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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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일상의 자갈밭에서 캐낸 영혼의 보석,
삶이 문장이 되었을 때
- 임민자 수필집 「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최원현 수필가·문학평론가
임민자 수필가의 세 번째 수필집 제목은 『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이다. 어쩌면 삶의 고비 고비를 넘어선 산마루에서 지나온 길, 넘어온 고개들을 내려다보며 이제는 긴 숨을 내쉬며 쉬고 싶을만도 하다. 그리고 이만큼 소망하던 것들도 이루어 내었으니 여유롭게 즐기며 살고싶지 않을까. 한데 이번 수필집 제목은 『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며 그다운 포부를 밝히며 앞으로도 계속 더 큰 꿈을 이루어 가겠다는 다짐이고 각오이다. 다시 말하자면 임민자에게는 언제나 삶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라는 말이다.
첫 번째 수필집과 두 번째 수필집의 내용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그의 아픔 슬픔 절망과 소망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그가 어찌 보면 안타까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이쯤에서 '나는 꿈을 이루었다'며 스스로에게 해주는 칭찬과 위로를 발판으로 또 한 번의 도약과 도전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 역시 임민자답다.
1. '꿈'이라는 이름의 인내, 그 찬란한 결실
임민자의 수필은 삶의 승리를 노래하지 않는다. 대신 삶이 끝내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언한다. 그가 작품에서 '나는 꿈을 이루었다'는 고백조차도 화려한 성취의 선언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스스로에게 건네온 작은 확인에 가깝다. 나는 아직 살아 있고, 아직 쓰고 있으며,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는 확인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란 제목으로 세 번째 수필집을 엮고 있는 것이다. 이 수필집의 중심에는 '꿈'이라는 단어가 놓여 있으나 그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임민자에게 꿈이란 버텨온 시간 끝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배움과 글쓰기를 통해 자기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일이다. 두 차례의 암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 우울증이라는 깊은 어둠 속에서도 임민자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부를 선택했고, 글쓰기를 택했다. 이 선택은 비장하지 않으며, 영웅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다. 임민자 수필가의 이번 수필집 제호인 '나는 꿈을 이루었다'는 단순히 개인적 성취에 대한 선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꿈'은 화려한 명성이나 세속적인 성공이 아니라 삶의 파고 속에서도 끝내 잃지 않았던 '자기 자신'에 대한 발견이자, 그 발견을 문장으로 옮겨낸 문학적 승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임민자는 인생의 수많은 갈림길에서 자신을 내어주며 살아야 했던 세대의 숙명을 지고 왔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그리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분주하게 살아가는 동안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었던 문학에 대한 열망은 시간이 흘러 퇴색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효되어 깊은 향기를 내뿜었다. 그래서 이 수필집은 그 오랜 기다림과 인내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삶의 보고서다.
2. 진솔함의 미학, 숨김없이 드러낸 삶의 무늬
임민자 수필의 가장 큰 미덕은 '정직함'이다. 수필은 허구의 막 뒤에 숨을 수 없는 장르이기에 작가의 인품과 삶의 태도가 그대로 투영된다. 작가는 자신의 결핍이나 아픔, 혹은 지나온 세월의 회한을 미화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상처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으며 독자들에게 건넨다.
임민자의 수필은 언제나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시작된다. 병실, 부엌, 아이 곁, 학교 책상, 새벽의 컴퓨터 앞. 이 책에 실린 글들 역시 특별한 사건보다 견뎌온 시간의 무게를 정직하게 기록한 문장들이다. 그래서 그의 수필은 꾸밈이 없고,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며, 독자를 설득하려 들지도 않는다. 다만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끝내 무너지지 않고 자기 자리를 만들어 가는가를 조용히 증명할 뿐이다.
작가의 글 속에선 일상의 사소한 사물과 사건들이 특별한 의미로 재탄생된다. 텃밭의 채소 하나, 스쳐 지나가는 바람 한 자락에서도 삶의 진리를 길어 올리는 관찰력은 그가 얼마나 세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진솔함은 독자로 하여금 '이것은 작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의 이야기'라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3. 고난을 건너는 지혜, 해학과 긍정의 서사
임민자 수필가의 문장 곳곳에는 고난을 대하는 작가만의 독특한 태도가 배어 있다.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 때, 그는 절망에 빠지기보다 그 상황을 객관화하고 때로는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여유를 보여준다. 이는 오랜 세월 삶의 풍파를 겪어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연륜의 미학'이다.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은 현대인들에게 잊혀져 가는 '관계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특히 서툴렀던 과거의 자신을 용서하고 현재의 소박한 행복에 감사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독자들에게 커다란 정서적 위로를 안겨준다.
