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연필
시인의 사물 감성사전
권혁웅의 감성사전, 그 세번째 이야기「사물」『생각하는 연필』. 이 기획은 사전의 방대함과 감성의 세세함과 그림의 상징함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다시 말해 책을 읽는 맛과 책을 쓰는 맛과 책을 보는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쓰이고 그려지고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세번째 주제를 ‘사물’로 삼아 여기 460페이지의 두툼한 사전 형식의 책 한 권으로 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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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권혁웅의 감성사전, 그 세번째 이야기 <사물>
『생각하는 연필』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문단 안팎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권혁웅의 산문집 『생각하는 연필』을 펴낸다. 책에 붙은 시리즈 이름이 '시인의 감성사전'인 데서 미루어 짐작하실 수 있듯 이 기획은 사전의 방대함과 감성의 세세함과 그림의 상징함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다시 말해 책을 읽는 맛과 책을 쓰는 맛과 책을 보는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쓰이고 그려지고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세번째 주제를 '사물'로 삼아 여기 460페이지의 두툼한 사전 형식의 책 한 권으로 빚어냈다.
책의 무시무시한 두께에 입이 떡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리 놀랄 일은 아니겠다. 술술 읽혀나가기 때문이다. 일단은 재미나다.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 유연성과 탄력이 그 속도를 좌우한다면 권혁웅은 타고난 단거리 주자다. 한달음에 치고 나가는 근육의 힘이 여간 아니라서 아무리 복잡하고 아무리 어려운 사유가 뻗어나간다 해도 읽는 우리들로 하여금 금세 만만하게 따라잡게 만든다. 무엇보다 정확한 문장들이 책장을 채우고 있다. 아무렴, 유머와 위트는 기본이다. 다독과 다작이 절묘하게 균형감을 이뤘을 때 선보일 수 있는 글쓰기의 전형적인 스타일, 그 선례이다.
이 글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계간 『풋,』, 월간 『문장 웹진』과 『현대시』에 연재되었던 원고에 보태기를 하여 '사물'에 관한 그의 사유들을 완성해낸 것이다. 단추, 빵, 클립, 하나(1), 그릇, 시소, 등, 숟가락, 뚜껑&마개, 도넛, 연필, 꼬리, 글자, 지도, 거울, 가면, 이불, 정원, 무덤, 그물, 인형, 이렇게 총 21개의 사물들이 지극히 건강하게 수다스러운 저자 권혁웅의 입을 빌려 챕터마다 자유자재로 '놀고' 있는데, 그 가짓수가 386개에 이른다. '몸'과 '동물'에 이어 세번째 감성사전의 테마로 '사물'을 선택하게 된 시인만의 남다른 이유라도 있을까.
이 책은 '사물들'을 호명한 글이며, 사물들에 관한 특별한 종류의 사전이다. 각 장의 표제로 올라 있는 한 사물이 다른 사물, 사람, 세상과 어떻게 연계되었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한 사물과 다른 존재자들과의 연대를 밝힌다는 점에서 이 글은 유비의 지평을 품고 있으며, 이 지평선 너머에서 아마도 시가 태어날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글은 어떻게 보면 시작메모이고 어떻게 보면 산문시이며 다시 보면 그냥 에세이다. (p4 「자서」중에서)
각 사물에서 파생되는 갖가지 이야기들에 있어 묘한 지점이라고 하면 글마다 그 스타일이라는 게 무대 뒤에서 디자이너의 스케치에 따라 훌렁훌렁 옷을 잘도 갈아입는 모델처럼 변신을 잘도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서노트였다가 일기였다가 시작메모였다가 산문시였다가 글의 섭동에서 오는 스타일의 자유로움을 자랑하며 우리 몸에 대한 다각도의 이해를 구하는 이 책은 그러므로 전방위 글쓰기 교본이라 해도 무리이지는 않을 것만 같다. 그 다양성을 다음의 예시를 통해 증명해보자면 이렇다.
여기 이런 시작메모가 있다.
