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와 여백(한국문학 비평선 2)(양장본 HardCover)
「한국문학 비평선」제2권『경계와 여백』. 이 책은 기존의 문학 연구와 비평에 있어서의 관성을 반성하면서 몇 가지의 물음과 탐색을 통해 시 작품의 이해와 비평에 사용될 '여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여백의 구체적인 의미와 개념이 무엇인지부터 사상적 근원과 여백이 시적 지각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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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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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오 문학평론집
경계를 넘나드는 사유는 우선 동아시아 고전에 매우 풍부하다. 상상력의 보물창고로 불리는 『山海經』이나 『莊子』의 언설들은 존재와 비존재가 서로 자리를 바꾸는 탈경계적 사유를 통해 삶과 인간 존재의 더욱 깊숙한 내면적 秘境을 펼쳐 보인다. 한편 구조주의 비평가로 알려진 미하일 바흐친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등장인물을 분석하면서 '문턱 이미지'와 같은 경계의 사유를 분석하였다. 즉, 주인공은 위기와 교체, 몰락, 상승의 경계에 위치한 인물로, 이 인물의 내면이 그러한 급격한 내적 갈등과 정체성 혼란의 계기를 거쳐 긴장과 미적 감동의 근원이 된다는 것이다.
문학을 비롯하여 모든 예술은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진 힘의 구조와 정체성을 깨고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내면적 열정을 표현한다. 이러한 파괴는 단순히 소멸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윤리적으로는, 주어진 조건을 박차고 새로운 생성과 보다나은 삶을 모색하려는 소박한 의지의 소산이다. 또 한편으로는 정제된 모든 양식들이 보여주는 반생명적인 속성을 거부하려는 심미적 충동이기도 하다. 따라서 '경계'의 사유는 예술 일반의 창작과 향유에 있어 매우 근본적인 물음을 제시하는 동시에 보다 확대될 수 있는 모티프라고 할 수 있다.
문학평론가 이상오의 비평집 『경계와 여백』은 문화예술론에서 심심찮게 회자되던 '경계'란 개념을 문학비평의 수면 위로 올려놓았다. 1부의 '여백과 현대시'라는 챕터는 이 평론집의 서장에 해당한다. 현장비평이라기보다 비평이론에 가까운 글이다. 무엇보다 '여백'이라는 개념을 문예론 차원에서 엄밀하게 조명한 후 문학 비평에 도입하기 위한 절차적 탐구가 치밀하게 전개된다. 동아시아 전통 미학이론을 현재적으로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계승하려는 것이 저자의 기본적 입장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수사학과 기호학을 포함하여 구조주의 미학의 사유들을 경계 이론으로 끌어들여 문학적 여백 효과를 조명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의 문예이론에 대한 철저한 탐구를 현장 비평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2부와 3부에서는 우리 시단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황동규, 오탁번, 장옥관 등의 시인들의 작품에서 '경계'의 모티프를 읽어내고 있다. 자칫 주제 비평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을 창작 과정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으로 피해가고 있으며, 작품의 행간을 읽어내는 세밀한 눈금을 보여준다. 특히 3부와 4부에서, 경계의 모티프를 '감각'으로 확장시켜 독자의 시선이 한 편의 시에 머무는 매커니즘을 분석해내는 과정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5부는 소설론인데, 모든 글들이 각기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있으나 '경계'라는 주제로 응집력을 가지고 있다. 즉 소설의 형식과 의도, 몸과 책, 이기심과 이타심 등의 대립적 담론을 문제삼고 있으며 사랑이나 매체론으로까지 범위를 넓이고 있다.
추천의 말
'경계'란 단어는 매력적이다. 한때 포스트모던 물결을 타고 문화예술 분야에서 유행이 되기도 했지만, 학문 간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하자는 '통섭'과 같은 지적 움직임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개념적 엄밀성과 더불어 각 부문에서 보다 구체적인 사유를 촉발하지는 못했다. 이런 터에 문학비평 분야에서 '경계'의 의미를 되묻고 경계 사유의 예술적 표현으로 '여백'에 대한 의미 구조를 비평 언어로 펼친 저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동서양 고금의 문예이론에 대한 철저한 탐구가 작품을 읽어내는 창조적인 정신과 만나는 과정이 흥미롭게 드러나 있다. 특히 '여백'의 문학적 원리를 동아시아의 문예이론과 구조주의, 수사학 이론과 접목시키는 장면은 독창적이고 엄밀하다. 나아가 시문학 작품에서 '여백'이 발현하게 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놓았다. 그럴싸한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거나 기계적으로 작품의 상상력에 부착하려는 주객전도의 비평들이 난무하는 현실을 돌이켜보면, 저자의 이러한 시도는 신선하다. 또한 비평 이론을 작품 읽기에 적용하는 가장 바람직한 범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근래 평단에 보기 드문 성과라고 할 만하다.
목차
목차
제1부 여백
1. 여백과 현대시
2. '내용 없는 아름다움'을 위한 몇 개의 주석
─김종삼의 「북치는 소년」에 부쳐
3. 보이지 않는 악출허(樂出虛)의 음률─마종하론
4. 허공의 탄생─송재학의 시 「공중」에 대하여
제2부 경계
1. 우연에 기댄 경계의 토포스─황동규론
2. 경계(境界)의 심연(深淵)을 비추는 인광(燐光)─장옥관론
3. 책을 향한 몇 개의 시선, 혹은 배치─김수영과 남진우의 경우
4. 스며드는 경계들─문태준의 「묽다」
제3부 감각의 풍경
1. 시적 언어의 장력(張力)과 감각의 현상학─오탁번론
2. 감각과 해체의 분류학─송재학론
3. 몸 속 가시나무의 길─천양희론
4. 환상의 거주와 배치, 혹은 장소와 형식─이민하론
제4부 무중력의 시 읽기
1. 속도를 넘다─신현정의 「우체부는 더 빨리 걷지 않는다」
2. 풍경과 지각─김휘승의 「멎은 풍경」
3. 울음을 꿰매다─김명리의 「제비꽃 꽃잎 속」
4. 글쓰기의 난경(難境)─김성대의 「완전결핍체」
5. 넘나드는 것들, 조금씩 이상한─김경미의 「조금씩 이상한 일들」
6. 문학, 걸작과 관료와 군중 사이─진은영의 「문학적인 삶」
7. 밥상의 장소들─오자성의 「신성한 밥상」
8. 경계(境界)와 시원(始原)─허만하의 「계면은 흐리다」와 정재학의 「시원(詩源)」
제5부 소설 읽기의 환유
1. 소설의 이유, 혹은 의도와 형식 221
2. 몸 되기, 혹은 책 되기, 도서관의 유령들 229
3. 반이타주의적 연민들 239
4. 매체들 : 술, 고양이, 고백 247
5. 사랑의 탁상공론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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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자
부산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사학과와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정지용 시의 자연 인식과 형상화 양상」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문학사상』 신인상 공모에 「우연에 기댄 경계의 토포스 - 황동규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후 시와 소설에 대한 평론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현대시의 상상력과 자연』이 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도서관에서 인문학 전문사서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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