4. 문학적 성취, 단단한 문장과 사유의 깊이
이번 수필집에서 돋보이는 또 다른 점은 문장의 단단함이다. 수필가로서 오랜 시간 문장을 갈고 닦아온 흔적이 역력하다.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문체는 읽는 이로 하여금 거부감 없이 글 속으로 빠져들게 하며, 문장과 문장 사이에 배치된 사유의 깊이는 책장을 덮은 후에도 긴 여운으로 남는다.
'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라는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이다. 그것은 노년의 다짐이자 삶에 대한 태도이며, 문학을 대하는 저자의 윤리이기도 하다. 임민자의 글에는 자신의 고통을 과시하거나 감정을 증폭시키는 장치가 없다. 대신 병실의 냄새, 항암의 메스꺼움, 도시락을 싸 들고 가는 학교길, 손주들의 재롱 같은 구체적인 삶의 장면들이 차분하게 놓여 있다. 그 장면들은 설명보다 먼저 독자의 마음에 닿는다.
이 수필집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객관화하려,는 태도다. 가족에 대한 애정도, 자식과 손주를 위해 내어준 시간도 미담으로 봉합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서 생겨나는 갈등과 망설임,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이 책의 정서는 감동이기보다 신뢰에 가깝다. 독자는 이 삶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문학적으로 볼 때, 임민자의 수필은 기교보다 체험의 밀도가 돋보인다. '마르지 않는 샘물'에서 밝히듯, 그의 글은 책상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길어 올린 언어다. 농사일, 요양사 생활, 간병의 시간, 배움의 현장은 곧 글의 원천이 된다. 삶을 겪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문장들이 이 책의 곳곳에서 살아 숨 쉰다. 그래서 그의 수필은 삶과 문학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삶이 먼저이고, 문학은 그 삶을 견디게 한 방식이었음을 이 책은 분명히 보여준다.
작가는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어떻게 의미 있게 채워 나갈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러한 구도자적 태도는 그의 수필을 단순한 에세이의 차원을 넘어 한 권의 인생 철학서로 격상시킨다. 이렇듯 그는 문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성해 가고 있다.
5. 잊히지 않는 향기로 남을 문장들
임민자 수필가의 글은 화려한 수사로 치장된 조화(造花)가 아니라 대지에 뿌리를 박고 비바람을 견디며 피어난 생명력의 들꽃과 같다. 그래서 그 향기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그는 《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꿈은 이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며, 문학은 잘 쓰는 기술이 아니라 다시 일어나는 힘이라고. 이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묻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 내 삶을 얼마나 진지하게 살아내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아직 무엇을 포기하지 않았는가를. 그래서 그의 수필은 삶과 문학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수필 속 가족 이야기는 애틋하지만 과잉되지 않다. 특히 배움의 서사는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방송통신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저자의 학업 여정은 단순한 개인사라기보다, 뒤늦게라도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는 한 인간의 존엄한 선택으로 읽힌다. "나는 야, 대학생이다"라는 자기암시는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책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꿈을 접으려는 이들에게도 조용하지만 강한 반론을 제시한다. 또한 이 책에는 손주, 자식, 이웃, 친구, 문우들로 이어지는 관계의 온기가 살아 있다. 여덟 명의 손주를 향한 시선은 애틋하지만 소유적이지 않고, 가족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놓는 선택 역시 희생의 미담으로 포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서 흔들리고 갈등하는 마음까지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독자는 이 글들 앞에서 감동하기보다 먼저 신뢰하게 된다. 이 사람이 겪은 삶이라면, 이 문장을 믿어도 되겠다고.
최원현 수필가·문학평론가/ 한국수필창작문예원장/ 한국수필가협회 7대이사장/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사
삶이 문장이 되었을 때
- 임민자 수필집 「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최원현 수필가·문학평론가
임민자 수필가의 세 번째 수필집 제목은 『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이다. 어쩌면 삶의 고비 고비를 넘어선 산마루에서 지나온 길, 넘어온 고개들을 내려다보며 이제는 긴 숨을 내쉬며 쉬고 싶을만도 하다. 그리고 이만큼 소망하던 것들도 이루어 내었으니 여유롭게 즐기며 살고싶지 않을까. 한데 이번 수필집 제목은 『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며 그다운 포부를 밝히며 앞으로도 계속 더 큰 꿈을 이루어 가겠다는 다짐이고 각오이다. 다시 말하자면 임민자에게는 언제나 삶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라는 말이다.