삼겹살, 오겹살은 무슨 서책 같아. 어디에 클립을 꽂아야 할까? 우리집 가장도 두툼한 한 권의 책이 되어가고 있네. 사서史書와 가계부를 합본한, 그런 책이라네. (p55 「합본한 책」전문)
무한대 기호∞는 누운 팔8자 모양이기도 하다. 당신이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다면, 이런 말도 하는 것이겠지. 우리의 멀어짐은 어쩌면 팔자라고. (p69 「∞=8」전문)
컵에 달린 손잡이는 뜨거운 잔을 만질 때 데지 말라고 달아놓은 겁니다. 그것참, 그럴듯해요. 거 왜, 처음 애인 사귈 때 손부터 잡잖아요? 입술부터 대면 데고 말기 때문이지요. (p83 「초보자용 컵」전문)
공동묘지가 망자들의 아파트라면 선산은 망자들의 집성촌이죠. 어느 쪽이나 죽음이 우리에게 빌려주는 영구임대주택이에요. (p394 「죽어서 가는 주거 공간 1」전문)
더불어 이런 산문시들이 있다.
벙어리장갑을 끼면, 하나에도 큰 하나가 있고 작은 하나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엄지가 작은 하나고 나머지 부분이 큰 하나라고요? 그 반대죠. 엄지를 치켜세우기 위해서 힘을 모으는 저 착한 나머지들을 보세요. 당신이 최고라고 말하는 저 예쁜 하나를 떠받치는 다른 하나 속에 든 넷을요. (p60 「1+4=2」전문)
경남 창녕의 송현동 고분에서 발견된 순장은 참 아프다. 아리따운 소녀도 아프지만, 아이를 억지로 데리고 들어간 주인 때문에 더 아프다. 자기 혼자는 억울하니, 시종들을 다 데리고 가겠다는 심보 말이다. 밥 한 그릇으로 만족할 수 있겠냐고, 국그릇도 있고 반찬 그릇도 옹기종기 좀 모여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만찬이 나쁜 건 아니지만 그것참, 그 주인도 밥을 먹는 자가 아니라 밥그릇 하나에 불과했던 것을. (p78 「가야식 만찬」전문)
바바리맨이 바바리를 열어 제 몸을 공개할 때, 어쩌면 그는 알몸이라는 유니폼을 입은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당황한 여학생들이 비명을 지를 때, 아이들은 그가 알몸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쓴 가면이 너무 그럴듯해서 소리를 지르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바바리맨은 그러니까 시선에 노출됨으로써 시선 바깥으로 무한히 도망가는 거지. 자기 얼굴을 인쇄한 쫄쫄이 가면을 쓰고. 자기 몸피에 딱 맞는 투명 옷을 입고. (p336 「연소자관람불가면을 쓰다」전문)
그리고 이런 에세이들이 있다.
단추가 부와 권력의 상징이라는 건 커프스버튼을 보면 안다. 소매의 두 쪽을 나란히 포개는 일반 단추와 달리, 커프스버튼은 안에서 밖으로 걸어서, 소매 두 쪽의 모양을 바깥으로 삐죽 튀어나오게 만든다. 남자의 겉옷 장식이 변해서 된 게 커프스버튼이다. 단추 하나에도 부와 권력을 과시하다니, 남자들이란 참. 단추 하나에 흠뻑 빠지는 여자들은 또 어떻고. 소매 벌어지지 말라고 다는 게 단추 아닌가 말이다. 부와 명예에 그렇게 사로잡혀서 어쩌겠는가 이 말이다. 커프cuff를 복수로 쓰면 쇠고랑handcuffs이란 뜻이다. (p25 「소맷부리버튼」 전문)
젊은 사람도 몸속에 지팡이 하나를 넣어두고 다닌다. 꼿꼿하게 선 사람이 바로 1이다. 나이가 들어 등이 굽으면 그러니까 2가 되면 비로소 지팡이가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12는 완전수다. 무엇보다도 연륜이 거듭된 숫자이기 때문이다. (p66 「젊으면 1, 늙으면 12」전문)
카뮈는 늘 자동차 사고로 죽는 것보다 무의미한 일은 없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 처음 문장과 두번째 문장은 아무 관련이 없지만, 우리는 둘을 원인과 결과로 묶어서 말하곤 하지. 그가 부조리 문학의 원조가 된 건 이 때문일 거야. (p321 「가장 허무한 가면」전문)
글만큼 맛깔 나는 삽화는 서양화가 변웅필이 맡아주었다. 한 권의 책으로 한 세계를 엿보는 거시적인 무게감도 큰 의의가 있겠지만 한 챕터의 글로 한 세계를 엿본다 할 때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것이 바로 이 『생각하는 연필』이다. 변웅필의 컬러풀한 그림은 글과 나란히 놓였을 때와 글 없이 홀로 놓였을 때 그 뉘앙스를 매우 다르게 풍긴다. 그 차이를 감안해서 책장을 넘겨봐도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을 '사물에 대한 한 권의 백과전서'라 부를 수 있는 데는 아시다시피 보시다시피 읽으면서 찾고 또 보면서 찾으라는 시인과 화가의 친절한 배려가 합작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일 거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전은 브리태니커도 위키피디아도 아니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고 또 없을 내가 만든 나만의 사전! 우리 모두 저마다의 관심사로 저마다의 사전을 편찬해보자는 야심한 포부 아래 이 책은 그저 소박한 샘플이라 여겨주시길.
