모산과 천문령, 상경성에서부터 정효공주와 이름 없는 유민들에 이르기까지, 시집은 1부 「빛의 개국」에서 5부 「다시 빛나는 별들」까지 발해의 건국과 흥성, 삶과 풍속, 멸망과 유민의 행로, 그리고 그 이름을 오늘까지 붙들어 온 이들의 자취를 두루 담았다.
이동순 시인은 발해를 단순한 과거의 왕조가 아닌, 고구려 유민과 말갈이 어우러져 공존과 연대를 이뤘던 정신적 지평이자 상징으로 호출한다. 부서진 기왓장과 성곽 주춧돌 앞에 오래 귀를 기울이며, 설명하는 시가 아니라 들려주는 시, 완전한 복원이 아니라 끝내 복원될 수 없는 것들을 향해 오래 손을 뻗는 몸짓으로 시를 써 내려간다. 백석 시전집 발간, 홍범도 서사시 집필, 고려인 강제이주의 시적 증언 등 잊힌 존재를 복원해 온 시인의 오랜 작업의 연장선에서, 이번 시집 『나는 발해로 간다』는 지워진 나라 발해의 이름을 다시 부르며 오늘 우리가 회복해야 할 공동체의 감각을 일깨우는 간절한 호명呼名의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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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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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나라를 부르는 시인의 목소리
- 시인 이동순, 지워진 발해의 역사와 사람들을 시로 복원하다
시인 이동순의 문학에는 오래도록 한 방향을 바라보아 온 시선이 있다. 그것은 역사의 중심에서 밀려난 사람들, 기록되지 못한 삶, 나라와 고향을 잃고 떠돌았던 이들, 그리고 우리 문학사와 역사에서 잊히거나 지워진 이름들을 다시 불러내는 일이다.
1978년 발표한 장시 「검정 버선」에서 진주 형평사와 백정 공동체의 비극적 삶을 형상화했고, 1987년에는 분단 이후 최초로 백석의 시 작품을 수집·정리한 시전집을 펴내 백석을 우리 문학사에 복원했다. 이후 고려인 강제이주의 비극을 시로 증언하고, 민족서사시 『홍범도』 전5부작 10권을 완간하는 등 그의 문학은 끊임없이 역사 속에서 밀려난 존재들의 이름을 찾아왔다.
그 오랜 여정 끝에 시인이 이번에 찾아간 곳은 발해다.
"발해는 잊힌 나라가 아니라, 지워진 나라"
『나는 발해로 간다』에서 이동순 시인이 만나는 발해는 교과서 속에 박제된 고대국가가 아니다. 왕과 장수의 역사만도 아니다. 무너진 성곽의 주춧돌과 부서진 기와, 도굴된 무덤과 이름 없는 뼛조각, 기록되지 않은 여인과 농부, 악사와 승려, 멸망 뒤 뿔뿔이 흩어진 유민들의 삶까지가 그의 시 안으로 들어온다.
시인은 자료와 유적, 유물과 논문을 따라가면서 발해가 남긴 희미한 흔적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 흔적 앞에서 발해를 단순히 '잊힌 나라'가 아니라 '지워진 나라'로 인식한다.
그래서 이 시집의 중요한 출발점은 역설적으로 발해에 관해 남아 있는 것보다 사라진 것이다.
발해는 수백 년 동안 존속했지만 발해인들이 직접 남긴 기록은 매우 희박하다. 언어와 노래는 사라지고 수많은 사람의 이름도 역사 속에 묻혔다. 시인은 바로 그 거대한 침묵 앞에 선다. 그리고 「기록되지 않은 나라」에서 "너의 언어는 사라졌으나 / 너의 침묵이 내 시가 되리니"라고 노래한다.
시가 역사를 완벽하게 복원할 수는 없다. 사라진 언어를 되살릴 수도, 무너진 성을 다시 세울 수도 없다. 그러나 시인은 사라진 이름을 다시 부를 수는 있다.
그것이 『나는 발해로 간다』가 선택한 시의 방식이다.
폐허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불빛을 찾다
이 시집에는 유난히 돌과 흙, 성터와 무덤, 기와와 석등 같은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그것들은 화려했던 제국의 영광을 보여주는 기념물이 아니라 대부분 부서지고 무너지고 흩어진 것들이다.