첫 번째 수필집과 두 번째 수필집의 내용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그의 아픔 슬픔 절망과 소망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그가 어찌 보면 안타까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이쯤에서 '나는 꿈을 이루었다'며 스스로에게 해주는 칭찬과 위로를 발판으로 또 한 번의 도약과 도전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 역시 임민자답다.
1. '꿈'이라는 이름의 인내, 그 찬란한 결실
임민자의 수필은 삶의 승리를 노래하지 않는다. 대신 삶이 끝내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언한다. 그가 작품에서 '나는 꿈을 이루었다'는 고백조차도 화려한 성취의 선언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스스로에게 건네온 작은 확인에 가깝다. 나는 아직 살아 있고, 아직 쓰고 있으며,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는 확인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란 제목으로 세 번째 수필집을 엮고 있는 것이다. 이 수필집의 중심에는 '꿈'이라는 단어가 놓여 있으나 그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임민자에게 꿈이란 버텨온 시간 끝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배움과 글쓰기를 통해 자기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일이다. 두 차례의 암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 우울증이라는 깊은 어둠 속에서도 임민자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부를 선택했고, 글쓰기를 택했다. 이 선택은 비장하지 않으며, 영웅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다. 임민자 수필가의 이번 수필집 제호인 '나는 꿈을 이루었다'는 단순히 개인적 성취에 대한 선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꿈'은 화려한 명성이나 세속적인 성공이 아니라 삶의 파고 속에서도 끝내 잃지 않았던 '자기 자신'에 대한 발견이자, 그 발견을 문장으로 옮겨낸 문학적 승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임민자는 인생의 수많은 갈림길에서 자신을 내어주며 살아야 했던 세대의 숙명을 지고 왔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그리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분주하게 살아가는 동안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었던 문학에 대한 열망은 시간이 흘러 퇴색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효되어 깊은 향기를 내뿜었다. 그래서 이 수필집은 그 오랜 기다림과 인내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삶의 보고서다.
2. 진솔함의 미학, 숨김없이 드러낸 삶의 무늬
임민자 수필의 가장 큰 미덕은 '정직함'이다. 수필은 허구의 막 뒤에 숨을 수 없는 장르이기에 작가의 인품과 삶의 태도가 그대로 투영된다. 작가는 자신의 결핍이나 아픔, 혹은 지나온 세월의 회한을 미화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상처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으며 독자들에게 건넨다.
임민자의 수필은 언제나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시작된다. 병실, 부엌, 아이 곁, 학교 책상, 새벽의 컴퓨터 앞. 이 책에 실린 글들 역시 특별한 사건보다 견뎌온 시간의 무게를 정직하게 기록한 문장들이다. 그래서 그의 수필은 꾸밈이 없고,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며, 독자를 설득하려 들지도 않는다. 다만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끝내 무너지지 않고 자기 자리를 만들어 가는가를 조용히 증명할 뿐이다.
작가의 글 속에선 일상의 사소한 사물과 사건들이 특별한 의미로 재탄생된다. 텃밭의 채소 하나, 스쳐 지나가는 바람 한 자락에서도 삶의 진리를 길어 올리는 관찰력은 그가 얼마나 세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진솔함은 독자로 하여금 '이것은 작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의 이야기'라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3. 고난을 건너는 지혜, 해학과 긍정의 서사
임민자 수필가의 문장 곳곳에는 고난을 대하는 작가만의 독특한 태도가 배어 있다.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 때, 그는 절망에 빠지기보다 그 상황을 객관화하고 때로는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여유를 보여준다. 이는 오랜 세월 삶의 풍파를 겪어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연륜의 미학'이다.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은 현대인들에게 잊혀져 가는 '관계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특히 서툴렀던 과거의 자신을 용서하고 현재의 소박한 행복에 감사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독자들에게 커다란 정서적 위로를 안겨준다.
4. 문학적 성취, 단단한 문장과 사유의 깊이
이번 수필집에서 돋보이는 또 다른 점은 문장의 단단함이다. 수필가로서 오랜 시간 문장을 갈고 닦아온 흔적이 역력하다.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문체는 읽는 이로 하여금 거부감 없이 글 속으로 빠져들게 하며, 문장과 문장 사이에 배치된 사유의 깊이는 책장을 덮은 후에도 긴 여운으로 남는다.
