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것들과 혐오의 미학(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HK+사업단 학술연구총서 14)(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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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것을 보는 시선,
예술 작품 속의 혐오 정동을 조명하다
밀어내는 동시에 끌어당기는 힘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그동안 현대사회에 만연한 ‘혐오’에 천착해 온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HK+ 사업단 학술연구총서가 이번 총서 14권에서는 설치, 회화, 사진, 소설 등 여러 장르의 예술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혐오 정동에 주목하였다. ‘버려진 것들’은 혐오 정동을 일으킨다. 버려진 것들은 쓰레기, 오물, 오염물질 등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이 이야기하는 ‘버려진 것들’에는 사회에서 배제된 인간, 필요 없다고 치부되는 사물들, 너무 작거나 혹은 너무 거대해서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것들도 포함된다. 따라서 이 책은 그것들에 관한 예술적 표현으로부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던 여러 소외를 읽어낸다.
이 책이 기획된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서울의 관훈갤러리에서 폐기물, 재생, 생태주의, 그리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기억을 주제로 다섯 명의 작가가 모여 〈재생 버튼: 버려진 것들의 귀환을 위한 리-플레이〉(2023) 전시를 꾸렸다. 연구자들과 작가들은 서로 의견을 나누었고, 그 생각의 흔적을 이 책에 담았다. 책은 총 두 개의 부로 구성하였다. 1부는 미학, 철학, 미술사, 문학의 이론적 시선 안으로 버려진 것들을 혐오의 논리와 함께 끌어들인다. 2부는 연구자들과 〈재생 버튼〉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이론가들과 각각 한 쌍이 되어 서로 소통한 결과물을 전시 기획자인 정은영의 기획 의도와 함께 수록하였다.
책은 인간이 원하는 상태인 깨끗함과 매끄러움을 위해서 매 순간 버려지고 소외되며, 보이지 않아야 하는 존재들에 주목하면서 동시에 하나의 중요한 함의를 주는데, 그것은 그 혐오 정동이 양가적이라는 것이다. 밀어냄과 끌어당김을 동시에 일으키는 일견 모순적으로 보이는 그 정동은 예술 작품 속에서 빛을 발한다. 예술 작품들은 존재를 아우르듯이, 때로는 모순 자체를 그저 보여주듯이, 버려진 것들을 담고, 표현하고, 이야기한다.
예술 작품 속의 혐오 정동을 조명하다
밀어내는 동시에 끌어당기는 힘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그동안 현대사회에 만연한 ‘혐오’에 천착해 온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HK+ 사업단 학술연구총서가 이번 총서 14권에서는 설치, 회화, 사진, 소설 등 여러 장르의 예술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혐오 정동에 주목하였다. ‘버려진 것들’은 혐오 정동을 일으킨다. 버려진 것들은 쓰레기, 오물, 오염물질 등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이 이야기하는 ‘버려진 것들’에는 사회에서 배제된 인간, 필요 없다고 치부되는 사물들, 너무 작거나 혹은 너무 거대해서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것들도 포함된다. 따라서 이 책은 그것들에 관한 예술적 표현으로부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던 여러 소외를 읽어낸다.
이 책이 기획된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서울의 관훈갤러리에서 폐기물, 재생, 생태주의, 그리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기억을 주제로 다섯 명의 작가가 모여 〈재생 버튼: 버려진 것들의 귀환을 위한 리-플레이〉(2023) 전시를 꾸렸다. 연구자들과 작가들은 서로 의견을 나누었고, 그 생각의 흔적을 이 책에 담았다. 책은 총 두 개의 부로 구성하였다. 1부는 미학, 철학, 미술사, 문학의 이론적 시선 안으로 버려진 것들을 혐오의 논리와 함께 끌어들인다. 2부는 연구자들과 〈재생 버튼〉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이론가들과 각각 한 쌍이 되어 서로 소통한 결과물을 전시 기획자인 정은영의 기획 의도와 함께 수록하였다.