하지만 시인에게 폐허는 단순한 쇠락의 흔적이 아니다. 사라진 시간을 증언하는 장소이며 존재와 부재가 동시에 머무는 역사의 현장이다. 시인은 부서진 기와 하나를 두 볼에 비벼 보고, 무너진 축대와 돌사자의 귀 하나를 바라보며 오래전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체온을 상상한다. 유적을 관광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사라진 시간과 접촉하는 통로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시집의 폐허는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무너진 왕조와 사라진 사람들의 흔적 속에서도 시인은 끝내 꺼지지 않는 불빛을 찾는다. 발해라는 나라는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정신과 삶의 숨결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 불씨를 다시 발견하고 오늘의 언어로 옮기는 것이 이 시집에서 시가 담당하는 역할이다.
왕조가 아니라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
『나는 발해로 간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시집에는 대조영과 천문령 전투, 해동성국과 상경성 같은 거대한 역사의 장면이 등장한다. 그러나 시인의 시선은 거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효공주와 발해 시인들뿐 아니라 이름 없는 여인들, 청년, 농부, 악사, 승려, 무사와 유민들이 함께 등장한다.
역사는 왕과 영웅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름 없이 땅을 일구고 아이를 낳고 노래하고 사랑하고 늙어간 수많은 사람의 삶 역시 한 나라의 역사다.
시인이 오래전부터 관심을 기울여 온 것도 바로 그러한 존재들이었다. 형평사의 백정들,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이주당한 고려인들, 나라를 잃고 떠돌던 사람들, 기록에서 지워진 민초들에 대한 관심은 이번 시집에서 발해의 백성과 유민으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나는 발해로 간다』는 이동순 시인이 평생 지속해 온 '잃어버린 존재들의 이름을 다시 부르는 문학'?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총 66편으로 이루어진 이 시집은 발해의 건국(1부 「빛의 개국」)에서 문물과 삶의 풍경(2부 「산과 바다의 나라」), 멸망과 침묵(3부 「침묵의 지도」), 흩어진 유민과 만주국, 동북공정으로 이어지는 오늘의 역사 현실(4부 「잊힌 제국」), 그리고 유득공·박은식·신채호로 이어지는 후대의 기억(5부 「다시 빛나는 별들」)까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발해를 통해 되찾는 '북방'이라는 정신
그러나 이 시집이 과거의 비극과 망각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시인이 발해를 통해 오늘 우리에게 되돌려주고자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감각은 북방이다.
여기서 북방은 단순한 지리적 공간이 아니다. 만주와 연해주, 광대한 벌판과 강과 산맥을 오가며 살아갔던 사람들의 넓은 공간 의식이며, 닫힌 경계를 넘어 더 크고 넓게 세계를 바라보던 정신적 규모를 뜻한다.
분단 이후 우리의 공간 감각과 역사적 상상력은 한반도의 좁은 현실 안으로 축소되어 왔다. 이동순은 발해를 통해 그 잃어버린 대륙적 감각과 북방의 상상력을 다시 호출한다. 그것은 옛 영토에 대한 복고적 향수나 영토 회복의 주장이 아니다. 시인이 되찾고자 하는 것은 넓게 보고, 크게 생각하고, 서로 다른 존재들과 함께 살아갈 줄 알았던 정신의 크기다.
시인은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라는 김수영의 물음을 떠올리며, 오늘 우리가 잃어버린 정신의 크기를 되묻는다. 특히 시인이 주목하는 것은 발해를 이루었던 공존과 협력의 경험이다. 그는 고구려 유민과 말갈이 함께 나라를 이루었던 역사에서 오늘의 분열된 사회가 되돌아볼 공동체적 가치를 읽어낸다.
지역과 이념, 세대와 계층의 갈등이 깊어진 오늘, 발해는 천 년 전 사라진 왕국이 아니라 우리에게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역사적 거울이 된다.
역사를 '설명'하지 않고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시
『나는 발해로 간다』의 시적 형식에서도 주목할 부분은 구술적 리듬이다.
