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했어(양장본 Hardcover)
이노우에 아레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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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엄마가 했다. 아버지를 죽였다.”
이노우에 아레노 대표 연작소설
79세 엄마가 아버지를 죽였다.
“엄마는 괜찮아. 뭐, 감옥에 간다 해도.
너희, 점심 먹고 갈 거지?”
우리 가족은 왜 매번 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걸까
일상의 평범함과 웃음 아래에 비틀린 진실을 품은 어느 가족 이야기
노령의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고 집에 모인 세 남매. 방에는 아버지가 잠에 빠진 듯 고요히 누워 있다. “설마하니 진짜 죽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는데 죽더라고. 깜짝 놀랐잖아” 하며 엄마는 전혀 놀라지 않은 모습으로 말한다. 그러고서 쌀을 씻고 점심을 준비한다. 심란한 막내 소타와 달리 두 누나는 차분해 보인다. 애도나 눈물은 없다. 소타는 경찰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누나들은 어떻게든 이 일을 수습해보려는 눈치다. “파란색 천막이 필요해.” 큰누나의 말에 소타는 길을 나서지만 내키지 않는다. 오늘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되는 걸까……
- 단숨에 탐독했다. 일상과 범죄를 한 차원에서 다룸으로써 리얼리티와 설득력을 갖춘 작품이 되었다.
- 유머러스한 맛을 내면서 깊은 곳에선 극히 진지하고 심각함이 감도는 색다른 가족사를 그린 소설이다.
아마존재팬 독자평 중에서
이노우에 아레노 대표 연작소설
79세 엄마가 아버지를 죽였다.
“엄마는 괜찮아. 뭐, 감옥에 간다 해도.
너희, 점심 먹고 갈 거지?”
우리 가족은 왜 매번 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걸까
일상의 평범함과 웃음 아래에 비틀린 진실을 품은 어느 가족 이야기
노령의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고 집에 모인 세 남매. 방에는 아버지가 잠에 빠진 듯 고요히 누워 있다. “설마하니 진짜 죽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는데 죽더라고. 깜짝 놀랐잖아” 하며 엄마는 전혀 놀라지 않은 모습으로 말한다. 그러고서 쌀을 씻고 점심을 준비한다. 심란한 막내 소타와 달리 두 누나는 차분해 보인다. 애도나 눈물은 없다. 소타는 경찰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누나들은 어떻게든 이 일을 수습해보려는 눈치다. “파란색 천막이 필요해.” 큰누나의 말에 소타는 길을 나서지만 내키지 않는다. 오늘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되는 걸까……
- 단숨에 탐독했다. 일상과 범죄를 한 차원에서 다룸으로써 리얼리티와 설득력을 갖춘 작품이 되었다.
- 유머러스한 맛을 내면서 깊은 곳에선 극히 진지하고 심각함이 감도는 색다른 가족사를 그린 소설이다.
아마존재팬 독자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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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노우에 아레노, 녹슬지 않는 성실함과 견고함으로 찬사를 받는 작가
이노우에의 작품세계가 탁월하게 구현된 연작소설 『엄마가 했어』
이노우에 아레노는 1989년 「나의 누레예프」로 제1회 페미나상을 수상하고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해 마흔 편이 넘는 소설과 수필을 발표하며 문단과 독자의 찬사를 받고 있는 일본의 중견작가다. 국내에는 제139회 나오키상 수상작 『채굴장으로』를 비롯해 『어쩔 수 없는 물』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등이 소개되었다. 오랜만에 국내 독자를 찾아온 이노우에의 대표 연작소설 『엄마가 했어』는 일상의 평범함과 잔잔한 유머 위에 인간관계의 오묘한 심리와 서늘한 진실을 드러내 보이는 작가의 세계가 탁월하게 구현된 작품이다.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과 그 속에서 발하는 언어를 적절히 절제시키는 기법을 통해 오히려 독자로부터 그 이면의 심리와 진실을 깨닫게 하는 이노우에의 작품들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 감독들에게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중 단편소설 「돌아올 수 없는 고양이」를 바탕으로 이윤기 감독이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를 연출해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제11회 시마세연애문학상 수상작 장편소설 『준이치』는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제2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정식 출품되었다.