추천의 글
이것은 뜻밖의 사전이다! 독법의 방향에 따라 지극한 사랑 사전이 되기도 하며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21세기 사전'이 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읽는 사람이 완성해갈 수 있도록 다양한 맵을 내장한 능동형·개방형 사물 사전이라는 사실.
단추에서 인형까지, '21개의 사물'은 힘이 센데 유머러스하기까지 한 '트랜스포머'들이다. 하나만 살짝 공개하면, '시소'는, 프로이트의 사유로, 카메론의 영화로, 경상도식 사투리로, 생명을 마주한 시소인 심전도로, 단칸방으로, 난독증으로, 태백선으로, 개복치로, 그네를 밀어주는 이는 나를 날게 해주는 사람(조력자)이지만 "시소에서 만나는 이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놀이터에서 발견한 사랑으로, 이어지고 탈주하는 식.
이 책을 읽고 내가 알게 된 것. 우리가 "생각하는 연필"이라는 것. "지우개 매단 연필이 인간의 자화상이란 뜻이에요." "클립의 바깥 부분을 60도 각도로 접으면 하트 모양"이 된다는 것. 슬하에서 돌봐주었는데 엄마의 아픈 무릎을 잘 보고 있지 않다는 것. "등잔 밑이 어둡다"고요! 또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긴 자신감. "어서어서 저녁을 먹으러 가야 하는데, 바다가 보이지않는"다는 펭귄을 만나도 당황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뜻밖의 펭귄 손을 잡고 '어서어서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이원(시인)
작가의 말
이 책은' 사물들'을 호명한 글이며, 사물들에 관한 특별한 종류의 사전이다. 각 장의 표제로 올라 있는 한 사물이 다른 사물, 사람, 세상과 어떻게 연계되었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한 사물과 다른 존재자들과의 연대를 밝힌다는 점에서 이 글은 유비의 지평을 품고 있으며, 이 지평선 너머에서 아마도 시가 태어날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글은 어떻게 보면 시작메모이고 어떻게 보면 산문시이며 다시 보면 그냥 에세이다. 오랫동안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에 대한 매혹이 있었다. 그런 매혹이 이 책을 쓰게 한 동기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2008년에' 몸'을 주제로 한 감성사전을 썼고, 2013년에는 '동물'을 주제로 한 감성사전을 냈다. 나는 혼자서 백과전서파가 되고 싶은 것일까? 이런 시대착오적 기획이 나는 좋다.
『풋』(2009년 봄~2010년 겨울), 월간『 문장 웹진』(2010년 1월~4월)과『 현대시』(2012년 3월~2013년 6월)가 귀중한 지면을 허락해주어서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고맙고 소중한 지면이었다. 편집자 김민정 시인과 또다시 작업할 수 있게 되어서 영광이다. 나보다 뛰어난 감성을 가진 편집자를 만나 행복했다. 언젠가 함께 책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양군이 없었다면 버거운 연재 기간 동안 군데군데 구멍이 났을 것이다. 고마움을 전한다. 책을 쓰는 동안 식구들이 가끔 아팠다. 그때마다 사물이 대신 앓는 소리를 냈다. 나는 신비주의자가 아니지만 세상은 충분히 신비로웠다. 이 책이 읽은 분들 주변의 사물들에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함께 엮여 있음을, 사물들이 세상을 촘촘하게 덮은 유비의 그물코임을, 그래서 한 사물을 들어올리면 세상 전체가 함께 딸려온다는 것을 행복하게 체험하는 경험이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2014년 11월
권혁웅
목차
목차
◆단추
단추가 눈처럼……
포유류와 유대류의 차이
시작이 반, 끝도 반
낙타와 바늘구멍
양변기 앞에서 계산하기
세상을 잠그는 일
세상을 여는 일
엉뚱하거나 엉큼하거나……
미지의 세계
단추와의 첫사랑
소맷부리버튼
염殮과 염念
◆빵
단군신화
풍선 터뜨리기
만물의 영장
빵에 소금 쳐 먹기
슬픔의 맛
내가 빵집 아가씨는 아니지만……
바게트는 무서워
치아바타는 불쌍해
중국식 음담패설
속담 잇기 놀이
삼단 케이크
오늘의 운세
삼단논법
◆클립
사무실에서 유혹하기
사무실에서 연애하기
사무실에서 이별하기
앨리스의 영어 공부
과장법
완곡어법
접기 놀이
도시락에 넣어둔 호빵처럼……
변신의 귀재들
손길
사무실에서 추억하기
100만 불짜리 클립
100만 개는 되는 클립
합본한 책
◆하나(1)
1+9=11
1+1=1 혹은 2+2=1
1+4=2
1+1=1-1
1+1+1+1+1+……=1
1=2
10-1=이승
평소에는 1, 화나면 0
젊으면 1, 늙으면 12
앞에선 1, 아래선 2
만날 땐 1, 헤어질 땐 ∞
∞=8
서면 1, 앉으면?