"치미야 치미야", "말하라, 발해", "정효야 정효야"처럼 사라진 존재를 직접 부르는 호명의 방식이 작품 곳곳에 등장한다. 설화처럼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하고 민요조의 호흡과 입말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이는 기록이 부족한 발해의 역사를 문헌적 설명으로 채우기보다, 그 시대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했을 법한 살아 있는 말의 숨결을 되살리려는 시적 선택이다.
따라서 이 시집의 시들은 단순한 역사적 '재현'이라기보다 증언에 가깝다. '설명하는 시'라기보다 '들려주는 시'이며, 발해를 완전히 복원하려는 시가 아니라 끝내 복원될 수 없는 것들을 향해 오래 손을 뻗는 몸짓이다.
우리는 왜 이토록 작아졌는가
결국 『나는 발해로 간다』가 향하는 곳은 과거가 아니라 오늘이다.
발해라는 잃어버린 나라를 찾아가는 긴 여정 끝에서 이동순 시인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왜 이토록 작아졌는가.
왜 북방의 기억을 잃어버렸는가.
왜 삶의 규모와 상상력은 점점 더 왜소해졌는가.
- 「시인의 발문」에서
시인에게 발해는 역사적 실체인 동시에 하나의 상징이다. 잃어버린 왕국의 이름인 동시에 오늘 우리가 회복해야 할 정신적 지평의 이름이다.
그러므로 "나는 발해로 간다"라는 선언은 천 년 전의 왕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망각된 역사로 가겠다는 뜻이며, 지워진 사람들에게로 가겠다는 뜻이다. 좁아진 우리의 역사적 시야를 넘어 북방의 넓은 바람과 만나겠다는 뜻이고, 분열과 갈등을 넘어 다시 공동체를 생각해 보겠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그것은 잊힌 이름을 잊힌 채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한 시인의 문학적 선언이다.
백석의 이름을 문학사에 되돌려놓고, 형평사와 민초들의 삶을 노래하고, 홍범도와 고려인들의 역사를 시로 증언해 온 이동순. 그 오랜 문학적 여정이 이제 발해에 닿았다.
『나는 발해로 간다』는 그렇게 천 년의 침묵을 건너 우리에게 도착한 한 권의 시집이다.
그리고 시인은 그 오래된 폐허 앞에서 다시 묻는다.
"발해는 끝내 사라졌는가."
- 시인 이동순, 지워진 발해의 역사와 사람들을 시로 복원하다
시인 이동순의 문학에는 오래도록 한 방향을 바라보아 온 시선이 있다. 그것은 역사의 중심에서 밀려난 사람들, 기록되지 못한 삶, 나라와 고향을 잃고 떠돌았던 이들, 그리고 우리 문학사와 역사에서 잊히거나 지워진 이름들을 다시 불러내는 일이다.
1978년 발표한 장시 「검정 버선」에서 진주 형평사와 백정 공동체의 비극적 삶을 형상화했고, 1987년에는 분단 이후 최초로 백석의 시 작품을 수집·정리한 시전집을 펴내 백석을 우리 문학사에 복원했다. 이후 고려인 강제이주의 비극을 시로 증언하고, 민족서사시 『홍범도』 전5부작 10권을 완간하는 등 그의 문학은 끊임없이 역사 속에서 밀려난 존재들의 이름을 찾아왔다.
그 오랜 여정 끝에 시인이 이번에 찾아간 곳은 발해다.
"발해는 잊힌 나라가 아니라, 지워진 나라"
『나는 발해로 간다』에서 이동순 시인이 만나는 발해는 교과서 속에 박제된 고대국가가 아니다. 왕과 장수의 역사만도 아니다. 무너진 성곽의 주춧돌과 부서진 기와, 도굴된 무덤과 이름 없는 뼛조각, 기록되지 않은 여인과 농부, 악사와 승려, 멸망 뒤 뿔뿔이 흩어진 유민들의 삶까지가 그의 시 안으로 들어온다.
시인은 자료와 유적, 유물과 논문을 따라가면서 발해가 남긴 희미한 흔적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 흔적 앞에서 발해를 단순히 '잊힌 나라'가 아니라 '지워진 나라'로 인식한다.
