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로 돌아가라(양장본 HardCover)
혼돈의 대한민국 7년의 기록, 그리고 지금 | 조윤제 칼럼집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주영국 대사를 지낸 조윤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의 칼럼집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부터 2014년 말까지 꾸준히 써온 글들을 책으로 엮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 지배구조와 개헌, 대북정책, 사회질서와 생활문화, 보상·유인 체계 등 정치·사회 이슈부터, 금융위기와 경제정책, 고령화와 부동산, 경제민주화, 중소기업정책, 공적연금 개혁, 중국 경제 등 다양한 경제 이슈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한국 사회를 둘러싼 수많은 과제들을 하나하나 마주하고 분석하며 대안을 제시한다.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제한된 분량에 눌러 담다 보니 단 한 글자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는 저자는, 그렇게 정선한 말들이 만들어낸 여든다섯 개의 글에 다시 만만치 않은 양의 후기를 정성껏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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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제자리를 잃은 대한민국을 향한 여든다섯 번의 고언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주영국 대사를 지낸 조윤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의 칼럼집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부터 2014년 말까지 꾸준히 써온 글들을 책으로 엮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 지배구조와 개헌, 대북정책, 사회질서와 생활문화, 보상·유인 체계 등 정치·사회 이슈부터, 금융위기와 경제정책, 고령화와 부동산, 경제민주화, 중소기업정책, 공적연금 개혁, 중국 경제 등 다양한 경제 이슈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한국 사회를 둘러싼 수많은 과제들을 하나하나 마주하고 분석하며 대안을 제시한다.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제한된 분량에 눌러 담다 보니 단 한 글자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는 저자는, 그렇게 정선한 말들이 만들어낸 여든다섯 개의 글에 다시 만만치 않은 양의 후기를 정성껏 달았다.
혼돈의 시공간을 우회하지 않는 지성의 끈기와 통찰력
노무현 대통령 경제보좌관, 주영국 대사 출신 조윤제 교수의 첫 번째 칼럼집
세계 금융위기, 4대강 사업,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촛불집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총선과 대선, 북한과 중국의 지도자 교체, 세월호 침몰 등등 훗날 역사서에도 기록될지 모를 굵직한 사건들로 가득했던 지난 7년, 대상을 찾아 비난하기는 쉬워도 냉철하게 비평하고 차분하게 대안을 말하기는 어려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비난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은 더 나아진 무엇이 아니라 여전히 고된 삶과 혼돈한 사회뿐이다. 이 어지러운 시간을 함께 살아온 저자는 민감한 문제에 침묵하거나 쉬운 대상을 찾아 비판하기보다 학자로서의 양심에 따라 글로써 정직하게 비평하고 올바른 해법 찾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하나하나 신중하게 골라 쓴 글자가 20만 자, 어느덧 여든다섯 편의 원고가 모였다. 저자는 다시 긴 시간 이를 다듬고 못다 한 말을 덧대어 책으로 엮었다. 밑줄 그어가며 아껴 읽을 말들로 가득한, 조윤제 교수의 첫 번째(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칼럼집이다.
"제자리로 돌아가라"
비뚤어진 권력을 향한 저자의 무거운 충고
'제자리로 돌아가라'라는 책 제목은 2009년 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쓴 글의 제목이기도 하다. 저자가 한때 보좌하던 전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 그리고 이를 대하는 각계의 추모와 폄훼의 한바탕 속에서, 저자는 고인을 기리면서도 이 비극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사뭇 냉정한 어조로 써나간다(본 글에서는 애써 억눌렀을 그날의 비통함은 후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인은 대통령 취임 후 권력기관을 정치적 도구로 손에 쥐고 있지 않고 '법이 정한 제자리'로 돌려주려 했으나, "권력자의 장악에서 벗어난 검찰은 스스로가 절제와 균형을 잃고 정치화하지 않았는지, 독재자의 재갈에서 풀린 언론은 스스로가 정치권력화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갈등과 편 가르기를 부추겨오지 않았는지", 저자는 묻는다. 그리고 "민주화된 사회에서 권력기관과 언론이, 학계와 시민사회가 절제를 익히고 각자 제자리를 굳건히 지켜주는 것이 비극의 재연을 막는 길"이라고 어느 때보다 힘주어 말한다. 이 책을 가로지르는 가장 쓰고도 중요한 메시지 또한 이것이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실패를 반복하는 정치, 책임을 벗어던진 사회, 위기를 거듭하는 경제를 향해 각 주체가 본연의 자리를 찾을 것을 거듭 강조한다.