눈 하나의 가격
눈 둘의 가격
긴 하나, 많은 하나
◆그릇
중국식 만찬
러시아식 만찬
가야식 만찬
극지방에서의 만찬
길에서의 만찬
유물론자들의 만찬
이태백 생각
초보자용 컵
그릇을 두드리며 노래하다
눈물이 새는 그릇
그릇된 삼각관계
잔에 담긴 소리
배반이 낭자
선혈이 낭자
두 손도 맞들면 낫다
청춘
◆시소
프로이트식 실패 놀이
카메론식 소개팅 놀이
경상도식 소꿉놀이
보르헤스식 거울놀이
영지주의식 전쟁놀이
고장난 시소 A
고장난 시소 B
고장난 시소 C
평균대 위의 펭귄
책 속의 타잔
선로 위의 조로
양다리 위의 지구
풍선과 트림
이별과 요요
놀이터의 사랑
놀이터의 철학
◆등燈
등잔 밑이 어둡다
족두리하님의 증언
등대와 심장
내 머리맡의 미인
적목현상
남극의 가화만사성
괄목상대
부처님 오신 날
머리에 불을 붙이다
마음은 깜박이처럼……
연인과 등불
부부와 등불
기억이 말발굽처럼……
데미안 이야기
후회가' 생각하는 사람'처럼……
◆숟가락
아주 작은 숟가락
아주 큰 숟가락
첫번째 밥통
두번째 밥통
짝사랑
밥 먹다가 반성하기
밥 먹다가 내쫓기
밥 먹다가 지휘하기
밥 먹다가 소원 빌기
밥 먹다가 덜어주기
밥 먹다가 훈계하기
젓가락으로 밥알 세기
하이쿠와 아이쿠
삽으로 밥 먹기
조용히 밥 먹기
지렛대로 빵 먹기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
◆뚜껑&마개
커플 지옥
사지선다
사동과 피동의 차이
알리바바와 40인의 짐승남
버선의 종류
사람이 덮개도 아닌데……
봉투는 늘 입에 풀칠을 한다
봉투는 늘 풀칠한 입을 연다
설상가상
63으로 원샷하기
한 귀로 듣지도, 한 귀로 흘려버리지도 않기
입과 항문 사이
요람과 무덤 사이
시치미의 중요성
행간의 중요성
민주주의의 중요성
◆도넛
엄마라는 이름의 도넛
'빵꾸똥꾸'라는 말
'처묵처묵'이라는 말
토성을 먹는 방법
사신死神의 간식
앨리스의 간식
마지막 간식
절대 도넛에 대한 기억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손에 묻은 설탕으로만 증명되는 시작 메모
입술에 묻은 설탕으로만 증명되는 연대기
우주 도넛
양자택일에 관하여
칭기즈칸의 도넛
어순 도치에 관하여
도넛 양의 요요현상
도넛 양의 지구과학
도넛과 성선설
도넛 군의 자본주의
◆연필
스케치의 힘
'차마'의 힘
짝사랑의 힘
물음표와 느낌표는 어느 것이 더 좋은가?
연필과 볼펜은 어느 것이 더 좋은가?