그래서 이 시집의 중요한 출발점은 역설적으로 발해에 관해 남아 있는 것보다 사라진 것이다.
발해는 수백 년 동안 존속했지만 발해인들이 직접 남긴 기록은 매우 희박하다. 언어와 노래는 사라지고 수많은 사람의 이름도 역사 속에 묻혔다. 시인은 바로 그 거대한 침묵 앞에 선다. 그리고 「기록되지 않은 나라」에서 "너의 언어는 사라졌으나 / 너의 침묵이 내 시가 되리니"라고 노래한다.
시가 역사를 완벽하게 복원할 수는 없다. 사라진 언어를 되살릴 수도, 무너진 성을 다시 세울 수도 없다. 그러나 시인은 사라진 이름을 다시 부를 수는 있다.
그것이 『나는 발해로 간다』가 선택한 시의 방식이다.
폐허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불빛을 찾다
이 시집에는 유난히 돌과 흙, 성터와 무덤, 기와와 석등 같은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그것들은 화려했던 제국의 영광을 보여주는 기념물이 아니라 대부분 부서지고 무너지고 흩어진 것들이다.
하지만 시인에게 폐허는 단순한 쇠락의 흔적이 아니다. 사라진 시간을 증언하는 장소이며 존재와 부재가 동시에 머무는 역사의 현장이다. 시인은 부서진 기와 하나를 두 볼에 비벼 보고, 무너진 축대와 돌사자의 귀 하나를 바라보며 오래전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체온을 상상한다. 유적을 관광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사라진 시간과 접촉하는 통로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시집의 폐허는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무너진 왕조와 사라진 사람들의 흔적 속에서도 시인은 끝내 꺼지지 않는 불빛을 찾는다. 발해라는 나라는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정신과 삶의 숨결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 불씨를 다시 발견하고 오늘의 언어로 옮기는 것이 이 시집에서 시가 담당하는 역할이다.
왕조가 아니라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
『나는 발해로 간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시집에는 대조영과 천문령 전투, 해동성국과 상경성 같은 거대한 역사의 장면이 등장한다. 그러나 시인의 시선은 거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효공주와 발해 시인들뿐 아니라 이름 없는 여인들, 청년, 농부, 악사, 승려, 무사와 유민들이 함께 등장한다.
역사는 왕과 영웅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름 없이 땅을 일구고 아이를 낳고 노래하고 사랑하고 늙어간 수많은 사람의 삶 역시 한 나라의 역사다.
시인이 오래전부터 관심을 기울여 온 것도 바로 그러한 존재들이었다. 형평사의 백정들,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이주당한 고려인들, 나라를 잃고 떠돌던 사람들, 기록에서 지워진 민초들에 대한 관심은 이번 시집에서 발해의 백성과 유민으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나는 발해로 간다』는 이동순 시인이 평생 지속해 온 '잃어버린 존재들의 이름을 다시 부르는 문학'?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총 66편으로 이루어진 이 시집은 발해의 건국(1부 「빛의 개국」)에서 문물과 삶의 풍경(2부 「산과 바다의 나라」), 멸망과 침묵(3부 「침묵의 지도」), 흩어진 유민과 만주국, 동북공정으로 이어지는 오늘의 역사 현실(4부 「잊힌 제국」), 그리고 유득공·박은식·신채호로 이어지는 후대의 기억(5부 「다시 빛나는 별들」)까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발해를 통해 되찾는 '북방'이라는 정신
그러나 이 시집이 과거의 비극과 망각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시인이 발해를 통해 오늘 우리에게 되돌려주고자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감각은 북방이다.
여기서 북방은 단순한 지리적 공간이 아니다. 만주와 연해주, 광대한 벌판과 강과 산맥을 오가며 살아갔던 사람들의 넓은 공간 의식이며, 닫힌 경계를 넘어 더 크고 넓게 세계를 바라보던 정신적 규모를 뜻한다.
분단 이후 우리의 공간 감각과 역사적 상상력은 한반도의 좁은 현실 안으로 축소되어 왔다. 이동순은 발해를 통해 그 잃어버린 대륙적 감각과 북방의 상상력을 다시 호출한다. 그것은 옛 영토에 대한 복고적 향수나 영토 회복의 주장이 아니다. 시인이 되찾고자 하는 것은 넓게 보고, 크게 생각하고, 서로 다른 존재들과 함께 살아갈 줄 알았던 정신의 크기다.