책은 인간이 원하는 상태인 깨끗함과 매끄러움을 위해서 매 순간 버려지고 소외되며, 보이지 않아야 하는 존재들에 주목하면서 동시에 하나의 중요한 함의를 주는데, 그것은 그 혐오 정동이 양가적이라는 것이다. 밀어냄과 끌어당김을 동시에 일으키는 일견 모순적으로 보이는 그 정동은 예술 작품 속에서 빛을 발한다. 예술 작품들은 존재를 아우르듯이, 때로는 모순 자체를 그저 보여주듯이, 버려진 것들을 담고, 표현하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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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인류세, 기후 위기, 쓰레기의 역습…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생각해야 하는 지점들
"그 어떤 대상도 본래의 내재적 특성에 의해 쓰레기로 규정되지 않는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그 어떤 대상도 본래의 내재적 특성에 의해 쓰레기로 규정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쓰레기는 그것을 무가치하고 무용한 것으로 만드는 외적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지며, 따라서 관념적·법적 시스템에 의해 가치 있고 높은 영역에서 무가치하고 낮은 영역으로 밀려난다. 바우만의 논의를 따라 이 책은 쓰레기와 같은 '버려진 것들'을 둘러싼 외적인 힘과 구조에 주목하면서, 그 안에서 작용하는 혐오 정동을 들여다본다.
이 책은 우선 조르주 바타유의 이질학을 분석하면서 물질 혐오의 미학적 동역학을 다룬다. 이때 물질 혐오는 정신과 물질의 이분법에서 정신을 오롯이 인간만의 것으로 여기며 자신을 지키고자 애쓰는 인간중심주의적인 태도와 관련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이 많은 부분에서 '인류세'를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인류세의 현실은 복잡하다. 인공물의 과잉 생산과 소비, 무차별적으로 버려지는 폐기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태적 위기… 이때 인공물들의 쓸모 있음/쓸모없음을 결정짓는 온갖 자본주의적 행위가 인류세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버려진 사물의 문제를 신유물론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다시 그것을 네오-아방가르드의 일면인 미니멀리즘과 정크아트로 가져와 재구성한다. 이때 버려진 사물에 대한 신유물론의 관점은 현대 예술에서 '정크'나 '오브제'라는 인간주의적 관점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인류세에 현대 예술과 비인간 사물 사이에 새로운 미학적 관계를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요청하고자 한다.
동시대 미술의 이질학적 전략, 이질적인 것과의 '공존'
이 책은 쓸모없는 것으로 내던져진 것들, 보이지 않도록 폐기 처분된 것들을 다각적으로 가시화하고 비판적으로 담론화하기 위해 동시대 미술이 사용하는 '이질학적 전략'을 개괄하여 쓰레기를 다루는 동시대 미술 실천의 지형을 파악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조르주 바타유의 이질학을 비롯한 여러 이론과 담론을 참조하여 현대 및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실천을 살펴본다.
동시대 미술은 글로벌 자본주의 체계에서 버려지고 폐기된 것들을 사물/매체, 자연/생태, 노동/흐름의 측면에서 탐구하고 현대의 고고학, 인류세와 생태학, 후기식민주의 등을 가로지르면서 동질화된 체계를 교란하는 낯설고 이질적인 전략을 사용한다. 동시대 미술은 폐기물의 경제, 생태, 정치, 문화가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이질적인 시공간을 드러내고, 나아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관계, 저항, 연대를 가시화함으로써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이질학적 이해와 실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유와 배설이 필연적으로 동시에 일어나는 과정이라면, 우리는 우리가 배설한 것과 함께 살아야 한다. 동시대 미술은 이질적인 것과 공존하며 우리 자신이 이질적인 존재로 살아야 함을, 또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음을 역설한다.