삼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견고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이노우에 아레노는 녹슬지 않는 성실함으로 꾸준히 선보이는 작품마다 다방면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매번 어떤 깊이와 통찰을 보여줄지 독자들의 기대감을 자극한다.
살의인가 애정인가, 엄마는 왜 이제 와 아버지를 죽인 걸까?
평범한 일상이라는 무대 위의 서늘한 가정애증극 혹은 오묘한 범죄희극
『엄마가 했어』는 총 여덟 편의 이야기로 이뤄진 연작소설이다. 동네에서 작은 선술집을 운영하는 엄마 모모코(「수치」 「자전거」), 아버지 다쿠토(「믹 재거 놀이」), 큰딸 도키코(「5, 6회」), 작은딸 아야코(「코네티컷의 분양 묘지」), 막내아들 소타(「엄마가 했어」 「빨리 집에 가고 싶어」)의 시점으로 각각 이야기가 전개되다 이 가족이 아닌 한 외부인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마지막 에피소드 「마음대로 보지 말 것」이 맨 처음의 「엄마가 했어」와 연결되는 구조다.
79세 노령의 엄마는 왜 이제 와 아버지를 죽인 걸까? 언젠가 벌어질 만한 일이었다는 양 충격과 경악도, 애도와 눈물도 없이 묘하게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너희 점심 먹고 갈 거지?"라고 물으며 자식들의 밥을 챙기는 엄마의 모습이 왠지 모를 현실감을 풍기기도 한다. 한편 생계를 꾸리고 자식을 챙기는 보통 엄마라는 이면에서 인간 모모코는 속내를 좀체 알 수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남편 다쿠토에 대한 복잡미묘한 감정을 나름의 교묘함으로 숨기거나 드러내며 평생 그 균형을 지켜온 모모코, 돌연 그녀를 극단으로 치닫도록 고조시킨 건 순간의 살의일까, 너무 깊었던 애정일까. 작가는 그 헤아림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다다미 여섯 장 크기의 방에 깔아둔 이불 위에 아버지의 시신이 누워 있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입을 뻐끔 벌린 채, 5월 날씨에 맞지 않는 두꺼운 이불 밑에서 어깨와 팔을 내놓은 게 소타가 어릴 적부터 익히 알고 있는 그야말로 '곤드레 취해 잠든' 모습이었다. 그러나 피부가 이미 차갑게 강직됐고,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혹시 장난치는 게 아닐까 했던 안이한 기대가 꼼짝없이 뒤엎어져 멍하니 아래층으로 내려갔더니 "꼭 자는 것 같지? 내가 눈을 감겨줬거든" 하고 엄마는 공치사라도 하는 투로 말했다. (10p)
아버지는 엄마보다 일곱 살 연하이고 외모는 그보다 더 젊어 보였다. 호리호리한 체형이나 귀염성 있는 얼굴에 더해 정신연령이 반영된 결과였으리라. 아버지의 염치없음과 무책임함은 차라리 열 살 꼬맹이 수준에 가까웠다. 아버지에게 여자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일을 대하는 태도와 마찬가지로 싫증이 나기 전까진 예사롭지 않은 열정을 쏟아붓기 때문이리라. 그렇다 해도 저런 남자에게 걸려드는 여자들이 있다는 걸 소타는 믿기 어려웠다. 거기에 감격해 걸려든 끝에 아내가 되고, 새로운 여자가 줄줄이 출현하는데도 헤어지지 않고 살아온 엄마(그리고 그 자식들)라는 실제 사례가 존재하긴 하지만. (22p)
아버지 다쿠토는 이렇다 할 돈벌이도 하지 않고 외도를 일삼으며 자신의 가족에게 소속감을 보이지 않는 인물이다. 그 한심함에 절로 혀를 내두르게 되지만 가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특유의 가벼움으로 해결책을 내놓거나 이유를 알 수 없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해서 자식들에게는 이상하게 거부할 수 없는 존재로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 나비처럼 팔랑팔랑 부유하며 가족에게 애증이라는 감정만 잔뜩 꽃피우게 하는 다쿠토에게도 자신만의 진실이 있다. 부인에게 죽임을 당하기까지 그는 대체 어떤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을까.