'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라는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이다. 그것은 노년의 다짐이자 삶에 대한 태도이며, 문학을 대하는 저자의 윤리이기도 하다. 임민자의 글에는 자신의 고통을 과시하거나 감정을 증폭시키는 장치가 없다. 대신 병실의 냄새, 항암의 메스꺼움, 도시락을 싸 들고 가는 학교길, 손주들의 재롱 같은 구체적인 삶의 장면들이 차분하게 놓여 있다. 그 장면들은 설명보다 먼저 독자의 마음에 닿는다.
이 수필집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객관화하려,는 태도다. 가족에 대한 애정도, 자식과 손주를 위해 내어준 시간도 미담으로 봉합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서 생겨나는 갈등과 망설임,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이 책의 정서는 감동이기보다 신뢰에 가깝다. 독자는 이 삶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문학적으로 볼 때, 임민자의 수필은 기교보다 체험의 밀도가 돋보인다. '마르지 않는 샘물'에서 밝히듯, 그의 글은 책상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길어 올린 언어다. 농사일, 요양사 생활, 간병의 시간, 배움의 현장은 곧 글의 원천이 된다. 삶을 겪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문장들이 이 책의 곳곳에서 살아 숨 쉰다. 그래서 그의 수필은 삶과 문학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삶이 먼저이고, 문학은 그 삶을 견디게 한 방식이었음을 이 책은 분명히 보여준다.
작가는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어떻게 의미 있게 채워 나갈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러한 구도자적 태도는 그의 수필을 단순한 에세이의 차원을 넘어 한 권의 인생 철학서로 격상시킨다. 이렇듯 그는 문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성해 가고 있다.
5. 잊히지 않는 향기로 남을 문장들
임민자 수필가의 글은 화려한 수사로 치장된 조화(造花)가 아니라 대지에 뿌리를 박고 비바람을 견디며 피어난 생명력의 들꽃과 같다. 그래서 그 향기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그는 《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꿈은 이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며, 문학은 잘 쓰는 기술이 아니라 다시 일어나는 힘이라고. 이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묻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 내 삶을 얼마나 진지하게 살아내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아직 무엇을 포기하지 않았는가를. 그래서 그의 수필은 삶과 문학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수필 속 가족 이야기는 애틋하지만 과잉되지 않다. 특히 배움의 서사는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방송통신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저자의 학업 여정은 단순한 개인사라기보다, 뒤늦게라도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는 한 인간의 존엄한 선택으로 읽힌다. "나는 야, 대학생이다"라는 자기암시는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책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꿈을 접으려는 이들에게도 조용하지만 강한 반론을 제시한다. 또한 이 책에는 손주, 자식, 이웃, 친구, 문우들로 이어지는 관계의 온기가 살아 있다. 여덟 명의 손주를 향한 시선은 애틋하지만 소유적이지 않고, 가족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놓는 선택 역시 희생의 미담으로 포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서 흔들리고 갈등하는 마음까지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독자는 이 글들 앞에서 감동하기보다 먼저 신뢰하게 된다. 이 사람이 겪은 삶이라면, 이 문장을 믿어도 되겠다고.
최원현 수필가·문학평론가/ 한국수필창작문예원장/ 한국수필가협회 7대이사장/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사
목차
목차
축하의 글 | 정춘근
작가의 말 6
해설 | 최원현
일상의 자갈밭에서 캐낸 영혼의 보석, 삶이 문장이 되었을 때 281
1부 꿈을 향한 날갯짓
꿈을 싣고 떠나는 황혼역 14
인생 문장과 책 18
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21
마르지 않는 샘물 27