대통령에게 권한이 너무 집중되어 정치 보복이 계속되는 것인가? 분권형 권력구조가 답일까? 아니다. 그보다는 민주화된 사회에서 권력기관과 언론이, 학계와 시민사회가 절제를 익히고 각자 제자리를 굳건히 지켜주는 것이 비극의 재연을 막는 길이다. 검찰은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데 여론이 아닌 실체적 진실에만 의존하는 절제를 지키고, 언론은 스스로 경기장에 뛰어들어 자신들의 입장과 목표를 관철하려 하기보다 냉정한 관전자와 비평자의 자리를 지킴으로써 민주화된 우리 사회의 건강한 규율과 균형을 세워주어야 한다. 학자들도 단체와 조직을 만들어 정치세력화하는 것보다 글로써 비평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본분이다.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에는 절제와 균형을 벗어난 매도와 기득권의 방어와 확대를 추구하는 소리만 높아져 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낮아졌으며 잃은 자가 되었다. 이번 비극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제 각자가 지켜야 할 제자리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_ 30쪽
정치·경제 문제의 구조적 해법을 찾아서
대한민국호의 침몰은 선장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다
정치·사회·경제의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오가는 글 곳곳에는 오랫동안 학술 연구와 정책 실무를 담당하면서 수많은 문제를 마주하고 고민하며 풀어나가야 했을 글쓴이의 경험과 연륜이 묻어난다. 글에서 강조하는 바를 몇 가지 추리면 이렇다. "권력기관은 법적으로 부여된 자신의 존재 목적을 이행하기 위해서만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정부는 실적을 쌓기 위해 시장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말고, 오히려 재벌의 독과점 등 시장의 역동성을 방해하는 힘에 맞서는 권력으로 자신을 세워야 한다." "서민과 후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경제정책을 여론에 휘둘려 펴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이것이다. "이러한 당연한 원칙을 거스르는 정치·경제의 구조를 우리 사회가 힘을 모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것도 규정을 어긴 해운사와 제자리를 벗어난 선장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저자는 개인의 책임을 묻기에 앞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제도적 한계를 짚고 이를 극복할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한다.
이 시대 어떤 국가가 살아남는가
1부 '정치·사회의 제자리를 찾아서'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1부 '정치·사회의 제자리를 찾아서'에서는 국가 지배구조 개편과 개헌, 정당 개혁, 좌우 대립 해소, 대북정책, 교육, 공정사회, 질서와 사회문화, 보수·유인 체계와 공무원연금 개혁 등 정치·사회와 관련한 주제를 다룬다. 그중에서도 특히 저자는 국가 지배구조의 문제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오늘날 정치·경제의 난맥이 국가 지배구조의 한계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가의 성패 역시 지금 우리가 처한 환경에 맞는 국가 지배구조를 모색하는 데 달렸다고 말한다.