겉으로 쓰이지 않은 언어로 진실을 알게 하는 이노우에 소설의 매력
작중의 현실 뒤에서 조용히 떠올라 읽는 이의 마음에 일으키는 작은 파장
소설 『종이달』의 작가 가쿠타 미쓰요는 "언어로 쓰이지 않은 것"이 이노우에 아레노 소설의 매력이라고 평했다. 작중 현실이 진행되는 와중에 그것과 별개로 다른 사실이 배후에서 떠올라 구름이 되어 양지였던 곳을 음지로 만들면서 그렇게 현실을 변화시켜버리는 게 이노우에 소설의 매력이라고.
고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 탓에 집도 보다 저렴하고 좁고 불편한 곳으로 자주 옮겨야 했고, 게다가 그런 처지(라고 소타는 생각하고 있다)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끼쳐온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족만큼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그곳에 있었다. 그 점은 못마땅하기도 하고 기묘한 일이기도 했다. 소타에게는 이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모호함을 학습하며 성장해왔다는 자각이 있기 때문이다. (24p)
엄마의 말이 안개처럼 실내에 퍼졌다. 가족에게는 익숙한 안개였다. 문제를 모호하게 만들고 처리를 뒤로 미루면서 한편으로는 가족을 기묘하게 단결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모든 게 이 안개 때문인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삼십만 엔이 청구된 것도. 다섯 번인지 여섯 번인지 기억 못할 만큼 낙태를 했는데 아직껏 자신이 히라쿠의 2층에서 나가지 못하는 것도. (48p)
그중에서도 『엄마가 했어』는 작가의 이러한 장기가 잘 발휘된 작품으로, 읽는 이의 마음에 어떤 서늘함을 남기는 색다른 가족소설이다. 79세 노령의 엄마가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으로 거침없이 시작되는 이야기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다섯 인물의 일상에서 주요했던 순간들을 덤덤한 톤으로 현실감 있게 그려나간다. 그 묘한 차분함 속에서 아버지의 죽음 후 이들 가족이 어떻게 될지 하는 궁금증과 소탈한 일상적 유머가 한데 버무려져 흥미를 자극한다. 한편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모호한 안개 같은 부모와 각자의 음울함을 지닌 세 남매가 가족을 향해 품은 비틀린 감정 또한 몸집을 부풀리면서 가족이라는 관계망 아래 흐르는 치명적인 인간 감정에 대해 고찰해볼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노우에의 작품세계가 탁월하게 구현된 연작소설 『엄마가 했어』
이노우에 아레노는 1989년 「나의 누레예프」로 제1회 페미나상을 수상하고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해 마흔 편이 넘는 소설과 수필을 발표하며 문단과 독자의 찬사를 받고 있는 일본의 중견작가다. 국내에는 제139회 나오키상 수상작 『채굴장으로』를 비롯해 『어쩔 수 없는 물』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등이 소개되었다. 오랜만에 국내 독자를 찾아온 이노우에의 대표 연작소설 『엄마가 했어』는 일상의 평범함과 잔잔한 유머 위에 인간관계의 오묘한 심리와 서늘한 진실을 드러내 보이는 작가의 세계가 탁월하게 구현된 작품이다.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과 그 속에서 발하는 언어를 적절히 절제시키는 기법을 통해 오히려 독자로부터 그 이면의 심리와 진실을 깨닫게 하는 이노우에의 작품들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 감독들에게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중 단편소설 「돌아올 수 없는 고양이」를 바탕으로 이윤기 감독이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를 연출해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제11회 시마세연애문학상 수상작 장편소설 『준이치』는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제2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정식 출품되었다.