생각하는 연필
눈 나쁜 연필
등 굽은 연필
반통일세력만이 막차를 탄다
어머니의 마음
번데기의 마음
짜리몽땅 군의 일기
짜리몽땅씨의 초상
돌아이의 초상
마음의 종류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건곤일필乾坤一筆
불로 쓴 문장
◆꼬리
인어 판별법
난자 찾아 삼만리
꼬리뼈의 용도 A
꼬리뼈의 용도 B
꼬리는 몸보다 크다 A
꼬리는 몸보다 크다 B
차가운 꼬리
긴 꼬리
간절한 꼬리
조그마한 꼬리
뜨거운 꼬리
연애가 추리 장르에 속하는 이유
불굴의 강아지입니다람쥐
변소가 식당보다 나은 이유
꽃뱀도 아니면서
꽃뱀이어서……
투덜이에게도 순정은 있다
스팸 전화가 그레코로만은 아니지만
비행기가 무슨 매파는 아니지만
발 없는 말은 어디든 간다
구미호 놀이
◆글자
절대 글자
지워진 글자
노골적인 글자
꾀죄죄한 글자
거대한 글자
부모라는 글자
몸에 새긴 글자
갈 수 없는 나라
누군가의 잔잔한 가슴에 짱돌을 던지는 이유
색안경을 끼고 피카소를 봐야 하는 이유
캥거루들이 폴짝폴짝 뛰는 이유
해부학 교실에서 글자 공부하기
와이키키 해변에서 글자 공부하기
타자기로 위문편지 쓰기
고전적으로 반복해서 쓰기
청춘의 독서
탱글탱글한 독서
이타적인 독서
앵무새의 독서
읽을 수 없는 독서 A
읽을 수 없는 독서 B
그리운missing 미싱mishin
그리운 디제이
책읽기 약사略史
소 뒷다리로 쓴' 쥐'라는 글자
열 번 찍으면 열 번 아프다
미국산 원숭이 이야기
부모님께 쓰는 편지는 왜 그렇게 오래 걸리나?
일기는 어디에 두어야 하나?
◆지도
동방박사와 일곱 난쟁이
절대 지도에 대한 추억
게으름뱅이의 고백
오줌싸개의 고백
우주 연합 음모론
설상가상 음모론
연인들의 대동여지도
화장실로 성지순례 가기
원뿔도법의 정체
수저 철학
천원지방? 천방지방!
메르카토르도법의 정체
춘향과 홍길동과 심봉사는 어디에 사는가?
옴팔로스세계의 배꼽는 어디에 있는가?
옴팔로스세계의 배꼽는 도처에 있다
'나와바리'를 표시한 지도
'베들레헴'을 표시한 지도
샴푸 가게가 표시된 지도
마주보고 눕는다는 것
◆거울
거울은 왜 자기애의 형식인가?
샤워한 다음에 그냥 나오기
하이힐 신고 화장 고치기
애만 아니면 너하고 안 살아
거울의 앞과 뒤
거울의 안과 밖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아직은 돌아와 거울 볼 나이가 아닌
동그랗고 정신없는 거울
아주 기다란 거울
마주한 거울
거울에도 키다리와 난쟁이가 있다
거울에도 합승 아니면 따블이 있다
스타워즈의 비밀
에펠탑의 비밀
국립민속박물관의 비밀
변신의 비밀
자본주의의 비밀
순복음의 비밀
◆가면
하회탈 쓰고 문워크하기
호두까기 인형 포즈로 지휘하기
애인에게
각시탈 생각
버리는 자의 버림받기 놀이
버림받은 자의 버리기 놀이
가장 못생긴 가면
가장 허무한 가면
가장 섹시하고 무서운 가면
가장 복잡한 표정을 한 가면
가장 신성한 가면
율도국에서
무無라는 가면을 쓰다 1
무無라는 가면을 쓰다 2
무無라는 가면을 쓰다 3
무無라는 가면을 쓰다 4
안녕이라는 가면
친구라는 가면
식인종이라는 가면
연소자관람가면을 쓰다
연소자관람불가면을 쓰다
◆이불
종이 이불을 덮다
시체 놀이를 하다
산 사람 놀이를 하다
생각하는 이불
가장 큰 이불
휴대용 이불
사랑은 이불 같은 것
6백만 불짜리 이불
8,250만 불짜리 이불
이불에 갇히다
이불이 되다
이불에 들다
이불 속에서 꿈꾸다
전전반측이라는 단어
안분지족이라는 단어
운우지정이라는 단어
세탁소 주인의 상상
양치기 목동의 상상
꽃 피었다, 이불 깔아라
◆정원
미로 정원 1
미로 정원 2
미로 정원 3
에덴동산과 바벨의 정원
버려진 개들의 정원
대량 살육의 정원
구원의 정원
27진법으로 꾸민 정원
비밀의 정원
물고기가 열매 맺는 정원
동굴 속에 펼쳐진 정원
천사들의 정원
악마들의 정원
유령들의 정원
불사의 정원
필사의 정원
유머의 정원
돈이 있어야 천국이지
"정들면 지옥이지"
정떨어지면 천국이지
하늘 정원은 있었을까?