문학에서 나타나는 혐오 정동, '비인간' 존재에 대하여
혐오가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혐오 존재가 새로운 혐오 대상을 찾아 나서는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인식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인권'이라는 관념에 내재된 인간중심주의를 상대화해 사고할 수 있는 대전환의 인식이 아닌지 이 책의 저자는 묻는다. 인간중심주의가 전제하는 '인간'이란 결국 '정상성(normality)'에 기초한 관념이다. 이 책이 일본 작가의 원폭소설을 디스토피아 문학 범주와 연관해 사유하는 것은, 바로 지금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범람하는 심각한 혐오 양상들을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매개이자 기원의 하나로서 원폭소설에 주목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디스토피아/디스토피아 문학의 본질을 탐구해 보고자 함이다. 피폭자, 피차별 부락민 등이 생물학적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정상성에서 일탈한 비정상적 존재, 이른바 '비인간'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 물질 등 생물학적 인간 밖의 '비인간' 존재와의 횡단적 고찰은 혐오 문제를 사유함에 있어서 향후 더욱 착목해야 할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재생 버튼〉 전시 작가들의 이야기
글로벌 자본주의의 가치체계를 떠받치는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의 분류,
효용성과 무용성의 척도, 포함과 배제의 법칙을 흔들다
2023년 봄 관훈갤러리에서 열린 〈재생 버튼〉 전시는 버려진 것들을 주워 모으고, 폐기된 존재들을 불러들이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을 집중 조명했다. 버려진 것들은 우리가 매일 내다 버리는 쓰레기부터 사회의 주변이나 자연의 끝자락으로 밀어낸 이질적인 존재들, 사회에서 배제된 인간들, 훼손된 환경 속에서 절멸의 위기에 처한 생물들을 망라한다. 전시에 참여한 다섯 명의 작가들은 버려진 것들을 다시 들여와 사회적인 폐기 작동에 숨겨진 논리와 부조리한 과정을 주시하도록 이끈다. 이들은 전 지구적인 산업화와 사회적인 상징 구조가 추방한 것들을 상품과 쓰레기, 파괴와 재건, 사멸과 소생 사이의 틈에 옮겨놓고 '재생 버튼'을 누른다. 이들이 시도하는 재생은 못 쓰게 된 물건에 다시금 쓰임을 부여하는 재활용을 넘어, 파괴와 죽음으로부터 생성과 생명으로 넘어가는 회생을 유도하고, 언제든 폐기될 수 있는 것들이 주어진 용도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유희하도록 해방하는 '리플레이'라 할 수 있다.
◆ 이종관, 넝마주이의 브리콜라주
이종관은 쓰레기, 폐기물, 잡동사니 사물들을 선별하여 줍고, 소중히 그러모아, 우리의 눈앞에 펼쳐놓는다. 이종관이 다녀온 각 나라별 박스 안에는 체계나 원칙 없이 걷어 올린 인상의 파편들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는 박스의 수많은 것들 중 하나를 끄집어내어 다른 하나 또는 두 개와 툭툭 연결시킨다. 파편들이 연결되어 새로운 형상이 되고 그것을 '지금 여기'에 위치시킨다. 하나의 조각이 존재했던 시공간을 둘러싼 온갖 기억과, 그 이후의 궤적들을 이어 붙이는 작업이다. 우리는 파편들의 '예전'과 '지금'이 번쩍이며 만나 예기치 못한 별자리를 형성하는 것을 목격한다.
◆ 김지은, 쓰레기 위의 쓰레기 아래의 쓰레기
정화, 개발, 발전이 서로 뒤엉킨 정동은 언젠가 한국 사회가 소비자본주의로 물들어 갈 때, 신상품을 무한히 소비해야만 하는 강박으로 변주했다. 김지은은 정화 = 개발 = 발전의 사회적 양상을 '계획된 진부화'라고 말한다. 깨끗하고 말쑥하고 선명한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괴물성은 자신의 덩치에 걸맞은 쓰레기 산을 건설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위력으로 그것을 숨기려는 음흉함이다. 김지은의 작품에서는 서울의 그런 괴물성이 스산하게 드러난다. 초고도 인공물들의 스카이라인으로 이어진 도시는 무척 아름답다. 도시의 깨끗함과 거대함은 그 중심부에서 밀려난 어느 시민들의 지각을 크기와 위력에서 압도해 버린다.
◆ 김승현, 현존의 아상블라주
현실의 평범한 사물이나 이미지를 집적하여 입체·설치와 평면 작업으로 구현하는 김승현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 속 발견술이다. 작품에 대형 빗자루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계기도 발견의 순간에서 비롯되었다. 작업실에 세워져 있는 플라스틱 빗자루가 불현듯 시선을 붙든 것이다. 김승현은 이 방향성을 뒤집는다. 말하자면 고정된 대상에 흐름을 부여하고 사물이 가능한 힘 있게 발화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평범하고 낯익은 사물이 '낯선 우아함'의 형태로 탈바꿈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김승현에 의해 활력이 더해진 사물은 다시 인간에게 생기를 전달한다.