삼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견고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이노우에 아레노는 녹슬지 않는 성실함으로 꾸준히 선보이는 작품마다 다방면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매번 어떤 깊이와 통찰을 보여줄지 독자들의 기대감을 자극한다.
살의인가 애정인가, 엄마는 왜 이제 와 아버지를 죽인 걸까?
평범한 일상이라는 무대 위의 서늘한 가정애증극 혹은 오묘한 범죄희극
『엄마가 했어』는 총 여덟 편의 이야기로 이뤄진 연작소설이다. 동네에서 작은 선술집을 운영하는 엄마 모모코(「수치」 「자전거」), 아버지 다쿠토(「믹 재거 놀이」), 큰딸 도키코(「5, 6회」), 작은딸 아야코(「코네티컷의 분양 묘지」), 막내아들 소타(「엄마가 했어」 「빨리 집에 가고 싶어」)의 시점으로 각각 이야기가 전개되다 이 가족이 아닌 한 외부인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마지막 에피소드 「마음대로 보지 말 것」이 맨 처음의 「엄마가 했어」와 연결되는 구조다.
79세 노령의 엄마는 왜 이제 와 아버지를 죽인 걸까? 언젠가 벌어질 만한 일이었다는 양 충격과 경악도, 애도와 눈물도 없이 묘하게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너희 점심 먹고 갈 거지?"라고 물으며 자식들의 밥을 챙기는 엄마의 모습이 왠지 모를 현실감을 풍기기도 한다. 한편 생계를 꾸리고 자식을 챙기는 보통 엄마라는 이면에서 인간 모모코는 속내를 좀체 알 수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남편 다쿠토에 대한 복잡미묘한 감정을 나름의 교묘함으로 숨기거나 드러내며 평생 그 균형을 지켜온 모모코, 돌연 그녀를 극단으로 치닫도록 고조시킨 건 순간의 살의일까, 너무 깊었던 애정일까. 작가는 그 헤아림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다다미 여섯 장 크기의 방에 깔아둔 이불 위에 아버지의 시신이 누워 있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입을 뻐끔 벌린 채, 5월 날씨에 맞지 않는 두꺼운 이불 밑에서 어깨와 팔을 내놓은 게 소타가 어릴 적부터 익히 알고 있는 그야말로 '곤드레 취해 잠든' 모습이었다. 그러나 피부가 이미 차갑게 강직됐고,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혹시 장난치는 게 아닐까 했던 안이한 기대가 꼼짝없이 뒤엎어져 멍하니 아래층으로 내려갔더니 "꼭 자는 것 같지? 내가 눈을 감겨줬거든" 하고 엄마는 공치사라도 하는 투로 말했다. (10p)
아버지는 엄마보다 일곱 살 연하이고 외모는 그보다 더 젊어 보였다. 호리호리한 체형이나 귀염성 있는 얼굴에 더해 정신연령이 반영된 결과였으리라. 아버지의 염치없음과 무책임함은 차라리 열 살 꼬맹이 수준에 가까웠다. 아버지에게 여자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일을 대하는 태도와 마찬가지로 싫증이 나기 전까진 예사롭지 않은 열정을 쏟아붓기 때문이리라. 그렇다 해도 저런 남자에게 걸려드는 여자들이 있다는 걸 소타는 믿기 어려웠다. 거기에 감격해 걸려든 끝에 아내가 되고, 새로운 여자가 줄줄이 출현하는데도 헤어지지 않고 살아온 엄마(그리고 그 자식들)라는 실제 사례가 존재하긴 하지만. (22p)
아버지 다쿠토는 이렇다 할 돈벌이도 하지 않고 외도를 일삼으며 자신의 가족에게 소속감을 보이지 않는 인물이다. 그 한심함에 절로 혀를 내두르게 되지만 가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특유의 가벼움으로 해결책을 내놓거나 이유를 알 수 없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해서 자식들에게는 이상하게 거부할 수 없는 존재로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 나비처럼 팔랑팔랑 부유하며 가족에게 애증이라는 감정만 잔뜩 꽃피우게 하는 다쿠토에게도 자신만의 진실이 있다. 부인에게 죽임을 당하기까지 그는 대체 어떤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을까.