꿈을 향한 날갯짓 31
그날을 기약하며 35
나를 찾아가는 길 38
마지막 시험 41
소박한 도시락 44
아낌없이 쓰는 보너스 47
미역국 50
별난 인연 53
작은 거인 57
여고생 일지 60
자연에 순응하며 살기 63
글이 사람을 만든다 66
태풍 불던 날 70
2부 고백의 시간
고백의 시간 74
든든한 간병인 보험 77
그리움의 향기 81
글의 힘 84
고향 가는 길 87
걱정하지 마세요 90
엄마는 슬프다 93
너에게 쓰는 편지 96
기가 센 여자 100
세상이 왜 이래 104
뚝배기 107
김장 나누기 110
님의 연가 113
어머니 향기 116
노예의 삶 120
이벤트 123
글쟁이 할머니 126
전생이 미화원 129
도깨비방망이 132
복 받은 사람 135
상처투성이 손 138
소이산 지뢰 꽃길 141
어머니와 바셀린 144
열세 번째 집 147
유언장 150
탑정호가 나를 부른다 153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철원 157
3부 신호등
보너스 유산 162
신호등 165
삼십 년 선물 168
빚쟁이 엄마 172
기다림의 미학 175
고사리 주인 178
자식과 노년 생활 181
초보 농사꾼 185
청개구리 아들 188
칠공주의 유산 191
질투 194
그런 시절이 있었네 197
2022년 만우절 201
낡은 포대기 204
딸 같은 손녀 208
둘째 며느리 211
우리 집 복덩이 214
현대판 소나기(1) 217
현대판 소나기(2) 220
4부 곰삭은 인연
나의 금쪽이 224
주인은 어디 갔나 227
영혼과의 약속 230
호박죽 쑤는 날 233
때때옷 236
그림자의 눈물 239
곰삭은 인연 243
궁예를 닮은 사람 246
여보게, 그만큼 살다 갈 것을 250
하늘나라 시인 253
내 잔소리가 보약 257
혼자 산다는 것은 261
너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266
삶의 바퀴는 쉼 없이 굴러간다 270
진주 목걸이 273
책 끝에
방정철 ㆍ 어머니에게 277
작가의 말 6
해설 | 최원현
일상의 자갈밭에서 캐낸 영혼의 보석, 삶이 문장이 되었을 때 281
1부 꿈을 향한 날갯짓
꿈을 싣고 떠나는 황혼역 14
인생 문장과 책 18
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21
마르지 않는 샘물 27
꿈을 향한 날갯짓 31
그날을 기약하며 35
나를 찾아가는 길 38
마지막 시험 41
소박한 도시락 44
아낌없이 쓰는 보너스 47
미역국 50
별난 인연 53
작은 거인 57
여고생 일지 60
자연에 순응하며 살기 63
글이 사람을 만든다 66
태풍 불던 날 70
2부 고백의 시간
고백의 시간 74
든든한 간병인 보험 77
그리움의 향기 81
글의 힘 84
고향 가는 길 87
걱정하지 마세요 90
엄마는 슬프다 93
너에게 쓰는 편지 96
기가 센 여자 100
세상이 왜 이래 104
뚝배기 107
김장 나누기 110
님의 연가 113
어머니 향기 116
노예의 삶 120
이벤트 123
글쟁이 할머니 126
전생이 미화원 129
도깨비방망이 132
복 받은 사람 135
상처투성이 손 138
소이산 지뢰 꽃길 141
어머니와 바셀린 144
열세 번째 집 147
유언장 150
탑정호가 나를 부른다 153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철원 157
3부 신호등
보너스 유산 162
신호등 165
삼십 년 선물 168
빚쟁이 엄마 172
기다림의 미학 175
고사리 주인 178
자식과 노년 생활 181
초보 농사꾼 185
청개구리 아들 188
칠공주의 유산 191
질투 194
그런 시절이 있었네 197
2022년 만우절 201
낡은 포대기 204
딸 같은 손녀 208
둘째 며느리 211
우리 집 복덩이 214
현대판 소나기(1) 217
현대판 소나기(2) 220
4부 곰삭은 인연
나의 금쪽이 224
주인은 어디 갔나 227
영혼과의 약속 230
호박죽 쑤는 날 233
때때옷 236
그림자의 눈물 239
곰삭은 인연 243
궁예를 닮은 사람 246
여보게, 그만큼 살다 갈 것을 250
하늘나라 시인 253
내 잔소리가 보약 257
혼자 산다는 것은 261
너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266
삶의 바퀴는 쉼 없이 굴러간다 270
진주 목걸이 273
책 끝에
방정철 ㆍ 어머니에게 277
저자
저자
임민자
『한국수필』로 등단(2011.)
철원문인협회 지부장 역임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 졸업(2026)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사)한국수필문학회 이사
한국수필문학작가회 이사
수상: 강원작가상(2018.)
한국수필독서문학상 대상(2025.)
저서 ≪박하꽃 향기≫
(2015. 세종문학나눔 우수도서선정)
≪보물창고≫
(2019. 세종문학나눔 우수도서선정)
철원문인협회 지부장 역임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 졸업(2026)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사)한국수필문학회 이사
한국수필문학작가회 이사
수상: 강원작가상(2018.)
한국수필독서문학상 대상(2025.)
저서 ≪박하꽃 향기≫
(2015. 세종문학나눔 우수도서선정)
≪보물창고≫
(2019. 세종문학나눔 우수도서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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