◆ 서인혜, 할머니의/와 몸빼
서인혜는 할머니의 이름과 나이와 얼굴이 아니라, 몸빼 무늬로 할머니들을 그리고 기록했다.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화려한 색과 무늬를 왜 선호하는지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할머니들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가까워졌고,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놀랍게도 밝고 요란한 몸빼 무늬는 할머니들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저 읍내 장날 며느리나 딸이 사다 주어서 입는, 대량생산되어 쉽게 구할 수 있고 미적 취향이나 가치관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흔하디 흔한 무늬의 몸빼. "어떻게 보면 이렇게 만들어진 부분 자체가 그들의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작가의 지적은 할머니들의 정체성을 정확히 꿰뚫고 있을지도 모른다.
◆ 김순선, 지구의 옷으로 그린 툴루의 초상
지구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말해주는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지의'다. 김순선은 지구 최초의 생명체이자, 균류와 조류의 공생체이며, 오늘날에는 특히 지표생물로 인식된다는 점에 주목해서 지의를 소재이자 주제로 택했다고 말한다. 작가에게서 지의는 생물학 혹은 생태학의 대상에서 미적 대상으로 전환되는데, 그렇다고 양자가 서로를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에 대해 필요조건으로 작용한다. 작가는 생물학 내에서 지의류에 대한 기존의 연구와 최신 동향을 꾸준히 검토하고 이를 자신의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를테면 지의류가 균류의 포자의 형태로 공중을 날아다니다가 바위나 나무껍질에 안착해서 번식한다는 사실에서 착안해서 물감을 떨어뜨리거나 흩뿌리는 등의 기법을 사용하는 식이다.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생각해야 하는 지점들
"그 어떤 대상도 본래의 내재적 특성에 의해 쓰레기로 규정되지 않는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그 어떤 대상도 본래의 내재적 특성에 의해 쓰레기로 규정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쓰레기는 그것을 무가치하고 무용한 것으로 만드는 외적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지며, 따라서 관념적·법적 시스템에 의해 가치 있고 높은 영역에서 무가치하고 낮은 영역으로 밀려난다. 바우만의 논의를 따라 이 책은 쓰레기와 같은 '버려진 것들'을 둘러싼 외적인 힘과 구조에 주목하면서, 그 안에서 작용하는 혐오 정동을 들여다본다.
이 책은 우선 조르주 바타유의 이질학을 분석하면서 물질 혐오의 미학적 동역학을 다룬다. 이때 물질 혐오는 정신과 물질의 이분법에서 정신을 오롯이 인간만의 것으로 여기며 자신을 지키고자 애쓰는 인간중심주의적인 태도와 관련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이 많은 부분에서 '인류세'를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인류세의 현실은 복잡하다. 인공물의 과잉 생산과 소비, 무차별적으로 버려지는 폐기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태적 위기… 이때 인공물들의 쓸모 있음/쓸모없음을 결정짓는 온갖 자본주의적 행위가 인류세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버려진 사물의 문제를 신유물론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다시 그것을 네오-아방가르드의 일면인 미니멀리즘과 정크아트로 가져와 재구성한다. 이때 버려진 사물에 대한 신유물론의 관점은 현대 예술에서 '정크'나 '오브제'라는 인간주의적 관점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인류세에 현대 예술과 비인간 사물 사이에 새로운 미학적 관계를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요청하고자 한다.
동시대 미술의 이질학적 전략, 이질적인 것과의 '공존'
이 책은 쓸모없는 것으로 내던져진 것들, 보이지 않도록 폐기 처분된 것들을 다각적으로 가시화하고 비판적으로 담론화하기 위해 동시대 미술이 사용하는 '이질학적 전략'을 개괄하여 쓰레기를 다루는 동시대 미술 실천의 지형을 파악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조르주 바타유의 이질학을 비롯한 여러 이론과 담론을 참조하여 현대 및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실천을 살펴본다.
동시대 미술은 글로벌 자본주의 체계에서 버려지고 폐기된 것들을 사물/매체, 자연/생태, 노동/흐름의 측면에서 탐구하고 현대의 고고학, 인류세와 생태학, 후기식민주의 등을 가로지르면서 동질화된 체계를 교란하는 낯설고 이질적인 전략을 사용한다. 동시대 미술은 폐기물의 경제, 생태, 정치, 문화가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이질적인 시공간을 드러내고, 나아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관계, 저항, 연대를 가시화함으로써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이질학적 이해와 실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유와 배설이 필연적으로 동시에 일어나는 과정이라면, 우리는 우리가 배설한 것과 함께 살아야 한다. 동시대 미술은 이질적인 것과 공존하며 우리 자신이 이질적인 존재로 살아야 함을, 또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음을 역설한다.