시인은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라는 김수영의 물음을 떠올리며, 오늘 우리가 잃어버린 정신의 크기를 되묻는다. 특히 시인이 주목하는 것은 발해를 이루었던 공존과 협력의 경험이다. 그는 고구려 유민과 말갈이 함께 나라를 이루었던 역사에서 오늘의 분열된 사회가 되돌아볼 공동체적 가치를 읽어낸다.
지역과 이념, 세대와 계층의 갈등이 깊어진 오늘, 발해는 천 년 전 사라진 왕국이 아니라 우리에게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역사적 거울이 된다.
역사를 '설명'하지 않고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시
『나는 발해로 간다』의 시적 형식에서도 주목할 부분은 구술적 리듬이다.
"치미야 치미야", "말하라, 발해", "정효야 정효야"처럼 사라진 존재를 직접 부르는 호명의 방식이 작품 곳곳에 등장한다. 설화처럼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하고 민요조의 호흡과 입말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이는 기록이 부족한 발해의 역사를 문헌적 설명으로 채우기보다, 그 시대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했을 법한 살아 있는 말의 숨결을 되살리려는 시적 선택이다.
따라서 이 시집의 시들은 단순한 역사적 '재현'이라기보다 증언에 가깝다. '설명하는 시'라기보다 '들려주는 시'이며, 발해를 완전히 복원하려는 시가 아니라 끝내 복원될 수 없는 것들을 향해 오래 손을 뻗는 몸짓이다.
우리는 왜 이토록 작아졌는가
결국 『나는 발해로 간다』가 향하는 곳은 과거가 아니라 오늘이다.
발해라는 잃어버린 나라를 찾아가는 긴 여정 끝에서 이동순 시인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왜 이토록 작아졌는가.
왜 북방의 기억을 잃어버렸는가.
왜 삶의 규모와 상상력은 점점 더 왜소해졌는가.
- 「시인의 발문」에서
시인에게 발해는 역사적 실체인 동시에 하나의 상징이다. 잃어버린 왕국의 이름인 동시에 오늘 우리가 회복해야 할 정신적 지평의 이름이다.
그러므로 "나는 발해로 간다"라는 선언은 천 년 전의 왕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망각된 역사로 가겠다는 뜻이며, 지워진 사람들에게로 가겠다는 뜻이다. 좁아진 우리의 역사적 시야를 넘어 북방의 넓은 바람과 만나겠다는 뜻이고, 분열과 갈등을 넘어 다시 공동체를 생각해 보겠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그것은 잊힌 이름을 잊힌 채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한 시인의 문학적 선언이다.
백석의 이름을 문학사에 되돌려놓고, 형평사와 민초들의 삶을 노래하고, 홍범도와 고려인들의 역사를 시로 증언해 온 이동순. 그 오랜 문학적 여정이 이제 발해에 닿았다.
『나는 발해로 간다』는 그렇게 천 년의 침묵을 건너 우리에게 도착한 한 권의 시집이다.
그리고 시인은 그 오래된 폐허 앞에서 다시 묻는다.
"발해는 끝내 사라졌는가."