민주주의 정치 체제하에서 국가 지배구조의 요체는 대표성, 책임성, 효율성에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지배구조는 이 세 가지 모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국민이 직접선거로 뽑아 민주적 정통성을 가진 대통령을 역시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회가 견제하게 함으로써 때로 국정이 오도 가도 못하게 되는 '이원적 민주주의 정통성'의 문제를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게 앓고 있다. 국정의 궁극적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통령은 입법 과정에 대해 무력하고, 국회는 국정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지금 같은 '여대 야소'에서도 국정이 표류하고 있는데, '야대 여소'가 되면 국정의 비효율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거쳐 간 네 명의 대통령 모두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그 정부들은 '물정부', '무능정부', '아마추어 정권'으로 불렸다. 우리 국민은 민주화 이후 한결같이 무능한 대통령만을 선출했단 말인가? 아니면 우리의 국가 지배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인가? 이제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해보고 새로운 시스템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오늘날 국가 간의 경쟁은 바로 국가 지배구조 간의 경쟁이다. 급변하는 세계경제 환경에 적시에 대응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나라 간에 승자와 패자가 갈리게 된다. _ 19~20쪽
돈봉투 관행을 없애려면
그 밖에도 1부에서는 몇 가지 현안에 대해서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진다. 최근 이른바 성완종 사태로 불거진 정치권의 불법 자금 논란에 대해서도 세간의 비난과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한다. 요컨대 "우리 사회의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인 제도를 개편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봉투 관행을 없애려면 우리 사회의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인 제도를 개편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위에서 부정을 엄격히 처벌해나가야 한다. 정치권이 진정 쇄신을 원한다면 국민 앞에 무릎 꿇는 사진을 돌리기보다 총선과 대선에서 전반적인 국가 시스템 개혁에 대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용기 있게 제시하기 바란다. 국민들이 세금을 좀 더 내더라도 정치인과 공직자를 국민의 공복으로 부리는 것이 이들이 기업과 돈 있는 자들의 이해를 좇아 움직이게 하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_ 111쪽
공무원연금 개혁, 관점을 넓혀라
역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도 저자의 지적은 귀 기울일 만하다. 저자는 이 현안과 관련해 현재 국가재정이라는 측면에 고정된 프레임을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재조정한다.
훌륭한 지도자와 소명감 있는 국가 엘리트를 갖는 것은 국민의 복이다. 그런데 이들을 키워내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책임이다.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보면서 아쉬운 점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떤 행정관료 시스템을 지향해나갈 것인가 하는 고려가 실종되어 있다는 것이다. 평균수명 60세 시대에 설계·도입된 제도가 평균수명 80세 시대에 적합할 수는 없다. 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제도는 제도 자체로서 당연히 개편되어야 한다. 그러나 연금도 보상체계의 일부이며 이를 국가 행정 엘리트들의 양성과 충원, 이들이 국가 사회를 위해 기여하고 헌신할 수 있도록 이끄는 보상체계, 인사의 규율과 관행에 대한 큰 그림 없이 단순히 재정적자와 국민의 혈세를 축낸다는 관점에서만 접근해왔다. 세계화 시대의 국가 간 경쟁은 국가 지배구조, 지도자들의 역량, 관료 시스템 간의 경쟁이기도 하다. 행정관료의 전문성이 강화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민간과의 교류가 더 활성화되어야 하며, 보수체계도 민간 부문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 _ 199쪽
한국 경제,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2부 '불확실성 시대의 경제'
글은 정치·사회의 수많은 문제를 하나씩 짚고 나와 경제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2부로 향한다. 2부 '불확실성 시대의 경제'에서는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으로서, 그리고 오랫동안 국내외 경제를 연구해온 경제학자로서 저자의 식견이 더욱 빛을 발한다. 세계 금융위기와 재정·금융 정책, 복지와 성장, 경제민주화, 부동산, 국제통화제도, 중국 경제, 규제 완화 등 하나하나가 책 한 권의 소재가 될 법한 묵직한 키워드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먼저 저자는 우리 경제가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환기하며, 앞으로 우리가 취해야 할 정책의 방향을 국내외 경제 상황을 종합해 조명한다.
