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여성들: 한국 근대 여성사(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총서 6)
『경계의 여성들: 한국 근대 여성사』는 근대 한국의 여성을 둘러싼 독특한 조건을 분석하고 있다. 가족과 직업, 성(섹슈얼리티), 여성주의 의식의 네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또한 왜곡된 근대가 어떻게 여성을 통해 표상되었는지를 분석해 한국 사회의 여성의 조건들에 대한 중요한 암시를 하였으며 식민지 근대성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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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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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군국주의(軍國主義)적 식민지 근대', '왜곡된 근대'를 살아온 그녀들의 이야기
……여자 운전수라니까 시험조로 한번 타고자 해서 타는 손님도 있기는 하지만 대개는 이왕이면 여자 운전수로 불러라, '히야까시'나 좀 하자꾸나 이런 생각을 하고들 부릅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얘 조수를 치어라 내가 운전대에 안겠다는 등 별별 추잡스런 농을 다 걸지요. 첨에는 억지나 속이 상하든지 당장 뺨이라도 갈기고 체신없는 자식들이라고 욕이나 실컷 해주고도 싶었지만 직업의 성질상 어디 그럴 수가 있나요(≪별건곤(別乾坤)≫, 1930.6).
이 책에서는 근대 한국의 여성을 둘러싼 독특한 조건을 가족과 직업, 성(섹슈얼리티), 여성주의 의식의 네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가족과 직업 문제는 근대 여성에게 영향을 미친 가장 기본적인 사회 조건이다. 섹슈얼리티는 근대 시기 여성을 대상화·상품화하고 강제 동원의 영역이 되었다. 신여성과 재조(在朝) 일본인 여성은 식민지 조선에서 근대 여성주의 의식이 어떻게 내면화되었는지 볼 수 있는 주요한 여성 주체다.
제1부는 가족의 변화를 다루었다. 일제에 의해 급속히 도입된 산업화와 근대적 이념 및 법제도의 이식으로 인해 가족이 근대적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근대로의 변화에 민족적 모순이 내포되었다는 것이다. 산업화는 민족차별적·성차별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근대 이념과 법제도는 일본의 프리즘에 의해 굴절되어 우리의 전통이 왜곡되고 '일본적' 이념과 제도가 이식되었고, 때로는 우리의 민족주의적 지향이 혼합되어 근대 가족의 복합적인 성격을 형성했다.
제2부는 직업의 변화에 관한 내용이다. 전통 사회에서 1차 산업에 집중되어 있던 여성 노동이 산업화로 인해 2·3차 산업으로 분화됨에 따라, 새로운 여성 직업이 등장했으며 계급 현상도 나타났다. 공장 노동과 서비스직으로 대표되는 일제시기 새로운 근대적 여성 노동의 영역은 민족차별과 성차별의 모순이 곳곳에 침윤되어 비극적인 모습을 형성했다.
제3부는 일제에 의해 이식된 국가에 의한 성의 상품화와 통제를 다루었다. 근대적 공창제도의 이식이 그것이다. 성매매가 국가에 의해 공인되고 관리된 경험이 전혀 없는 조선 사회에 공창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된 것은 근대성과 식민성, 일본 사회의 특성까지 결합되어 형성된 성의 타자화 과정이었던 것이다. 성의 타자화가 극단적으로 표상된 것이 1930년대 이후 전시에 국가 주도하에 조직적으로 시행된 강제적 성 동원이었다. 이것은 공창제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공창제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을 달리한 일본군 위안부제도로서, 처음부터 주로 식민지 조선 여성을 대상으로 국가에 의해 이루어진 엄청난 규모의 전시 성 동원이었다. 1
이러한 여성들의 상황을 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어떻게 생각했는가를 고찰한 것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으로 제4부다. 신여성과 조선에 거주했던 일본 여성들의 생각과 행태를 분석했다. 전 세계적인 여성주의의 물결을 조선의 신여성들은 계급과 민족의 맥락 속에서 힘겹게 받아들였으며 조선에 살았던 일본 여성들은 제국주의 입장에서 왜곡했던 것이다.