문학에서 나타나는 혐오 정동, '비인간' 존재에 대하여
혐오가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혐오 존재가 새로운 혐오 대상을 찾아 나서는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인식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인권'이라는 관념에 내재된 인간중심주의를 상대화해 사고할 수 있는 대전환의 인식이 아닌지 이 책의 저자는 묻는다. 인간중심주의가 전제하는 '인간'이란 결국 '정상성(normality)'에 기초한 관념이다. 이 책이 일본 작가의 원폭소설을 디스토피아 문학 범주와 연관해 사유하는 것은, 바로 지금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범람하는 심각한 혐오 양상들을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매개이자 기원의 하나로서 원폭소설에 주목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디스토피아/디스토피아 문학의 본질을 탐구해 보고자 함이다. 피폭자, 피차별 부락민 등이 생물학적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정상성에서 일탈한 비정상적 존재, 이른바 '비인간'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 물질 등 생물학적 인간 밖의 '비인간' 존재와의 횡단적 고찰은 혐오 문제를 사유함에 있어서 향후 더욱 착목해야 할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재생 버튼〉 전시 작가들의 이야기
글로벌 자본주의의 가치체계를 떠받치는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의 분류,
효용성과 무용성의 척도, 포함과 배제의 법칙을 흔들다
2023년 봄 관훈갤러리에서 열린 〈재생 버튼〉 전시는 버려진 것들을 주워 모으고, 폐기된 존재들을 불러들이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을 집중 조명했다. 버려진 것들은 우리가 매일 내다 버리는 쓰레기부터 사회의 주변이나 자연의 끝자락으로 밀어낸 이질적인 존재들, 사회에서 배제된 인간들, 훼손된 환경 속에서 절멸의 위기에 처한 생물들을 망라한다. 전시에 참여한 다섯 명의 작가들은 버려진 것들을 다시 들여와 사회적인 폐기 작동에 숨겨진 논리와 부조리한 과정을 주시하도록 이끈다. 이들은 전 지구적인 산업화와 사회적인 상징 구조가 추방한 것들을 상품과 쓰레기, 파괴와 재건, 사멸과 소생 사이의 틈에 옮겨놓고 '재생 버튼'을 누른다. 이들이 시도하는 재생은 못 쓰게 된 물건에 다시금 쓰임을 부여하는 재활용을 넘어, 파괴와 죽음으로부터 생성과 생명으로 넘어가는 회생을 유도하고, 언제든 폐기될 수 있는 것들이 주어진 용도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유희하도록 해방하는 '리플레이'라 할 수 있다.
◆ 이종관, 넝마주이의 브리콜라주
이종관은 쓰레기, 폐기물, 잡동사니 사물들을 선별하여 줍고, 소중히 그러모아, 우리의 눈앞에 펼쳐놓는다. 이종관이 다녀온 각 나라별 박스 안에는 체계나 원칙 없이 걷어 올린 인상의 파편들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는 박스의 수많은 것들 중 하나를 끄집어내어 다른 하나 또는 두 개와 툭툭 연결시킨다. 파편들이 연결되어 새로운 형상이 되고 그것을 '지금 여기'에 위치시킨다. 하나의 조각이 존재했던 시공간을 둘러싼 온갖 기억과, 그 이후의 궤적들을 이어 붙이는 작업이다. 우리는 파편들의 '예전'과 '지금'이 번쩍이며 만나 예기치 못한 별자리를 형성하는 것을 목격한다.
◆ 김지은, 쓰레기 위의 쓰레기 아래의 쓰레기
정화, 개발, 발전이 서로 뒤엉킨 정동은 언젠가 한국 사회가 소비자본주의로 물들어 갈 때, 신상품을 무한히 소비해야만 하는 강박으로 변주했다. 김지은은 정화 = 개발 = 발전의 사회적 양상을 '계획된 진부화'라고 말한다. 깨끗하고 말쑥하고 선명한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괴물성은 자신의 덩치에 걸맞은 쓰레기 산을 건설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위력으로 그것을 숨기려는 음흉함이다. 김지은의 작품에서는 서울의 그런 괴물성이 스산하게 드러난다. 초고도 인공물들의 스카이라인으로 이어진 도시는 무척 아름답다. 도시의 깨끗함과 거대함은 그 중심부에서 밀려난 어느 시민들의 지각을 크기와 위력에서 압도해 버린다.