재정과 통화의 초팽창적 운용은 세계경제를 공황으로부터 구했으나, 향후 경제정책의 운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세계경제 진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유동성 과잉에서 비롯된 위기를 전대미문의 유동성 확장정책으로 대응한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금리를 내리고 재정지출을 늘릴 때는 시장의 환영을 받으나, 조이고 줄일 때는 여기저기서 압박을 받게 된다.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서민 가계의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자금 조달에 쪼들리게 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막강한 로비가 있게 되고, 중앙은행은 정부와 여론으로부터 압력을 받게 된다. 정치적 압력이 수그러지면 그때는 경기가 과열 국면을 보이기 시작해 이미 늦었을 때다. _ 234쪽
경제정책은 대중을 호도하고 속이기 쉽다
비슷한 논점에서 저자는 경제정책을 정직성과 공정성, 건전성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펼 것을 당부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여론은 당장 눈에 보이는 득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경제정책은 오히려 대중을 호도하기 쉬운 탓이다. 정책 당국이 경기부양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환율과 금리를 조정하는 것이 국민에게 어떤 결과로 되돌아오는지 설명하는 부분은 그런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환율이 오르면 일반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 수출기업을 도와주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금리를 내리고 통화 공급을 확대해 인플레가 유발되면 근로소득자와 예금자의 주머니에서 빼낸 돈으로 부채가 많은 기업과 주택담보로 돈을 빌린 중산층 가계를 지원하고 재정적자로 빚을 진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 종합부동산세로 강남 주민들이 수백만 원 혹은 기천만 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되었을 때 국가에 소송을 제기하고 정권 퇴진 운동까지 벌였으나, 환율이 대폭 올라 그들의 해외여행 경비, 자녀 유학비가 수백만 원 혹은 수천만 원 늘어났을 때는 조용했다. 만약 정부가 소비세를 징수해 수출대기업들에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으면 언론과 시민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시장과 대중, 여론이 늘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그만큼 국가는 스스로 정책의 정직성, 공정성, 건전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정책은 대중을 호도하고 속이기 쉽다. _ 239쪽
사라지는 역동성, "한국 경제, 공정경쟁의 제도적 발판을 마련해야 산다"
한편, 저자는 한국 경제가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요소로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꼽는다. 그런데 우리 사회 기득권의 담합과 유착 구조로 계급이 고착화되고 있고, 이것이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줄여가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가 지목한 문제는 예컨대 이런 것이다. 재벌의 시장 독점을 돕는 친기업정책, 퇴출되어야 할 한계기업을 살려주는 중소기업정책, 일부의 불로소득만 늘리는 부동산 경기부양, 갈수록 커지는 소득 격차,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증폭시키는 규제 완화……. 설령 정책을 이런 방향으로 몰아 단기적으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그런 정책은 한국 경제의 활력과 건전성을 떨어뜨릴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경쟁 없는 경쟁력은 없다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공정한 경쟁의 발판을 제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그동안 정부 지원에 의해 보호·유지되어오다 위기를 맞아 휘청거리는 많은 한계기업들을 다시 정부의 지원 강화로 다 살리려고만 하지 말고 이 기회에 고통이 따르더라도 근본적인 산업과 고용구조의 개편이 일어나도록 정책의 틀을 짜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신용보증 규모가 큰 나라도 없고, 인구나 총생산에 비해 기업 숫자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 같은 예산을 쓰더라도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을 살리기 위해 지원을 늘리는 것보다 그러한 기업의 근로자들에 대한 재훈련, 재취업, 실업대책에 지원을 늘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기업은 경쟁력을 잃으면 도태되어야 하고 그래야 새로운 산업, 새로운 기업이 성장할 길이 열리지만, 근로자는 우리 경제의 인적 자산으로 계속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_ 220쪽
높은 부동산 가격은 각종 사회비용으로 전가된다. 도시근로자의 주거생활비가 올라감에 따라 임금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상가의 임대료가 올라 도소매 마진이 올라가며, 공장과 사무실을 확보하려는 기업의 투자비용이 올라가게 된다. 젊은이들이 결혼해 살 집을 마련하는 비용이 올라 결혼을 미루고 출산율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는 모두 장기적으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_ 274쪽
경제 활력을 살리고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경제구조의 근본적 혁신과 체질 개선이다. 그리고 경제 각 분야에 치열한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다. 경쟁 없이 경쟁력은 생기지 않는다. 극히 적은 소유지분으로도 순환출자를 통해 전 계열 기업에 대한 경영지배권을 장악하여 그룹 내에 일감을 몰아주고, 대다수 소액주주보다 총수 일가의 이익을 우선하는 오늘날 한국 기업의 경영 행태는 경제정의는 고사하고 시장경제 원리에도, 자본주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공정한 경쟁 원칙은 노동시장에도, 자본시장에도, 경영자시장에도 도입되어야 한다. 제한 없는 순환출자에 따른 경영권 승계를 지나치게 보호하면 우리 경제의 미래에 너무나 중요한 대기업들이 최고의 전문경영인들에 의해, 시장원리에 의해 경영될 기회를 제한하게 된다. _ 360쪽