목차
목차
제1부 | 빛의 개국
연기 11
동모산 13
빛나는 발해 15
걸걸 17
천문령 전투 19
해동성국 21
발해의 크기 23
발해 청년들 25
조우관 27
말갈 29
발해 석등 31
선구산성 33
불빛 속의 나라 35
제2부 | 산과 바다의 나라
발해 정신 39
살다라 이야기 41
정효공주 무덤 43
홍라 피리 소리 45
발해 특산 47
발해 목간 49
발해 시인 양 태사 51
담비 모피 53
시인과 승려 55
육정산 발해 고분 57
연해주 발해 성터 59
발해 시인들 61
통긍산성 63
발해 여인의 노래 65
제3부 | 침묵의 지도
상경성 69
수수께끼 70
망국 72
발해 공주 74
기록되지 않은 나라 76
팔련성 78
발해 일본도 80
발해 고성 82
산성 부근 83
발해 멸망 85
발해 치미 87
발해 부흥의 꿈 89
사라진 말 91
제4부 | 잊힌 제국
돌 유적 95
발해 97
조각난 나라 99
발해 현장 100
눈보라 102
발해 유민들 104
발해 마을 106
만주 왜적들 108
침묵의 여인들 110
동북공정 112
역사는 무엇인가 114
발해의 슬픔 116
들개 118
그대 이름은 발해였다 120
제5부 | 다시 빛나는 별들
백두산 천지에서 125
유득공 127
박은식 129
홍범도 131
계연수 133
신채호 135
안희제 137
남북국시대 139
발해는 무엇인가 141
흐르는 강 143
발해를 쓴다 145
지워지지 않는 노래 147
시인의 발문 149
시인의 말 167
연기 11
동모산 13
빛나는 발해 15
걸걸 17
천문령 전투 19
해동성국 21
발해의 크기 23
발해 청년들 25
조우관 27
말갈 29
발해 석등 31
선구산성 33
불빛 속의 나라 35
제2부 | 산과 바다의 나라
발해 정신 39
살다라 이야기 41
정효공주 무덤 43
홍라 피리 소리 45
발해 특산 47
발해 목간 49
발해 시인 양 태사 51
담비 모피 53
시인과 승려 55
육정산 발해 고분 57
연해주 발해 성터 59
발해 시인들 61
통긍산성 63
발해 여인의 노래 65
제3부 | 침묵의 지도
상경성 69
수수께끼 70
망국 72
발해 공주 74
기록되지 않은 나라 76
팔련성 78
발해 일본도 80
발해 고성 82
산성 부근 83
발해 멸망 85
발해 치미 87
발해 부흥의 꿈 89
사라진 말 91
제4부 | 잊힌 제국
돌 유적 95
발해 97
조각난 나라 99
발해 현장 100
눈보라 102
발해 유민들 104
발해 마을 106
만주 왜적들 108
침묵의 여인들 110
동북공정 112
역사는 무엇인가 114
발해의 슬픔 116
들개 118
그대 이름은 발해였다 120
제5부 | 다시 빛나는 별들
백두산 천지에서 125
유득공 127
박은식 129
홍범도 131
계연수 133
신채호 135
안희제 137
남북국시대 139
발해는 무엇인가 141
흐르는 강 143
발해를 쓴다 145
지워지지 않는 노래 147
시인의 발문 149
시인의 말 167
저자
저자
이동순 경북 김천에서 출생했다.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개밥풀』, 『물의 노래』, 『지금 그리운 사람은』, 『철조망 조국』, 『꿈에 오신 그대』, 『봄의 설법』, 『가시연꽃』, 『아름다운 순간』, 『마음의 사막』, 『발견의 기쁨』, 『묵호』, 『강제이주열차』, 『독도의 푸른 밤』, 『신종족』, 『고요의 이유』, 『내가 홍범도다』, 『홍범도』, 『어머니』 등 24권을 발간했다. 2003년 민족서사시 『홍범도』(전5부작 10권)를 완간했다. 평론집으로 『민족시의 정신사』, 『시정신을 찾아서』, 『우리 시의 얼굴 찾기』, 『잃어버린 문학사의 복원과 현장』, 『달고 맛있는 비평』 등이 있다. 산문집으로는 『한국근대가수열전』, 『나에게 보내는 격려』, 『민족의 장군 홍범도』, 『그간 격조했습니다』, 『나는 백석이다』, 『나는 김자야다』, 『나는 왕평이다』, 『나는 홍범도다』, 『나는 신채호다』 등 다수를 발간했다. 1987년 매몰시인 백석의 시 작품을 수집 정리하여 분단 이후 최초로 백석 시인의 시전집을 발간하면서 시인을 민족문학사에 복원시키고 백석 연구의 길을 열었다. 편저 『백석시전집』, 『권환시전집』, 『조명암시전집』, 『이찬시전집』, 『조벽암시전집』, 『박세영시전집』 등을 포함하여 각종 저서 80여 권을 발간했다. 신동엽문학상, 김삿갓문학상, 시와시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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