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윤리를 향하여
칸트와 하버마스의 윤리학 비판
이 책은 1986년 독일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발간한 알브레히트 벨머의 『Ethik und Dialog: Elemente des moralischen Urteils bei Kant und in der Diskursethik(윤리와 대화: 칸트와 논변윤리학에 나타난 도덕 판단의 기초들)』(2nd Ed., 1999)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기존의 윤리학과 철학이 주체중심주의적 입장에서 서술된 데 반해, 이 책은 거기서 벗어나 ‘상호성’ 또는 ‘상호주관성’이라는 패러다임에 기반을 둔 윤리적 관점을 소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비합리성의 음성이 철학과 문화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 책은 여전히 합리성을 가진 윤리적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합리적 상호주관성의 윤리학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저자인 벨머는 동일한 패러다임을 가지고 활동하는 이론가 중 널리 알려진 하버마스의 ‘논변(담론)윤리’와 달리 ‘대화윤리’를 제안한다. 벨머가 제안하는 대화윤리는 하버마스의 논변윤리학이 보여주는 ‘보편성’과 ‘합의’를 향한 경직성(?)을 비판적으로 누그러뜨린 다음, 다원주의적 입장에 가까이 접근하면서 여전히 그 속에서 보편성과 합리성이라는 이름을 버리지 않고서도 윤리학이 잘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충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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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칸트와 하버마스의 윤리학을 통해 바라본 윤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기획 의도 및 출간 의의
의사소통적 윤리와 관련하여 국내에 소개된 책은 하버마스의 책이 거의 유일한 상황에서, 정작 하버마스에게 비판적 영감을 부여한 또 다른 윤리학자인 벨머의 대화윤리는 거의 조명 받지 못했다. 실제로 하버마스는 『담론윤리의 해명』이라는 책에서 벨머의 사상과 진지하게 논쟁하고 있는데, 이 논쟁을 촉발시킨 태풍의 눈이 바로 이 책 『대화윤리를 향하여』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이 한국에 소개된 담론윤리 또는 논변윤리에 대한 사유의 폭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의사소통적 윤리의 스펙트럼을 전문 연구자뿐만 아니라, 인문학은 물론 대화와 의사소통의 방법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도 의미 있는 자극이 될 것이다.
사실 요즘처럼 윤리학이 인기 없는 시대가 없다. 그런데 윤리학이 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고리타분하고 심지어는 진부한 학문으로 비춰지는 이유는 윤리학에 대한 기존의 인상이 전통의 승리를 무리하게 보장하는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특성을 가진 것으로 심어졌기 때문은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고등학교에서 윤리학이라는 과목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윤리학에 대한 막연한 오해의 구름은 더욱 짙은 듯하다. 이렇게 되면 윤리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런 무관심은 정치나 경제, 문화 분야 등으로 번지게 마련인데,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정작 도덕적 물음을 손쉽게 처리해버리거나 간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칸트가 자유 없이 도덕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윤리학에 대한 진지한 관심은 진정한 실존적 그리고 시민적 자유를 획득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이 자신의 부자유한 상황에 대해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반성과 대화가 중지된 삶의 터전에 일종의 자유를 선물하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어쩌면 윤리학에 대한 무관심이 극심한 지금 이 책을 출간한다는 것 자체가 이런 자유를 획득하고 선물하기 위한 해방과 자유의 몸짓 아닐까? 그렇다면 이 책의 출간 자체가 암시하는 실천적 의미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하겠다.
내용 소개
벨머는 우선 대화윤리를 주장하기 위해 제일 먼저 '칸트의 윤리학'을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여기서 저자는 칸트가 윤리학의 원칙으로서 '보편성에 대한 요구'를 제기했다는 점에 찬성하면서도 정작 '상호주관성'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윤리학을 보지 못했다는 점을 아쉬워한다. 결국 아무리 '상호주관성'이라는 여지로 칸트 윤리학을 해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칸트 윤리학의 근본적인 성격은 이른바 '독백적 윤리학'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는 것이다.
반면 벨머는 하버마스의 입장이 윤리학의 '독백적' 특성을 잘 극복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하버마스의 논변윤리학은 합의의 합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도 합의의 합리성이 유지될 수 있는 '형식적 조건'과 이러한 합의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의 '인격성'을 구분하여 생각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벨머는 합의를 성립시키는 보편적인 조건이 타당한지의 여부와 관련된 것을 보편화의 원리로, 합의된 내용을 타당하다고 인정하여 이를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일반화의 원리로 분리하여 제시한다. 그뿐만 아니라 하버마스는 자신이 제시한 순수하게 '형식적'인 보편화 원리 안에, 실제로 '평등성'과 '공평성'이라는 '내용적' 요소를 끌어넣으면서, 은연중에 논변윤리학의 규범적 근거를 또 다른 근본적 규범으로부터 도출하는 유사 순환논증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비판을 통해 벨머는 하버마스가 지나치게 윤리적 정당화를 추구한 나머지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여 윤리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적용'의 문제를 소홀히 했다고 비판한다. 특히 벨머는 하버마스의 도덕원칙인 보편화원칙 (U)는 개별적인 상황에 적용할 때 상당한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비판한다. 벨머가 이런 비판을 했을 때는 이미 벨머가 자신의 윤리학을 실제 사태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고안하려 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대화윤리학'이다.
그런데 대화윤리학이 갖는 시의적절한 장점이 하나 있다. 칸트의 윤리학을 자신의 윤리학에 적용함으로써 발생한 도덕법칙인 "대화 거절이라는 준칙이 보편화될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대화윤리의 원칙은 '불통'과 '배제'라는 지금 한국의 정치적 현실을 비판하기 위한 효과적인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는 국제적으로 발생하는 난민, 심지어는 지금도 아프리카를 탈출하는 난민들이 요구하는 대화(구조) 요청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관점을 취할 수 있는 장치이다. 이와 더불어 벨머의 윤리학은 세계화 시대에 '불통'의 정치가 치명적인 '부정의'와 연결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난민들은 '법의 외부'에 존재하는 사람들인데, 이들이 간곡히 요청하는 대화를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곧 이들을 죽음의 절벽으로 밀어내는 '부정의'한 행위인 것이다. 한편 대화윤리는 여전히 '법'보다 먼저 '윤리'적 고려를 통해 '정의'와 '자유'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을 충실히 보여준다.
윤리학은 약자와 소수자에게 자유를 선언하는 가장 강력한 세속적 복음이다. 그런 점에서 대화윤리는 이러한 윤리 사상의 자리들 중 한 자리를 차지할 충분한 자격이 있어 보인다. 심지어 자유와 비판이라는 것이 타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상호성의 패러다임으로 타자를 수용하는 대화의 윤리는 주체중심의 윤리학이 차지한 안온한 자리마저 위협할 수 있는 파격적 자유를 우리에게 선물할 것인데, 벨머의 윤리학이 바로 그러한 자리를 차지한다.
독자 대상
·윤리학·철학 전공자 및 연구자
·칸트와 하버마스의 윤리학에 관심 있는 연구자 및 일반인
목차
목차
제2장 논변윤리에 대한 비판을 위하여
제3장 칸트윤리학과 논변윤리학 사이의 매개를 위한 단초
부록: 이성, 해방, 유토피아를 넘어서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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