경제문제의 해법, 정치에 열쇠가 있다
각 주제에 대해 저자는 나름의 해결 방향을 제시한다. 그런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경제문제의 해법을 정치구조의 개선에서 찾는 접근법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경제운영과 언론의 책임성, 특히 민주주의라는 이름하에 여론과 권력에 대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계, 수출업계 등이 대중에게 가야 할 소득을 자기네 주머니로 가져가고자 하는 행태를 정부가 견제하지 못하고 이에 덩달아 춤추며 경제정책을 왜곡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 국가의 경제정책이 시장의 독점적 권력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린 여론에 사로잡히지 않고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되려면, 이를 가능케 할 정치체제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문제는 경제야"라는 빌 클린턴의 말에 "경제문제의 본질은 정치야"라는 말을 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종과 횡의 충돌'
한편, 저자는 오늘날 한국의 경제정책이 놓인 어려움을 '종과 횡의 충돌'로 개념화한다. 이는 저자의 다른 책 『한국의 권력구조와 경제정책』(2009)에서 소개한 개념이기도 하다. 요컨대, 종적인 문제는 빠른 경제성장과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라 새로이 분출하게 된 복지에 대한 욕구를 수용해야 하는 국내적 도전을 말하고, 횡적인 문제는 현재 한국 경제가 놓여 있는 국경 없는 경쟁이라는 세계경제 환경 속에서 당면하게 되는 외부적 도전을 말한다. 종적인 측면에서는 과거 서구 사회가 그랬듯이 복지 강화와 큰 정부가 요구되며, 횡적인 측면에서는 최근 서구가 추구해온 바와 같은 감세와 작은 정부가 요구되어 이것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이러한 충돌은 오늘날 경제정책에서 진보와 보수의 충돌로 나타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종과 횡의 충돌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상대와 지혜를 모아 '중용의 도'를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정책과 사회제도는 진화하는 것이다. 인류가 실험해온 그 어떤 체제도 완전한 것은 없었다. 헐벗고 굶주릴 때는 성장이 최고의 목표가 되어야 하지만, 일정한 소득수준에 이르면 성장만으로는 안정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지 못한다. 지금 우리는 종과 횡, 혹은 진보와 보수를 다 끌어안고 가는 길을 택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 등 개방과 경쟁의 확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강화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 재정을 통한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 공정경쟁 기반을 확립해 경제력 집중과 부에 따른 사회계급의 고착화를 억지해나가야 한다. 이를 어떻게 조화롭게 설계할 것인가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커다란 과제다. _ 306쪽
중국 경제 전문가가 말한 중국,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
저자의 글 중에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 경제를 다룬 글들이다. 당장은 남의 이야기 같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닥칠 우리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199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중국 정부 당국에 경제 자문을 제공하며 중국 경제에 직접 깊이 관여했다. 가장 최근에는 시진핑을 중심으로 새로 들어선 중국 지도부가 추진할 금융개혁안을 짜는 데 외부 조언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중국 경제가 현재 마주한 문제의 본질이 결국 '중국의 국가 지배체제와 권력구조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과거 중국이 취해온 무역 개방, 가격 자유화 같은 상품시장 개혁 조치와 달리 지금 중국이 당면한 개혁 과제는 금융, 노동, 토지와 같은 요소시장의 자유화다. 이는 각 분야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기득권을 재구성하고, 나아가 국가의 권력구조,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있는 심대한 과제다. 중국이 이 도전을 뛰어넘지 못하면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_ 416쪽
저자는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시장경제 체제로의 이행을 가속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결국 중국의 국가 지배체제와 권력구조를 건드리는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중국 정치체제의 불안정성 심화와 변화를 촉발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저자는 그것이 필연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촉발할 것이며, 세계 다른 어느 국가보다 우리에게 큰 파도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향후 20년 내에 도래할 중국의 패권 시대를 하나의 가정이 아니라 기정사실화하고 국가 전략을 짜나가야 한다"라고 역설한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 경색된 남북 관계, 후세대는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까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는 남북 관계의 경색이 이어지는 상황을 크게 우려한다. "우리가 남북 간 협력 단절과 대결로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에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는 점점 심화되고, 일본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 하고 있다"면서, "동북아 기류가 빠르게 변화하고 또한 그 변화의 방향이 거의 확실한 지금의 시간을 가만히 앉아서 대북 관계, 대일 관계를 냉전식 사고와 발언으로 국내 정치의 입지 이용에 허비하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19세기 말 조선이 어땠는지 떠올려보면서, 우리 세대가 후세대에게 그런 평가를 받지 않도록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한다.