◆ 김승현, 현존의 아상블라주
현실의 평범한 사물이나 이미지를 집적하여 입체·설치와 평면 작업으로 구현하는 김승현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 속 발견술이다. 작품에 대형 빗자루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계기도 발견의 순간에서 비롯되었다. 작업실에 세워져 있는 플라스틱 빗자루가 불현듯 시선을 붙든 것이다. 김승현은 이 방향성을 뒤집는다. 말하자면 고정된 대상에 흐름을 부여하고 사물이 가능한 힘 있게 발화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평범하고 낯익은 사물이 '낯선 우아함'의 형태로 탈바꿈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김승현에 의해 활력이 더해진 사물은 다시 인간에게 생기를 전달한다.
◆ 서인혜, 할머니의/와 몸빼
서인혜는 할머니의 이름과 나이와 얼굴이 아니라, 몸빼 무늬로 할머니들을 그리고 기록했다.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화려한 색과 무늬를 왜 선호하는지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할머니들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가까워졌고,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놀랍게도 밝고 요란한 몸빼 무늬는 할머니들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저 읍내 장날 며느리나 딸이 사다 주어서 입는, 대량생산되어 쉽게 구할 수 있고 미적 취향이나 가치관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흔하디 흔한 무늬의 몸빼. "어떻게 보면 이렇게 만들어진 부분 자체가 그들의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작가의 지적은 할머니들의 정체성을 정확히 꿰뚫고 있을지도 모른다.
◆ 김순선, 지구의 옷으로 그린 툴루의 초상
지구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말해주는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지의'다. 김순선은 지구 최초의 생명체이자, 균류와 조류의 공생체이며, 오늘날에는 특히 지표생물로 인식된다는 점에 주목해서 지의를 소재이자 주제로 택했다고 말한다. 작가에게서 지의는 생물학 혹은 생태학의 대상에서 미적 대상으로 전환되는데, 그렇다고 양자가 서로를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에 대해 필요조건으로 작용한다. 작가는 생물학 내에서 지의류에 대한 기존의 연구와 최신 동향을 꾸준히 검토하고 이를 자신의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를테면 지의류가 균류의 포자의 형태로 공중을 날아다니다가 바위나 나무껍질에 안착해서 번식한다는 사실에서 착안해서 물감을 떨어뜨리거나 흩뿌리는 등의 기법을 사용하는 식이다.
목차
목차
서문_이재준
1부
01 오물의 미학_한의정
1. 오물(汚物), 더러운 물질
2. 바타유의 이질학
3. 아브젝시옹, 아브젝트, 그리고 비정형
4. 아브젝트들의 예술
02 버려진 사물, 미학적 단면_이재준
1. 여지없이 인간적이다
2. 버려진 사물들
3. 오브제
4. 그 '오브제'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사물
5. 글을 맺으며
03 쓰레기의 역습과 동시대 미술의 실천_정은영
1. 쓰레기 요새 속의 삶
2. 이질학과 폐기물
3. 동시대 미술의 이질학적 전략과 실천
4. 이질적인 존재로 살아가기
04 오염되어 버려진 존재들: 원폭소설로 보는 혐오 정동의 증식과 디스토피아 문학_이지형
1. 디스토피아 문학의 조건과 원폭문학
2. 원폭소설의 안과 밖
3. 오염, 감염, 혐오: 이노우에 미쓰하루의 원폭소설 『손의 집』
4. 혐오 정동의 증식과 차별의 구조: 『지상의 무리들』의 무리들
5. 나가며
05 가이아, 버려진 이름에서 시대의 얼굴이 되기까지: 스텐게르스, 라투르, 해러웨이의 가이아론 또는 가이아 이야기_이지선
1. 인류세와 가이아의 복권
2. 가이아라는 이론 혹은 이름의 탄생
3. 스텐게르스: 가이아 명명하기