하늘 정원은 있어요
거기가 무슨 카바레는 아니지만
거기가 무슨 트랙은 아니지만
◆무덤
오대양 젖무덤
삼인방 젖무덤
아이는 시체놀이를 좋아한다
부활의 무덤
살아 있는 무덤
죽어서 가는 주거 공간 1
죽어서 가는 주거 공간 2
살아서 못 가는 주거 공간 1
살아서 못 가는 주거 공간 2
살아서 가는 주거 공간 3
신에게도 무명씨는 있다
때로 죽음은 망자를 보호한다
때로 죽음은 산 자와 거래한다
때로 죽음은 배를 타고 온다
때로 죽음도 죽는다
늙으면 죽어야지 하는 말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동쪽의 제일 큰 무덤
서쪽의 제일 큰 무덤
세계에서 제일 큰 무덤
신의 불사에 대한 논증
악몽에 대한 논증
◆그물
거미 인간의 고백
베드로의 고백
백석의 고백
인어공주의 고백
식인종들의' 아멘'
눈 코 입이 발가락 자리에 모여서는……
'존귀한 나'와는 상관없는 말이지만……
그물 던진 자리
그물 던질 자리
아주 큰 그물
제일 큰 그물
아주 촘촘한 그물
아주 가느다란 그물
그에게 드리운 쇠그물 하나
그에게 드리운 쇠그물 둘
미국의 어부 이야기
러시아의 어부 이야기
망상해수욕장에서
르네상스식 연애에 대하여
흑백논리식 연애에 대하여
그레고리오성가식 연애에 대하여
◆인형
종이 인형들의 세계
브라우니와 함께, 사모님과 함께
잔인한 마리오네트
다정한 마리오네트
슬픈 마리오네트
백로 노는 곳에 까마귀야, 가지 마라
신들의 소꿉장난 A
신들의 소꿉장난 B
신들의 소꿉장난 C
신들의 소꿉장난 D
신들의 소꿉장난 E
칸트의 소꿉장난
아들의 소꿉장난
아이들이 소꿉장난을 좋아하는 이유
아이들이 인형에 쉽게 싫증을 느끼는 이유
인형과 견인차
인형과 뺑소니차
배꼽이 무슨 절취선도 아닌데
시선이 무슨 줄도 아닌데
저자
저자
그런데 시집, 비평집, 연구서는 성격이 뚜렷한 글쓰기다. 그와는 다른, 남독가濫讀家에게 적합한 책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다. 자연과학에서 인문학에 이르는 모든 분야를 관통하는 글, 고백에서 비평에 이르는 모든 어조를 포함한 글을 쓸 수는 없을까? 2008년에 혼자 써온 짧은 글들을 모아 '몸에 관한 어떤 산문시'란 부제를 붙인 에세이를 냈는데, 스타일은 산문집이지만 그게 오랜 소망을 실현한 글쓰기의 새로운 유형임을 알았다. 그뒤로 '필'을 받아 부지런히 글을 썼고 시리즈로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새로이 옷을 갈아입은 첫번째 책 『미주알고주알』은 '몸'을 주제로, 2013년 말에 출간한 두번째 책 『꼬리 치는 당신』은 '동물'을 주제로, 2014년 가을에 펴낸 세번째 책 『생각하는 연필』은 '사물'을 주제로 하여 두툼한 사전의 외향을 따랐다. 현재 「일상어 사전」을 《씨네 21》에 연재하고 있다. 몸이 다른 몸을 향한 지향, 곧 사랑을 품고 있다면 사물이나 동물도 그것으로 유비되는 몸을 거쳐 마찬가지의 사랑을 품는다. 감성학의 다른 이름이 미학이다. 몸의 감관을 통해 받아들이는 감각이 아니고서는 어떤 매혹도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작년에 한 독자가 다섯번째 시집을 낸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여섯번째 시집을 내야지. 뭐 이런 기분?"이라고 대답했다. 이 책을 읽은 독자에게 같은 질문을 받았으면 좋겠다. 내 답은 같을 것이다. 사전은 본래 무한히 증식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고. 그리고 그를 통해 우리 감성의 지평을 무한히 확장하는 일에 헌신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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