글에 담으려 한 것은 '문제'가 아니라 문제의 '본질' 그리고 '중도의 해법'
문제의 본질, 균형 있는 관점을 얻기 위한 저자의 끊임없는 노력이 빚어낸 글의 생명력
'시평(時評)'이라는 글은 시간이 흘러 글에서 다룬 문제가 시야에서 멀어짐에 따라 글의 가치도 자연스레 스러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저자의 글이 지금도 생명력을 잃지 않았다고 보고 이를 책으로 엮어서 소개하는 것은 단지 저자가 말한 문제들이 현재에도 유효한 까닭만은 아니다. 각 글에서 저자는 눈앞의 문제를 대하면서도 시선을 돌려 그 문제가 가리키는 본질을 짚어내는 데 집중한다. 누군가의 실책을 따지기보다 그 실책을 불러온 구조적 문제를 언급하며, 전후좌우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맥락을 읽어낸다. 예컨대 경제문제를 이야기할 때도 안으로는 국내 정치·사회의 역사와 현실, 밖으로는 세계 정치·경제의 흐름에서 그 문제의 본질을 찾아 대안을 제시한다. 이슈는 사라졌어도 본질은 지금 여기에 살아 있는 것이다. 한편, 저자가 따로 반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각 글에 덧붙인 후기는 본 글의 시의성에 심폐소생술을 하는 역할만 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짧게, 때로는 본 글보다 더 긴 호흡으로 그 주제에 관해 못다 한 이야기와 조금은 사적인 이야기, 전문적인 설명까지 마음껏 풀어냄으로써 이해와 재미를 더한다.
비평의 대상이 여야와 보수·진보는 물론, 언론과 재벌, 시민사회, 학계를 가리지 않는 탓에 혹자는 저자에게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누구 편이오?" 이에 대해 저자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정확히 짐작하기는 어려우나, 그 특유의 온화하고 넉넉한 미소가 말보다 앞설 것임은 눈에 선하다.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사적인 경험을 덧붙여야겠다. 2009년 봄, 신입 딱지를 막 뗀 편집자로 처음 조윤제 교수를 만난 날을 기억한다. 그의 화려한 이력이 주는 위압감에 눌려 만나기 전부터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편집자를 향해 그는 온화한 미소와 함께 허리를 굽혀 인사를 건넸다. 아버지뻘인 그보다 허리를 더 굽히기가 어려울 정도였다(지금도 쉽지 않다!). 대화하는 자리에서도 그는 자신의 말을 아낀 채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상대의 나이가 어떻든 자세히 묻고 그것으로 부족하면 따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짧은 말 한마디에도 그 생각의 깊이와 꼿꼿함은 충분히 느껴졌다. 그렇게 그를 만난 이후로는 그의 이력이 아니라 기품과 깊이에 압도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렇게 보기 드문 친절과 겸손으로 타인을 대하는 그가 자신을 향한 지적 검열에는 냉정했다. 한 꼭지도 쉽게 쓰지 않았다 한다. 비록 오래된 문제여도 그것을 보는 자신의 관점이 균형 잡힌 것인지, 누구를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아닌지 수십 번 고민했다 한다. 그는 글을 책으로 엮으면서도 이를 자주 되묻고 교열하곤 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을 읽는 이들이 그의 주장에 전부 동의할 리는 없다. 하지만 원칙을 중시하고, 좌우를 아우르며, 바로 앞이 아니라 후세대가 살아갈 시간에까지 닿으려는 그의 끝없는 노력에 이의를 달기는 어려울 것이다. 적어도, 당신은 누구 편이냐고 묻지는 않기를.