이 책의 연구들은 이렇게 왜곡된 근대가 어떻게 여성을 통해 표상되었는지를 분석해 현대 한국 사회의 여성의 조건들에 대한 중요한 암시를 하는 한편 식민지 근대성에 대한 연구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신간 출간의의(출판사 서평)
여성, 근대 공간이 열어놓은 양날의 칼날 위에서 역사를 만들다
우리에게 '근대'란 참으로 복잡다단한 의미를 지닌 시기다. 근대사회를 지향한 변화의 힘겨운 노력이 일제에 의해 억압되었기 때문이다. '식민지적 근대'라는 이름으로 묘사되는 일제 시기의 변화에 대한 해석은 지금도 사회과학적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더욱이 근대를 전쟁 준비로 시작한 일본 제국주의가 식민 통치의 성격을 규정했으며 1930년대부터는 실제 전시기로 돌입했으므로, 이 모든 식민지 시기의 변화는 '군국주의(軍國主義)적 식민지 근대'라고 표현해야 맞을 것이다. 근대화와 민족, 계급과 전쟁에 더해 젠더(gender)의 조건들이 중층적으로 맞물려 있던 여성 상황의 변화는 더욱 복잡했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여성들의 조건은 차츰 근대의 표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해방과 억압, 주체화화 타자화, 독립과 의존 등 근대 공간이 열어놓은 양날의 칼날 위에서 여성들은 역사를 만들어갔다. 이 책의 제목을 『경계의 여성들: 한국 근대 여성사』라고 붙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에서 한국의 근현대 여성사를 기획한 것을 거의 10년 전의 일이다.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는 전체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한국의 근현대 여성사를 공동 작업을 통해 '근대 여성사'와 '현대 여성사' 두 권의 책으로 묶어내기로 했다. 『한국 현대 여성사』가 먼저 출간되었고, 이제야 『경계의 여성들: 한국 근대 여성사』가 출판되기에 이르렀다.
[책속으로 추가]
인신매매 지역은 전국적이었다. "부내 각 처에 있는 인사소개업자들 중에 시골에 있는 순진한 처녀를 유인하여 호적을 위조하여 가지고 각 지방으로 전매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매일신보≫, 1937.11.20)했고 "서울서 팔려 시골로 가기도 하고 시골서 서울로 오기도 해 오늘 충청도, 내일 경상도로 넘어" 다녀 "앉은 자리가 더울 새 없이 끌려다니는"(≪시대일보≫, 1925.8.24). 상황이었다. 업자들은 외국으로 인신매매하는 것을 더 선호했는데 "외국에 팔면 돈을 곱절이나 더 받는 바람에 욕심이 치밀뿐더러 조선 어디다 두었다가 만약 모든 죄악이 사출이 나고 보면 두수없이 콩밥 신세를 지게 되기 때문에 돈 더 받고 뒷 염려까지 없애느라고 될 수 있는 대로 외국으로 보내려 하는 까닭에 그처럼 많이 가게 된다"(≪시대일보≫, 1925.8.24)는 것이었다.(252~253쪽)
그동안 여성이 겪는 산고는 그냥 당연한 사실일 뿐 그 고통에 관해 객관적인 문자로 기록한 것은 모두 남성 작가가 쓴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것뿐이었다. 그런데 나혜석은 용기, 혹은 글쓰기에 대한 여성적 자의식을 가지고 분만 시의 엄청난 육체적 고통을 시를 통해 솔직히 표현했다. 이는 여성의 육체에 대해 논의를 기피해온 금기를 깨뜨린 것이다. 출산 후에는 육아 문제에 당면했다. 그래서 아이가 돌이 지난 뒤에 자신의 '어머니 되기'의 과정과 고통을 정리해보니 "자식은 모체의 살점을 떼어가는 악마"라는 극언까지 생각날 정도였다.(302~303쪽)
목차
목차
제1장 식민지적 빈곤화와 가족·여성의 생활 변화|문소정
제2장 호주제도: 한국의 식민지성과 가부장제의 축도(縮圖)|양현아
제3장 '어린이기'의 형성과 '모성'의 재구성|김혜경
제2부 새로운 직업의 탄생
제4장 일제강점기 제사 여공과 고무 여공의 삶과 저항을 통해 본 공업 노동에서의 민족차별과 성차별|이정옥
제5장 근대 서비스직 여성의 등장: 일과 섹슈얼리티의 경계에 선 직업여성|강이수
제6장 식민지 도시 유흥 풍속과 여성의 몸|서지영
제3부 타자화된 성
제7장 근대 시각문화와 기생 이미지|권행가
제8장 법 안의 성매매: 일제시기 공창제도와 창기들|박정애
제9장 일본군 위안부제도|정진성
제4부 신여성: 페미니즘과 민족주의
제10장 근대 여성 문학사와 신여성|이상경
제11장 조선은 그녀들에게 무엇이었나: 식민지 조선에 살았던 일본 여성들| 안태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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