4. 라투르: 가이아 대면하기
5. 해러웨이: 가이아 또는 툴루세라는 말썽(트러블)에 기거하기
2부
00 재생 버튼: 버려진 것들의 귀환을 위한 리-플레이_정은영
01 이종관, 넝마주이의 브리콜라주_한의정
이종관 작가 인터뷰
02 김지은, 쓰레기 위의 쓰레기 아래의 쓰레기_이재준
1. 거주의 사회
2. 혐오의 회귀 운동
3. 거주의 임의성
4. 화성은 화성이다
김지은 작가 인터뷰와 작가 노트
03 김승현, 현존의 아상블라주: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서 진동하기_김보라
김승현 작가 인터뷰와 작가 노트
04 서인혜, 할머니의/와 몸빼_유수정
1. 몸빼 12벌
2. 시간의 사물로
3. 여성이 입는 노동, 그 역사까지
4. 여성의 몸, 노동, 시간
서인혜 작가 인터뷰
05 김순선, 지구의 옷으로 그린 툴루의 초상_이지선
지의류, 지구의 '옷'이라는 생물
지구의 새로운 표상: 가이아와 툴루(세)
툴루의 초상
김순선 작가 인터뷰
1부
01 오물의 미학_한의정
1. 오물(汚物), 더러운 물질
2. 바타유의 이질학
3. 아브젝시옹, 아브젝트, 그리고 비정형
4. 아브젝트들의 예술
02 버려진 사물, 미학적 단면_이재준
1. 여지없이 인간적이다
2. 버려진 사물들
3. 오브제
4. 그 '오브제'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사물
5. 글을 맺으며
03 쓰레기의 역습과 동시대 미술의 실천_정은영
1. 쓰레기 요새 속의 삶
2. 이질학과 폐기물
3. 동시대 미술의 이질학적 전략과 실천
4. 이질적인 존재로 살아가기
04 오염되어 버려진 존재들: 원폭소설로 보는 혐오 정동의 증식과 디스토피아 문학_이지형
1. 디스토피아 문학의 조건과 원폭문학
2. 원폭소설의 안과 밖
3. 오염, 감염, 혐오: 이노우에 미쓰하루의 원폭소설 『손의 집』
4. 혐오 정동의 증식과 차별의 구조: 『지상의 무리들』의 무리들
5. 나가며
05 가이아, 버려진 이름에서 시대의 얼굴이 되기까지: 스텐게르스, 라투르, 해러웨이의 가이아론 또는 가이아 이야기_이지선
1. 인류세와 가이아의 복권
2. 가이아라는 이론 혹은 이름의 탄생
3. 스텐게르스: 가이아 명명하기
4. 라투르: 가이아 대면하기
5. 해러웨이: 가이아 또는 툴루세라는 말썽(트러블)에 기거하기
2부
00 재생 버튼: 버려진 것들의 귀환을 위한 리-플레이_정은영
01 이종관, 넝마주이의 브리콜라주_한의정
이종관 작가 인터뷰
02 김지은, 쓰레기 위의 쓰레기 아래의 쓰레기_이재준
1. 거주의 사회
2. 혐오의 회귀 운동
3. 거주의 임의성
4. 화성은 화성이다
김지은 작가 인터뷰와 작가 노트
03 김승현, 현존의 아상블라주: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서 진동하기_김보라
김승현 작가 인터뷰와 작가 노트
04 서인혜, 할머니의/와 몸빼_유수정
1. 몸빼 12벌
2. 시간의 사물로
3. 여성이 입는 노동, 그 역사까지
4. 여성의 몸, 노동, 시간
서인혜 작가 인터뷰
05 김순선, 지구의 옷으로 그린 툴루의 초상_이지선
지의류, 지구의 '옷'이라는 생물
지구의 새로운 표상: 가이아와 툴루(세)
툴루의 초상
김순선 작가 인터뷰
저자
저자
이재준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부교수이다. 고려대학교와 홍익대학교에서 심리학, 철학, 미학 등을 연구했으며, 최근에는 비인간주의, 신물질주의, 트랜스/포스트휴머니즘을 배경으로 미학-정치, 미학-생태주의의 쟁점들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인간이 비인간 사물 및 기계와 맺는 상호 의존적 관계에서 어떻게 예술 표현이 생성되는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저서로 『물질혐오』(공저, 2023), 『상처 입은 몸』(공저, 2023) 등을 출판했으며, 논문으로 「한국에서 비인간론의 연구 동향」(2024), 「안드로이드 과학과 포스트휴먼 언캐니」(2023), 「과학기술 극장」(2023), 「버려진 것의 겹들」(2023), 「신유물론자의 기계」(2023), 「장애의 물질적 전환과 회집체」(2023), 「혐오의 정동」(2021), 「아브젝트, 혐오와 이질성의 미학」(2021) 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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