겉으로 쓰이지 않은 언어로 진실을 알게 하는 이노우에 소설의 매력
작중의 현실 뒤에서 조용히 떠올라 읽는 이의 마음에 일으키는 작은 파장
소설 『종이달』의 작가 가쿠타 미쓰요는 "언어로 쓰이지 않은 것"이 이노우에 아레노 소설의 매력이라고 평했다. 작중 현실이 진행되는 와중에 그것과 별개로 다른 사실이 배후에서 떠올라 구름이 되어 양지였던 곳을 음지로 만들면서 그렇게 현실을 변화시켜버리는 게 이노우에 소설의 매력이라고.
고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 탓에 집도 보다 저렴하고 좁고 불편한 곳으로 자주 옮겨야 했고, 게다가 그런 처지(라고 소타는 생각하고 있다)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끼쳐온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족만큼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그곳에 있었다. 그 점은 못마땅하기도 하고 기묘한 일이기도 했다. 소타에게는 이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모호함을 학습하며 성장해왔다는 자각이 있기 때문이다. (24p)
엄마의 말이 안개처럼 실내에 퍼졌다. 가족에게는 익숙한 안개였다. 문제를 모호하게 만들고 처리를 뒤로 미루면서 한편으로는 가족을 기묘하게 단결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모든 게 이 안개 때문인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삼십만 엔이 청구된 것도. 다섯 번인지 여섯 번인지 기억 못할 만큼 낙태를 했는데 아직껏 자신이 히라쿠의 2층에서 나가지 못하는 것도. (48p)
그중에서도 『엄마가 했어』는 작가의 이러한 장기가 잘 발휘된 작품으로, 읽는 이의 마음에 어떤 서늘함을 남기는 색다른 가족소설이다. 79세 노령의 엄마가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으로 거침없이 시작되는 이야기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다섯 인물의 일상에서 주요했던 순간들을 덤덤한 톤으로 현실감 있게 그려나간다. 그 묘한 차분함 속에서 아버지의 죽음 후 이들 가족이 어떻게 될지 하는 궁금증과 소탈한 일상적 유머가 한데 버무려져 흥미를 자극한다. 한편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모호한 안개 같은 부모와 각자의 음울함을 지닌 세 남매가 가족을 향해 품은 비틀린 감정 또한 몸집을 부풀리면서 가족이라는 관계망 아래 흐르는 치명적인 인간 감정에 대해 고찰해볼 기회를 주기도 한다.
목차
목차
엄마가 했어 | 5, 6회 | 믹 재거 놀이 | 코네티컷의 분양 묘지 | 수치 | 빨리 집에 가고 싶어 | 자전거 | 마음대로 보지 말 것
저자
저자
이노우에 아레노
1961년 도쿄 출생. 세이케이대학교 영미문학과 졸업. 자유기고가로 일하다 1989년 「나의 누레예프」로 제1회 페미나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준이치』로 제11회 시마세연애문학상, 2008년 『채굴장으로』로 제139회 나오키상, 2011년 『거기 가지 마』로 제6회 중앙공론문예상, 2016년 『적赤으로』로 제29회 시바타 렌자부로 상, 2018년 『오늘 그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로 제35회 오다 사쿠노스케 상을 수상했다. 그 외 지은 책으로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저기에 있는 귀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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