우리 사회를 진정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줄 틀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유권자이자 여론의 주체인 우리 개개인의 몫이다. 그러므로 올바른 선택 지점을 고민하는 일, 그 생각을 나누고 평가하고 채워가는 일은 나를 위해서, 또 우리를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이다. 균형 있는 관점과 깊이 있는 분석으로 그 바른 지점을 짚어주는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우선순위로 삼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비록 당장 삶이 고되지만 그럼에도 놓지 말아야 할 사회적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참고로, 이 책을 읽기로 했다면 밑줄 긋고 싶은 순간이 많을 것이니 미리 적당한 연장을 옆에 두시길!
목차
목차
1 정치와 사회의 제자리를 찾아서
채텀하우스 룰 | 국가 지배구조, 이대로는 안 된다 | 정당 개혁 없이 정치 발전 없다 | 제자리로 돌아가라 | 화해와 포용 함께하는 '중도의 길' 되어야 | 국가 기능 강화하는 개헌 되어야 | 대북정책에서도 실용과 유연성을 | 읽고 뛰게 하자 | 세계 질서 이끌 소프트파워를 키워라 | 공정사회, 일과성이 안 되려면 | 집단 사고, 지적 포획 | 언론, 정권, 재벌 | 질서와 국민 행복도 | 5개년 계획이 필요하다 | 안철수 돌풍은 정당 개혁 요구다 | 안철수의 기부는 민간복지다 | 정치인만의 잘못인가 | 지식사회와 생활문화 | '돈봉투' 사회 |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 간이 나쁜데 쓸개를 이식한다? | 지역정당 뛰어넘는 총선 되어야 | 19대 국회의 과제, 개헌 | 또 실패할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 | 믿는 것과 믿고 싶은 것 | 산업화 50년, 민주화 25년 | 올림픽 소고 | '안철수 현상'과 '안철수 후보' | 사회 운영체계의 전반적 개혁 있어야 | 새 대통령의 과제 | 정치 쇄신 방향 옳은가 | 박정희 시대와 박근혜 시대 | 보수체계, 이대로 좋은가 | 창조경제와 사회문화 | 지배구조 개선 없이 선진 한국 어렵다 | 독립적 연구기관들이 출현해야 | 민주주의의 위기 | 안전은 비용 없이 얻어지지 않는다 | 국가 개조? 위선부터 벗어던지자 | 우리는 어떤 행정관료 시스템을 원하는가
2 불확실성 시대의 경제
재정지출 확대하고 금리 더 내려야 | 금융위기, 장기전을 준비하자 | 비상한 대책도 퇴로는 열어놓아야 |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 통화정책은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워야 | 금산분리 완화, 금융지주회사 대형화 적절한가 | 출구전략 |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덫 | '친기업'과 '친시장'은 동의어가 아니다 | G20과 국제통화제도의 개편 | 위기의 싹 키우는 물가·성장 정책 |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 부동산 경기부양의 유혹 | 국제통화제도의 개혁 | 중국, 세계 그리고 한반도 | '고령화 늪'과 집값 | 폐렴을 감기약으로? | 인구와 금융위기 | 경제정책, 종과 횡의 충돌 | 한국의 개발 경험 전수하려면 | 경제민주화? | 경제체제, 이대로 지속될 것인가 | 중국은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까 | 저성장 시대로 접어드는가 | '피터팬신드롬'과 중소기업정책 | 통화전쟁과 한국 경제 |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규제 완화인가 | 중앙은행의 신뢰성 | 지식은 쓸모 있는 것인가 | 경제부총리와 금본위제도 | 중국의 경제개혁 | 전세대란,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 한국 경제, 구조개혁으로 활력 찾아야 | 세계 경제구조 변화와 경제정책 | 재균형 | 버냉키 이후의 과제 | 분배구조 개선해야 지속성장 가능하다 | 서비스업 활성화의 빛과 그림자 | 중국 경제의 미래 | 지도에도 없는 길 | 공적연금 개혁 | 금융위기는 다시 온다 | 고성장 없이도 행복한 나라 되어야 | 지금 한국 경제 상황이 그리도 급박한가 | 추격형 사회에서 선도형 사회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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